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기사

웹진기사 기획연재

[기획연재] 한걸음 더 다가가는 문화유산 이야기 ③_백제나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BoardLang.text_date 2025.10.02 BoardLang.text_hits 106
페이스북으로 공유 X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밴드로 공유
웹진 '역사랑' 2025년 9월(통권 67호)

[기획연재] 
 
 

한걸음 더 다가가는 문화유산 이야기 ③

자연으로 그린 생활가구의 그림

 


백제나(고대사분과)

 
 
1. 칠기의 새로운 세계, 『고려도경』과 나전
 
요즘 박물관의 굿즈 들을 살펴보다 보면 빠지지 않고 있는 전통공예를 모티브로 한 분야가 있는데, 바로 나전공예다. 나전공예, 즉, 나전칠기는 중국에서 전래한 공예기법이다. 중국 당나라때부터 성행했다고 하니, 삼국시대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에 알려졌을 것이다.

요즘 일명 K-컬쳐가 세계적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데, 그 중 원래는 영․미 국가에서 발생한 햄버거가 미국에서 현지의 햄버거보다 한국식 햄버거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더불어 박산향로의 경우를 보면, 고대 중국에서 한반도에 박산향로가 전해졌는데, 우리는 중국보다 아름다운 박산향로를 만들었다. 바로 ‘백제 금동 대향로’가 그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외국의 문물에 대한 응용력과 한국식으로의 변형은 가히 세계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전칠기도 이런 사례 중 하나다.

나전칠기는 본래 중국 당나라에서 성행한 공예기법이다. 그러나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의 사절단 중 한명이었던 서긍이 남긴 『고려도경』에 기술된 나전칠기에 대한 내용을 보면, 중국의 나전칠기보다 더욱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서긍이 남긴 기록으로 인해 한반도의 나전칠기의 우수함이 중국에 알려졌고 아시아와 유럽이 서로 만나게 된 이후부터 서구의 여러 나라에도 나전칠기가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개화기를 시작으로 일제강점기, 한국 전쟁기에 한반도에 있던 여러 역사적인 문화유산이 외국으로 건너가게 됐다. 그래서 국내에 현존하는 나전칠기 유물의 수량이 그리 많지 않다. 국내에 현존하는 나전칠기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서 미술사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몇몇 박물관과 미술관에 소장돼있다.

최근에 개편된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을 둘러보다보면 외국에 있던 나전칠기였으나 기업이나 전문기관의 환수를 통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나전칠기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여러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예전에 외국으로 반출된 한국의 문화유산을 주제로 제작됐던 예능이 있었는데 기억할지 모르겠다. 필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당시 외국으로 반출된 한반도의 문화유산의 공식적인 수량을 알 수 있었는데, 그 수량이 74434건이었다.

이 방송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외국에 반출돼있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가능한 많이 다시 한국으로 환수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졌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에 전시된 나전칠기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2. 소의 뿔로 그린 그림, 화각
 
현재는 한 개인의 재력이나 상황에 따라 갖고 싶은 것과 사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사고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전근대사회에서는 신분에 따라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제한돼있었다. 특히, 신분에 따라 물건을 만드는 재료에 제약이 있었다. 그래서 신분이 높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었던 중소형 목가구가 있는데, 바로 화각함(華角函)이다.

화각함은 소의 뿔로 목재함을 장식한 일상생활용 가구다. 주로 여성용 가구가 다수다. 그래서 양반가의 규방이나 왕실에서 주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왕실에서 비빈들이 처소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에도 소장돼있지만,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된 화각함들을 보면 다양한 크기로 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화각으로 장식한 무늬도 다양함을 알 수 있다.

화각함을 보다 보면 큐브 퍼즐이 떠오른다. 큐브 퍼즐의 무늬를 화각함과 같은 무늬로 해서 제작한다면 어떨까? 화각함의 그림체에 대한 호불호는 있겠지만, 나름 재미있는 큐브 퍼즐이 되지 않을까 한다. 무엇보다 상당히 다양한 조합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화각함을 보고 있으면 한국 사람들 중에 세계적으로 손재주가 좋은 사람, 수학을 잘하는 사람 등이 나오게 된 배경 중 하나가 이런 세밀한 공예기법의 발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화각기법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공예기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화각함을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이 있었는데, 예전에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했던 특별전시인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전에서 봤던 ‘피에트라 두라’기법으로 제작된 함이 생각났다. 화각함은 소의 뿔을 활용하여 제작하지만 ‘피에트라 두라’기법은 대리석에 상감기법으로 다른 돌이나 광물, 보석 등을 삽입하여 제작하는 공예기법이다. 완성품을 보면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면 두 기법으로 서로 완전히 다름을 알 수 있다.

‘화각’기법은 바다거북 등딱지로 장식하는 ‘대모’기법 대신 나온 기법으로 대모보다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재료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보면 대모로 만든 제품은 그 가격이 상당했고 무엇보다 가지고 싶은 욕구를 일으킬 만큼 아름다웠음을 알 수 있다. 화각 기법이 나오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지기 어렵고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은 대모제품 대신에 그래도 자신의 신분과 상황에서 가질 수 있고, 제품의 가격도 화각제품을 가질 수 있는 신분계층에서 부담을 가지지 않는 가격이기에 화각기법을 활용한 생활가구 제품이 다수 만들어졌던 것 아닐까?
 
 
3. 새롭게 해석된 나전과 제자리의 화각
 
요즘 박물관에서 전통 유물을 모티브로 제작되는 여러 굿즈 들 중에서 나전기법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에게 나전은 하나쯤은 가지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새롭게 해석된 다양한 나전제품들이 박물관뿐만 아니라 시중에도 출시돼있다. 심지어 무선 충전기와 같은 전자제품도 있다.

반면에 화각기법을 활용한 굿즈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거의 없지 않을까 한다. 화각기법을 모티브로 활용한 제품은 오리지널에 가까운 화각기법을 활용한 가구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대적인 미적 감각에 맞추어 화각기법으로 만들어지지만 나전만큼은 아니다. 화각기법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굿즈를 개발한다면 나전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공예기법으로 화각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것은 분명 나전일 것이다. 하지만, 화각기법도 자주 보지 않아 낯 설어서 그렇지 보다보면 화각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게 되고 나전만큼 나름의 아름다움이 화각에 담겨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앞서 언급한 화각함에 그려진 무늬들을 활용한 큐브 퍼즐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놀이를 통해 화각기법을 접한다면 어쩌면 나전보다 더 선호되는 기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
참고문헌
 
박영규, 2025 『조선 목공예 ․ 칠공예』, 한문화사
문경호, 2023 『1123년 코리아 리포트, 서긍의 고려도경』, 푸른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