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2017년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취임사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작성일
2017-01-16 15:43
조회
168

한국역사연구회 회원님들께,



 2016년 12월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오수창입니다. 회원님들 모두 마찬가지이겠지만 한국역사연구회는 제 생활과 연구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19세기 정치사연구반, 17세기 정치사연구반, 1894년 농민전쟁 100주년 연구반, 지역사연구반 등의 공동연구에서 박사논문 작성에 이르기까지 제가 걸어온 공부길은 연구회 없이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한편 연구회 창립에 참여한 이후 중세2분과의 총무와 분과장, 회보부장, 자료부장, 편집위원장을 지낸 바 있습니다. 그런 연구회에서 회원님들로부터 조금이나마 신임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기쁜 마음을 누를 수 없습니다. 이 마음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연구회에 2017년 한 해는 30주년을 준비하는 해가 될 것입니다. 총회에서 이지원 전임 회장님이 보고한 대로 ① 창립취지문의 수정 선포 (이지원 선생님 주관) ② 연구회 30년사 편찬 (이영호 선생님 주관) ③ 한국사 연구의 새로운 방향과 방법론 모색(이진한 연구위원장 주관)이 그 주력 사업이 됩니다. 회장인 제가 3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장을 겸하게 되었습니다. 위 사업들은 우리 연구회의 나아갈 방향일 뿐 아니라 그대로 한국사 연구 전체, 나아가 우리나라 역사학 전체가 나아갈 길을 개척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업들의 성공을 위해서 회원 여러분이 모두 힘을 모아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대학과 인문학의 비중이 점점 축소되어 가고 특히 젊은 연구자들이 학문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점점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회는 기성 학자들의 단순 집합이 아니라 사회 발전을 위해 실천하는 학문 공동체의 성격으로 창립되었고, 그것은 변할 수 없는 대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연구회는 소장 회원의 학문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행히 이지원 전임 회장님께서 이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스타트업 사업단’을 구성하였습니다. 연구활동과 수익사업을 결합시키는 사업 모델을 설정한 사업입니다. 이 스타트업 사업단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며, 그 밖에도 소장 연구자들의 연구기반 강화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을 함께 찾아보고자 합니다.


위의 사업들 외에도 우리 연구회가 대응하고 해결해 나아가야 할 과제는 수없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① 정권의 향배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앞으로 급격히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남북 교류에 우리 연구회와 회원들이 어떻게 능동적으로 참여할 것인가, ② 회원들이 분과의 경계를 넘어 연구회 전체 수준에서 함께 고민하고 일할 동력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③ 각종 연구발표회에 전공이 같은 소수 인원이 아니라 많은 회원들이 재미있고 유익하게 참여할 방안을 창출하는 것 등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그 중 하나만 괄목할 만큼 진전시켜도 성공적인 연구회 운영이라고 할 정도로 모두 어려운 과제들입니다. 이 모든 사업에 대해 회원님들께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어떤 의견이든, 어떤 질책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회원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합니다. 이미 알려드린 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로 수시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여러 선생님들과 더불어 기쁜 마음으로 연구회 일을 해나가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오수창 삼가 드림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부정론에 대한
역사 관련 학회, 시민단체 규탄 성명서

존 마크 램지어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에 대한

한국 역사학계 및 시민단체의 규탄 성명


지난 2020년 12월 국제학술지 『국제법경제학리뷰(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 IRLE)』 온라인판에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존 마크 램지어(John Mark Ramseyer) 교수의 논문, 「태평양전쟁에서의 성(性)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 게재되었다. 일본 산케이신문이 2021년 1월 28일 이 논문을 요약 보도한 이후 그 내용의 부적절성과 연구 윤리의 중대한 위반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램지어 교수는 20세기 전반 일본과 한국에 존재했던 공창제(公娼制, licensed prostitution)와 관련하여, 성매매 업자와 여성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성노동’의 보상에 대한 계약관계가 성립했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이러한 계약관계가 아시아·태평양전쟁기 일본군이 운영한 ‘위안소’에도 적용되었다고 주장했다. 즉 그는 일본군 ‘위안부’를 전쟁 전 성매매 여성이 맺었던 계약관계와 비슷한 관계에 있는 존재로 보고, ‘위안부’ 여성들이 자발적인 계약을 맺었으므로 ‘위안부’ 피해와 일본의 책임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램지어 교수는 1991년 김학순, 1992년 얀 루프 오헤른(Jan Ruff O'Herne) 등 ‘위안부’ 피해생존자의 증언이 이어진 이래 30년간 진행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세계 시민사회와 학계의 헌신적 노력과 연구 성과, 수많은 증언과 문서 증거를 외면하고 의도적으로 왜곡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핵심 주장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는 데 실패했고 1차 자료와 2차 연구를 매우 자의적으로, 심지어 왜곡해서 이용했다는 것이 국내외 학자들의 비판적 검토에 의해 여실히 드러났다. 또한 그가 부정론과 혐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한 ‘게임이론’도 오용한 것임을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수차례 지적한 바다. 즉, 그의 글을 둘러싼 논란은 학문의 자유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연구의 윤리에 관한 문제이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고, 『국제법경제학리뷰』도 그의 글을 끝내 게재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과 이 사태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구체적인 입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학술 논문이 지켜야 할 연구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다. 일일이 지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사료를 선택적으로 활용하거나 왜곡했기 때문이다. 그는 논문의 핵심 논거인 ‘위안소’의 계약관계를 뒷받침할 한국인 ‘위안부’의 계약서가, 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시인했다. 『일본군 위안소 관리인의 일기』를 근거로 ‘위안부’가 계약기간 종료 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도 주장했지만, 해당 자료에는 계약의 존재나 ‘위안부’의 귀환 이유가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램지어 교수는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 문옥주가 겪었던 삶의 전체 맥락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많은 수입을 올린 것으로만 왜곡했고, 그녀가 저금해놓았던 일부 수입조차 돌려받지 못한 채 작고한 사실은 외면했다. 이는 문옥주의 증언을 ‘위안부’ 부정론의 시각으로 절취하여 피해자의 목소리를 찬탈하고, 가해자의 입장을 정당화한 것이다. 문옥주의 증언과 관련한 책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이를 인용하지 않고 우파 성향의 익명 블로그에 있는 왜곡된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의 행위는 연구자가 마땅히 준수해야 할 학문적 성실성과 진실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연구 부정행위이다.

둘째,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식민주의와 전쟁, 가부장제 아래에서도 모든 인간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인류의 보편적인 합의를 위반했다. 그는 여성의 신체를 상품이자 군수품처럼 취급했던 당시의 상황을 외면하고, 여성들이 자발적인 계약에 따라 돈을 벌기 위해 ‘위안부’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아시아·태평양 전쟁에서 발생했던 체계적 강간과 ‘성노예제(sexual slavery)’ 개념을 확립하고, 일본 정부의 책임 불이행을 문제시하며 여성의 인권과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확립하고자 했던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 인권위원회의 보고서, 유엔 인권이사회의 권고, 국제법률가위원회(ICJ)의 보고서, 2000년 일본군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의 판결과 권고 등을 모두 무시하는 반인권적 처사이다. 이는 2007년 만장일치로 통과된 미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위안부’ 문제를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 사건으로 규정하고 일본의 전쟁범죄 축소 노력을 비판한 것과도 배치된다. 그의 주장은 그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세계의 시민단체, 학계의 성과와 노력, 합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셋째,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학문과 표현의 자유와 양립할 수 없는, 의도적인 역사부정론과 혐오의 맥락 위에 있다. 역사학은 인문과학으로서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동일 사안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합당한 근거에 기반하지 않았고, 방대하게 축적된 ‘위안부’ 피해자와 가해자의 증언을 외면했으며, ‘위안소’ 관리의 주체였던 일본군 관련 자료도 심각하게 왜곡했다. 이는 그가 지난 1월 12일 산케이신문의 영문 저널 ‘재팬 포워드(JAPAN Forward)’에 ‘위안부에 관한 진실 회복’이라는 글을 기고하면서 한국인 ‘위안부’ 여성이 성노예로 끌려갔다는 것은 허구라고 주장했던 역사부정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닌 ‘매춘부’라는 그의 주장은 일본 극우의 ‘위안부’ 혐오, 소수자 혐오 담론과 공명한 것이다. 그는 다른 글에서도 피해자와 소수자를 조롱하고 모욕해왔다. 이러한 행위는 결코 학문과 표현의 자유로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우리는 학문과 연구 윤리를 위반하고 인류의 보편적 합의에 위배되며 의도적인 역사부정론과 혐오의 맥락 위에 있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발표되고 유통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여 의도적인 역사왜곡으로 판결을 받은 영국의 데이빗 어빙(David Irving)의 사례와 같이, 학문적 성실성과 진실성을 훼손하고 인류 보편의 가치를 무시하는 글에 대해서는 학문과 표현의 자유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역사부정론자들의 양태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사부정론자들은 참과 거짓에 상관없이 신념이나 감정에 따라 주장을 내세운다. 이들은 실증적으로 자료를 제시하는 것처럼 가장하며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고 여론을 호도한다. 우리는 ‘가짜뉴스’와 ‘탈진실’이라는 이름의 반지성주의가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보며, 이 사태가 단순히 램지어 교수 한 명의 일탈에 그치지 않을 것을 우려한다. 더구나 그의 주장이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미·일 극우세력의 국제적 네트워크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혐의가 짙다는 점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이에 우리는 이번 사태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연구를 성찰하고 앞으로 더욱 심도 있는 연구를 축적해가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나아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옹호를 위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전 세계의 시민사회 및 학계와 뜻을 함께할 것을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램지어 교수는 본인의 반여성적이고 반인권적인 역사 인식과 학술활동에 대하여 반성하고 사과하라.

2. 국제법경제학리뷰』는 지금이라도 램지어 교수의 논문 게재를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 아울러 우리는 이 사태가 세계 학계와 시민사회가 반지성주의와 역사부정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3. 우리는 전 세계의 학술공동체 및 시민들과 연대하여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을 포함한 반지성주의와 역사부정론에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다.

2021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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