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추적60분 (1)

0
269

추적60분 (1)

한상권(중세사 2분과)

1. 재임용제 망령이 부활하여 교권을 침해하고 있다

나의 재임용탈락에 대해 가장 먼저 주목한 언론은 한겨레였다. 1997년 3월 7일자 한겨레는「비판적 교수 “재임용탈락” 사립대 ‘악용’ 많다」라는 제목으로 나의 재임용탈락사실을 사회면 톱으로 보도하였다.


<사진 1> 비판적 교수 “재임용탈락” 사립대 ‘악용’ 많다, [한겨레 1997.3.7, 백서 1, 227쪽]

  이를 시작으로 문화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에서 재임용탈락에 항의하는 움직임을 잇달아 보도하였다. 이처럼 언론이 주목하게 된 까닭은 역사학계의 발 빠른 대응 때문이었다. 3월 8일 한국사 연구자들을 중심으로「덕성여대한상권교수재임용탈락처분철회추진위원회」(추진위원회)가 결성되었다. 재임용 탈락자에 대한 전공영역을 단위로 하는 초유의 대책위가 구성된 것이다.

3월 11일 추진위원회는 전국 사학과 교수를 대상으로 재임용탈락처분 철회를 위한 서명을 받기로 결의하고, 이튿날 한영우ㆍ이태진(서울대), 조동걸(국민대), 이만열(숙대) 등 역사학계의 원로교수들을 공동대표로 모셨다. 추진위원회는 3월 14일 전국 각 대학 사학과에 서명용지를 배포하고 서명 작업에 돌입하였다. 서명용지 수합은 한국역사연구회에서 하기로 하였다.

서명 작업을 시작한 지 불과 1주일 만에 전국 역사학과의 300여 명 교수가 동참했다. 문화일보는「덕성여대 한상권 교수 재임용탈락 파문」이라는 제목 하에 “이번 사태와 관련, 역사학계에서는 ‘덕성여대한상권교수재임용탈락처분무효화추진위원회(상임대표 한영우 서울대 교수)를 구성해 동료교수들로부터 서명을 받는 등 공동대응에 들어갔다.

  21일 현재 각 대학 사학과 교수 3백 30여명, 다른 과까지 합치면 5백 70여 명의 교수가 서명에 참여했다. 학술단체협의회도 최근 한교수의 재임용탈락 처분을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하였다. 동아일보는 “중견 사학자인 한상권(44) 덕성여대 조교수의 재임용탈락에 항의, 이의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자수가 26일로 9백 명을 넘어섰다.…이들은 대부분 전국의 역사학 교수 및 전공자들”이라고 보도하였다.


<사진 2> 덕성여대 한상권 교수 재임용탈락 파문, [문화일보 1997.3.24]/ 사학자 한상권교수 재임용탈락 철회서명 확산, [동아일보 1997.3.26,  백서 1, 230쪽]

한편 격주로 발행하는 교수신문은 “한국역사연구회(회장 박종기 교수, 국민대)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한교수는 그동안 조선후기 사회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연구업적을 내는 등 재임용대상에서 제외될 아무런 사유가 없으며, 평교수협의회 활동이 실질적인 탈락이유’라며 ‘교수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담당해온 한교수를 즉각 복직시키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하였다. 라디오는 기독교방송에서, 텔레비전은 KBS 7시뉴스에서 교수재임용제의 문제점을 보도하여 여론을 환기시켰다.

  이처럼 언론이 나의 재임용탈락에 깊은 관심을 갖고 호의적으로 집중 보도하자 학교에서도 언론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SBS 보도국 사회부기자는 덕성여대 이사장이 기자들에게 두둑한 촌지를 건네주었고, 부담스러울 정도의 식사를 총장이 대접하였다고 귀띔해주었다. 교수신문이「덕성여대ㆍ세종대 재임용 탈락 파문」(97.3.17),「한상권 교수 재임용탈락에 항의 서명 확산」(97.3.31) 등의 제목을 1면 톱으로 뽑고 교수재임용제도가 대학사회에 끼치는 폐해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 심층보도를 계속하자, 교무처장은 발행인에게 전화를 걸어 강력히 항의하였다.


<사진 3> 재임용제 망령 또 활개…업적 풍부해도 미움사면 끝내 ‘탈락’, [교수신문 1997.3.17, 백서 1, 228쪽]/ 교수재임용제 조만간 손질될 듯…교육부 개선방안 모색, [교수신문 1997.3.31,백서 1, 231쪽]

  1997년 5월 3일 방영된 ‘추적60분’「교수직이 불안하다-악용되는 교수재임용제」는 재임용제의 문제점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를 조선일보는 볼만한 프로그램으로 소개하였다.

“「추적60분」KBS 2TV 밤 9시. 교수 재임용제가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3월 97년 교수 재임용과정에서 탈락한 모 대학 사학과의 한 모 교수 문제가 사학계 교수들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사며 서명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이 서명운동에 참여한 교수는 전국에서 1천 5백여 명. 중앙일간지들은 학계 의견을 빌려 한 교수 재임용탈락문제를 다투어 싣고 있다.”

2. 녹색 바지의 주인을 찾아라

‘추적60분’ 담당은 최철호 피디였다. 그는 졸업생들이 선생의 복직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81학번부터 93학번까지 253명의 서명 명단을 신문에 광고한 사실, 전국 58개 대학에서 336명의 역사학자가 서명 작업을 벌인 점, 전국 80여 개 대학 2,200 여 명의 교수와 연구자들이 서명운동에 참여한 점 등에 주목하여, 4월 초 프로그램 제작을 결심하였다.


<사진 4> 서명자 명단, [백서 1, 265쪽]


<사진 5>  교수재임용제 조만간 손질될 듯…교육부 개선방안 모색, [교수신문 1997.3.31,백서 1, 231쪽]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달 동안 벌인 서명운동의 성과가 ‘추적60분’ 방영으로 결실을 맺은 셈이었다. 그는 프로그램 제작에 앞서 덕성여대 교원 재임용 심사기준을 꼼꼼히 살폈다. 심사기준에 따르면 조교수는 재임용기간 동안 논문을 1-2편 써야 했다. 나는 재임용기간인 95년 이후 97년까지 5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저서도 1권 펴내는 등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하였다.

  최철호 피디는 내가 학자로서 손색이 없다는 사실을 시청자에게 알리기 위해, 나의 지도교수인 이태진 교수를 규장각에서, 역사학계를 대표하여 이만열 교수를 숙명여대에서 각각 인터뷰하였다. 이는 아무리 연구업적이 많고 훌륭해도 미운털이 박히면 괘씸죄에 걸려 끝내 재임용 탈락된다는 사실을 말하기에 충분했다.

이어 재학생을 인터뷰하여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들었다. 교육 실적(강의)은 매학기 평균 C이면 재임용심사 기준을 충족했다. 그리고 봉사실적이 부족하면 교육 실적이 B이상이면 충족된 것으로 인정한다고 하였다. 강의평가는 5점 만점에 3.5이상이면 평점이 A인데, 나는 95년 1학기부터 96년 2학기까지 매학기 평점이 4.0 정도로 종합 평가가 A였다.

  최철호 피디는 학교를 떠난 지 10년 이상이나 지난 졸업생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복직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하여 내가 제자들로 존경받는 스승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는 교육자적 자질이 모자라서 재임용탈락 시켰다는 학교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데 필요하였다.

나는 덕성여대가 교원재임용 심사기준인 내규를 어기고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아 법적 절차를 어겼다는 점을 인터뷰 하였다. 나의 재임용탈락처분은 교수재임용제의 근본 취지에 위배되는 것일 뿐 아니라, 덕성여대가 1993년 교육부의 재임용제 개선지침에 따라 스스로 만든 내규상의 절차마저 지키지 않았기에 적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상의 인터뷰는 덕성여대가 교수재임용제를, 우수한 교수를 확보하고 무능한 교수를 도태하여 고등교육을 정상화하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교수통제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이제 남은 것은 많은 대학 중에서 왜 하필이면 덕성여대에서 재임용탈락자가 나왔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최철호 피디는 덕성여대에서 다른 대학으로 옮긴 교수를 인터뷰하였다. 교수를 감시하는 근무평가제도(근무평가는 학과장, 학장, 교무처장, 총장이 한다. 여기서 학과장을 제외한 학장 이상의 보직자들은 교원인사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와 열악한 처우 때문에 덕성여대를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학교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이사장을 직접 인터뷰하였다.

 


피디:  제가 학교를 옮긴 분들도 인터뷰를 좀 해봤는데, 자기들 불만은 뭐 좋은 대학 가는 문제가 아니고, 학내 문제가 워낙 열악하니까 뭐 승진도 안 되고 말이지…

이사장:  그건 당연한 인간의 상정이고.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전직의 자유가…노예가 아니잖아요? 좋은 기회가 있으면 가는 거지…우리대학에서 서울대학 간 사람이 둘이나 있어요. 최근에 둘이나 있습니다. 가만 그 사람들 서울대학에 자리비고 오라는데 우리학교가 아무리 좋아도 서울대에서 오라고 할 때 그 사람들이 서울대학 안가겠습니까?


  이사장은 교수들 이직은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 아니라 더 나은 근무조건을 찾아가려는 욕구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전직의 자유가 있는데도 이직하지 못하는 것은 무능하기 때문이므로, 책임이 운영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수 자신에게 있다는 말이다. 며칠 후 이사장이 인터뷰한 내용이 학교 방송국을 통해 학내에 방송되었다. “너희들이 못나 이런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직의 자유가 있는데 왜 다른 학교로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느냐”는 취지의 이사장 발언을 듣고 있는 교수들의 자존심은 갈가리 찢어지고 있었다.

  최철호 피디는 교수재임용제가 연구능력 및 교수능력 향상을 통하여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는 근본취지와는 달리 비판적인 교수를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덕성여대 재직 중인 교수를 인터뷰했으면 하였다. 그러나 교수재임용제를 비판하고 해직교수를 옹호하려면 자신도 해직될 각오를 해야만 했다.

밖으로 들려오는 학교 분위기는 참담하였다. 과거 평교수협의회 활동을 하였던 교수들은 연구실에서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고 앉아있거나 밖에 나와서도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보고 걷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사장은 4월 2일 추진위원회 대표단의 김용래 총장 항의방문 이후 학내 단속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나는 서양화과 이반 선생 정도면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전화를 걸었다. 이반 선생은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4월 21일 최철호 피디와 나는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이반 선생 집을 찾아가 옥상에서 인터뷰를 하였다. 그러나 이반 선생이 너무 씩씩하게 인터뷰를 하는 바람에 학내 공포분위기를 전달하려는 제작진의 의도와 걸맞지 않게 되었다.

  이반 선생의 활달한 인터뷰는 덕성여대가 ‘동토의 왕국’이 아니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활기 넘치는 학교인 것처럼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최철호 피디는 다른 교수를 찾아보자고 하였다. 그러나 나와 함께 민주화운동을 하였던 교수들 대부분이 다른 대학으로 떠났으므로 적임자 물색이 쉽지 않았다.

나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서명한 교수에게 어렵사리 전화를 했다. 고맙게도 그는 흔쾌히 응해주었다. 다만 학내에서의 촬영은 신분이 노출되므로 어렵고 학교 밖에서 촬영하되 음성변조를 하고 하반신만 찍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리하여 4월 28일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교수신문사에서 녹색 바지를 입은 하반신만 촬영하였으며 음성변조도 하였다.

  5월 3일(토) ‘추적60분’이 방영되자 학교에서는 인터뷰 주인공을 찾아내려고 혈안이 되었다. 그러나 위장이 감쪽같았기에 범인을 잡는데 실패하였다. 물론 인터뷰를 한 주인공은 다른 바지를 입고 학교에 출근하였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심리학과 교수가 영문도 모른 채 녹색 바지를 입고 학교에 나타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도 과거 평교수협의회 활동을 하였으며 체형도 영문과 교수와 비슷했다. 학교에서는 인터뷰의 주인공이 심리학과 교수라는 설과 아니라는 설로 설왕설래하였다. 한편 이반 교수는 왜 자신의 인터뷰가 방영되지 않았느냐며 나에게 항의전화를 하였다.

3. 한 선생이 그렇게 훌륭하고 학생들의 존경을 받고 있으면 학생들이 왜 수업거부를 안합니까?

방송이 나간 후 이사장이 인터뷰한 내용 전문이 학내에 공개되어 큰 파문을 일으켰다. 방송국으로부터 녹음테이프를 전달받은 이사장은 5월 7일 교육개혁추진위원회에 참석한 약 30명가량의 위원들에게 녹음테이프를 들려주면서 그 내용이 자신의 신념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리고는 녹음테이프를 복사해서 다수의 보직교수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사진 6> 덕성여대 한상권 교수 재임용탈락 조치에 대한 이사장의 주장(녹취록) [백서 3-1, 580쪽]

인터뷰내용의 핵심은 왜 한상권 교수가 덕성여대에서 재임용탈락 되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이사장은 한 교수의 교육자적 자질문제를 거론하였다.


피디: 한 교수 탈락 사유 있잖습니까? 

이사장: 교육자적 자질이 모자라요.

피디: 예, 자질 문제라는 것

이사장: 그 기관에 얼마만큼 협조적이고 얼마만큼 긍정적이고 또…다시 얘기하면 대학 교수라는 것은 학자 겸 교육잡니다. 그렇게 생각지 않으세요? 학자이기만 하면 된다, 그건 곤란합니다. 말하자면 예술가가 있다고 해보세요. 예술가가 미술대학의 교수가 됐다. 그 사람이 그림이나 만졌다고 교육자로서 반하는 행동해도 괜찮습니까? 거 있을 수 없는 얘기죠.

피디: 자질 문제는 뭐 여러 가지 요구를 하고…그래서 교육적인 분위기를 저해하고, 이게 이사장님 말씀하신 자질의 문제라는 건가요?

이사장: 그게 아니죠. 인격적인 문제부터. 다시 얘기하면 지금 보세요. 왜 퇴직한 놈이 말야 아무 법적으로 말야 아무 권한이 없는 사람이 자기 연구실을 아 뭐 그대로 치우지도 않고 그대로 가끔 오는 모양인데 학생을 왜 선동합니까?

피디: 그것은 지금 우리가 재임용 탈락 전 사유를 이야기 하는 것이니까…재임용 탈락 사유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재임용탈락 이후에 학교에 오는 문제는 상관이 없지 않겠습니까?

이사장: 아 그러니까 하나의 근거란 말예요. 그런 사람이 그 사람이 학생을 선동 잘한 사람이니까 그만 둔 다음에도 선동하고 있잖아요. 그런 인격의 소유자란 얘기예요.


이사장은 내가 교육자적 자질이 없다는 근거로 재임용탈락 이후 학교에 아무런 소요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학교가 조용하고 학생들 움직임이 없다는 것은 학교 처분의 정당성을 반증하는 것이다. 사학과 학생들이 별다른 항의 없이 강사선생의 수업을 순순히 받고 있으므로 재임용탈락 처분은 정당하다는 주장이었다.


<사진 7> 덕성여대 박원국 이사장의 망언을 규탄한다, [교수신문 1997.9.29, 백서 3-1, 587쪽] 


이사장: 우리 학교 학생 그 후에 아무 소동이 없어요. 저 사학과에서도 아무 저 비상대책회의 몇 번 했지만. 한상권이가 말야. 자꾸만 졸업생을 시켜서 선동하고 있지만 수업거부 안하고 있습니다. 알아보세요. 만일 한 선생이 그렇게 훌륭하고 말야. 학생들의 존경을 받고 있으면 그 학생들이 왜 그냥 수업거부를 안 해. 그렇게 선동하고 야단인데. 정상수업하고 있어요. 에 또 학생회에서도 왜 그렇게 조용합니까? 다른 학교, 다른 학교에선 난리 납니다.


이사장은 학생들이 한상권 교수의 복직을 위해 움직이지 않고 있으며 또 앞으로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이런 발언을 한 것이었다. 특히 4월 19일에 개최된 사학과 비상총회에서 수업거부ㆍ시험거부가 부결되고 재학생비상대책위도 해체하기로 한 결정이 이사장에게 이와 같은 자신감을 갖게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사장의 주장은 학원민주화를 위한 학생들의 역량을 터무니없이 과소평가하고 학생들을 철저히 무시한데서 나온 잘못된 판단이었음이 곧 드러났다. 다음 메모가 이를 잘 말해준다.

하하하
학교당국과 재단 사람들, 우리가 끝낸 줄 알았지요?
재임용 제도를 악의적으로 이용하여 우리의 교수님을 강단 밖으로 내몬 것도 억울한데
그렇게도 한교수님을 뒤에서 욕하고 이에 대해 항의하는 우리들을 못살게 굴더니만,
그래서 우리가 이제 포기한 줄 아시나요?
천만의 말씀, -비대위 94학번의 메모 中에서-

이사장은 전국 교수들의 서명활동도 외부에서 실정도 모르고 공연히 떠드는 짓이라고 하였다. 서명교수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서명운동도 쓸데없는 짓이라는 것이다.

 


피디: 전국에서 많은 교수님들이 서명한, 제가 보니까 서명을 한 이천 이백 분 이상 하셨더라구요, 덕성여대 한 교수 재임용탈락과 관련해서. 그런 분들의 생각이나 그리고 저희들이 학생들도 좀 만나봤습니다. 만나 봤는데, 또 광고 낸 것도 봤구요.(이사장: 에?) 저 한겨레신문에 학생들이 광고 낸 것도 봤는데(이사장: 나 못봤어요) 재임용탈락을 철회해 달라는 광고를 학생들이, 졸업생들이 광고를 냈고 또 재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인 것도 봤는데, 그런 학생들이나 타 대학 교수님들의 이런 판단도 좀 잘못됐다고 생각을 하시나요?

이사장: 당연하죠. 이천 이백 명, 그 사람들이 어떻게 한상권이라는 사람을 개인을 어떻게 알겠어요? 무슨 인격인지 우리 학교에서 뭘 했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한편 이사장은 교수재임용제는 순수한 계약제이므로, 재임용 기준을 마련하고 준수하라는 교육부 지침은 단순한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대법원판례에 의하면 재임용의 절차에 관한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재임용 여부는 애시 당초 인사권자가 알아서 할 일이지 교육부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피디: 끝으로 하나만 질문을 더 드릴게요. 재임용제 운영의 원래 취지가 말입니다 교육부에서 지침을 내려 보낸 것을 보면 재임용을 할 때 심사기준이 학문적인 능력이나 또 강의능력 그 다음에 뭐 사회봉사 이런 것도 보니까 논문과 관련한 학회활동 관련 봉사고 이런 것이고 지금 조금 전에 이사장님이 말씀하신 민주화나 학내의 개혁요구 뭐 이런 것은 심사대상에 포함된다고 저는 보질 못했는데, 재임용 심사기준을 제대로 좀 적용했다고 보십니까? 어떻습니까?

이사장: 아니 거 대법원판례 보셨을 텐데, 그건 임명권자 판단에 달렸어요, 재임용에 대한 아무 절차 법적 절차가 없습니다, 예. 문교부에서 그건 일방적으로 권고하는 것이지, 무슨 법적 구속력이 있어요? 우선 교육부에서 그런 지침 내린 것조차가 건 우스운 얘기예요. 어떻게 대학의 자율권이 있는데 인사에 이래라 저래라 말야. 지금 뭐 이것저것 모든 것이 뭐 문교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고 있는데. 예. 거 어떻게 그건 정말 민주적이라고 생각하세요? 대학의 자율권 침해라고 생각되지 않으세요? 그걸 그러면 대학에서 순종해야합니까, 그 잘못된 것을. 예, 말하자면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에 우리가 복종해야지 돼요? 잘못된 것에 대해서

피디: 교육부의 그런 지침이나 권고는 단순히 권고고…

이사장: 네, 난 그렇게 봐요. 단순한 권고라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법에 없으면 권고죠. 그러니까 대법원 판례도 그렇게 나온 것이고

피디: 그 판례도 제가 봤습니다. 교육부의 권고가 재임용 제도를 재단에서 악용을 하기 때문에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마련한 권고고 지침이라고 전 알고 있는데…

이사장: 글쎄 난 악용이라는 게 어떻게 악용인지 난 모르겠어요. 뭐 말하자면…재단은 항상 나쁘고 평교수는 항상 영웅같이 얘기하는 데, 어떻게 평교수들이 대한민국 교육에 공헌한 것이 뭐가 있습니까? 말은 민주화래지만 뭐가 민주홥니까? 뭐 민주화라는 내용부터 정의부터 알고…이북도요 세상에 없는 독재국가 노예국가도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입니다. 그런 식의 민주화라면 우리 필요 없어요.


재임용 여부는 임명권자 고유의 권한이라는 이사장의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사장은 교수재임용의 기준과 절차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법률상의 허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재단의 비리와 전횡을 비판하는 교수를 강단에서 축출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줄 아는 심성도 갖추고 있었다. 재임용 요건과 거부당한 교원에 대한 구제철차를 법률에 마련하지 아니한 채 재임용권한을 임명권자 자유재량에 맡긴 결과, 교수재임용제가 사학재단에 의해 교수통제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