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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한국사교실 참관기] 혼자가 아님을_윤대영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BoardLang.text_date 2024.03.05 BoardLang.text_hits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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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4년 2월(통권 48호)

[한국사교실 참관기] 

 

혼자가 아님을

 

 

윤대영(한국외국어대학교)

 
 
 
이제까지 역사 연구자로서의 삶은 많이 외로우리라는 생각을 해왔다. 수많은 사료와 논문들에 둘러싸여 홀로 연구하고, 점점 일반적인 사회로부터는 멀어지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나름의 긴 고민을 거쳐 뜻을 정했음에도, 이 길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좀처럼 찾기 어려워 나는 종종 흔들렸다. 그때 본교의 여호규 교수님께서 ‘고학(孤學)’의 위험성을 이야기하시며 나에게 한국역사연구회의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교실’에 참여해볼 것을 권하셨다. 방학 중에는 본가인 지방에서 지내고 있어 사실 꽤나 부담스러운 일정이었지만,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불과 이틀간의 짧은 배움이었지만, 단순한 지식의 습득 그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한국역사연구회에서 초빙한 여러 선생님들께서 전 시대사 연구에 걸친 문제의식을 압축하여 설명해주신다. 혼자서는 다룰 수 없는 광범위한 흐름을 전문가의 도움으로 간략히 훑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하다고 느꼈다. 
 
현재 나는 고대사 분야에 관심이 있고, 또 관련한 주제로 졸업논문을 작성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박초롱 선생님이 설명해주신 한국 고대사학계의 연구동향을 듣고 느낀 바가 많았다. 마치 내가 지금껏 고민해왔던 연구주제 설정에 대한 따뜻한 조언을 듣는 것만 같았다. 둘째 날에 들었던 이준성 선생님의 DB 활용 노하우에 대한 강연도 굉장히 유익했다. ‘역사지리정보서비스’, ‘동아시아 목간사전’, 교토대의 ‘拓本文子DB’ 등의 존재를 모르고 연구생활을 시작했다면 분명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선호 선생님의 논문 작성법 설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연구자라면 결국 자신의 학문적 탐구의 성과를 논문이라는 형태로 정제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실적인 조언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각 선생님들께서는 역사적 지식의 전달에서 그치지 않고, 먼저 이 길에 발을 들인 先學으로서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인생 조언들을 해주셨다. 신경미 선생님의 “내 글을 잃지 말라”는 조언이 큰 울림으로 남았다. 들으면서 나도 남들의 시선에 휘둘리지 말고 목표했던 바를 우직하게 해나가는 연구자가 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또 “역사는 변화의 흐름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이상민 선생님의 정의는 역사를 왜 공부하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되었던 듯하다. 
 
무엇보다 한국사교실의 가장 큰 장점은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에 대략 30명 정도의 학생들이 참여했는데, 혼자라고만 생각했던 이 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을 활용하여 학생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도 있었다. 이때 함께 역사적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누면서 지금껏 혼자 품어왔던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향후 연구반 활동에도 참여한다면 학문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의 형성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오랫동안 한국역사연구회에 몸 담으셨던 노영구 회장님께서도 개회사에서 한국사교실의 장점에 대해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비록 작은 계기에서 시작된 인연들이지만, 앞으로도 학문적 동반자로서 오랫동안 함께 교류하게 되리라 믿고 있다. 그리고 이어질 한국사교실에서도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 나와 같은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혼자가 아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