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물러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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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 (2)

한상권(중세사2분과)

6. 고소를 한 학생 모두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구속시키겠다

5월 하순 교육부 감사가 실시되고 수업이 재개되면서 감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책걸상에는 쇠사슬이 설치되고, 청원 경비가 고용되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학생대표자들은 고소에 수배에 추가고소를 당하였으며, 교협 교수들도 기소 위험에 처한 상태에서 추가 고소를 당하는 등 학교 측의 탄압이 날로 가중되고 있었다. 반면 수업이 시작되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투쟁은 벌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10월 말로 임기 만료되는 박원국 이사장의 연임을 위해서는 여름방학 동안 민주세력을 ‘싹쓸이’ 해야만 했다. 학교와 재단이 총공세를 폈으며 여기에 공권력이 가세하였다. 경찰은 학생을 검찰은 교수를 맡았다.

   먼저 북부경찰서가 체포영장을 발부하여 학생들 운신의 폭을 옥죄었다.


<사진 12> 고소된 학생 6명 체포영장 발부 (덕성여대신문 450호, 2001.5.28)

권순경 총장직무대리는 4월 2일 총학생회장 김나영(정치 4)을 비롯하여 중앙운영위원회 간부 3명(인문대 학생회장 정주희(국문 4), 사회대 학생회장 박은경(사회 3), 동아리연합회 회장 김수경(일문 4))과 조국통일위원회 위원장 주지은(인류 4), 김은희(사회 4) 등 6명을 업무방해(총장실 및 행정동 점거, 시험방해 및 수업방해, 일부 교수들에 대한 상해와 기물파손 등)의 혐의로 북부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리고 심리학과 학생들과 면담 자리에서 “내가 고소를 한 학생 6명 모두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구속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였다(5월 8일). 학교의 최고 책임자가 학생들을 고소하여 수배자로 만들고 구속까지 시키겠다고 하니 참으로 비교육적이고 반인간적인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말을 전해들은 학생들은 “총장이 경찰과 용역을 동원해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그도 모자라 학생들을 고발하고 공공연히 구속시키겠다는 것을 보고는 학교에 대한 마지막 신뢰감까지 빼앗긴 느낌”이라며 허탈해 했다.

결국 권순경 총장직무대리가 호언한대로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다. 공권력이 학내 사태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불문율을 깨고 경찰병력이 1997년 당시 신라호텔에 거주하고 있던 덕성여대 박원국 이사장을 과도하게 비호하자,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위해 행사되어야 할 공권력이 이사장 개인을 위해 무절제하게 사용(私用)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며 관련 책임자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 바 있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후 똑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진 것이다.

  북부경찰서는 권순경 총장직무대리가 총학생회 간부들을 형사 고발한 것을 빌미로 잇달아 출석요구서와 경고장을 보냈다. 또한 5월 15일 교육부 앞 시위로 연행되었다가 훈방된 학생들의 집으로 경고장을 발송하였다. 당시 연행되어 조사 받던 학생들은 부모님들의 걱정을 우려해서 가정에의 연락을 조심스러워 하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경찰이 교육부 특별감사가 한창 진행되는 시점에 가정에 경고장을 발송하여 학부형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더구나 북부경찰서가 보낸 경고장의 내용은 “총장실 점거농성, 책걸상 빼낸 것, 학생 선동했다는 것” 등 총장직무대리가 보낸 경고장을 그대로 베낀 것이었다. 엄중중립을 지켜야 할 공권력이 학내사태에 무분별하게 편파적으로 개입하고 있었으며, 그것도 제자들을 형사고발하여 ‘사제의 도리를 저버린 패륜아’라고 비난을 받고 있는 총장 직무대리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용산경찰서 역시 이미 훈방된 학생들에게 출석요구서를 잇달아 보내는 등 덕성사태에 이상스러울 정도로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었다. 용산경찰서는 자신의 관할도 아닌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내며,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면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체포될 수 있다”라는 위협까지 하였다.

  마침내 학생들의 분노가 마침내 폭발하여, 5월 24일(목) 학생 50여 명이 북부경찰서에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였다. 학생들 자유게시판에는 경찰이 비리재단의 입장을 대변하고 비호한다는 비난의 글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북부경찰서가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첫째, 덕성여대에서 고발된 학생의 체포영장은 법 절차에 다른 것입니다.

1. 학교측의 고발에 따라 형사소송법의 절차를 준수하여 3차례에 걸쳐 출석 요구서를 발송하였으나, 학생들이 출석을 거부하여 부득이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것으로 이는 정당한 법 절차에 따른 것입니다.
2. 또한 학생들이 조사에 응할 때는 법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며 떳떳하게 경찰 조사에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서한문 발송은 학생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동년배의 부모 심정으로 자숙을 촉구한 것입니다.
1. 총장실 점거 행위나 5.14-5.17일간 세종문화회관 정부종합청사 등 여러 차례에 걸친 도심권 불법시위 등은 현행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 처벌에 앞서 자숙을 촉구하고자 극소수 인원에 한하여 서한문을 발송한 것은 부모의 심정으로 자칫 잘못된 판단으로 처벌을 받게 될 불이익을 우려한 것입니다.

2. 한편 서한문의 용어 선택에 대하여 시비를 하는 것은 큰 숲을 두고 나무 가지만 휘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본말을 호도하는 것으로서 문제의 본질과는 전혀 무관한 것입니다.

셋째, 근거 없는 비방 모략은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1. 경찰이 재단의 돈을 먹고 학교 앞잡이 노릇 운운하는 허위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는가 하면
2. 경찰이 재단의 로비에 넘어가 학내사태에 편파적으로 개입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건전한 이성과 판단력을 가진 지성인으로는 보기 어려운 행동입니다.
경찰은 법 집행기관으로서 관련 법령에 따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법대로의 처리를 할 것입니다.
언제든지 평화적 합법적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대화하고 협력할 것이나, 물리적 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단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국기기관에 대한 허위사실 명예훼손 등의 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합니다.

북부경찰서
2001.5.29(화)


  7월 7일에는 고소당한 학생회 대표자 및 간부 15인의 집에 [행정동접근금지가처분] 문건이 도착하였다. 학생들은 총장실을 명도하고 행정동 내에서 총장의 업무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행정동 농성을 주도하는 15명 학생의 발목을 붙잡아 놓기 위해 박원국 이사장이 제기한 소송이었다. 11일까지 학생들이 철수하지 않을 경우 민사사건으로 손해배상을 집행할 것이며, 학교당국은 이를 학생들을 제적시키는 근거로 사용할 요량이었다. 여기에 더하여 7월 18일 권순경 총장직무대리가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수배 상태에 있는 학생 대표자 6인을 추가 고소하였다.

   교수들을 압박한 것은 검찰이었다. 권순경 총장직무대리는 4월 30일 4명의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신상전, 한상권, 성낙돈, 오영희)을 “업무방해, 재물손괴 등 방조혐의”로 북부경찰서에 고발한 데 이어, 7월 16일 같은 혐의로 위의 4명을 추가로 고소하였다. 교수와 학생을 상대로 한 네 번째 고소였다.

  그 동안 교수들은 학교와 재단의 탄압에 끊임없이 시달려 왔다. 교협 교수 3명 재임용탈락으로부터 시작하여, 회장․부회장 구속 시도, 회원 교수 12명에 대한 징계 논의, 회원 교수들에 대한 수차례에 걸친 경고장 남발, 회장 자택 가압류 조치와 네 차례에 걸친 경고장 발송, 천막농성장에 대한 테러, 경고장을 받은 교협 교수들 연구비 지급 거부, 인터넷 학교 게시판에 올라온 학내민주화투쟁을 주도하는 교협 회원의 명단과 활동 내용의 왜곡 발표, 교협 지도부를 불순분자로 규정하고 교협 활동을 ‘재단 탈취 행위’로 음해하는 터무니없는 내용을 담은 10여 차례의 학생 가정 통신문 발송 등이 구체적인 탄압 사례들이었다.

  교수들은 고소 고발이 거듭되는 가운데 힘든 투쟁을 하였다. 권순경 총장직무대리가 고소대리인 최병완 학생과장을 통해 제출한 증거자료는 교수가 강의실에서 수업한 내용을 도청한 녹취록, 교수 동태를 몰래 숨어서 찍은 사진, 집회 발언을 도청한 녹음테이프와 녹취록, 행정동 입구에서 근무하는 경비직원들이 작성한 경비일지 등이었다. 교수들의 학생들 행정동 점거 농성과 재물손괴에 동조하거나 선동한 사실에 대한 증거물로써 학교는 행정동 입구에서 근무하는 경비직원들이 작성한 경비일지를 북부경찰서에 제출하였다. 경찰 취조 과정에서 경비일지는 권순경 총장직무대리가 시켜서 작성된 것임이 확인되었다. 학교당국이 채용한 경비직원들이 교수와 학생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기록하여 보고하여 왔음이 드러난 것이다. 경비직원들의 본래 임무는 외부인으로부터 학내구성원들과 건물을 포함한 학교재산을 보호하는데 있다. 그런데도 경비직원들은 학생의 등록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도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과 교수들을 사찰하고 감시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작성한 경비일지는 학생들과 교수들을 각각 2중으로 고소하여 범죄자로 만드는데 사용되고 있었다. 권순경 총장직무대리는 교수와 학생들의 모든 언행을 사찰․감시․도청하도록 지시하고, 불법적으로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교수 학생들을 고소하여 범죄자로 만들려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공권력을 동원한 민주세력 압살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덕성여대민주화와사학비리척결을위한공동투쟁위원회(덕성공투위)’ 대표[김영규(인하대 교수), 박거용(상명대 교수), 강남훈(한신대 교수), 이지현(87학번, 민주동문회장)]가 북부지청을 방문하였다(7월 23일). 공투위 대표단은 다음 이유를 들어 공권력 행사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첫째, 대학의 학내문제는 대학교육 당사자들 간 자율적인 협의에 의거 해결해 온 대다수 대학들의 전통에 따르는 게 최선이라는 취지에 따라 관련 당사자들 간 가급적 대타협에 의거 본 사건이 조속히 종결되도록 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들간 합의가 이루어질 개연성이 아주 낮은 현 상태에서는 재단의 권한 남용에 의해 학내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아무 권한이 없는 상태에 있는 교수들의 지위를 약화시키는 기소 등 어떤 사법적 조치도 내려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덕성여대 재단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자행해 온 전례와 교권을 무자비하게 짓밟아 온 행태로 보아 그런 사법적 조치를 십분 활용해 관련 교수들을 직위해제 할 것이 충분히 예견되기 때문이다.

  둘째, 재단법인 덕성학원의 오너 행세를 하고 있는 박원국 이사장은 오는 10월 이사로서의 임기가 만료된다. 그 때 교육부가 이번 특별감사 결과와는 무관하게 그를 이사로서 재선임하지 않을 경우 이사회는 곧 정상화 될 것으로 예견되어 재단은 교협과 어떤 형태로든 학내분규 해소를 위한 협의를 시도할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건데 고소 건으로 인해 관련 교수들이 10월 이전에 기소될 경우 그런 화해와 협력 기회가 마련되지 않아 오히려 학원 정상화에 역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소지가 있다.

  셋째, 학교측이 자행한 학생들에 대한 고소 건은 그 자체가 비교육적인 처사임은 물론이거니와 재단과 총장 등 학교당국이 행정동을 점거하고 있는 총학생회장 등 지도적 위치에 있는 학생들을 제적 등 징계조치 하겠다는 등 위협을 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사법처리까지 병행함은 지금까지 어느 대학에서도 감히 생각해 보지 못한 무자비하고 가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학생들의 행정동 점거는 교수들이 재임용탈락 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학습권이 침해당한 데 대한 정당방위적 차원의 저항권 행사다. 학생들의 저항권 행사를 정당하다고 보는 입장에서 사법처리는 지양되어야 하며 고소 건은 각하되어야 한다. 스승의 입장에서 볼 때 사법처리까지 하는 무거운 처벌은 너무나 자괴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투위 대표단의 요청에 대해 북부지청은 “박원택․ 김기주 이사와 이강혁 총장이 교협 교수 6인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 건에 대해 기소할 방침이었으나 교육부 특별 감사 결과를 지켜본 후 최종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하였다. 그러나 북부지청(담당 검사 이흥락)은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인 9월 28일 기소하였다. 이 건에 대해 2000년과 2001년 국정감사에 의원들은 한 결 같이 고소를 취하할 것을 촉구하였다. 2000년 국정감사에서 박상진 당시 상임이사는 교협 교수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여 학내사태를 안정시킬 것을 약속하였으나 지키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01년 9월 28일 국정감사에서 설훈의원은 “(박원택 김기주 이사는 2000년 국정감사) 약속을 철저하게 파기하고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기만하고 농락하였으므로 신뢰할 수 없다”고 질타하였다. 2001년 국정감사장에서도 국회의원들은 박원국 이사장을 포함한 현 박씨 족벌재단이 학교정상화 의지가 있다면 교수와 학생들에게 대한 11건의 고소부터 취하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박씨 족벌재단과 그 측근들은 고소를 취하하지 않았다. 또한 북부지청은 공투위 대표단에게 이번 기소 처리 여부에 관해 교육부의 특별감사 결과를 주요하게 참작할 입장임을 밝혔으나, 기소를 강행함으로써 공권력을 이용하여 비판적인 교수들을 탄압함으로써 위기를 탈출하고자 하는 박씨 족벌재단의 의도에 장단을 맞춘 꼴이 되었다.

이로써 박씨 족벌재단과 그 측근들은 덕성여대 분규를 해소할 어떠한 의지도 없음이 드러났다. 교협 교수들에 대한 기소는 “1개월 이내 분규 해소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라”는 교육부의 지시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며, 학교법인 덕성학원(이사장 박원국)이 지난 9월 16일 교육부에 제출한 대학분규해소대책이 허구임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교협도 덕성의 민주화와 교육권 확보를 위한 법적 투쟁을 선포하고, 맞고소를 선언하였다(10월 19일).

  그동안 고소인의 소 취하를 통해 덕성사태가 합리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다려오던 우리는 , 안타까운 일이지만 법을 탄압의 도구로 악용하는데 맞서 ‘정당방위’ 차원에서, 더 나아가 덕성여대의 민주화와 교육권확보라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를 고소한 박원택 김기주 이사, 권순경 총장직무대리, 강OO 교수 등을 ‘맞고소’하기로 하였다.
7. 물러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

  교육부는 5월 말에 실시한 감사의 결과를 8월초가 되도록 발표하지 않고 있었다. 교육부 감사결과는 계속 늦어지고 감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재단과 학교 당국의 탄압은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덕성여대에서 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사장의 과도한 학사행정 간섭, 족벌 이사진의 문제, 부당한 재임용탈락의 문제, 비민주적 학사행정 등을 지도· 감독해야 할 위치에 있는 교육부의 미온적이고 나약한 태도가 덕성사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학원자주화 투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행정동 농성장을 찾는 학생들 발길도 뜸해졌다. 설상가상으로 학생들은 1학기 학자투쟁의 성과를 느끼지 못한 채, 수업 거부에 참여한 학생들이 무더기 F학점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민주 세력으로서도 여름방학 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2학기 투쟁은 더욱 힘들어 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그대로 주저앉는다면 1학기 동안 어렵사리 이룬 성과들이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기에 투쟁의 자세를 다시 가다듬지 않을 수 없었다.

  7월 31일 총학생회 간부 3명(총학생회장, 인문대 학생회장, 사회대 학생회장)과 해직 교수 3명이 △교육부의 덕성여대 감사결과 발표와 관선이사 파견 △박원국 이사장 퇴진 △해직교수 재임용탈락조치 철회 △총학간부 제적방침 철회 등을 요구하며 “학원의 민주화와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한 조계사 농성”에 돌입하였다.


<사진 13> 덕성여대에 관선이사 파견을 (한겨레 2001.8.7)

경찰의 수배를 피하면서 교육부와 재단 학교당국에 압력을 가하고, 덕성사태의 심각성을 시민들에 알리기 위해 기습적으로 조계사 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조계사 농성은 많은 언론의 관심사가 되었고 교육부와 학교당국에게 덕성인의 힘을 다시 한 번 크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언론의 통해 조계사 농성 소식을 들은 많은 학생들이 조계사를 방문함으로써 학자 투쟁의 결의를 다시 다잡을 수 있게 되었다.

  조계사 농성단은 매일 새벽 5시(처음에는 4시)에 일어나 108배를 하고 청소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였다. 농성 기간 동안 스님과 신도들은 과일이며 떡을 가져다주며 지지해 주었다. 해직교수가 밝힌 농성단의 하루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1)아침일과 :
어제 새벽 2시까지 조계사 농성평가(농성 16일째)를 하느라 채 3시간이 못되게 눈을 붙인 탓인지 오늘의 새벽 5시 기상은 아무래도 무리였나 보다. 일과에 따라 일어나자마자 108배를 마치고 다시 경내를 깨끗이 쓸고 정리하자 날이 훤히 밝았다.

상쾌한 기분으로 천막농성장에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할 즈음, 지구환경사랑청년회라든가 뭔가 하는 각 대학의 학생들로 이루어진 8인의 지지방문이 있었다. 그들은 너무도 쾌활하고 순수한 젊은이들이었다. 처음 만났음에도 전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들의 지친 심신에 활력과 애정을 전하고자 자청해서 우리들의 어깨와 머리 안마를 해주었다. 여러 분야의 소중한 마음과 존재들을 느끼게 해준 참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다.

보통 때 보다 조금 늦은 아침 조회를 마치자 9시 30분이었다.
서둘러 지하철 1인 시위를 조직하여 안국역에서 종로 3가, 동대문, 동대문운동장, 3호선, 4호선 중,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우리 4명은 어떤 때는 기차대형으로 어떤 때는 미동도 없는 나무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덕성여대라는 사립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그 해결에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2) 점심과 오후일과 :
11시가 넘어서 조계사로 돌아와 보니 엠비씨 카메라가 눈에 띄었고, 한상권 선생님이 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책상 위에 놓인 문건은 감사결과 보도 자료였다. 감사결과 발표에 대한 의견을 듣고 조계사 천막농성에 관한 이모저모를 취재하기 위해서 온 뉴스 테스크란다. TV카메라에 대해서도 이미 흥미를 잃었지만 전체 투쟁의 의의와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취재에 적극 협조하느라 뙤약볕도 마다하지 않았다.

불을 지핀 것 같은 천막을 찜질방이라 생각해도 점심을 해결하자니 한숨과 땀부터 먼저 배어나왔다. 오늘 식사당번 총짱(총학생회장)과 인짱(인문대학생회장)이 그 더운 열기 속에서 어렵게 준비한 한 끼이므로 또 가열찬 투쟁을 위해서라도 먹어야 한다.

어떻게 감사를 한 교육당국이 방관자가 되어 뒷전으로 물러나 나몰라라 할 수 있는가. 물론 그간의 지난했던 투쟁을 상기해보면 적지 않은 아쉬움과 허탈감이 있지만, 참다운 개혁이 그처럼 쉽사리 얻어질 수 없고 보면 교육부가 인정하고 학교당국에 요구한 내용들을 근거로 우리 학교가 정말 거듭 새로 날 수 있어야 한다.

인사동 선전전은 하루 일과 중 비교적 즐겁고 보람된 시간(오후 4:00-6:00)이다.
가두에서 서명운동과 유인물배포 및 학교상황과 조계사 농성에 대한 선전이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조계사를 지지하기 위해서 찾아온 지지방문자들과 함께 하는 것과 이곳을 지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띤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기 때문에 더욱 신이 난다. 비록 좋은 일로 시민들과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학교가 용기가 있고 양심이 있는 학교라는 칭찬도 듣고 헤아릴 수 없는 격려의 말을 듣게 된다. 바로 이런 시민들과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덕성여대는 좋은 학교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이와 같이 성숙한 시민의식과 양심적 실천이 있기 때문에 교육부가 그나마 이처럼 부당함에 대한 편파성에 대한 지적과 아울러 시정을 요구한 것이 아니겠는가?

(3) 저녁일과 :
해가 떨어졌어도 조계사 천막 속은 더위가 가실 줄 모른다. 저녁은 총짱이 그 많은 식구들(?)이 다 먹고도 남을 만큼의 오무라이스를 별식으로 했단다. 한 솥 가득한 볶음밥이 먼저 왔다. 그런데 덮개용 계란 후라이는 나누어 담은 밥의 일각도 가리기 어려웠다. 함께 모여 먹는 저녁은 일종의 기쁨이다. 비록 김치 구경해본 지 3일 째 되고, 된장찌개가 연 사흘 밥상을 제패했을지라도.

9시 경부터 종례가 시작되었다. 회의 중, 은사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뉴스에서 덕성여대 감사결과를 보시고 전화를 하셨다고 했다. 기실은 그분과 그간 함께 진행해왔던 연구프로젝트 속에서 내 몫이 차일피일 미루어지면서 이미 마감 기일에 이르렀기에 걱정이 되셨나보다. 몸도 많이 지친 데다 마침 핑계가 생겼다.

(4) 주체평가 :
내 몸은 이틀이 한계다. 양일 동안 풀가동을 하고 나면 기진맥진 녹초가 된다. 하지만 곁에서 아픈 배를 쥐어뜯으며 목청을 돋우는 뱅, 천하무적 철의 여인 영, 묵묵히 전체를 위해 자신을 잊고 사는 명과 학생대표자들과 함께 하노라면 이틀은 삼일로, 삼일은 사일로 한계를 초월케 한다. 서로에게 힘을 주고 격려하며 성장해가는 대오와 조직은 지금 현재는 바로 덕성여대 조계사 교수·학생 농성단일 뿐이기 때문이다.(2001.8.17 새벽 2 : 10)


  조계사농성단에 힘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35개의 교육, 시민단체로 구성된 ‘덕성여대 민주화와 사학비리척결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에서는 교육부 감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교육부 앞 1인 항의시위를 하기로 결의하였다. 8월 8일(수) 최갑수(교수노조 준비위원장, 서울대 교수), 8월 9일(목)유초하(전 민교협 공동의장 , 충북대 교수), 8월 10일(금) 황상익(현 민교협 공동의장, 서울대 교수), 8월 13일(월)) 김영규(공투위 공동의장, 인하대 교수), 8월 14일(화) 박거용(민교협 공동의장 , 상명대 교수), 8월 16일(목) 이용구(전 경문대 교수), 8월 17일(금) 김윤자(민교협 공동의장, 한신대 교수), 8월 20일(월) 김철홍(인천대 교수, 교수노조경인지부장), 8월 21일(화) 이화영(서일대 교수) 등이었다.


<사진 14> 덕성사태 해결 촉구 1인 시위 (노동일보 2001.8.9)

 

8. 박원국 이사장님, 왜 때리십니까

  덕성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조계사 천막농성에 돌입한지 보름 째 되는 8월 16일 감사결과가 발표되었다. 교육부는 ▲개강직전 별 문제없는 교수 재임용탈락 ▲재임용자격 없는 교수 정년보장 교수로 재임용 ▲부총장이 있는데도 총장직무대리 선임은 물론 임기가 보장된 부총장 등 보직 교수 6명 해임 ▲1학기 신규 교수 채용 때 현대문학 담당 교수 심사에 수학과 교수를 참여시키는 등 절차와 상식을 벗어난 신규채용· 재임용 사례가 많다며, 사학경영자로서 사회적 책무성과 공공성을 준수하지 못한 박원국 이사장에게 사태의 책임을 물어 ‘엄중 경고 조치’를 하고, 한 달 이내 학교 정상화 방안을 제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사진 15>
덕성여대 이사장 등 경고 (한겨레 2001.8.17).

교육부 감사는 그동안 은폐된 교수 임용 재임용과 관련된 인사비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 덕성사태의 책임이 이사장에게 있다는 점을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14건의 인사비리를 저지른 박원국 이사장에 대해 경고에 그쳤으며 재임용탈락교수에 대한 후속조치가 전무하다는 점은 문제가 있었다.

  교육부가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원국 이사장에게 ‘엄중경고’라는 신분상 조치를 취하고 ‘1개월 이내에 학내분규 해소 방안’을 마련․시행하라는 행정상 조치를 취하였다. 그러나  덕성여대는 불법적인 교수임용관행 시정조치를 받고도, 2001년도 하반기와 2002년도 상반기 교수초빙 공고를 내면서 초빙분야를 명기하지 않고, 응모자격을 제한하는 등 규정과 절차를 무시해 또다시 물의를 빚었다. 학교는 일간 신문에 교수초빙 공고를 내면서 서양화전공 응모자격을 ‘외국에서 다년간 활동한 화가’ 제한하고, 교양학부는 초빙분야를 아예 명시하지 않았다. 또한 교수초빙 세부심사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임용 3개월 전 공고 규정도 지키지 않았으며, 교양학부 교수초빙은 학부의 요청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였다. 이에 대해 교수협의회가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대학이 교수초빙을 강행하는 배경에는 특정인을 뽑으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지적하자, 학교측은 “학과의 요청이 없더라도 정책상 필요하다면 총장의 결정으로 교수를 초빙할 수 있으며, 전공분야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전 분야에 걸쳐 유능한 교수를 뽑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변하였다.

  또한 교육부감사 시정조치까지 위반하면서 불법적인 신임교수초빙을 자행하는 데 대해 교수들이 항의하자, 본부 보직교수들은 “교육부 시정조치는 단지 경고일 뿐이다”라는 말만 거듭하였다. 교육부의 경고 조치가 완전히 무시되고 학내사태는 더욱 파행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처럼 대학과 법인이 또다시 절차를 무시하고 교수임용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부가 인사비리에 대해 철저한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박원국 이사장은 [교수초빙 세부심사기준]에 위배되는 불법적인 교수초빙을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강행하고 있으며, 불법적인 교수 초빙에 반대해 재단에 항의방문 갔던 학생들을 폭행하고 권순경 총장직무대리는 고소까지 하였다.(이하 <박원국 이사장님, 왜 때리십니까>, 오마이뉴스 2001.8.21)

  사건은 8월 20일 종로구 운니동에 위치한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서양화과 교수채용 면접심사장에서 발생했다. 오전 11시부터 개최된 면접심사장에 학생들이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경. 배혜정(영문 99) 씨에 따르면 자신을 포함한 학생 3명은 △덕성여대가 교수채용에 앞서 ‘심사기준안’을 졸속 개악했다 △양만기 서양화과 교수의 교협활동을 문제 삼아 재임용 탈락시킨 것은 부당하다며 “부당한 교수채용을 즉각 중단하라”는 침묵시위를 벌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이날 덕성여대가 면접심사를 가진 ‘서양화과 교수채용’은 덕성여대 2001년 2학기, 2002년 1학기 교수채용 공고의 일환으로 공고직전 개정된 ‘교수초빙 세부심사기준안’의 편파성, ‘채용 내정자 의혹’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사안이다.

다음은 배혜정씨가 전하는 현장상황.

“서양화과 교수채용 심사장에 유인물을 돌리던 중, 박원국 이사장을 발견하고는 ‘소리통’을 시작했다. 소식을 들은 학생 10여명이 현장으로 도착한 뒤 13명이 같이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오후 5시 30분경 면접심사장의 앞문을 여는 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박원국 이사장이 나오고 있었다. 다가가서 사진을 찍으니 박이사장은 잠시 주춤한 뒤 우리에게 다가와 캠코더를 들고 있던 윤수진(국문 00) 씨를 밀쳐낸 뒤, 사진촬영 중이던 내 오른팔을 두세 차례 때리며 ‘니네가 뭘 안다고 그래?’ ‘내가 이사장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

  배혜정씨에 따르면, 이어 10여명의 학생들은 박이사장의 ‘폭행 사과’를 요구하며 박이사장의 귀가를 제지, 학생-보직교수·교직원 간에 마찰이 빚어졌다.

  권순경 총장직무대리를 포함한 보직교수, 교직원들을 박원국 이사장을 에워싼 채 현장을 빠져나갔으며, 이 과정에서 배혜정씨가 촬영 중이던 카메라가 한 교직원에 의해 4층 밖으로 던져지고, 다수의 학생들이 교직원들에 의해 잠깐 동안 감금되기도 했다. 학생들의 사과요구는 박이사장이 자신의 차인 벤츠차에 탄 이후까지 이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권순경 총장직무대리가 학생들을 종로경찰서에 ‘업무방해·폭행’으로 고소, 항의시위를 벌이던 학생 19명 전원이 연행됐다. 학생들은 연행과정에서 격렬히 저항해 다수가 상처를 입었으며, 이중 2명은 한국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했다.





<사진 16> 보직교수 및 교직원들에 둘러싸여 평생교육원을 빠져나가고 있는 박원국 덕성학원 이사장(첫번째, 두번째). 박원국 이사장의 벤츠차량을 막아선 학생들(세번째). 권순경 총장직무대리가 학생들을 ‘업무방해’ ‘폭행’으로 고소한 뒤 연행되고 있는 학생들(네번째). (이상 사진제공 : 덕성여대 총학생회)

  학생폭행 및 고소사건은 종로경찰서 앞 ‘고소인대 피고소인’의 대결로 이어졌다. 종로경찰서 앞에는 오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고소인’측인 박원국 이사장과 권순경 총장직무대리 등 학교쪽 관계자들과 ‘피고소인’측인 학생, 민주동문회, 교협교수들의 ‘소취하’ 논쟁이 계속됐다. 학생 20여명은 연행학생 전원석방을 요구하며 정문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박원국 이사장은 오후 7시 40분경 잠시 종로경찰서 앞에 나타났다. 박이사장은 고소인 진술에 자신의 운전기사를 대리참석시켜 ‘피해자 진술’을 작성했으며, 현장에서 김명숙 총동문회 부회장의 학생고소에 대한 항의에 “내가 고소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내가 직접 학교일에 간섭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당신들도 간섭 말라”고 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8시30분경 잠시 현장에 나타난 권순경 총장직무대리도 민주동문회 회장 이지현 씨의 “어떻게 학교가 학생들을 고소할 수 있는가”라는 항의에 “학생들이 불법적으로 박이사장의 퇴근을 막았기 때문에 고소한 것”이라며 “학생들이 직접 잘못을 인정하고 고소취하를 부탁하면 검토해 보겠다”고만 답변했다.

  결국 연행된 학생들은 연행된 지 6시간이 지난 21시 50분경부터 ‘불구속’ 상태로 풀려났다. 학생들은 학교측의 고소취하 거부로 훈방이 아닌 불구속으로 귀가조치 됐다. 그나마 시위전력을 갖고 있는 학생 4명은 ‘추가조사’를 이유로 유치장에 송치됐다. 유치장에 송치된 4명 중 김은종씨 등 2명은 오늘(21일) ‘졸업식’을 갖는 학생들이다.

  풀려난 15명 중 캠코더 촬영 도중 박 이사장에게 폭행을 당했던 윤수진 씨는 박원국 이사장을 폭행혐의로 맞고소했다. 학생들은 “우리는 이제까지 그 어떤 탄압에도 학교측을 고소하는 일은 없었지만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고소이유를 밝혔다. 학생들에 따르면 경찰들은 학생들의 맞고소를 만류하는 입장이었으나, 0시경 학생들을 돕기 위해 도착한 이상희 변호사에 의해 고소장 작성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수진 씨는 맞고소장에서 “당시 복도에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고… 캠코더로 단지 촬영만 하고 있었을 뿐인데도 수차례 폭행을 가한 박원국 이사장의 형사처벌을 원한다…”고 고소이유를 밝혔다. 학교측은 윤수진 씨의 맞고소 직후, 태도를 바꿔 ‘고소취하’로 입장을 전환, ‘양측의 고소를 취하자”고 요구했으나 학생들에 의해 거부됐다.

9. 박원국 이사장이 운영하는 한 평화란 없습니다

덕성문제 해결 시한인 9월 15일이 되자, 덕성학원은 학내분규 해소방안으로 ▲결원이사 2명 1개월 내 보충 ▲총장 1개월 내(10월 15일) 선임 ▲재임용탈락교수 3명 2002년도 1학기 총장 제청을 통해 복직 ▲교협 소속 교수 보직기회 부여 ▲총장 선임 후 대학경영 개선 방안 마련 등 5가지를 교육부에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직원노조, 총동창회 등은 분규사학 문제를 다루게 될 교육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9월 27일 합동기자회견을 열어 “재단 측이 최근 교육부에 제출한 학내분규 해소 대책은 기만적 조치”라고 반박하였다.


<사진 17> 김나영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왼쪽 세번째)이 재단측의 학내분규해소방안을 규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학생회장은 “재단측의 정상화 방안은 현재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기만적인 발상일 뿐”이라며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박원국 이사장과 현 이사진이 전면 퇴진하고 민주적 관선이사를 파견해야 된다”고 주장하였다. 덕성학원이 제출한 분규해소대책방안이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기만적 조치’인 까닭은 다음 이유 때문이었다.

  (1) 결원이사 2명 1개월 내 보충
덕성여대 현 이사진은 박원국 이사장은 물론이고, 박원택· 김기주· 인요한 이사 또한 이전부터 현재까지 교수를 고소· 고발하는 등 학내 분규를 일으킨 당사자들이다. 학내분규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해야 할 현 이사진 체제하에서의 이사 충원은 의미가 없으며, 이사회의 족벌성만 강화할 뿐이므로 학내분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2) 신임 총장 1개월 내 선임
덕성여대는 현재 이사진 간의 내분으로 2월 26일 이후 이사회조차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총장 선출의 민주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이 철저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학내 구성원 모두의 의견이 수렴되는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추석을 제하면 불과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총장을 선임하겠다는 것은 재단 이사회에서 자신의 수족이 될 인물을 임의로 총장으로 임명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적인 공개채용 과정과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이사회에서 임의로 총장을 선임하고 이렇게 선임된 총장에게 책임 운영권을 준다는 재단 측의 방안은 권순경 총장직무대리의 예에서 보았듯이 학내 분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3) 2002년 1학기 총장의 제청으로 해직된 교수 3명 임용
교육부의 감사결과가 나온 후인 8월 20일, 학교는 부당하게 재임용탈락 된 서양학과 교수의 후임 교수를 초빙하는 절차를 강행하였다. 이번 교수초빙절차는 학과 교수의 반대, 교원인사임용내규와 교육부의 특별감사 지적사항(이사장의 임용관여, 비전공자의 심사 등) 위반, 특정인 내정의혹의 문제점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불공정 심사를 반대하러 갔던 19명의 학생 가운데 2명을 폭행하고, 전원 고소까지 하면서 진행되었다. 진정 교수 재임용탈락의 부당성을 인정하고 복직시킬 의향이 있다면 교육부의 감사 결과가 나온 직후인 2학기에 바로 복직조치를 취했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2002년 6월까지 임기인 현 인사위원회는 박원국 이사장 측 교수들이 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인사위원회가 해직 교수들의 복직을 제청할 리 없으며, 인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총장이 해직교수들의 복직을 제청할 수도 없다. 따라서 2002년 1학기에 총장의 제청 하에 3명의 교수를 복직시키겠다는 재단 측의 방안은 현재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기만적인 발상일 뿐이다.
박원국 이사장은 1990년 당시에도 분규 해소 대책으로, ‘차기총장을 뽑고, 해직 교수의 복직은 차기 총장에 일임하되 긍정적 방향으로 다룬다’는 약속을 하였다. 그 약속을 믿고 교수와 학생들이 농성과 수업거부를 풀자, 박원국 이사장은 겨울방학 기간에 교수와 학생들을 징계하였고, 해직 교수는 복직되지 못하였다. 또한 해직교수 복직운동을 주도한 한상권 교수에게는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가한 후 ‘개전의 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1997년 재임용 탈락시켰다.

  (4) 교협 소속 교수들에 대한 보직기회 부여
이에 대해서는 두 말할 나위조차 없다. 교협 교수들은 단지 학원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해 왔을 뿐이며, 투쟁 과정에서 보직 기회를 달라는 요구를 한 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정상화 방안으로 내세운 것은 사태를 호도하기 위한 재단측의 기만적인 전략일 뿐이다.

  1990년 당시의 기만적인 분규 해소 대책과 전혀 다를 바 없는 2001년 정상화 방안은 전혀 학교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되지 못하였다. 제대로 된 분규 해소 대책을 마련하려면 기본적으로 피해 당사자인 교수, 학생, 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분규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강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9월 28일 열린 2001년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민주당 소속 전원(이재정, 김경천, 김덕규, 김화중, 설훈, 임종석, 전용학 위원)과 한나라당 조정무 위원은 “박원국 이사장을 포함한 덕성여대 현 재단 이사회의 임원취임승인취소와 임시이사파견”을 촉구하였다. 설훈 의원은 박원국 이사장이 제출한 학내분규 해소대책은 진실성이 결여된 시간벌기용, 면피용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박원국 이사장은 몇 차례나 개선약속을 했지만 이를 번복하고 있습니다. 3차례나 약속을 번복하였고 현재 약속도(재단과 학교측에서 교육부에 제시한 5가지 학교 정상화 방안) 번복할 것이기에 소용이 없습니다. 이 대학 역시 빨리 조치하면 할수록 좋습니다. 박원국 이사장이 운영하는 한 평화란 없습니다. 빠른 조치가 교육부의 도리입니다. 다행인 것은 한완상 교육부총리가 사학비리를 겪어 보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미진한 것이 많고 정리가 안 된 것도 많습니다. 더욱 강력하고 정확한 분규사학에 대한 교육부의 의지가 있어야 하며 교육부의 강력한 의지가 본질적인 해결책입니다.


  설훈 의원의 발언에 대해 한완상 교육부총리는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다.


  사학은 자율성과 민주성 투명성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학비리에 관련되어서는 철저한 지적이 있어야 합니다. 설훈 의원님의 임시이사 조치에 관하여 그리고 임종석 의원님의 국감면피용이란 것에 대한 말씀드리자면 사실 덕성여대는 학교 운영상 문제가 심각합니다. 하지만 박원국 이사장은 분규해소대책으로 구체적으로 처리시한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철저히 관리 감독할 것입니다. 재임용탈락 그 부분은 새 총장이 임명된 후 복귀하도록 검토해 보겠습니다. 10월 15일까지 이행되는지 철저히 볼 것이며 학습권 침해 시에는 10월 25일 박원국 임기 만료에 임시 이사 파견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입니다. 이사회의 기능이 진행되지 못할 때에는 합법적으로 임시 이사 파견 등의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덕성여대 재단이 9월 16일 [대학분규해소방안]을 제출하고 10월 15일까지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이니만큼 예정된 시한까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이며, 만일 이행되지 않을 경우 임시이사 파견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변이었다. 한완상 교육부총리는 10월 15일까지 덕성여대 재단이 정상화 방안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고소·고발철회, 고정대해체 등을 하지 않으면 임시이사를 파견할 것이라고 하였다.
10. 덕성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임시이사 파견만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민주당 교육위원 중 설훈 의원은 1997년 한상권 교수 해직 시절부터 2001년까지 4년 동안 덕성문제 해결에 주력하였기에 덕성사태의 본질과 박원국 이사장의 실체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다. 2001년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설훈 의원은 “덕성여대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현 이사들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 취소와 임시이사 파견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교육부총리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하였다.


  본 의원은 덕성여대 사태를 바라보면서 비이성적이고 몰상식한 한 개인에 의해 어떻게 학교가 황폐화되고 혼란에 빠질 수 있는가를 똑똑히 목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99년 덕성여대에 대한 국정감사 시 공익적 성격을 가진 이사들에 대한 집요한 공격을 통한 흔들기와, 그 결과로서 그들이 물러난 뒤의 덕성여대의 퇴보를 보면서 우리 교육위원회의 무한한 책임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원국씨가 교육부의 허술한 대응으로 승소하고 학교에 복귀한 후 벌어지고 있는 덕성여대의 파행은, 역설적으로 지난 99년 국정감사 시 공익이사들에 대한 흔들기 작업이 얼마나 비교육적이었고 문제를 악화시키는데 일조했는지를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이제라도 다시 우리 교육위원회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최근 교육부의 요구로 박원국씨가 제출한 학원장상화 방안을 보면서 먼저 박원국씨와 현 이사진에 대해 과연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 반문부터 해보았습니다. 결론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우선 박원국씨부터 한번 생각해봅시다. 비록 교육부가 행정상의 잘못으로 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학교에 복귀했다고 하지만, 박원국씨가 저질렀던 각종 전횡이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즉 그간 저질렀던 만행에 대해 박원국씨는 학내 구성원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는 입장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복귀한 후 취했던 각종 행동과 조치는 보복과 분규 야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교육자로서 학교경영자로서 능력도 자질도 없는 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이 진정으로 참회하고 학교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본 의원은 이번에 박원국씨가 제출한 학교정상화 방안은 한마디로 시간벌기용이요 면피용에 불가한 거짓 약속이라고 단언합니다. 만약 그가 진정으로 정상화방안에 언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학교에 복귀한 후 학교를 이 상태로 몰고 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둘째, 박원택씨를 비롯한 현 이사진에 대한 신뢰의 문제입니다. 본 의원은 작년(2000년) 국정감사에서 원칙을 무너뜨리고 양쪽 당사자들 간에 화해와 중재를 시도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학교가 하루 빨리 정상화될 수 있다면 그러한 오해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자세로 임했습니다. 교수협의회를 비롯한 공동대책위원회에 이해를 구하고 설득을 통해 중재안을 마련했고 당시 상임이사였던 박상진씨의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약속은 무참히 짓밟혔고 본 의원을 비롯한 우리 민주당 의원들은 기만당하고 농락당했던 것입니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토록 약속을 철저하게 파기하고 우리를 농락한 자들이 현재 박원택· 김기주 이사인 것입니다. 개별 헌법기관인 우리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기만하고 농락한 이들을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결코 믿을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박원국씨를 비롯한 현 이사진들은 인간으로서의 신뢰성을 상실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이 약속하고 있는 정상화방안이 과연 지켜질 수 있겠습니까? 아닐 것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제시하고 있는 학내분규 해소대책을 평가해봅시다. 우선 총론적으로 볼 때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학내분규를 해소하고자 한다면 먼저 그에 상응한 사전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교수와 학생들에 대한 고소·고발조치를 철회함으로써 대화분위기를 먼저 조성하는 것, 그리고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해결방안을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는 모습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조치는 전혀 없었습니다.

  각론을 평가해보면 첫째, “총장을 1개월 이내에 뽑는다”라고 시기만 이야기할 뿐 어떤 방법과 과정을 거쳐 선출할 것인지에 대한 약속이 없습니다. 단지 1개월 내에 자기의 심복을 총장으로 선임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입니까? 중요한 것은 민주적인 과정과 절차를 통해 학내구성원들이 동의할 수 있고 학교의 화합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자를 선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상진 상임이사는 덕성여대 정상화 방안중의 하나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차기 총장 선임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둘째, “이사선임을 1개월 내에 한다”라고 시기만 이야기 할 뿐 어떤 사람을 선임할 것인지에 대한 약속이 없습니다. 현재 덕성여대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박원국씨의 전횡을 미연에 방지하고 형제간의 사사로운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갈등과 분쟁을 학교발전이라는 큰 목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공익이사가 필수적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형제간에 나타난 갈등양상을 볼 때 1개월 내에 자체적으로 이사선임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셋째, “총장에게 책임경영을 하도록 한다”라고 원론적인 언급만 하고 있습니다. 학교운영을 총장이 책임지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때까지 박원국씨가 일삼은 전횡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약속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총장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는 각종 학내 규정의 개정 일정, 민주적 학교운영을 위한 제도적 방안 등이 함께 제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넷째, 해직교수 복직문제의 경우도 일시만 언급하고 있을 뿐, 이를 위한 사전 전제조건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서양학과의 경우, 양만기 교수 후임으로 덕성여대 내규인 「교수초빙세부심사기준」을 어기면서 특정인을 불공정 임용하고자 하는 형태를 즉각 중지하여야 합니다. 또한 재임용에서 탈락된 3명 교수의 연구실을 비워달라는 〃부동산건물명도가처분신청〃을 취소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먼저 충족이 되어야 재임용 약속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이상과 같은 평가를 통해 볼 때 박원국씨가 제출한 학내분규 해소대책은 진실성이 결여된 시간벌기용, 면피용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덕성여대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현 이사들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 취소와 임시이사 파견만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부총리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감사결과에서 나타난 현저한 부당행위와 박원국· 박원택 형제의 임원간의 분쟁 등 현행 사립학교법 제20조 제2항의 규정에 근거 임원취임승인취소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부총리의 입장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