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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고전소설과 역사, 그리고 회화 ①_백제나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BoardLang.text_date 2025.08.02 BoardLang.text_hits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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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5년 7월(통권 65호)

[기획연재] 
 
 

고전소설과 역사, 그리고 회화 ①

 


백제나(고대사분과)

 
 
1. 역사와 고전소설
 
인류의 역사를 가만히 살펴보면 이야기 없이 살아온 순간이 단 한순간도 없음을 알 수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역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건국신화가 아닌가 한다. 건국신화는 역사적 사실이 이야기 밑에 담겨 있는 이야기로 한국의 최초 건국신화는 단군신화이다.
 
단군신화를 시작으로 고대국가인 부여, 고구려, 백제, 가야, 신라 등이 모두 건국신화, 혹은 초기 왕들의 탄생설화 형태의 신화가 존재하고 있다. 국문학사에서도 신화, 설화, 전설을 고전소설이 등장하기 전에 나온 이야기의 형태로 정의하고 있다. 이렇게 인류가 오랜 옛날에 시작한 많은 이야기에 역사가 가미되어있다.
 
이런 이유로 역사 속에 등장한 여러 고전소설은 역사적 사실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때론 정치적인 계략 속에 고전소설이 관련되어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조선시대 숙종 대에 있었던 인현왕후 복위와 관련한 서포 김만중이 저술한 소설『사씨남정기』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씨와 교씨가 당시 폐위된 인현왕후와 현 중전인 장씨와 대비되어 민심이 인현왕후 쪽에 기울도록 유도한 사례다. 이와 같은 점을 봤을 때, 소설, 곧 문학은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무엇보다 인류역사와 함께 발전해왔음을 알 수 있다.
 
 
2. 전근대 사회의 만화책, 이야기 그림병풍
 
국립고궁박물관에서 2025. 6. 25~2025. 7. 20일까지 진행되는 특별기획전시인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에 출품된 유물은 현재 미국의 포틀랜드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구운몽도 병풍’과 덴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백동자도 병풍’이다. 이중 ‘구운몽도 병풍’이 고전소설의 이야기를 10개의 장면으로 표현했다. 전근대 사회에 방에 전시하는 좀 큰 만화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구운몽도 병풍’은 서포 김만중이 어머니를 위해 쓴 소설인 『구운몽』을 10폭의 병풍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소설의 주요장면 10장면을 뽑아내어 이야기 흐름에 따라 표현했다.
 
 
그림 1. 국립고궁박물관 구운몽도병 전시모습
출처: 필자 촬영
 
 
이 전시는 국외에 있는 한국의 문화유산의 보존처리를 우리나라에서 한 후 원소장처로 돌아가기 전 국내 박물관에서 대중에게 공개하는 특별기획 전시다. 그래서 전시를 보다보면 해당 소장품을 어떤 과정을 거쳐 보존처리를 했으며, 보존처리를 하면서 발견된 여러 사실을 요약하여 편집한 6분~7분 사이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특히, ‘구운몽도 병풍’의 보존처리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을 때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는데, 병풍 그림의 순서가 잘못된 채로 보존되고 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이번 보존처리를 기회로 잘못된 그림의 순서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역사연구의 1차 사료인 다양한 문화유산의 관리와 보존, 전승 시에 국외에 소재하고 있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그에 따른 관리와 보존을 해당 자료가 소장된 기관과 원활한 소통과 협업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아무튼, 현재까지 전해지는 고전소설을 병풍그림으로 표현한 것 중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삼국지연의 병풍도’다. 2016. 4. 29~7. 4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최되었던 특별전시인 ‘신이 된 관우, 그리고 삼국지연도’에 출품된 적이 있다.
 
‘삼국지연의 병풍도’는 나관중이 저술한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의 주요장면을 병풍도로 표현한 것이다. 『삼국지연의』에는 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만큼 이야기도 상당하지만 병풍에 표현된 그림들은 작품 속에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명장면을 위주로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전근대시기 여러 고전소설이 병풍그림으로 표현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전근대시기엔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지금보다 현저히 적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전달할 때, 글로 전달하는 것보다 그림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더욱 수월했기에 고전소설이 병풍그림으로 많이 표현됐다.
 
병풍의 용도를 생각하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선후기, 특히 18세기는 조선의 상업경제가 발달하여 부를 축적한 중인이나 일반 평민들도 나름대로 문화를 향유했던 사실을 보면 이야기가 병풍그림으로 표현된 것에 의미가 있다.
 
사실 그림은 오래전부터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상대방의 의사를 전달하며, 무엇보다 국가의 정책과 이념을 전달하는 유용한 의사소통 수단이었다. 특히, 그림은 선사시대부터 사용된 인간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현재 국내와 국외에서 발견된 동굴벽화가 이를 증명한다. 동굴벽화에는 인간의 의사소통의 흔적과 역사도 담겨있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강력한 염원이 담겨있다.
이야기에도 인간의 염원이 담겨있다. 앞에 언급한 ‘사씨남정기’도 소설에 담겨있는 사람의 염원이 발휘된 것이다. 그림에도 소설에도 인간의 염원이 담겨있으니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병풍은 엄청난 크기의 염원이 담겨있는 것이다.
 
글과 그림에 사람의 염원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병풍의 경우 병풍을 전시하는 방의 주인이 닮고자 하는, 되고자 하는, 혹은 품고자 하는 뜻이 담기기도 한다. 이런 문화는 그림에 그려지는 주제에 따라 의미와 상징이 탄생했고 결과적으로 그림을 해석하는 ‘독화’문화가 발달하게 됐다. 그래서 사람 간에 그림을 선물로 줄 때, 선물을 받는 상대방의 상황과 그의 성향 및 성격에 따라 줄 선물의 주제를 선택하는 문화가 발달했다.
지금은 그림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지만 전근대, 특히, 조선시대엔 새해가 되었을 때 한 해의 복을 기원하며 ‘세화’라는 그림을 서로 주고받곤 했다. 병풍그림과 세화는 ‘문인화’라기 보다 ‘민화’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문인화와 민화의 경계가 확연히 구분되지 않고 무엇보다 민화의 범위와 정의에 대해 지금도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아 단언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사람의 염원과 뜻이 담긴 그림은 대체로 민화에 속하는 것을 볼 때, 병풍그림은 문인화라기 보다 민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소설의 이야기를 그린 병풍그림은 민간에서도 널리 유통될 수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조선후기엔 세책방과 책쾌, 전기수 등 소설을 조선전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문화의 흐름과 함께 소설을 그린 병풍그림을 찾는 사람이 더욱 늘어났을 것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현재 많은 사람들이 만화책을 찾는 것과 같이 조선후기 이야기 병풍그림을 찾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을 것이다.
 
 
3. 예술과 문학, 역사의 상관관계
 
‘구운몽도 병풍’과 ‘삼국지연의도 병풍’을 살펴보면 문학과 역사가 예술로 표현된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대중성이 강한 소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린 병풍그림이다. 이를 통해 예술과 문학, 역사는 서로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역사와 문학을 향유하는 방법 중 하나에 예술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류의 역사를 가만히 살펴보면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역사와 문학을 꾸준히 향유해왔다. 그리고 이런 예술장르는 시간이 흐르면서 형태나 형식 등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발전해왔다. 현재 시점에서 찾아보면 영화나 공연예술이 위와 같은 인류의 역사와 문학 향유의 문화가 이어진 문화 콘텐츠다.
 
인류의 예술을 통한 역사와 문학의 향유 문화를 통해 문학과 역사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문학이 허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문학은 기록되지 못한 또 하나의 역사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문학과 예술은 작품이 생산되는 시대의 분위기와 시대적 흐름을 담고 있기에 작품의 기저엔 당시의 역사가 담겨있다고 봐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곧, 예술과 문학, 역사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고 서로 상호 보완관계에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예술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시대에, 사회에 질문을 던지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인데 이때 던져지는 질문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던지는 것이다. 문학에 담긴 염원과 역사에 담긴 삶의 지혜를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사회에, 시대에 질문을 던진다. 그러기에 예술과 문학, 역사는 톱니바퀴와 같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세상은 이 세 개의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와중에 점진적으로 때론 급박하게 변하면서 역사가 쓰이고 문명이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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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신병주, 노대환, 2005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 돌베개
조동일, 서종문, 박종성, 2012 『국문학의 역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이민희, 2023 『18세기 세책사 : 소설읽기의 시작과 유행』, 문학동네
홍선표, 최성은, 박은경, 이경미, 장남원, 주경미, 신용철, 2016 『(알기쉬운)한국미술사』, 미진사
김경복, 2014 『한국신화』, 청아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