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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마을에서 역사하기 ⑥_박수진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BoardLang.text_date 2025.10.02 BoardLang.text_hits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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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5년 8월(통권 66호)

[기획연재] 
 
 

마을에서 역사하기 ⑥:

마을의 기록을 모으는 방법 : 성북마을아카이브

 


박수진(고대사분과, 성북문화원)

 
 
1. 성북마을아카이브의 태동과 구축 과정
 
2013년 3월 성북문화원에 ‘향토사연구팀’이 생겼다. 같은 해 5월에는 팀원이 생기며 총 2명이 당시까지 ‘향토사’라고 불렸던 지역의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를 다닌 이야기는 지난 편까지 이야기한 바와 같다. 그러다보니 자료가 쌓였고,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그리고 그 공간은 온라인이어야 했다. 당시까지 문화원에 있는 많은 자료들은 책과 파일 같은 종이의 형태였다. 그 자료들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었으며, 물리적 자료라는 특성상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디지털 자료로 관리가 되고 있어도 각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혹은 외장 하드디스크에 저장 중이었다. 내부 망을 통해 어느 정도 공유가 되는 파일도 있었지만 각 개인별로 폴더를 나누는 기준, 사업을 구분하는 기준도 달랐다. 그 기준을 만든 개인이 있을 때야 문제가 없었지만, 그가 사라지면 정리를 다시 해야 할 뿐만 아니라 파일을 찾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야 말로 시스템이 없었던 것이다.

문화원이라는 작은 조직에서도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성북구 전체로 보면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성북구청을 포함하여 각 기관별, 단체별로 성북구를 안내하는 지도를 필요에 따라 만들었는데, 누가 어떤 지도를 만들었는지 모르니 중복해서 비슷한 지도가 만들어 지곤 했다. 자원이 낭비되고 있었다. 역사·문화 자료들을 한 곳에 모을 필요가 있었다. 마을기록을 모을 디지털 아카이브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시작은 막막했다. 어떤 식으로 정리를 하면 되는지, 어떤 형태로 아카이브를 만들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심지어 당시에는 아카이브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기도 했다. 그런 상태에서 온라인에 자료를 모은 다는 것은 막연하기만 했다. 그래도 계기가 생겼다. 2016년 3월부터 동년 8월까지 이루어진 <성북동 역사문화자원 조사・연구 사업>이다. 이 사업의 목표 중에 ‘성북동의 시대별, 장소별, 주제별 원천자료를 발굴하여 이를 자원화하며 데이터베이스 구축 기반 마련’이 있었고, 결과물에는 ‘성북구 문화자원 아카이브 구축방안’이 들어갔다. 구축 방안에는 문화자원의 디지털화, 분류체계 확립, 메타데이터 작성, 관리자/서비스 시스템 분리 구축, 서비스 콘텐츠 개발 등의 내용이 들어갔다. 이것은 아카이브 구축의 시발점이 되었다.

2017년에는 성북구 아카이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성북구청에서도 성북구에 문화·예술 자료를 한 곳에 모으는 아카이브에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2018년 성북문화원은 성북구청과 성북구 마을 기록화 사업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아카이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사업을 시작하고도 난관이 많았다. 인력충원부터 어려웠다. 성북구청에서는 계약직 2명의 인건비를 지원해 주었다. 그리고 당시 서울시 뉴딜사업(현 서울시 매력일자리 사업)으로 3명의 인원을 충원했다. 총 5명에 기존 연구인력 2명을 더하여 총 7명이 아카이브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도 아카이브에 대해서 생소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가장 큰 난관은 어떤 자료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기존의 분류체계를 따르기에는 성북구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새로운 분류체계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다. 총 7명의 인력들은 수시로 대화를 나누며 분류체계에 대해서 논의를 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또 다른 부분이었기 때문에 아카이브를 구축할 업체와 함께 기술적인 논의도 함께 진행해야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분류 체계는 다음과 같다.
 
 
그림 1. 성북마을아카이브 홈페이지의 기본구조
 
 
또한 관리자 페이지를 따로 만들었다. 관리자 페이지에서는 각종 자료를 등록할 수 있었는데, 자료 등록을 위해서는 많은 메타데이터를 입력해야 했다. 자료를 등록해도 바로 공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부 검토를 거쳐 등록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많은 자료를 넣다보니 저작권 문제도 해결해야 해서 전문가의 자문도 수차례 받았다. 결국 홈페이지는 2020년 1월에야 홈페이지를 공개할 수 있었다.

성북마을아카이브는 한 번 구축하고 끝나는 정적인 아카이브가 아니었다. 계속해서 보완되고 발전하고 자료를 수집했다. 2020년에 7,384건이었던 기록물은, 2025년에 15,663건으로 증가했다. 2021년 최대 월 3,415명이 방문했던 홈페이지는 월 최대 25,000명이 넘게 찾아오는 사이트가 되었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계속 자료를 축적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검색에서의 노출도가 증가하고, 이어 방문객이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고무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2. 주민과 함께 만드는 아카이브의 현재와 과제
 
성북마을아카이브의 특징 중 하나는 주민기록단의 존재이다. 주민기록단은 주민 스스로 기록의 주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사실 지금은 누구나 기록을 한다. SNS를 보면 문자는 물론 영상과 사진으로 매일 수 천 만 개의 기록이 올라온다. 이것을 취사선택하는 것이야 말로 앞으로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주민기록단은 이런 거창한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주민스스로가 우리 마을을 살펴보고 그 중 남기고 싶은 것이 있으면 스스로 그것을 기록하고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전에는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권력의 하나였다면, 주민기록단은 그 결정을 주민스스로에게 맡긴다는 점에서 마을민주주의의 실현에 다가가 있다.

주민기록단은 주민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정의 과정을 통과해야 기록단으로 활동할 수 있다. 2020년 12명이었던 교육생은 2025년 현재 누적 100명이 넘었으며, 모두 325건의 활동 보고서를 만들어 냈다. 2024년까지 9권의 구술생애사 책자와 2권의 활동보고서를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은 아직 완전히 제도적으로 정착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기록단이 된 주민 스스로의 의지에 많은 부분을 맡기고 있다. 즉 스스로 활발하게 마을의 자료들을 찾아서 기록하게 할 수 있는 동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앞으로의 과제이기도 하다.

성북마을아카이브의 또 다른 특징은 성북마을발견 시리즈이다. 성북마을발견은 성북마을아카이브 자료 중 일부를 큐레이팅하여 보여주는 사이트이다. 사실 시작은 조금 불순했다. 아카이브 사업이 초기에 워낙 큰 예산이 들기 때문에, 구 의회를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세금이 투여되는 사업이니만큼 당연한 절차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아직 사이트의 구성 방안도 완전히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성북마을발견+문학’이다.

 ‘성북마을발견+문학’은 지도를 기반으로 문학작품 속의 성북구의 각 지역이 어떻게 묘사되는 지를 보여준다. 미아리고개와 관련해서는 14개의 작품이 들어있는데, 그 중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는 미아리 고개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다음 날 오빠는 새벽같이 학교로 출근했고, 나는 동숭동 문리대로 등교했다. 등교하면서 가로수를 꺾어서 철모와 군용차를 시퍼렇게 위장하고 미아리고개 쪽으로 이동하는 국군을 보고 비로소 섬뜩한 전쟁의 현장감을 느꼈으나 남들이 하는 대로 씩씩하게 박수도 치고 만세도 불렀다.”
 
 
지도 기반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GPS를 통해 자신의 위도 볼 수 있으며, 해당 부분을 읽어주는 기능도 있기 때문에 ‘성북마을발견+문학’을 잘 이용하면 성북구 문학여행도 가능하다. 당시로서는 매우 신선한 기능이었기 때문에 의회는 흔쾌히 아카이브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해 줬다. 현재는 연표 형태로 된 ‘성북마을발견+독립운동’도 서비스 중이다.
 
 
그림 2. 성북마을발견+문학 중 미아리고개와 관련된 문학작품
 
 
이렇게 자랑하듯 이야기했지만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홍보는 여전히 부족하고, 영상기록물 수집도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조례와 규칙 같은 제도적 보완도 더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성북문화원과 성북구청은 성북마을아카이브의 2차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다.
 
마을에서 어떤 식으로 자료를 모아야 할까? 아카이브의 이야기를 적었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 마을은 자료를 수집하는 가장 전방에 있지만 그만큼 전문가와 예산이 부족하기도 하다. 또한 수집을 위한 기획, 수집된 자료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지만 이 역시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다만 성북마을 아카이브가 하나의 단초는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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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정호섭, 백외준, 2023 「역사 실천으로서의 공공역사와 지역학의 방향 -서울 성북구 사례를 중심으로-」 『韓國史學報』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