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숭례문이 불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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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숭례문이 불탔다

홍순민(중세사 2분과)

숭례문이 불탔다. 처음에 불이 났다는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TV의 속보를 보는 초기만 해도 ‘참 큰 일이다, 큰 일이구나’ 하면서도 어떻게 저러다 불길을 잡겠지 했는데, 몇 시간 내내 헛 물질만 하다가 종국에는 불티 잔뜩 머금은 불길 한 번 뭉개구름처럼 일더니 서기 2008년 2월 10일 오후 8시 40분경부터 11일 새벽 두 시 무렵까지 버티던 기둥이 꺾이며 2층 지붕이 풀썩 주저앉고서야 그 기세를 부리던 불길은 제풀에 잦아 들었다.

  어찌한다, 어찌해야 좋단 말이냐, 참으로 뭘 어찌할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대다가 안되겠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달려간 현장은 참담하였다.

  잔불을 잡는다고 부어대는 허망한 물줄기.. 홍수라도 난듯 도로를 개울삼아 흘러가는 물줄기.. 그 불길 뒤 물줄기 속에 남은 숭례문은 참으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아,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내 인생에 이런 모습을 다 보는구나. 내 손으로 이 모습을 기록하여 남겨야겠다. 이를 악물고 뺑뺑 돌아가며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숭례문은 불이 나기 바로 전날인 2008년 2월 9일 무엇에 끌렸는지 아는 이가 찍어 놓은 모습은 이랬다. 주위 고층 빌딩에 비하면 작디 작은 건축물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나, 사람들과 비교하면 대단히 크고 위용이 있으며 잘 짜인 모습이다.

  그 “억울하다는” 노인은 어떻게 저 곳에 불을 지를 생각을 하였단 말인가? 그나마 종묘나 전철에 지르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여러 매체들은 처음에는 “사다리로 2층 누각에 올라가 시너를 뿌리로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는 참 모호하고 부정확한 표현이다. 우선, “누각(樓閣)”이라는 표현부터가 문제가 있다. 전통 건축에서 2층으로 되어 있을 경우, 1층은 각이라고 하고 2층에는 따로 이름을 붙여 누라고 한다.

  예를 들면 창덕궁 후원의 규장각(奎章閣)과 주합루(宙合樓)라든가, 지금은 2층이 없이 되었지만 대조전 뒤의 경훈각(景薰閣)과 징광루(澄光樓) 같은 것이 있다. 누각이라면 그 1층과 2층을 합쳐서 부르는 표현이 된다. “2층 누각”이라면 1층은 다른 것이고 2층이 누각인데 그 부분이 탔다는 것인지, 누각이 2층으로 되어 있는데 그중 2층 부분이 탔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숭례문은 문이다. 도성 성벽에 무지개 모양의 홍예문을 낸 것이다. 그 홍예문 주위의 성벽은 안팎이 모두 장대석 석축으로 쌓여 있고, 좀 먼 부분은 네 귀가 궁글려진, 다시 말해서 동글게 모가 깎인 사고석으로 쌓여 있다. 좀 동그란 사고석은 세종 때 쌓은 것이다.

  홍예문 주위의 석축 부분은 육축(陸築)이라고 한다. 그 육축 위에 목조 건축물을 지었으므로 이를 문루(門樓)라고 하는 것이다. 문루가 없다고 도성의 문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석축에 나 있는 홍예문에 문짝이 달려 있어 열고 닫기 때문이다. 서소문인 소의문이나 동소문인 혜화문 등은 조선시기에 상당히 오랫동안 문루가 없었다.

  그러나 문루가 있는 것이 여러 면에서 좋은 것은 당연하다. 우선 기능상 문루는 장수의 지휘소인 장대(將臺)나 회의소, 그리고 군졸들의 파수 초소로 쓰인다. 또 그러한 실제적 군사적 기능 이외에 의장 기능도 갖는다. 문루가 있는 문과 없는 문을 비교해 보시라. 어느 쪽이 더 위용이 있어 보일 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도성의 4대문과 4소문 이름이 붙은 여덟 문 가운데 문루가 2층으로 된 것은 숭례문과 흥인문 둘 뿐이고 다른 문들은 문루가 단층으로 되어 있다. 이번에 불에 탄 것은 바로 그 문루이고, 발화 지점은 문루 가운데 2층이라는 것이다.


<출처 : 오마이뉴스에서 전재>  연기가 문루의 2층, 바라보기에 오른쪽 부분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루 2층까지 가서 불을 질렀단 말인가? 사다리를 타고고 올라 갔단다. 그러나 사다리를 쓸 곳은 딱 한 군데 있다. 육축에는 계단이 나 있어서 성문을 지키는 장졸들이 오르내리게 되어 있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큰 어려움 없이 올라갈 수 있다.

  육축을 올라가면 좌우 양편에 모두 문루를 둘러싼 작은 담이 있고 거기 작은 문이 있다. 그 문은 자물쇠로 채워져 있으므로 열쇠로 자물쇠를 따야 들어갈 수 있다. 방화범은 이를 미리 알고 사다리를 갖고 올라가 그 담을 넘은 것이다.

  사다리의 용도는 그것으로 끝이다. 문루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데는 나무로 된 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 계단의 위쪽 끝부분이 2층의 마루 바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부분은 나무 판자로 막혀 있고 평소에는 다시 자물쇠로 채워져 있어 자물쇠를 따고 나무 판자를 밀어 젖혀야 2층으로 올라설 수 있다. 방화범은 이 나무 판자를 어떻게 열었을까? 이 부분이 궁금하다.

  방화범이 숙련된 열쇠 털이범이라면 이쯤이야 일도 아닐 것이나, 70 노인으로 절도 전과도 없는 것으로 보아서는 과연 그럴까 의문이다. 만약에 그 판자를 잠그는 자물쇠가 열려 있었다면 이는 관리가 허술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더구나 들리는 풍문처럼 그 곳이 노숙자들의 차지가 되어 그들이 거기서 라면도 끓여 먹고 삼겹살도 구워 먹고 배변도 했다면 이는 실로 아무런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나는 설마 그럴 리야 있겠나 믿지 못하겠다.

  여기서 무슨 수사를 하자는 것은 아니나, 불타버린 숭례문을 위해서 뭔가 생각해 보고 문제를 풀어가자면 우선 관리의 문제점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고, 관리의 허점을 밝히자면 우선 이 부분이 맨 먼저 밝혀져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