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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영국 국립문서보관소(The National Archives in UK)를 다녀와서 (하)_한승훈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BoardLang.text_date 2025.10.03 BoardLang.text_hits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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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5년 9월(통권 67호)

[기획연재] 
 
 

영국 국립문서보관소(The National Archives in UK)를 다녀와서 (하):

국내 소장 영국 자료 접속하기 ④

 
 


한승훈(근대사분과)

 
 
※ 1897년 대한제국 선포 이전의 국호는 조선, 그 이후는 대한제국 혹은 한국으로 구분하는 것이 원칙이나, 본 글에서는 한국이라는 명칭으로 통칭하였음을 미리 밝히는 바입니다.
 
 
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저는 2025년 7월호에서 개항기 한국 관련 영국 외교문서 중에서 FO 17과 FO 228의 구성과 특징을 살펴보았습니다. 1897년까지 주청 영국공사가 주한 영국공사직을 겸직했기에, 서울에 있는 영국 총영사는 일차적으로 베이징에 있는 영국 공사에게 한국 관련 보고를 했으며, 1898년 이후 영국 공사가 서울에 직접 주재하게 된 뒤에도 여전히 한국 관련 보고서를 베이징 주재 영국 공사에게 보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한국 주재 영국 공사관 및 총영사관에서 생산한 문서들이 FO 17과 FO 228에 수록되었습니다. FO 17을 활용한 정소영 선생님의 연구(「제너럴셔먼호 사건에 대한 영국의 대응」, 『인문과학』제88호, 2023)를 소개함으로써,  FO 17의 가치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FO 17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정보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주제를 달리 잡아보았습니다. 바로 "니가 왜 거기서 나와"입니다. 달리 말하면 바로“동일한 문서가 왜 서로 다른 문서군의 문서철에서 발견되는가”입니다. 물론 복본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 주재 영국 총영사가 조선 정세와 관련한 기밀보고서를 작성할 때, 직속상관인 베이징 주재 영국공사뿐만 아니라 도쿄 주재 영국 공사도 회람하도록 보낸 사례가 종종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조금 다른 특별한 이유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바로 영국 외무부가 제작한 Confidential Print에 관한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찾는 특정 문서가 복수의 문서철에서 발견된다면, 그 중에서도 소위 Confidential Print에서 확인되었다면, 이는 당대 영국 외무부가 해당 사안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영국 외무부가 주요 현안과 관련해서 당대에 별도로 제작한 Confidential Print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2. Confidential Print(기밀문서철)
 
그렇다면 Confidential Print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TNA 홈페이지에서는 아래와 같이 Confidential Print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Confidential Print'란 영국 외무부(Foreign Office)가 생산하거나 접수한 서신 및 기타 문서들을 선별하여 제작한 완본 또는 발췌본 모음을 의미합니다. 각각의 인쇄물은 특정 국가나 주제에 관한 사안을 다루며, 단일 문서에서부터 방대한 양의 편찬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량의 문건을 포함합니다.
 
즉 Confidential Print는 영국외무부에서“특정 국가” 혹은 “특정 주제”관련한 문건을 선별해서 엮은 일종의 외교문서집에 해당합니다. 이에 TNA 홈페이지를 보면 Confidential Print가 특정 국가나 지역, 혹은 특정 주제별로 문서군 번호가 부여되었음을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1. Confidential Print 문서군 분류(1) 국가·지역
 
 
그림 2. Confidential Print 문서군 분류(2) 주제
 
 
Confidential Print에는 한국 관련 문서군이 있을까요? 달리 말하면 영국외무부는“특정 국가”인 한국을 대상으로 기밀 혹은 주요 문서를 선별해서 외교문서집을 제작했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1945년 해방 이후 한반도 및 한국 문제를 다룬 FO 483이 이에 해당합니다. FO 483은 제가 이미 다룬 바가 있기에 추가적인 설명을 하지는 않겠습니다. 
해방 이전, 구체적으로는 1910년 이전에 한국을 다룬 Confidential Print는 있을까요? 아쉽게도(?) 한국을 독자적으로 다룬 문서군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부 문서철에서 한국 관련 주제를 다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 관련 기밀문서철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군은 다음과 같습니다.
 
 
문서군 기간 문서군 내용
FO 405 1833-1970 China and Taiwan Confidential Print (중국, 대만 관련 기밀문서)
FO 410 1854-1970    Confidential Print Japan (일본 관련 기밀문서)
FO 881 1769-1914 Confidential Print (발행된 순서에 따라 고유 번호로 관리)
표 1. 한국 관련 Confidential Print이 포함된 주요 문서군 
 
 
  • FO 881에 대한 이해
 
FO 405, 410은 각각 중국 혹은 일본 관련 Confidential Print임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 관련 외교문서가 수록된 FO 17과 FO 228에 한국 관련 문서철이 포함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FO 881은 무엇일까요? 바로 FO 881은 Confidential Print들이 각국별, 혹은 주제별로 분류되기 이전 형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잘 이해가 가지 않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제2차 조영수호통상조약의 체결 과정을 다룬 Confidential Print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영국외무부는 제2차 조영수호통상조약(1883) 체결 및 비준과 관련해서 두 개의 Confidential Print를 제작합니다. 바로 FO 405/33과 FO 405/34입니다. 이는 FO 405 문서군에 속해 있는 문서철입니다. 그런데 FO405/33과 FO 405/34를 제작할 당시에는 “FO 405”라는 문서군 분류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에 영국외무부는 두 개의 Confidential Print에 각각 4943과 4995라는 번호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FO 405라는 문서군 체계가 마련될 때, 4943과 4995 문서철은 FO 405/33, 405/34라는 문서철 번호가 부여되었습니다. 그렇다면 4943, 4995라는 원래 문서번호는 사라졌을까요? 아닙니다. 영국외무부는 본래 번호 앞에도 FO 881 문서군을 부여함으로써, FO 881/4943, FO881/4995라는 문서철 번호가 생성됩니다. 그래서 TNA를 검색해 보면 FO 405에서도, FO 881에서도 동일한 문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3. FO 405/33의 표지
이 표지의 상단에 보면 1884년 3월에 외무부에서 활용할 목적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왼쪽 상단에 보면 (4943)이라고 나와있는데, 이 번호가 바로 제작 당시 부여되었던 문서철 번호입니다.
이 문서철 번호가 FO 881/4943이 됩니다. 그리고 왼편에 보면 “F.O. 405”와 “33”을 볼 수 있는데, 바로 후에 부여된 FO 405/33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The National Archives
 
 
그림 4. TNA 홈페이지 목록
FO 405/33과 FO 881/4943이 각각 검색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두 문서철은 동일한 것입니다.
출처: The National Archives
 
 
그렇기에 FO 881 문서군에 있는 문서철은 다른 문서군과 겹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TNA 홈페이지의 FO 881 문서군을 소개한 페이지에서도 문서철의 중복을 알려줍니다. 
간혹, 어떠한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FO 881에만 있는 문서철이 있습니다. 바로 FO 881/2700입니다.
 
 
그림 5.  FO 881/2700의 첫 페이지
출처: The National Archives
 
 
먼저 FO 881/2700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 관계 및 영국의 거문도 점령 문제에 관한 문서. Correspondence respecting the Relations between Japan and Corea, and the proposed Occupation of Port Hamilton by Great Britain.”
 
 
구체적으로 이 문서철은 1875년 서계문제로 촉발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고조되고, 특히 일본이 1875년 5월과 7월에 운요호(雲揚號事件)와 다이니테이보(第二丁卯)호를 부산에 보내서 포함외교를 단행할 무렵의 문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주일 영국공사 파크스가 일본이 러시아와 제휴해서 한국을 침략할 것이라는 소문이 제기된다면서, 러시아의 한국 침략을 막기 위해서 거문도 점령에서부터 한국과의 조약 체결이라는 일련의 대한정책을 외무부에 건의한 내용입니다.
 
FO 881/2700에는 영국외무부가 파크스가 보고한 내용, 즉 러시아의 한국 침략설의 진위여부를 검증하는 내용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러시아, 프랑스 주재 영국 외교관들을 통해 러시아의 동향을 탐지합니다. 그리고 영국외무부는 최종적으로 파크스가 제기한 러시아의 한국 침략설이 소문에 불과할 뿐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FO 881/2700에는 1875년 한국과 일본의 갈등 및 그 갈등의 여파와 관련한 동향을 담은 문서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당시 영국외무부 내에서는 1875년 한국과 일본의 갈등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동아시아 관련해서 중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이에 영국외무부는 1875년 11월 4일에 1875년 한국과 일본의 외교적 갈등과 이에 대한 영국 측 대응을 묶어서 FO 881/2700을 제작했습니다. 그 때 영국외무부의 사서들은 당시 한국과 일본의 외교 현안과 관련해서 다양한 문서들을 활용합니다. 그 문서들의 원출처들을 편집하여 하나의 문서철을 제작한 것입니다. FO 881/2700에 수록된 문서들의 원출처를 표로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외교현안   FO 881/2700 수록 문서의 원출처     기밀문서철 완성
ㆍ 1875년 7월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일본의 조선 침략 가능성으로 비화  
ㆍ 한국과 일본의 갈등에 따른 러시아의 한국 침략 소문 제기  
ㆍ 주일 영국공사 파크스, 영국의 거문도 점령을 건의  
  FO 27(프랑스)
FO 46(일본)
FO 64(독일)
FO 65(러시아)
ADM(해군부)
 
FO 881/2700 : 한국과 일본 관계 및 영국의 거문도 점령 문제에 관한 문서(COREA & JAPAN: Correspondence. Relations between Japan and Corea, and proposed Occupation of Port Hamilton by Great Britain)
표 2. FO 881/2700 제작 과정(수록 문서의 원출처)
 
 
표에서 보면 아시겠지만, 영국외무부 사서는 자국의 해군부 및 한국 침략을 계획한 일본 뿐만 아니라,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다양한 국가에 주재하는 외교관들이 보고한 문서를 활용했습니다. 한국 문제가 한국 및 인근 국가와의 관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범상치 않은 교훈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영국외무부에서 편집한 Confidential Print는 당시 동아시아 패권을 장악했던 영국의 대한 정책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때로는 영국의 정보력에 깜짝 놀랄 때도 있고(1876년 조일수호조규 체결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오경석의 존재 인식), 조선과 조약 체결을 쿨자 지역에서 발생한 러시아와 청나라의 국경 분쟁의 연장선에서 바라보았다는 사실도 알려 줍니다. Confidential Print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양한 측면과 관련해서는 다음 기사에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