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 405, 410은 각각 중국 혹은 일본 관련 Confidential Print임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 관련 외교문서가 수록된 FO 17과 FO 228에 한국 관련 문서철이 포함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FO 881은 무엇일까요? 바로 FO 881은 Confidential Print들이 각국별, 혹은 주제별로 분류되기 이전 형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잘 이해가 가지 않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제2차 조영수호통상조약의 체결 과정을 다룬 Confidential Print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영국외무부는 제2차 조영수호통상조약(1883) 체결 및 비준과 관련해서 두 개의 Confidential Print를 제작합니다. 바로 FO 405/33과 FO 405/34입니다. 이는 FO 405 문서군에 속해 있는 문서철입니다. 그런데 FO405/33과 FO 405/34를 제작할 당시에는 “FO 405”라는 문서군 분류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에 영국외무부는 두 개의 Confidential Print에 각각 4943과 4995라는 번호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FO 405라는 문서군 체계가 마련될 때, 4943과 4995 문서철은 FO 405/33, 405/34라는 문서철 번호가 부여되었습니다. 그렇다면 4943, 4995라는 원래 문서번호는 사라졌을까요? 아닙니다. 영국외무부는 본래 번호 앞에도 FO 881 문서군을 부여함으로써, FO 881/4943, FO881/4995라는 문서철 번호가 생성됩니다. 그래서 TNA를 검색해 보면 FO 405에서도, FO 881에서도 동일한 문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3. FO 405/33의 표지
이 표지의 상단에 보면 1884년 3월에 외무부에서 활용할 목적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왼쪽 상단에 보면 (4943)이라고 나와있는데, 이 번호가 바로 제작 당시 부여되었던 문서철 번호입니다.
이 문서철 번호가 FO 881/4943이 됩니다. 그리고 왼편에 보면 “F.O. 405”와 “33”을 볼 수 있는데, 바로 후에 부여된 FO 405/33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The National Archives
그림 4. TNA 홈페이지 목록
FO 405/33과 FO 881/4943이 각각 검색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두 문서철은 동일한 것입니다.
출처: The National Archives
그렇기에 FO 881 문서군에 있는 문서철은 다른 문서군과 겹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TNA 홈페이지의 FO 881 문서군을 소개한 페이지에서도 문서철의 중복을 알려줍니다.
간혹, 어떠한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FO 881에만 있는 문서철이 있습니다. 바로 FO 881/2700입니다.
그림 5. FO 881/2700의 첫 페이지
출처: The National Archives
먼저 FO 881/2700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 관계 및 영국의 거문도 점령 문제에 관한 문서. Correspondence respecting the Relations between Japan and Corea, and the proposed Occupation of Port Hamilton by Great Britain.”
구체적으로 이 문서철은 1875년 서계문제로 촉발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고조되고, 특히 일본이 1875년 5월과 7월에 운요호(雲揚號事件)와 다이니테이보(第二丁卯)호를 부산에 보내서 포함외교를 단행할 무렵의 문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주일 영국공사 파크스가 일본이 러시아와 제휴해서 한국을 침략할 것이라는 소문이 제기된다면서, 러시아의 한국 침략을 막기 위해서 거문도 점령에서부터 한국과의 조약 체결이라는 일련의 대한정책을 외무부에 건의한 내용입니다.
FO 881/2700에는 영국외무부가 파크스가 보고한 내용, 즉 러시아의 한국 침략설의 진위여부를 검증하는 내용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러시아, 프랑스 주재 영국 외교관들을 통해 러시아의 동향을 탐지합니다. 그리고 영국외무부는 최종적으로 파크스가 제기한 러시아의 한국 침략설이 소문에 불과할 뿐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FO 881/2700에는 1875년 한국과 일본의 갈등 및 그 갈등의 여파와 관련한 동향을 담은 문서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당시 영국외무부 내에서는 1875년 한국과 일본의 갈등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동아시아 관련해서 중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이에 영국외무부는 1875년 11월 4일에 1875년 한국과 일본의 외교적 갈등과 이에 대한 영국 측 대응을 묶어서 FO 881/2700을 제작했습니다. 그 때 영국외무부의 사서들은 당시 한국과 일본의 외교 현안과 관련해서 다양한 문서들을 활용합니다. 그 문서들의 원출처들을 편집하여 하나의 문서철을 제작한 것입니다. FO 881/2700에 수록된 문서들의 원출처를 표로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외교현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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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 881/2700 수록 문서의 원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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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문서철 완성 |
ㆍ 1875년 7월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일본의 조선 침략 가능성으로 비화
ㆍ 한국과 일본의 갈등에 따른 러시아의 한국 침략 소문 제기
ㆍ 주일 영국공사 파크스, 영국의 거문도 점령을 건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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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 27(프랑스)
FO 46(일본)
FO 64(독일)
FO 65(러시아)
ADM(해군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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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 881/2700 : 한국과 일본 관계 및 영국의 거문도 점령 문제에 관한 문서(COREA & JAPAN: Correspondence. Relations between Japan and Corea, and proposed Occupation of Port Hamilton by Great Bri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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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FO 881/2700 제작 과정(수록 문서의 원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