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청구인의 청구를 각하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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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인의 청구를 각하한다 (2)

한상권(중세사 2분과)

5. “주 총장 제 규정 조속히 수정 금일 조속히 제출바랍니다”

  교수재임용제가 절차와 방법에 미비점이 많아 각 대학에서 시행되는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계속 나온다는 비난 여론이 일자, 교육부는 뒤늦게 개선안 마련해 나섰다. 교수재임용 심사평정의 객관성ㆍ 공정성 등에 관한 시비가 끊이지 않자, 교육부가 교수 재임용제도 심사에 대한 행정지도에 나선 것이다. 1993년 9월 27일 교육부는「대학교원 기간제 임용심사제도 개선 요청」공문을 각 대학에 내려 보냈다.


(사진 5) 교육부 공문 [대학 12100-2017, 백서 1, 308쪽]


1. 교육부에서는 교수 연구 활동 진작 및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교수 기간제 임용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일부 대학에서는 기간제 임용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동 제도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거나 개인적인 문제와 연계, 자의적으로 운영하여 물의를 빚는 사례가 있습니다.

2. 이에 객관적이고 엄정한 교수 업적 평가를 통해 대학교원 인사관리의 합리화를 도모하고자 대학교원 기간제 임용 심사제도 개선방안을 마련, 별첨과 같이 통보하오니 이를 참고하여 각 대학별 자체 실정에 맞는 기간제 임용심사 기준 및 절차 개선안을 작성 ‘93.10.30까지 우리부에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따라 1993년 이후로 대학마다 교원인사규정에 「교원 기간제 임용 심사 기준에 관한 내규」를 새로이 제정하고 이를 정관에 반영하였다. 그러나 덕성여대는 교원 기간제 임용심사 기준 및 절차를 마련ㆍ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교육부는 1994년 7월 19일 재차 공문을 보냈다.

각 대학별 자체 실정에 알맞은 대학교원 기간제 임용 심사기준 및 절차개선안을 마련토록 하였으나, 현재까지 귀교에서는 동 제도 개선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는 바, 조속한 시일 내에 개선안을 마련, ‘94.9.1자 기간제 임용대상자부터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만전의 준비를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사진 6) 교육부 공문 [대학 12100-1504, 백서 1, 85쪽]

이에 따라 덕성여대도 「교원 기간제 임용 심사 기준에 관한 내규」를 제정하여 1994년 9월 1일부터 시행하였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대학교원 기간제 임용심사제도 개선 방안」의 기본 방향으로

○ 대학별 자율적인 심사기준과 방법에 따른 기간제 임용 실시
○ 객관적이고 엄정한 교원임용심사 및 인사관리로 제도운영의 활성화
○ 심사 기준 및 결과의 공개, 탈락 대상자에 대한 소명 기회 부여를 통한 자의적 제도 운영 방지
○ 특히, 엄정한 제도 운영을 통한 교수의 교권 보호

등을 제시하고, 심사기준으로 “특히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많은 평점항목은 가능한 줄이고, 객관적인 평점이 가능한 항목으로 기준을 설정하여 기준의 타당성 및 객관성 확보” 를 대학에 요청하였다.

그러나 덕성여대가 뒤늦게 마련한 「교원 기간제 임용 심사 기준에 관한 내규」는 교육부 방침을 따르지 않았다. 제 7조 ‘재임용 결격 사유’가 이를 말해준다.


(사진 7) 교원 기간제 임용 심사 기준에 관한 내규 [백서 1, 66-67쪽]


제 7조(재임용 결격 사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교원은 재임용될 수 없다.

1. 사립학교법 제58조 제1항 각호(면직의 사유)와 동법 제61조 제 1항 각호(징계의 사유)에 해당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제56조 내지 제 61조와 제63조의 의무위반행위 및 동법 제64조 내지 제66조의 금지행위를 한 자

2. 불순한 목적으로 학생을 선동하거나 파벌을 조성하고 학내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자

3. 교원으로서의 사표가 될 품성과 인격에 현저히 결함이 있는 자


재임용 결격 사유 가운데 2호의 ‘학생선동’, ‘파벌조성’, ‘학내질서 문란’ 3호의 ‘인격결함’ 등은 인사권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재임용제를 개인적인 문제와 연계, 자의적으로 운영하여 물의를 빚지 말도록” 한 교육부의 행정지도와 배치된다.

  1995년 10월 1일 덕성여대는 이 내규를 재개정하였다. 9조(재임용 제외 대상자에 대한 소명 절차), “교원인사위원회가 이 내규 제 6조와 제 7조의 규정에 의하여 재임용 제청동의 심의결과 제외 대상으로 판정된 교원에 대하여는 심의 의결하기 전에 교원인사위원회에 출석시켜 본인의 진술을 들어 소명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아예 삭제한 것이다. 이 또한 “심사 기준 및 결과의 공개, 탈락 대상자에 대한 소명기회 부여를 통해 자의적 제도 운영을 방지하라”는 교육부의 방침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2년 후 덕성여대는 또 다시 내규를 개정한다. 1997년 재임용심사를 위한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직전인 2월 17일 이사장은 신라호텔에서 “주 총장 제(諸)규정 조속(早速)히 수정(修正) 금일(今日) 조속히 제출(提出)바랍니다”라고 하여「교원 기간제임용 심사기준에 관한 내규」를 수정할 것을 지시하는 팩스를 총장에게 보냈다. 이사장이 수정 지시한 내용은 다음 세 가지다.


(사진 8) 기간제임용 심사기준에 관한 내규 [백서 2, 256쪽]


제 1조(목적). 이 내규는…“연구실적, 교육실적, 봉사실적을 심사하는 기준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를 “근무실적, 연구실적, 교육실적, 봉사실적을 심사하는 기준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 3조 (근무실적)을 신설하고, 근무실적은 90점 이상으로 함

제 7조(재임용 결격사유)
2. “불순한 목적으로 학생을 선동하거나 파벌을 조성하고 학내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자”를 “불순한 목적으로 학생을 선동하거나 파벌을 조성하거나 유언비어 등으로 학내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자”


이사장의 팩스가 의미하는 바는 다음 세 가지다.

  하나는 이사장이 학사행정에 관한 총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조속히’를 두 번이나 썼다는 사실에서 당시의 다급했던 사정을 엿볼 수 있다. 이사장은 학사일정, 교육방법의 변경, 교육과정의 변경, 위원회 신설ㆍ개폐ㆍ위원위촉, 신입생ㆍ편입생요강ㆍ사정원칙, 교수초빙ㆍ시간강사 위촉 등 교무행정 전반에 걸쳐 총장에게 지시ㆍ결정하고, 심지어 “한문” 담당 교수에게 “한자”만 가르치도록 교수방법까지도 간섭하였다. 이사장이 국문과 교수에게 팩스를 보내

① 漢文 아니고 漢字만 가르키기 바람  例 熟語
② 기간 방법 교과서 등 보고
③ 전학생 한자 시험 후 능력반 편성
④ 획일적 Class 편성하지 말기 바람

등을 지시한 것이 그 예이다.


(사진 9) 교양 한문 [백서 2, 250쪽]

다른 하나는「교원 기간제임용 심사기준에 관한 내규」를 이사장 멋대로 변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교원 임면에 관한 권한을 이사장이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증거다.

  마지막으로 내규 변경의 실질적 이유다. 이사장은 연구실적, 교육실적(강의평가), 봉사실적 만으로는 한상권 교수를 재임용 탈락시킬 수 없기 때문에, 근무실적을 새로 첨가하여 탈락시키려하였다. “변경하여 바꿈, 근무실적 빠짐”이라는 지시를 비롯하여, “제3조에 근무실적”조항을 신설하고, 그 기준으로는 “근무실적 90”이상으로 규정하라는 지시가 이를 말해준다. 덕성여대 근무실적은 학과장, 학장, 교무처장, 총장이 메기는데, 1996년 한상권 교수의 근무실적 평균은 82.4였다.

  이처럼 덕성여대는 「교원 기간제 임용 심사 기준에 관한 내규」 내규를 뒤늦게 마련하면서, 자의적인 재임용제외 규정 마련(1994년), 재임용제외 대상자에 대한 소명절차 삭제(1995년), 근무실적 신설(1997년) 등 잇달아 개악함으로써 교육부의 행정지도 방침과는 거꾸로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재임용제를 통제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비판에 대해 덕성여대는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다.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이 국력에 비하여 국제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 있음을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임. 근년에 교육개혁위원회와 국공립 및 사립의 일류대학 등에서 선도하여 고등교육의 질 향상에 노력하고 있음은 만시지탄이 있지만 다행한 일임에 틀림없음. 고등교육의 질 저하의 주원인의 하나로 교수의 자동승진과 자동적인 재임용의 관습화가 꼽히고 있음.

또한 언로보도 등을 통하여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임. 덕성여자대학교는 오래전부터 대학의 이러한 악습을 시정하고자 노력해 온 바, 우수한 교수의 확보는 교육의 질 향상에 직결되는 사항이므로 교수재임용제도와 교수 승진제도는 우수한 교수를 확보하고 무능한 교수를 도태하여 고등교육을 정상화하려는 본래의 취지대로 기능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