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하늘이 통곡할 일이에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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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통곡할 일이에요 (1)

한상권(중세사 2분과)

1. 덕성여대를 사람답게, 교수답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듭시다

10월 1일 학생 비상총회가 끝날 즈음인 오후 5시, 교수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빈 강의실에 모여 들었다. 교수협의회(교협) 결성을 위한 모임이었다. ‘93년 평교수협의회가 외압에 의해 와해된 지 4년 만의 일이다. 덕성에서 교협을 결성한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학교 인사규정은 “불순한 목적으로 학생들 선동하거나 파벌을 조성하고 학내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자”는 재임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하였다. 또한 “정치활동 또는 노동운동을 하거나 교직원 또는 학생을 선동하여 학내질서를 문란하게 한 때”면 징계처분 한다고 하였다.

  교협 결성은 ‘파벌 조성’ 이나 ‘교원 선동’ 행위로 간주되어 징계 또는 해임 사유가 될 수 있었다. ‘덕성에서 교협이 결성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은 이 때문이었다.

교협은 발기문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입니다. 덕성여대를 사람답게, 교수답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입니다”라며 동료 교수들의 참여를 호소하였다. 그러나 많은 교수들이 우리가 정말 모일 수 있을까, 교협이 과연 결성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교협에 들었다 밉보이면 승진은 물론 자칫 잘못하면 재임용조차 안 될지 모르니 가입을 주저하는 것은 당연했다.

  교협 출범에 결정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은 학생들 움직임이었다. 학생 비상총회에 3,000 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하는 덕성 초유의 사태에 고무되어, 40 여명의 교수들이 창립총회에 참석하였다. 초대 회장 박범수 교수(철학과)는 교협 결성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진 1> 인터뷰: 부활한 덕성여대 교수협의회 박범수 회장 (교수신문 124호, 1997.11.10, 백서 3-2, 479쪽).

우리 덕성여대 교수협의회는 ‘90년 성낙돈 교수 재임용탈락과 관련한 투쟁을 벌였고, 그 해결과정에서 강제 해체되었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 교수들은 그 패배의식과 박원국 전 이사장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초기 한상권 교수의 외로운 싸움을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이대로 침묵할 수만은 없다는 결연한 의지로 비대위 교수들이 앞장서 싸웠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교수협의회를 다시 부활시키기에 이르렀다.

  창립총회를 치룬 다음날 교협은 성명서를 발표하여, 김용래 총장의 사퇴는 이사장의 독단과 횡포에 대해 항의하는 사퇴이며 동시에 그것을 학내외에 고발하는 사퇴인 것이므로 김용래 총장을 다시 총장직에 복귀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사회를 압박하였다.

  또한 법인 이사회에서 권순경 교수를 총장 직무대리로 선임한 것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다. 권순경 교수가 최근 총장퇴진 서명운동을 주동했을 뿐만 아니라 1990년에는 인사위원장으로서 성낙돈 교수의 재임용 탈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사진 2> 박이사장 퇴진운동 확산…“신임총장 인정 못한다” (교수신문 122호, 97.10.13, 백서 3-2, 444쪽)

이날 교협은 ▶교육부의 박원국 이사장 즉각 해임 ▶학교당국의 기형적인 학부제 전면 철회 ▶법인 이사회의 김용래 총장의 사직서 즉각 반려 ▶박원국 이사장의 한상권 교수 즉각 복직 등을 요구하면서 항의농성에 돌입하였다.

  이날 이후로 ‘박원국 이사장 퇴진’이라는 구호가 교수들 입에서 거침없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교협회장의 말처럼 그동안 이사장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말은 못했지만, 사람답게 교수답게 살 수 있으려면 이사장이 퇴진해야 한다는 것이 교수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던 것이다.
2. 우리의 목표가 관철될 때까지 절대 농성을 풀지 않을 것입니다

무기한 수업거부가 결의되면서 학생들이 실천투쟁을 위해 교문 밖으로 진출하였다. 무기한 총파업 투쟁 첫날인 10월 2일, 아침부터 민주 마당에 이천 오백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2차 비상총회 보고와 총파업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교수들과 함께 가졌다.

학생들은 ▷박원국 이사장 즉각 퇴진 ▷학원 3주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적 협의체 건설 ▷전면학부제 철폐 ▷한상권 교수 즉각 복직 ▷94년부터 부당 적립한 312억 학교발전에 사용 ▷박원국 이사장이 임명한 권순경 총장 직무대리 사퇴 등 6개의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총파업투쟁을 사수할 것을 결의하면서 교육부 항의방문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전투경찰과 백골단의 원천봉쇄로 광화문 거리에서 대 시민선전전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선전전이 끝난 후에 각 단대별 정리 집회를 가지려 하였으나 무장한 전경과 백골들이 에워싸고 학우들을 위협하였다. 장소를 동국대로 옮겨 정리 집회를 진행하려 하였으나 역시 경찰이 지하철역에서 불심검문을 하면서 정리 집회를 가로막아 이후의 투쟁을 결의하면서 해산하였다.

  한 학생이 이날의 대치상황을 학교 인터넷에 올렸다.

이렇게 모인 덕성인들은 우리의 이 같은 상황과 의사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교육부에 전달하고자 교육부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전경대에 의해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덕성인 모두가 분노하였습니다. 우리는 평화 시위를 하고자 하였던 것인데 전경들은 무장을 하고 우리와 대치하였기 때문입니다. 10분 이내로 해산하지 않으면 최루탄을 발사하겠다는 협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덕성인들은 겁내지 않았습니다.(97.10.2 Adict)

10월 3일(금). 연후 첫날인데도 등교투쟁을 하여 아침 10시부터 민주동산으로 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이 날은 총학생회 차원이 아닌 각 단대별 집회를 가졌다. 단대별 분임토론과 간단한 결의대회를 마친 후 200여 명의 학생들이 이사장이 머물고 있는 신라호텔로 향하였다.

  이번에도 경찰이 지하철역(동국대역) 출구를 막고 검문검색을 강화하였으며,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전경들이 호텔을 둘러싸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심지어는 사복 체포 조와 전경들이 귀가하려는 학생들을 겹겹이 둘러싸고 폭력적인 언사를 구사하면서 연행할 듯 하는 태도를 보여 학생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다.

  신라호텔 주변 지하철 역, 버스 정류장을 전투경찰과 백골단이 원천 봉쇄하였다. 경찰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몇 명의 선봉대가 항의서한을 가지고 신라호텔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선봉대는 이사장을 만나기도 전에 호텔 지배인에게 항의 서한을 빼앗기고 말았다.

호텔 진입에 실패한 150여명의 학생들이 동국대 부근에서 항의 집회를 갖고 거리선전전을 진행하기 위해 행진을 하던 중 전경들이 에워싸고 몰아붙이는 바람에 흩어져 정리 집회도 못한 채 마무리 되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경찰이 이사장 개인의 안위를 위해 사사로이 고용된 사병처럼 행동하였다.

  이에 재임용제 개선추진위가 성명서를 발표하여 “평화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려는 연약한 여학생들을 상대로 수많은 전경과 백골단을 동원하여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문민정부 하에 경찰이 할 수 있는 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내무부장관과 경찰청장에게 책임자 문책과 재발방지를 촉구하였다. 이날 학생들의 항의방문 이후로 박원국 이사장은 숙소를 신라호텔에서 리츠칼튼 호텔로 옮겨야만 했다.

4일 이후로는 총학생회가 아예 학교 밖에서 집회를 개최하여 학생들이 쌍문동 교정까지 오는 수고로움을 덜어주었다. 첫 외부집회는 종묘공원에서 가졌다. 연휴 둘째 날인 4일(토) 오후 2시 덕성여대 학생과 교수, 시민단체가 합동으로 종묘공원에서 집회를 가진 후, 단대별로 학교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선전전을 가졌다.


<사진 3> 이사장 퇴진 요구 종묘집회 (감미옥설농탕 부근) 

종묘공원 집회 상황을 서울신문이 보도하였다.


<사진 4> 덕성여대생 7백여 명 이사장 퇴진 요구 집회 (서울신문 1997.10.5, 백서 3-2, 427쪽)

덕성여대 학생 7백여 명은 4일 하오 서울 종묘공원에서 박원국 재단 이사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학생들은 “교수임용 등에서 들어난 재단의 전횡으로 학교가 휴업사태까지 맞았다”면서 “박이사장 퇴진만이 학교운영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4일 종묘공원 집회가 열리기 직전인 오후 1시, 학내에서는 또 다른 투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40여 명의 학생들이 2층 행정동 담벼락을 타고 창문을 통해 들어가 이사장실을 기습 점거한 것이다. 학생들은 이사장실 점거농성을 하면서 ▶한상권 교수님 즉각적인 원상복직 ▶민주교수 압살주범 권순경 등 어용교수 퇴진 ▶학원독재 비리주범 박원국 이사장 퇴진 ▶어용이사 퇴진과 관선이사 파견 ▶사학비리 원흉 박원국을 비호하는 이명현 교육부장관 퇴진 등 다섯 가지를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사진 5> 덕성여대생 이사장실 농성 (한겨레 97.10.6/덕성여대생 이사장실 점거 농성, 한국일보 97.10.6, 백서 3-2, 431쪽)

이날 이사장실을 점거한 학생들은 총학생회 소속이 아니라 [비리주범재단이사장퇴진과덕성학원정상화를위한재학생비상대책위원회](재학생 대책위원회) 소속 학생들이었다. 사학과와 영문과가 주축이 된 재학생 대책위원회는 1학기 동안 활동하였던 [한상권교수님복직을위한재학생비상대책위원회]를 2학기가 시작되자 새롭게 확대 개편한 투쟁조직이었다.

  재학생 대책위원회위는 개강을 맞아 각 학과 대표들이 주체로 서게 되고 간사, 사무국, 선전국, 조직국을 두는 등 대폭 확대되었다. 위원장으로는 국문학과 부학생회장이 선임 되었다. 재학생 대책위원회는 9월 5일 출범식에서 ‘이사장 퇴진과 학원정상화를 위한 덕성인 결의대회’에서 5천 학우가 당당한 주체로 나서서 박원국 이사장 퇴진과 어용교수들 징계, 그리고 한상권 교수님 복직 등을 통해 덕성학원의 정상화와 민주화를 이루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재학생 대책위원회는 이사장실을 점거 농성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지난 3월을 생각해 봅니다. 사학과 한상권 교수님께서 재임용에 탈락되었다는 소식에 덕성의 모습이 어떠했는가를…

  한상권 교수님 복직이란 말은 수많은 정치적 난제 속에서 표류하던 학생회의 갖가지 구호 속에 겨우 하나 들어가도 고마워하고,

  이사장과 측근 어용 교수의 기만책에 속아 한상권 교수님 복직 투쟁을 접기로 하던 날, 절망과 실의에 목 메이게 울었던 사학과 친구들을 말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굴하지 않고 한상권 교수님이 출근투쟁을 감행하시면서부터 목숨 줄을 걸고 함께 일어서셨던 의로운 교수님들, 그리고 조금 씩 조금 씩 열을 올리던 수많은 덕성인들, 그리고 오늘의 우리를 말입니다.

  누구하나 오늘을 예상할 수 있었겠습니까. 오로지 조건 없는 당위와 진실로서 예까지 온 우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앞으로의 일 보, 십 보, 백 보의 전진뿐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사장실 점거를 결행하는 바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목표가 관철될 때까지 절대 농성을 풀지 않을 것이며, 교수님들과 학내 양심 있는 모든 세력과 사회 제 단체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을 밝히고자 합니다.


<사진 6> 우리는 왜 행정동 점거 농성에 들어갔는가 (백서 3-1, 261쪽)

“한상권 교수님 복직이란 말은 수많은 정치적 난제 속에서 표류하던 학생회의 갖가지 구호 속에 겨우 하나 들어가도 고마워하고,”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재학생 대책위원회는 총학생회와 투쟁노선이 달랐다.

  양자 간의 차이는 총학생회가 97년 하반기 학원자주화투쟁 결의대회를 9월 4일 갖자 재학생 대책위원회가 그 다음날 출범식을 갖은 점, 학내 투쟁을 총학생회가 ‘학원자주와 투쟁’이라고 부르는 반면, 재학생 대책위원회는 ‘학원민주화 투쟁’이라고 부르는 점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투쟁목표를 들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총학생회가 학원자주화 투쟁의 핵심을 학부제 폐지와 민주적 협의체 건설에 두고 있는 반면, 재학생 대책위원회는 학원민주화 투쟁의 핵심을 한상권 교수 복직과 관선이사 파견에 두고 있었다.
3. 전면 학부제 실시, 덕성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96년 덕성여대가 교육개혁 추진실적 우수대학으로 선정되었다. 교육부가 교육개혁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학부제를 덕성여대가 전면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었다.


<사진 7> 본교 97년부터 학부제 전면 실시 (덕성여대신문 96.10.28, 평협백서 503쪽)

‘97년부터 도입되는 전면 학부제에 대해, 교무처장은 “21세기를 슬기롭게 살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교양인의 육성이라는 교육이념과 열린교육 실천, 그리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전공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시한다”고 시행목적을 밝혔다. 박원국 이사장 등 교수ㆍ 직원 250여 명이 참석한 자축행사에서 주영숙 총장은 본교가 교육개혁 우수대학에 선정된 것은 교양교육과 여성교육이라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총학생회가 자축행사가 진행되는 자리에 “허울 좋은 교육개혁 철회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나타나 항의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학교당국이 졸속적으로 학부제를 시행하는 것은 교육부에 잘 보이기 위한 것일 뿐이며, 학부제 시행으로 인기학과만 살아남게 되어 대학이 취업양성소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하였다.

  교무처장이 나서서 “학교운영은 학교당국이 하는 것이니 학교를 믿고 따라야 한다.”고 설득하자, 총학생회는 “교육을 받고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배제된 채 경영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대학이 운영된다면 이는 대학이 교육이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전락한 것”이라며 맞섰다.

  ‘97년 덕성여대는 인문대와 사회대를 하나의 학부로 묶어 인문사회과학대학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대학요람을 통해 ’98년부터는 인문ㆍ사회대에 자연대까지 합쳐 전면학부제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학부제는 중첩성이 강한 유사학과나 인접학문들을 하나의 학부로 통합함으로써 교육의 효율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제도였다. 학부제 도입과 이에 따른 학과 통ㆍ폐합은 여러 가지 보완제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고려가 요구되었다. 덕성여대가 추진하는 학부제는 학생들이 특정학과에 속하지 않는 무 전공, 무 학부 입학제도로 대학원 중심의 대학을 전제로 하는 미국식 University College를 모델로 삼은 것이었다.

  그러나 학부중심인 덕성의 현실을 감안할 때 학문적 유사성을 찾기 힘든 인문사회과학대학 21개 학과 전공의 전면통합을 비롯하여 향후 무 전공 입학 제도를 전제로 한 학부제 실시는 많은 물의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덕성여대가 도입한 전면 학부제는 몇 가지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첫째, 대학 모형 선택의 오류

  덕성여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무 전공, 무 학부 입학제도는 학자가 되고자 하는 학부과정의 학생을 위해 특정 학과에 소속되지 않고 학생이 자유롭게 폭넓은 교육을 받게 하는 대학 모형으로 대학원 중심 대학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덕성여대는 학부중심 대학인데도 불구하고 대학 모형 선택에 있어 전적으로 미국식 학부제를 모델로 하고 있어 대학모형 선택의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둘째, 학과 통ㆍ폐합 원칙의 결여

  학과(전공)의 통ㆍ폐합은 중첩성이 강한 유사학과나 인접학문들을 하나의 학부로 통합함으로써 교육의 효율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덕성여대는 학문적 유사성을 찾기 힘든 인문사회과학대학 21개 전공의 전면 통합을 비롯하여 향후 무 전공 입학 제도로 자연대까지 통합하려 하고 있었다. 학부제는 양적 변화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으며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그 궁극적 목적이 있는 만큼 학과의 통ㆍ폐합은 원칙하에 신중히 고려되어야 하는 문제였다. 

  셋째, 수요자 중심 교육, 다양한 전공 체험이 될 수 있다는 가정의 오류

  학과 통ㆍ폐합과 학부제 도입에 따라 각 대학은 여러 가지 보완제도를 마련하여 대학의 특성을 살려나가고 있다. 덕성여대는 3학년 진급 시의 전공배정에 관한 아무런 원칙도 세우지 못하고 있었으며, 졸업 이수학점의 급격한 하향조정(140학점에서 120학점), 그에 따른 파격적 최소전공 인정학점(30학점), 수강신청 제한(1학기 17학점) 등으로 실제 다양한 전공영역에 접하기 힘들게 하고 있었다.

  그 위에 전공강좌 100명 이상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분반 기준이 없어 강의실 사정이 허락하는 한 대단위 강의가 양성화될 수밖에 없고, 폐강기준 등이 하향 조절되지 않는 한 학생들의 요구가 소수인 많은 과목에서 폐강사태가 속출할 수밖에 없었다.

  넷째, 구성원 의견수렴과정의 결여

새로 도입하는 학부제는 교수, 학생, 학교당국 등 학내 구성원간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하여 제도화 되어야 했다. 덕성의 학부제는 학부제도입을위한위원회의 건의안을 무시한 채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

  덕성의 학부제는 앞에서 지적한 운영상의 여러 문제를 포함하여 비인기 전공에 대한 대책이나 책임시수의 문제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도입ㆍ 시행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덕성의 학부제는 교수와 학생 등의 의견은 배제한 채 학교당국과 법인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이므로 교육주체와의 갈등이 노정될 수밖에 없었다.

  ‘96년 잠재되었던 학부제 시행을 둘러싼 갈등이 ’97년 학원자주화투쟁을 계기로 불거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9월 4일 2학기 개강과 함께 총학생회 주체로 ‘97년 하반기 학원자주화투쟁 결의대회가 민주동산에서 열렸다. 3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개강 첫 집회에서 총학생회는 ’97년부터 전면적으로 실시된 학부제의 문제점을 통렬히 비판하였다.

  내년에는 전면적인 교육개방이 됩니다. 교육개방의 파고에 맞서 국내 대학들은 대학의 발전전망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개혁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덕성재단과 학교당국에서 제시하고 있는 덕성발전의 전망은 “21세기를 슬기롭게 살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교양인의 육성”입니다. 이것이 무슨 뜻이겠습니까?

모든 과를 하나의 학부-말이 학부제지 완전히 학문의 영역을 무시한 전체 통합-로 묶어 교양과목 커리를 다양화해서 자기 전공에 대한 학문적 깊이보다는 교양 있는 덕성 인으로 육성하고 나머지 특성화시킬 수 있는 과나 학문만을 선별하여 집중 키워내겠다는 것이 덕성재단과 학교당국의 덕성발전의 마스터플랜인 것입니다. 그리하여 결국은 특성화된 과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과는 점차적으로 폐과시키거나 아니면 외국대학의 부설대학으로 덕성의 이름을 팔아버리는 것이 이들의 계획인 것입니다.


<사진 8> 현 덕성 학내 사태와 97년 하반기 학원자주화 투쟁에 대한 13대 총학생회 입장 ( 백서 3-1, 237쪽)

  총학생회는 전국의 모든 대학이 학부제 실시로 인한 폐해 때문에 학부제 확대를 주저하고 있는데 유독 덕성만이 검증되지 않은 전면 학부제 실시를 고집하고 있다며, 학문적 성격과 상관없이 인문대와 사회대에 자연대까지 하나로 묶는 전면 학부제는 덕성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하였다.

총학생회는 철학전공에 전산전공을 하나의 학부로 묶으려는 덕성의 학부제는 강아지도 비웃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누가 봐도 웃음거리인 인사학부로의 통합을 왜 교육부에서는 교육개혁추진 우수대학으로 선정한 것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고 하였다.

 

  또한 학교당국과 재단이 전면 학부제를 실시하는 것은 덕성인의 학문적 지향이나 요구는 둘째치더라도, 덕성을 대학다운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아예 덕성을 돈주머니로 생각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총학생회는 전문적 연구와 강의로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할 교수들 강의가 교양과목처럼 대형 강의로 전환되고, 학과가 없어짐에 따라 가뜩이나 적은 교수들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며, 학생들은 자기 전공도 없이 고등학교 때처럼 하루 종일 대형 강의나 들으러 다니며 방황하는 모습들이 바로 전면 학부제를 실시하고 있는 현 덕성의 모습이라고 하였다.

  총학생회는 학교당국과 재단이 자신들 외에는 어느 누구도 덕성발전에 대한 언급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자신들이 그려놓은 덕성 이후의 전망에 방해가 되는 세력은 가차 없이 자르려고 하는데, 그 단적인 예가 한상권 교수님 재임용탈락이라고 하였다.

  이날 출범식에서 총학생회는 “학교당국과 재단은 전면적인 학부제 시행을 철회하고 현재 진행 중인 학부제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학생과 교수님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한 학부제 협의회를 건설”을 촉구하였다. 학부제 폐지와 민주적 협의체 건설이 총학생회의 학원자주화 투쟁목표였던 것이다.
4. 학부제 실시의 이면에는 교수들의 숫자를 줄여나가려는 음모가 숨어있다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교수들도 9월 11일 김용래 총장 주재로 열린 4차 교수회의에서 비로소 학부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학부제 실시를 전면 중단할 것을 총장에게 건의하였다. 이날 교수회의를 시발로 교수들은 학부제 폐지를 위해 학생들과 연대투쟁을 시작하였다.

  교수들은 더 이상 모든 것을 학교 측에만 맡겨둘 수 없다며 총학생회에 공청회를 제안하였다. 9월 23일 “5000과 교수님이 함께 찾아가는 학부제 공청회”가 10여 명의 교협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예술대 학생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청회에서 교수들은 덕성여대의 학부제가 현재의 추세대로 진행된다면, 거의 모든 강의가 대형 강의로 전환되고 많은 중요한 강의가 폐강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학부제 실시 이후 30점 밖에 안 되는 전공이수학점으로 인해 경쟁력 없는 졸업생이 배출될 것이라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약대의 경우 전면학부제 시행에서 제외된 것을 보면 이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학부제 실시로 대형 강의가 양산되고 미흡한 교수 확보율로 강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학생들의 전문성 약화로 대학 경쟁력이 떨어지므로 학부제는 전면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 교협 교수들의 주장이었다.

반면 학교측 입장을 옹호하는 이들은 익명의 괴문서를 통해 학부제가 나쁘다는 주장은 교수 권한만을 내세우고 시대 변화를 거꾸로 돌리려는 마음 좁은 이기심의 발로일 뿐이라며  반박하였다.

학부제가 학생들에게 나쁘다고 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니라 학부제로 인해 수강학생들이 줄어들 위기에 놓인 과목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입니다 이런 현상은 덕성여대만이 아니고 교육부의 학부제 추진을 반대하는 다른 여러 대학의 일부 학과 일부 교수들의 주장과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자기 밥줄이 위태해 질까 봐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을 선동하여 학부제를 반대하자는 교수들이 과연 학생들 편일까를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학부제를 처음 시행하는 데 부족함과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개선방법을 찾아보자는 것과 무조건 철폐하자라는 주장 사이에는 그 동기가 학생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 교수를 위한 것인 지가 분명한 일입니다.

교협 교수들 역시 총학생회와 마찬 가지로 ‘97년 전면 학부제실시와 한상권 교수 해직이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우리 덕성여자대학교는 이제까지처럼 파행적 운영을 되풀이 하며 과거로 퇴행하느냐, 아니면 학교를 정상화시켜 미래를 향한 전진을 시작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섰다. 그리고 그 관건이 되는 문제 중의 하나가 올해부터 실시된 기형적인 학부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우리 교수들은 지난 2월말 학교당국에 의해 강행된 한상권 교수에 대한 재임용 탈락 조치가 바로 이 학부제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다.… 즉 학부제 실시의 이면에는 지금도 절대 부족한 교수들의 숫자를 더욱 줄여나가려는 음모가 숨어있는 것이며, 한상권 교수의 재임용 탈락은 기구개편에 의한 무더기 인사조치의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사진 9> 우리 교수들은 왜 농성에 돌입하는가? (백서 3-1, 627쪽)

  학교당국이 전면적인 학부제를 밀어붙이기 위해 저항의 핵이 될 한상권 교수를 사전에 해직시켰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학생과 교수가 전면 학부제 실시에 대해 반발하자 학교법인 덕성학원은 10월 14일 이사회를 열어 학부제 실시를 유보할 것을 의결하였다. 이날 이사회에서 조영식 이사가 “학부제는 학생 및 교수들의 반대 의견이 많고 현재 학원 내 소요의 원인이 되고 있으므로 학부제 시행을 중심으로 하는 이번 학칙 개정은 유보하는 것이 좋겠다”고 발언하자 이사 전원이 찬성하여, 학부제 관련 조항, 복수전공제 실시에 따른 학점이수 기준 조정 등과 관련된 학칙개정안을 유보하기로 의결하였다.

  이사회 결정에 따라 대학에서도 학부제를 전면 폐지하고 1998학년도 신입생은 학과 단위로 선발한다고 21일 공지하였다. 학교당국은 그동안 학교정상화를 위해 많은 교수들과 의견 교환을 한 결과 현행 학부제에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많아 내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종전의 학과별 모집제로 환원하기로 하고 이 내용을 교육부에 제출하였다고 하였다.


<사진 10> 덕성여대 학부제 전면 폐지 (서울신문 97.10.22, 백서 3-2, 455쪽)

덕성여대가 학부제를 ‘98년부터 학과제로 전환하겠다고 보고하자, 교육부가 난색을 표하고 학부제 폐지 이후 대안을 마련하여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교육부는 이미 ‘97학년도부터 전면 시행해온 학부제를 일시에 중단할 경우 교육과정 운영 등 기존 학생들의 수업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신입생과의 갈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며 시행과정상 문제점이 있는 일부 학부에 대해서만 학과로 전환하는 등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다.

  교육부는 특히 학부제를 전면 폐지하게 되면 다시 학부로 전환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우므로, 이로 인한 학생 및 교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학원정상화 차원에서도 점진적ㆍ단계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이처럼 교육부가 전면에 나서 반대함으로써 학부제 폐지가 어렵게 되자, 교협은 현재 실시되고 있는 기형적인 전면 학부제를 중지하고,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2년 전에 실시하였던 소학부제(약학과와 제약학과를 합친 약학부, 서양학과와 동양학과를 합친 회화학부, 경영학과와 회계학과를 합친 경영회계학부, 수학과와 통계학과를 합친 수학통계학부)를, 총학은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학과제를 학교당국에 건의하였다.

  그러나 학교당국은 교협과 총학의 중재안을 거부하고 전면 학과제로 간다고 계속 주장하여 교육부의 반대를 유도하였다. 그러면서 교육부에는 학부제가 문제점이 있어서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들이 무조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하였다.

  11월 10일 교육부가 ’98년도에는 우선 현행대로 학부제로 시행하고 학과 전환에 대해서는 대학의 정상화가 이루어진 다음에 충분한 의견을 수렴한 후 그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학교에 최종 통보하였다.


<사진 11> ‘98학년도 학생정원조정 통보 (교육부 1997.11.10, 백서 3-2, 70쪽)

  학교당국은 교육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전면 학과제를 고집함으로써 현행 전면 학부제를 계속 유지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결국 학교당국의 교묘한 이중 플레이로 학부제 폐지 투쟁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5. 덕성여대신문은 왜 발행하는가?

학부제 폐지 방침을 밝힌 이후 학교당국은 학생들 수업 복귀에 총력을 기울였다. 학교당국은 투쟁세력 내에 존재하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간파하고, 그 폭을 최대한 벌리려고 노력하였다. 그 선봉에 학교신문사가 나섰다. 11월 3일자(403호) 덕성여대신문 기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현재 학내 사태는 ‘한상권 교수 복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요구안이 수용된 상태다. 따라서 비대위(교수비상대책위원회)와 재대위(재학생 대책위원회)는 ‘한상권 교수 복직’을 외치며 재단퇴진투쟁을 계속 전개해 나갈 것으로 보이며, 학부제 폐지와 이사진 개편, 민주적 협의체 구성 등의 성과를 얻은 총학은 수업정상화로 학원자주화투쟁을 일단락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부제가 철폐되어 요구가 달성되었으므로 교협과 총학은 투쟁을 접을 것이며, 비대위와 재대위만 남아서 한상권 교수 복직 문제를 내걸고 계속 투쟁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학교신문기사는 교수와 학생 사이의 견해차가 크며,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생회와 교수를 대표하는 교수협의회는 성과를 다 얻어 투쟁을 끝내려고 하는데, 일부 극단적인 비대위 교수와 재대위 학생들만이 그것을 막고 있는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신문기사내용에 대해 재학생 대책위원회가 명백한 ‘악의적 분열 조장’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것은 단지 싸우는 주체들을 분열시키는 의도뿐만 아니라 한상권 교수님 복직 투쟁을 심각히 평가절하하고 있어 더 큰 문제입니다. 즉 한상권 교수님 복직, 학부제 철회, 박이사장퇴진, 이사진 개편, 민주적 협의체 등의 낱낱의 구호 글자에만 치중하여 사안 사안을 고립 분산시키고 나아가서는 각각의 사안이 별개의 사안인양 인식시켜 각 주체들을 분열시키는 효과를 낳은 것입니다.…

한상권 교수님의 복직이 이하 모든 사안을 꿰뚫어 갈 수 있는 핵심 사안임을 몰라도 철저히 모르는 소리인 것입니다. 한상권 교수님이 복직됐다는 것은 끝까지 이를 막아서며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박원국과 반민주 세력의 완전한 청산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학교 구조를 재단에서 분리시키고 민주화시킨 다음에야 학부제 철폐도 확정적일 것이며 민주적 협의체도 그래서 의미 있는 것입니다.

  재학생 대책위원회는 학교신문의 결론은 결국 “그래서 한상권 교수님 복직운동을 하지 말자”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데, 한상권 교수 복직이 이루어 지지 않은 학내 민주화는 허구일 뿐이라고 반박하였다.

  재학생 대책위원회는 현재 한상권 교수님이 복직되지 않은 것은 박원국이 남은 어용이사들과 학내 어용 교수들을 배후 조종하고 있다는 확실한 물증이라며, 박원국 체제가 완전 종결되지 않으면 학부제 문제는 그림의 떡이 되는 셈이고, 언제 바람 불면 날아갈지 모르는 모래위의 집 같은 사안이라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박원국 체제의 종식을 의미하는 한상권 교수님의 복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우리가 애초 결의한 총파업의 의미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주장하였다.

  덕성여대신문은 “소기획/ 총파업 이후 수업 정상화 여부”라는 기사에서도, 학생들의 투쟁전략을 수업불가, 수업고수, 전략적 참여의 세 가지로 기술하면서 전략적 참여 방법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결론지었다.

  유급까지 갔던 경희대 한의대 수업거부 사례를 보더라도, 본교 학내사태의 급격한 변화가 며칠간의 수업거부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대학과 재단측에서 요구안의 상당부분을 수용한 점을 미루어 본다면, 이제는 수업거부보다 합당한 요구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욱 많은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계속적인 수업거부는 학생의 유급뿐 아니라, 학생선동 명목으로 일부 교수들의 처벌을 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요구안 합의와 안착을 위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수업참여론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학교신문의 주장에 대해 재학생 대책위원회는 전략적 수업참여론 즉 수업과 투쟁을 병행하자는 수업복귀투쟁은 수업복귀일 뿐이므로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학교당국이 동아ㆍ조선ㆍ중앙ㆍ한국일보 등 4대 일간지에 광고를 내서 “12월 8일까지 수업에 복귀하지 않으면 유급이 불가피하게 됩니다”라며, 학생들에게 “12월 1일(월)부터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수업할 수 있도록 등교하여 달라”고 당부하고 있으나, 재학생 대책위원회는 사립대학 분규사상 전교생 전체 유급이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반박하였다.


<사진 12> 아직도 수업에 복귀하지 않은 학생 여러분, 12월 8일까지 수업에 복귀하지 않으면 유급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동아ㆍ 조선ㆍ 중앙ㆍ 한국일보, 97.11.29, 백서 3-1, 640쪽)

설령 12월 8일이 유급 시점인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날 바로 유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까지도 우리가 수업에 복귀하지 않고(저들 말대로 학교가 정상화 되지 않으면) 10일간의 유보기간을 통해 다시 사태해결의 방법을 탐색할 시간을 벌게 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유급을 시키려 해도 시킬 수가 없는 저들의 처지를 우리는 꿰뚫고 봐야 합니다.

우선 우리 투쟁은 알게 모르게 상당한 여론에 반향을 일으켰고 실제 이 문제는 교육부와 청와대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심각한 과제로 부각되어있습니다. 덕성여대 문제만큼은 해결해야 하는 게 교육부의 현재 처지 일 것이며, 유급을 강행함으로 오히려 망하는 것은 학교당국과 정부입니다. 그리고 대선 시국인지라 도미노처럼 교육부장관과 청와대를 무너지게 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

학교당국의 학생들 수업복귀를 위한 갖은 노력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총학생회가 유급까지 불사하면서 수업거부투쟁을 계속하자, 교육부가 나서서 박원국 이사장의 영향력 하에 있는 잔류 이사진을 사퇴시켰다. 구 이사회는 박동서 이사를 임시 이사장으로 선임하고 이사진을 두 명씩 부분 개편하는 방법을 통해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교협 교수들의 총장실 점거농성과 단식농성, 유급을 불사하면서 감행된 학생들의 무기한 수업 거부와 단식농성, 교수‧ 학생‧ 시민단체의 연이은 대규모 도심 집회, 직원노조의 총파업 등으로 덕성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학생들의 유급 시한이 임박해 오자 교육부가 나섰다. 무기한 총파업투쟁을 결의한지 63일째 되는 12월 3일, 마침내 이사진이 개편되어 신임 이사장으로 김계수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가 선출되었다.
6. 덕성학원 임원취임의 승인(이사 겸 이사장)을 취소합니다

학생들이 무기한 수업거부를 결의한 다음날인 10월 2일 교육부가 학교법인 덕성학원에 공문을 발송하였다.


<사진 13> 학교운영상의 위법부당사항에 대한 시정요구 (교육부, 1997.10.2, 백서 3-2, 52-3쪽)

[학교운영상의 위법부당사항에 대한 시정요구] 공문에서 교육부는, “김용래 총장의 사임으로 학교 구성원의 불안이 증폭되고 수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바, 다음 사항에 대하여 시정을 요구하니 ‘97.10.8까지 이행하고 그 결과를 관련 증빙서를 첨부하여 보고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하였다. 이어 “위의 시정요구 사항이 기한 내에 이행되지 아니할 경우에는 사립학교법 등 관련법령에 따른 모든 조치를 취할 계획임을 알려드리니 이행에 만전을 기하시기 바란다”고 하였다.

  교육부가 10월 8일까지 학교법인 덕성학원에 시정을 요구한 사항은 (1)이사장 책임 하에 학교운영(수업 정상화 포함)을 정상화 시킬 것 (2)대학의 총장이 합리적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대학 학사행정 전 분야에 관한 이사장 간섭 배제 종합시정방안]을 제출하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할 것 (3)전 조교수 한상권의 재임용 탈락으로 비롯된 교원 신규 채용계획을 구체적으로 작성하여 제출할 것 등 세 가지였다.

  교육부가 시정을 요구한 세 가지 가운데 (1)은 10월 1일 학생 비상총회로 인해 발생한 사안이며, (2)는 교육부가 감사결과를 발표한 7월 14일부터 4차(7.14(1차), 8.1(2차), 8.7(3차), 9.11(4차))에 걸쳐 촉구한 사안이었다. 박원국 이사장은 김용래 총장의 사임을 계기로 학사 간섭 배제 등을 골자로 하는 학교 운영 정상화 방안을 권순경 총장 직무대리와 공동명으로 10월 8일 교육부에 제출하였다.

이번 교육부 공문 중에서 주목할 만 한 사안은 (3)이었다. 한상권 교수의 해직이 부당하기는 하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법률적 한계 때문에, 복직문제는 마땅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늘 원점에서 맴돌고 있었다. 7월 10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상임위원회(제184회)에서 국민회의 배종무 위원이 “덕성여자대학교 전 조교수 한상권을 ‘97.2.28자로 재임용에서 제외시킨 일은 부당한 처사로서 복직시켜야 한다”며 이에 대한 견해를 묻자, 안병영 교육부장관은 “동 교수를 재임용하도록 교육부가 직접 관여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관련 교수와 대학 간의 협의에 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변하였다.

교육부는 7월 14일 민원사안감사를 발표하면서도, “헌법재판소결정과 대법원판례 등에 비추어 볼 때, 교육부가 동 법인에 대하여 한상권 교수를 재임용하도록 하는 행정상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안병영 교육부 장관은 한상권 교수를 복직시키려면 인사권자인 박원국 이사장을 압박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압박수단으로 해임카드를 꺼내들었으나 8월 6일 경질되었다.

  새로 교육부 수장에 임명된 이명현 장관 역시 덕성여대사태 해결 방안을 놓고 고심하였다. 8월 23일(토) ‘덕성여대 한상권교수 재임용탈락처분 철회추진위원회’ 상임공동대표인 서울대 한영우 교수가 이명현 장관을 예식장에서 만나 덕성문제 해결을 촉구하자, 이 장관은 “덕성여대 사태로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이사장을 해임시키면 사립대학교 재단이사장의 반발로 교육부가 업무보기가 힘듭니다.”라며, “학원이 불안해지면 교육부가 개입하겠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그동안 양쪽 사람 모두 만나지 않았습니다. 교육부도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조속한 해결을 모색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

그리고 실무진을 통해 “한상권교수를 원상복직 시켜라. 한교수를 복직시키지 않아 사태가 날로 악화된다.”는 장관의 단호한 의지를 덕성여대 측에 전달하였다. 교육부는 덕성여대로부터 신규 채용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며, 추진위원회에 “신규채용 기회에 한교수가 응모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하였다.

  그러나 이사장의 답변은 위기 모면용에 불과하였다. 9월 1일 박원국 이사장이 김용래 총장과 합의한 각서에는,  “한상권 조교수 재임용탈락에 대한 구제요청 민원에 대해 탈락조치의 취소는 현행법상 곤란하나, 신규교원 모집(교수초빙)시에 응모의 기회를 준다”라고만 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김용래 총장이 “채용의 보장이 없는 ‘응모의 기회부여’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러한 합의는 저의 큰 잘못이며 어떠한 질책도 달게 받겠습니다“라며 뒤늦게 항의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교육부 국정감사 첫날인 10월 1일, 국민회의 설훈 위원이 덕성여대 사태를 질의하였다.

  오늘 신문에도 났습니다마는 덕성여대 김용래 총장이 사퇴를 했다는 것이 보도에 나와 있습니다. 재단 이사장은 박원국 이사장입니다. 재단 측에 교권보장 등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사퇴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덕성여대 한상권 교수 건은 전임 총장 때부터 우리 이 문제해결을 요구했고 전임 장관께서는 덕성여대 문제에 대해서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의지를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 애를 썼는데 이명현 장관으로 바뀌면서 또 재단 측에서 문제해결을 안하려고 문제를 복잡하게 끌고 가고 있습니다.

이어 설훈 위원은 덕성사태 해결 방안으로 박원국 이사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래서 우리가 좀 논의를 해야 되겠습니다마는 덕성여대 이사장을 교육위원회 국감장에 불러가지고 왜 이렇게 자꾸 복잡하게 학교를 끌고 나가고 있는지 이것은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마는 증인으로 불러가지고 이사장이 이렇게 나오고 있는 이유가 뭔지, 자신의 할 얘기가 무엇인지, 왜 이렇게 계속해서 덕성여대 문제가 안 풀리는지 증인으로 불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선 장관께서 덕성여대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분명히 밝혀 주시기 부탁하겠습니다.

  설훈 위원의 질의에 대해 교육부 장오현 고등교육실장은 한상권 교수 복직문제를 재단과  협의 중이라고 답변하였다.

  재임용에서 탈락된 덕성여대 전 조교수 한상권 교수와 관련해서 신규모집 공고가 9월 11일에 되어 현재 접수 중에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부로서는 한상권 교수의 복직을 위하여 학교와 법인과 긴밀하게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습니다.

교육부 확인 감사가 10월 17일이므로, 이때까지 덕성학원과의 협의결과를 마련해야만 했다. (3)과 관련하여, 교육부는 박원국 이사장이 직접 나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였다. 박원국 이사장이 워낙 두루뭉실하게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므로 기자들 앞에 세워 공증을 받고자 한 것이었다. 10일 교육부 공보관실에서 박원국 이사장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10일 교육부 공보관실에서 박원국 이사장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박원국 이사장은 “한 교수는 (90년 성낙돈 교수 재임용탈락 사태 때) 교수평의회 의장 등으로서 수업 거부를 선동하는 등 학내분규를 일으키고서도 최근까지 이에 대한 개전의 정을 전혀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에 재임용시키지 않은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를 전해들은 교육부는 박원국 이사장이 학내 분규의 원인이 된 한상권 교수의 재임용탈락 문제 등의 학내 분규 해결에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임원취임승인취소의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재단에 통보하였다.


<사진 14> [결정서]. 교육부장관, 1997.10.10 (백서 3-2, 63쪽)

감사 이후 대학 학사행정의 제도적ㆍ관행적 간섭과 같은 여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학 학사행정 전 분야에 관한 이사장 간섭 배제 종합시정 방안”을 마련하고 이사장, 총장 연명의 이행각서를 제출하도록 조치한 취지는 감사결과 지적사항에 대한 일과성의 시정이나 개선이 아닌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라는 지시임에도 전 총장과 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함으로써 분규가 발생하였고,…

  급기야는 전 총장과 이사장 간에 대학의 자율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인사권한, 규정 제ㆍ개정 권한 및 위원회 운영권과 관련하여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전 총장이 사임(9.30)하고, 연이어 학생들의 수업거부(10.8 현재 출석률 3%) 및 교수협의회, 직원노동조합 등 학내구성원들의 분규가 행동으로 표출되는 사태를 초래케 한 바,

우리부의 감사결과 학사행정의 제도적ㆍ 관행적 간섭을 배제토록 한 시정조치를 조기에 이행하지 못하여 현재와 같은 학사행정의 파행을 초래한 책임을 물어, 사립학교법 제 20조의 2의 규정에 의거 학교법인 덕성학원 임원취임의 승인(이사 겸 이사장)을 붙임의 결정서와 같이 취소함을 통지합니다.

  박원국 이사장은 “교육부가 이사장의 학사행정 개입과 학내분규의 책임을 물어 해임(취임승인 취소)하였으나, 이와 같은 사유는 조작된 억지에 불과하고, 실제 해임사유는 강요로 이루어진 공개 기자회견에서 재임용에서 탈락한 한상권의 복직을 약속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반발하였다.

  10월 17일 박원국 이사장은 이명현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이사장취임승인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냈다. 소장에서 박원국 이사장은 “학교법인은 교원의 임용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한상권 교수(사학과)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킨 것은 정당하며 교육부가 이를 이유로 이사장을 해임한 것은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교육부가 학교운영에 대해 시정을 요구함에 따라 이행조치 결과를 통보했는데도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해임했다”면서 “이는 시정요구 이후 15일간의 계고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사립학교법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7. 박원국 이사장, 사립대 학내 분규악화 첫 문책

사립대 재단 이사장이 학사 간섭에 따른 학내 분규를 조장한 이유로 임원취임승인이 취소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진 15> 드디어 박원국 퇴진

사학의 분규와 소요는 대부분 학교의 부실운영과 비리가 원인이고, 그 책임은 예외 없이 학교나 재단 측에 있었다. 그런데도 부실, 비리의 책임 당사자인 학교나 재단이 엄중문책 되기는커녕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오히려 면죄부를 받는 방향으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여기에는 사학을 지도, 감독하는 기관인 교육부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었다.웬만하면 학원분규에 개입하지 않으려 할 뿐만 아니라 설사 개입을 해도 형식적 간여로 일관하여 사태의 본질을 흐려놓는 것이 그동안 교육당국이 보여준 행태였다. 반면 이번에 교육부가 문제의 장본인인 재단이사장을 퇴출시키는 강경처방을 내린 것은 사학의 파행운영을 불러온 재단 측에게 책임을 물은 것으로 주목할 만한 조치였다. 교육부의 박원국 이사장 해임이 이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여러 신문에서 앞 다투어 보도하였다.


<사진 16> 덕성여대 이사장 승인취소 – 교육부- (동아일보, 97.10.11, 백서3-2, 435쪽)

다음은 언론사별 기사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국민일보

사립대 재단이사장이 개인비리나 권한분쟁이 아닌 학사간섭에 따른 학내분규의 책임으로 임원취임승인이 취소된 것은 처음이며, 이는 사립대 재단의 학사부당 간섭에 대해 앞으로 교육부가 단호한 조치를 내릴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동아일보

교육부는 10일 재단의 지나친 학사행정 간섭에서 비롯된 덕성여대 분규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덕성학원 박원국 이사장의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했다. 이사장의 학사행정 간섭을 이유로 한 임원취임승인 취소결정은 이례적인 일이다.…교육부가 이처럼 강경조치를 취한 것은 박이사장이 분규의 핵심인 한상권 교수의 복직문제에 대해 “신규 채용 때 지원할 경우 검토하겠다”며 사실상 복직을 거부, 이로 인한 분규의 장기화를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문화일보

교육부는 10일 덕성여대 학내분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학교법인 덕성학원 이사장 박원국(68) 씨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했다.
또 박 이사장 외에 재단이사 6명에 대해서도 경고처분을 내리고 학내분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할 경우 관선이사 파견 등 강경조치를 위하겠다고 재단에 통보했다. 사립대 재단 이사장이 학사간섭에 따른 학내분규를 조장한 이유로 임원취임 승인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신문

교육부는 10일 학내 분규를 악화시킨 책임을 물어 학교법인 덕성학원 이사장 박원국씨(68)의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했다. 6명의 재단 이사에게도 경고를 내리고 학내분규를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관선이사 파견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했다. 사립대 재단 이사장이 학내분규 때문에 취임 승인이 취소된 것은 처음이다.

교육부는 “한상권 교수의 재임용탈락 문제로 불거진 학내분규에 대한 감사를 통해 박 이사장의 지나친 학사간섭을 적발, 시정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못하고 총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등 학내분규를 더 촉발시킨 책임을 물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교육부는 10일 최근 악화돼 온 학내분규의 책임을 물어 덕성여대 재단이사장 박원국(68)씨의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했다. 교육부는 박 이사장 외에 6명의 재단이사에게도 경고 처분을 내리고 조속히 학교운영을 정상화하지 못할 경우 관선이사 파견 등 강경조치 하겠다고 통보했다.
사립대 재단 이사장이 학사간섭에 따른 학내분규 조장 이유로 임원취임승인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원취임 승인이 취소된 박이사장은 앞으로 2년간 대학재단의 임원에 선임할 수 없게 된다.

  ■조선일보

교육부는 10일 덕성여대 학내분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학교법인 덕성학원 박원국(69)재단 이사장의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올 2월 이 대학 한상권 교수의 재임용탈락 시비에서 비롯된 학내분규에 대해 지난 6월 감사를 실시, 이사장의 지나친 학사행정 간섭을 적발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종합 방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분규가 더욱 확산되게 한 책임을 물어 박 이사장의 임원취임승인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교육부는 10일 학생들이 재단 이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수업 거부하는 등 학내분규를 겪고 있는 덕성여대 사태와 관련, 박원국 이사장의 임원승인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가 지난 6월 감사에서 박 이사장이 지나치게 학사행정에 간여해온 사실을 확인, 종합시정 방안을 내놓도록 했으나 박 이사장의 그 후에도 더 깊게 학사행정에 간여하려고 시도하는 등 교육부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못한데다 학내 분규를 유발한 책임을 물었다”고 밝혔다.

대학재단 이사장이 비리가 아닌 학내분률 임원승인을 취소당하기는 극히 이례적이다.

  ■한겨레

교육부는 10일 한상권(사학) 교수 재임용탈락과 재단의 대학행정 간섭 문제와 관련해 학내분규를 겪고 있는 학교법인 덕성여대 박원국(68) 재단이사장의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했다.

사립대 재단의 경우 이사장 개인비리나 내부 권한 분쟁으로 인해 이사와 이사장 등의 취임이 취소된 적은 예전에도 있었으나, 재단 이사장이 학사행정 간섭과 관련해 취임승인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교육부는 지난 2월 한 교수의 재임용탈락 이후 덕성여대에 학내분규가 발생하자 지난 6월 덕성여대와 덕성학원에 대한 감사를 벌여 박 시장의 대학 학사행정에 대한 제도적ㆍ 관행적 간섭 및 교무행정 전반에 대한 간섭 등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종합 시정방안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한국일보

교육부는 10일 덕성여대 학내분규에 책임을 물어 학교법인 덕성학원 재단이사장 박원국(69)씨에 대해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박이사장 외에 6명의 재단이사에 대해서는 경고처분하고 학내 분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할 경우 관선이사 파견 등의 강경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했다.

사립대 재단 이사장이 학사에 간섭해 학내분규를 조장한 이유로 임원 취임승인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는 “박이사장의 지나친 학사간섭 사실을 적발, 시정을 촉구했으나 이행하지 않았고 총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등 학내분규를 유발시켜 임원취임승인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문화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박스로 해설기사를 실어, 교육부의 이번 조치가 지니는 의미를 짚었다. 한국일보는 “박 이사장이 법망을 피하며 시간끌기로 나서자 이날 박이사장을 불러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한상권 교수에 대한 복직의사가 없는 점을 최종확인, 전격적으로 강경조치를 내렸다”고 하였으며,

문화일보는 “해결의 관건은 역시 한(韓)교수의 재임용탈락문제로 이에 대한 재단 측의 조치에 따라 사태의 악화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라고 하였다. 한겨레는 이번 조치가 재단의 학사행정 간섭 관행 쐐기를 박았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사진 17> 덕성여대 박원국 이사장 승인취소 의미 (한겨레, 1997.10.11, 백서 3-2, 439쪽)

교육부가 10일 덕성학원 박원국 이사장의 임원승인을 전격적으로 취소한 것은 그동안 일부 사립대의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로 지적돼온 재단의 학사행정 부당간섭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교육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조처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의 이번 조처는 △그동안 다소 가벼운 문제로 치부돼온 사립대 재단의 학사행정 간섭과 관련해 이사장 해임이라는 일종의 ‘극약처방’을 내렸다는 점 △이사진이나 재단 전체가 아닌 실질적인 소유주인 재단 이사장에게 단독으로 직접 책임을 물었다는 점 등에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박원국 이사장이 해임된 10월 10일은 덕성여대 바닥그림이 완성된 날이기도 했다.


<사진 18> 길에 그린 학원민주화 (한국일보 1997.10.10, 백서 3-2, 433쪽)

예술대학생회는 9일을 덕성의 문화혁명의 날로 잡고 학생, 교수가 하나 되어 민주마당 주변으로 바닥그림 그리기 작업을 시작하였다. ‘96년도 대동제 기간 중에 그려진 각 단대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손에 손을 잡고 있던 소규모의 바닥그림에서 벗어나, 여의주를 입에 문 두 마리의 용이 민주마당을 감싼 채 용트림하는 모습을 그렸다.

  수호적 의미로 상징되는 용을 그림으로써 덕성 민주의 상징인 민주마당을 용이 수호 해주길 바라는 의미였다. 9일 예술대 학생들이 밑그림을 그리고 10일 학생들과 교수들이 손에 붓을 잡고 색칠작업을 벌였는데, 덕성 구성원들은 바닥그림이 완성될 즈음 저녁 뉴스를 통해 박원국 이사장이 해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진 19> 민주마당 용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