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령을 피우고 싶었나 보다(제4회 한국사교실 참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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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령을 피우고 싶었나 보다


“제4회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 교실” 참여 후기

조정현(동국대학교 사학과 석사과정)


흔히들 “공부가 가장 쉽다”고 한다. 하지만 공부를 통해 한 분야의 전문가를 목표로 하는 초심자들에게는 시작부터 ‘어려운 일’이었고, 석사과정에 진학하게 되면서 그 막막함은 한층 더해졌다. 이제 막 첫 학기를 끝낸 내 모습이 그랬다. 연구사 정리, 사료 정리 및 해석 등의 기초소양이 부족했다. 궁금증을 해결해 줄 적절한 논문을 잘 찾아서 읽고 있는 것인지, 논문을 내가 잘 소화하고 있는지 불안하기만 했다. 그 걱정은 공부를 쉽게 만들어 주고 능률을 높여줄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퍼졌다. 수료까지 2년이라는 석사과정의 짧은 재학기간 동안 부족한 점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효율적인 공부 방법이란 무엇일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때마침 한국역사연구회의 한국사교실에 대해 접하게 되었다.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 교실”이라는 주제로 고대사, 고려사, 조선사, 근대사, 현대사의 각 시대사 5개 강좌와 인터넷 데이터베이스 사료 활용법 강의까지 총 6개의 강좌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번 특강은 ‘각 시대사의 연구 동향과 인터넷 데이터베이스 사료 활용법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하였다.

   제 1강 고대사 강의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오신 한영화 선생님께서 율령을 중심으로 강의를 해주셨다. 일본에서 율령은 고대국가의 발전 양상을 설명하기 위한 키워드로 시기 구분에 활용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율령제가 시대구분의 지표로 사용되지 않고 법제사 분야에서 별도로 다룬다. 선생님께서는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율령제, 율령국가라는 개념을 쉽게 우리에게 적용해도 되는 것인지 사료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해 주셨다. 외래의 개념인 율령을 수입하면서도 자신들 만의 고유 질서를 확립해나갔던 한국 고대 여러 나라들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제 2강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이강한 선생님께서 고려사에 대해 수업을 해주셨다. 선생님께서는 “고려사 다시보기”를 키워드로 초보 연구자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볼 수 있게끔 조언을 해주셨다. 예를 들어, 건국-번영-혼란-멸망의 교과서적인 흥망사관에서 벗어나, 고려는 고대 삼국과 조선을 잇는 한국사의 한 흐름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또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한 분야만 공부하지 말 것을 언급하셨다. 특정 영역으로 구분이 안 되는 개념들이 많고, 초보자들이 한 분야를 선정하면 그 개념만 공부하는 악습관이 생긴다는  지적이었다.

   이강한 선생님께서 연구자는 현재의 내 삶을 존중받고 싶은 정도만큼으로 그 시대를 존중해야 한다고 하셨다. 이제 막 전문가가 되기 위한 시작의 단계에서 역사를 존중하기 위해서는, “전공 분야”라는 네 글자에 집착하여 시각이 좁아지는 것을 경계하고 한국사 전반의 흐름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제 3강은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 오신 김백철 선생님께서 조선사 연구에 대해서 수업을 해주셨다. 강의는 먼저 격변하는 현대사속에서 변화해 온 朝鮮時代史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를 토대로 연구를 한 결과, 조선시대의 시기구분에 대한 논쟁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에 대한 설명도 해주셨다. 마치 현대사와 조선사 수업을 겹쳐놓은 듯 색다른 경험이었다. 김백철 선생님께서는 현대 사람들이 조선을 보는 시각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게 그려지듯이, 앞으로 특정 시대사를 할 때에도 자신이 일방적인 이미지로 그 시기의 역사를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할 것을 당부하셨다.

   제 4강 근대사 연구에 대해서는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에서 오신 정병욱 선생님께서 강의를 해주셨다. 선생님께서는 연구사 정리, 실증, 사료비판과 해석, 글쓰기 전략 등 연구에 필요한 기초에 대해 초보자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시각을 설명해주셨다. 우선, 연구사 정리를 할 때에는 주장을 부각시키기 위해 타인을 폄하하지 말 것을 강조하셨다. 실증은 틀린 생각에 대해 검증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흐름이 끊긴 역사 속 빈 구멍을 채워주는 뜨개질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증을 위한 사료 비판과 해석 또한 앞으로 연구하는 데 있어서 역사의 진실여부를 가려줄 중요한 부분임을 배웠다. 정병욱 선생님께서는 지배층의 사료로 민중의 삶을 논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물론 이에 대해 본질적으로, 방법상으로 불가능하다는 논의가 지속되어 왔지만 최선을 다해 재현을 시도해야 할 것을 언급하셨다.

   제 5강은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역사연구소에서 오신 이신철 선생님께서 한국 현대사 연구와 교과서 논쟁에 대해서 강의를 해주셨다. 냉전과 분단, 민주주의 등의 키워드를 통해 현대사의 관점에 대해 짚어주셨고, 한창 뜨거운 감자였던 교과서 논쟁이 비단 오늘만 있었던 일이 아니었음을 알려주셨다. 현대사의 흐름에 따라 교과서의 모습도 변해왔고, 서술의 초점 또한 변해오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이신철 선생님께서는 오늘날 역사 교육의 역할은 비판적 시민의 양성과 국민의 양성을 적절하게 섞어야 하는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역사를 연구해 나갈 초심자들에게도 깊게 생각해 봐야 할 태도와 자세가 아닐까 한다. 

   제 6강은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오신 주성지 선생님께서 ‘역사자료의 정보화와 활용’에 대한 수업을 해주셨다. 고문서를 직접 활자 인쇄본으로 접하던 시대에서부터 CD롬으로 저장하여 프로그램을 통한 사료 사용,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한 자유로운 검색의 시대까지 컴퓨터, 인터넷의 발달로 사료를 접하는 우리의 모습도 변해왔다. 정보의 바다 속에서 검색을 ‘잘’하는 법, 원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요령에 대해 배우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첫 강의를 들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부끄러워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의욕으로 공부 방법에 대한 걱정을 했던 내 모습이 민망할 정도였다. 나는 공부하는데 있어 요령을 피우고 싶었나 보다.

   각 시대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이신 선생님들께서 후학들에게 한 번씩은 꼭 하셨던 말씀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다양화”였다. 이번 특강을 통해 내가 부족했던 부분 때문에 빨리 내 분야를 정하여 그 부분을 공략해야 한다는 조바심은 버려야한다는 것을 배웠다. 한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통찰할 수 있는 거시적 안목, 흔히들 당연하게 여기는 사실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史觀을 가져야 발전된 史官이 될 수 있음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