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움직인 사건들 – 현재와 대화하는 조선의 사건들 –

0
200

나의 책을 말한다 :
 조선을 움직인 사건들
– 현재와 대화하는 조선의 사건들 – 
(새문사, 2009)

신병주(중세사 2분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역사’라고 하면 과거 속의 옛 이야기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저 옛날에 일어났던 사건과 인물을 외우면서 역사는 암기 과목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인식에서는 역사는 현재와는 동떨어져 있고, 나의 삶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과거 속의 흥미 있는 이야기로만 묻힐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역사 속에 일어난 사건이나 인물, 문화적 업적 등을 찬찬히 살펴보면 놀라울 정도로 현재와 많아 닮아있음을 접할 수가 있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임을 실감나게 하는 사례들이 우리 역사 곳곳에서 발견된다. 현재의 역사와 가까운 조선시대 500여년의 역사에서는 특히 그러한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다.

필자는 시기적으로 우리 역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전통의 모습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서 비교적 친근하게 다가서는 조선시대 역사를 되짚어 보기로 하였다. 조선시대 역사의 흐름을 시대별로 포착하면서 과거의 역사가 현재까지 관통되는 사례들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역사 속의 사건과 인물들의 대응을 통하여 현재와 미래를 진단해보는 작업은, 조선후기 문예부흥을 이끌었던 정조 때의 시대정신인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일이기도 하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등을 앞두고 연례행사처럼 재현되는 정당의 이합집산은 동인과 서인, 그리고 다시 동인이 남인과 북인으로 갈라지는 조선시대의 붕당정치를 연상하게 한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으로 완전히 권력을 장악한 후에 공양왕의 양보를 받아 왕으로 추대되는 과정은 12.12 군사쿠테타로 실권을 장악한 전두환 세력이 최규하 대통령을 압박하여 하야시킨 후에 대통령으로 즉위하는 과정과 상당히 닮아 있다.

  조광조나 정여립의 실패에서는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토양은 예나 지금이나 척박하였음을 되새겨 본다. 이미 후계자로 지명된 맏아들 양녕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세종을 후계자로 지명한 태종의 선택은 ‘왕자의 난’과 같은 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한꺼번에 씻을 수 있게 하였다. 현재 정치권에서 시도되고 있는 후계자 지명권 또는 대통령의 복심(腹心)과 관련하여 결코 옛 이야기로만 돌릴 수 없는 부분이다.

필자는 이 책에서 사건을 중심으로 한 조선시대사의 흐름을 현재적 관점에서 되새겨 보는 방식을 취해 보았다. 역사는 박제화된 박물관 속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에도 꾸준하게 되살아나는 역사가 될 때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성계의 위화도회군과 1623년의 인조반정에서는 1961년의 5.16 군사쿠테타와 1979년의 12.12 군사쿠테타를 떠올렸고, 조광조가 추진했던 급진적인 개혁 노선과 그 실패에서는 최근에도 화두가 되고 있는 386세대의 정치 참여와 개혁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부정과 비리가 얼룩진 전직 고위 관료층의 치부가 드러날 때면 뇌물을 받은 관리의 자손에 대해 영원히 과거 응시를 금지시키고, 요즈음 인사청탁과 유사한 분경(奔競) 금지를 법전에 규정한 사례와, 1430년 토지 세법을 정할 때 17만 여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투표를 실시한 사례에서는 정치의 투명성과 민본을 위해 노력한 세종시대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를 현재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을 생각해 보았다.

필자는 대학 강단에 서면서 학생들에게 조선시대 역사를 강의한 강의노트와 학생들의 반향이 컸던 주제, 「TV조선왕조실록」이나 「역사스페셜」, 「한국사 전(傳)』, 「역사추적」과 같은 프로그램을 자문하면서 특히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던 소재 등을 중심으로 본 책을 채워 보았다.

  특히 조선시대 역사 속에서 현재적 의미를 최대한 부각시키려고 한 만큼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를 계속해보는 계기로 삼는다면 무엇보다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2006년 11월부터 2009년 2월까지 한국역사연구회의 웹진에 책의 제목과 같이 ‘조선을 움직인 사건들’이라는 제하로 연재한 글들의 내용을 일부 수정, 보완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지면을 빌려 준 한국역사연구회와 웹진 관계자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