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발표회 후기 – 조선시대 ‘공’담론의 새로운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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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발표회 후기]

조선시대 ‘공’담론의 새로운 모색


김백철(중세2분과)


일시 : 2013년 9월 28일(토) 13시~18시
장소 :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 6층 첨단강의실
주최 :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한국역사연구회
후원 : 한국연구재단
발표 :
사회 : 이영호(성균관대학교)

1. 고려~조선초 공(公)・사전(私田)의 개념과 왕토사상
발표 : 이상국(아주대학교)   토론 : 이정호(고려대학교)
2. 조선전기 ‘공도(公道)’의 용례와 지향성
발표 : 이근호(한국학중앙연구원)   토론 : 송웅섭(서울대학교)
3. 18세기 ‘공(公)’담론의 구조와 그 정치․경제적 함의
발표 : 송양섭(충남대학교)   토론 : 김백철(서울대학교)
4. 조선후기 수령의 지방재정 운영과 공사(公私) 관념
발표 : 권기중(한성대학교)   토론 : 문용식(전주대학교)
5. 19세기 수렴청정의 공(公)과 사(私)
발표 : 임혜련(숙명여자대학교)   정해은(한국학중앙연구원)
6. 한말 유림의 공사(公私) 인식 – 공덕(公德)을 중심으로 –
발표 : 정욱재(우송대학교)   노관범(한림대학교)

 


   지난해(2012) 말부터 새로운 담론 연구를 고민하는 연구모임이 준비되고 있었다. 각 분야별 기초성과들을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재조명해보고자 하는 시도가 ‘공(公)’과 ‘사(私)’개념에 대한 재검토로 조심스럽게 옮아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금년(2013) 초 ‘공과 사 문화사 연구반’이 현실화되면서 그동안 정기적인 세미나를 가져왔다. 필자는 학술대회 당일 토론자가 되어서 모처럼 전체 발표와 개별토론 하나하나를 자세히 경청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에, 간단한 참관기를 남기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에 아래의 논평은 비(非)연구반원으로서 느낀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평임을 밝혀둔다.


제1주제는 이상국 선생님의 ‘고려~조선초 공․사전의 개념과 왕토사상’이다. 발표자는 연초부터 고려시대 연대기 전체를 대상으로 공과 사의 개념 규정에 대한 기초분석을 충실히 해왔고, 이번발표에서는 그 중에서 토지제도에 초점을 맞추어서 공전과 사전 개념의 재검토를 진행하였다. 이는 비단 공사개념의 추적뿐 아니라, 수십 년간 논쟁이 되어온 고려시대 토지제도의 재조명이라는 측면에서도 주요하였다. 이날 주목되는 시선은 아무래도 기존에 공전과 사전으로 양분하는 개념을 넘어서서 왕토라는 전체 틀 속에서 공전과 사전 사이에 위치하는 중층적인 형태의 토지를 상정해보고자 한 시도이다. 더 나아가 이것을 고려와 조선의 가장 대별되는 차이로까지 제시하여 고려시대 토지제도의 성격으로까지 구체화하고자 했다.

   제2주제는 이근호 선생님의 ‘조선전기 ‘공도(公道)’의 용례와 지향성’이다. 발표자는 조선시대 연대기 전체를 대상으로 공도(公道) 및 공론(公論)을 추적하였고 그 중 활용양상이 두드러지는 조선전기를 대상으로 개념화를 시도하였다. 이 과정에서 법(法)집행의 문제에서 사죄(私罪)인식, 공론의 주체로서의 사림(士林), 기복(起復)을 통한 공사(公私)관념의 형성 등을 주요한 사례로서 제시하였다. 이 발표는 공도(公道) 연구의 서막을 알리는 글로서 향후 구체화된다면 개념사 연구의 주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제3주제는 송양섭 선생님의 ‘18세기 ‘公’담론의 구조와 그 정치․경제적 함의’이다. 이 글에서 주목되는 점은 우선 18세기 비총제 운영에 대하여 총체적인 해석과 시각을 제시하였으며, 다음으로 국왕과 관료들의 정치의식에 대해서도 정밀한 천착이 이루어졌고, 마지막으로 사회경제사와 정치 사상사를 아울러 공사(公私)담론을 재구축하였다는 사실이다. 18세기에는 동일한 위정자 그룹이 자신의 정치의식을 갖고서 사회경제정책을 추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가 전공영역간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여 통섭적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데, 양자를 모두 심도 깊게 검토한 연구 성과가 발표된 것은 연구사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제4주제는 권기중 선생님의 ‘조선후기 수령의 지방재정 운영과 공사(公私) 관념’이다. 이 발표는 암행어사의 서계를 통해서 19세기 지방을 통치하는 수령의 성격과 위상을 재검토해보는 계기를 마련해볼 것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기왕의 논의에서 19세기는 정해진 틀에 의해서 재단되어왔으나, 이러한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각각의 사례별로 장단(長短)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인식이다. 특히 수령의 평가에 대해서도 부세체제가 변동되어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을 한 영역과 개인의 탐오를 각기 나누어보고자 한 방식도 흥미로운 접근법이다. 19세기 연구는 그동안 이미 정해진 결과에 맞추어 국망(國亡) 직전의 혼란상만을 소급 적용시켜왔다. 이 발표는 그동안의 연구관행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제5주제는 임혜련 선생님의 ‘19세기 수렴청정의 공(公)과 사(私)’이다. 이 연구는 수렴청정의 형태를 구체화해서 공사(公私)의 개념을 적용시켜보고자 하였다. 여기서는 대왕대비의 지위의 공(公)과 사(私), 수렴청정의 공적 요소, 수렴청정 시행의 실제 모습, 그리고 공사의 혼재양상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있다. 이러한 설명은 수렴청정의 실제 모습을 형상화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제6주제는 정욱재 선생님의 ‘한말 유림의 공사(公私) 인식: 공덕(公德)을 중심으로’이다. 이 발표는 20세기 초 유림의 공사 관념의 변화상을 탐색하기 위해서 신문 및 잡지 등에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공덕’에 주목하였다. 이 과정에서 양계초의 사상과 국내 개신유림의 수용양상, 그리고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서 공덕과 공담론의 변화양상을 검토함으로써, 근대 공(公)관념의 형성과정을 추적하여 전근대와 식민지시기의 단절된 공백을 메워보고자 시도하였다. 근대 개념어의 인식과 변화과정에 대해서 많은 참고가 된다.


公私 혹은 公共性에 대한 담론은 최근 국내외에 폭넓게 논의되고 있는 주요 논제이다. 연구반이 신설된 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공동학술대회까지 개최한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임에 틀림없다. 특히 연구반의 다수가 사회경제사 전공자이며 정치․사상사 연구자가 일부 참가하는 형태를 띠고 있는 상황에서 이만큼의 개념사 연구가 진척되었다는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대개 공사담론은 그동안 정치사 혹은 사상사의 영역으로 치부되어왔으나 정작 직접 연관될 듯한 필자와 같은 전공자들은 거시담론의 무게를 감당해내기가 두려워하여 일정한 거리를 두며 숨어온데 반하여, 이 연구반은 매우 용감한 선택을 하였다. 더욱이 사회경제사의 흐름과 정치사상사의 궤적을 하나의 시대적 산물에서 재조명해보고자 하는 노력은 앞으로의 학계 연구방향에도 일정한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