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반 탐방] ‘한국역사’연구회에 ‘중국역사’를 공부하는 반이 있다?!_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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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2년 9월(통권 33호)

[연구반 탐방] 

 

‘한국역사’연구회에 ‘중국역사’를 공부하는 반이 있다?!

– 위진남북조사반 이야기 –

 

전상우(고대사분과)

 

한국역사연구회 고대사 분과의 특이점은 한 사람이 속한 반이 여러 곳인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만난 사람을 저기 가서 또 본다는 이야기다. 2018년 5월 중국 지안(集安) 답사 에서 위진남북조사 공부 모임의 필요성이 제기된 후, 고대사 분과의 모임에서도 그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어쩌면 뒤풀이 자리에서 나오는 많은 이야기처럼 금세 잊힐 수도 있는 주제였지만, 여기서 만난 사람을 저기 가서 또 보는 고대사 분과의 특성상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었다. 그렇게 몇 번의 이야기가 오갔고, 위진남북조사를 함께 공부할 반원을 모집해 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2019년 3월 8일 금요일 19시에 ‘위진남북조사반 예비 모임’을 갖기로 했다.
‘위진남북조사반 예비 모임’에서는 활동 방향, 모임 횟수, 반장 선출 등의 논의가 진행되었다. 우선 ‘위진남북조사반’의 개설 취지는 이러했다.

⑴ 위진남북조라는 시대가 가지는 종적·횡적 의미를 검토
⑵ 동시기 존재했던 삼국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
⑶ ‘동아시아’ 사회라는 틀을 바탕으로 3~6세기 역사를 유기적으로 이해

한국 고대사 연구자 사이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말 중 하나가 ‘사료의 부족’이다. 사료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방법이 시도되었는데, 중국사 연구도 그러했다. 위진남북조사의 공부를 통해 삼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사회라는 틀을 바탕으로 3~6세기를 유기적으로 이해하고자 한 것이다.
이와 함께 향후 위진남북조사반의 활동 방향도 공유되었다.

<제1단계> 위진남북조 시대상 그리기
– 국내(필요하면 일본·중국 포함)의 단행본과 논문 등을 중심으로 거시적으로는 위진남북조로 통칭되는 시대에 대한 상을 그리고, 미시적으로는 위, 진, 5호 16국, 남·북조 등 개별 왕조가 가지는 보편성,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

<제1단계> 위진남북조 시대상 그리기에서는 위진남북조사 관련 국내 연구 성과를 점검하고 발제하면서 위진남북조 시대라는 큰 틀을 천천히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 다음에 위진남북조를 구성하는 전연, 후조, 동진 등의 개별 국가를 탐색하기로 했다. 즉, 거시적에서 미시적인 이해를 도모한 것이다. 그 첫 번째 단계로 호한체제론과(박한제, 1988, 『중국중세호한체제연구』, 일조각) 일본에서 제기된 위진남북조 시대의 시기 구분 논쟁을 검토하기로 했고, 이후부터는 국내에서 간행된 위진남북조 시대 통사를 위주로 읽어 나갔다. 그리고 <제1단계> 검토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방학 동안 총 두 권의 책을 번역하여 공람했다(谷川道雄, 1971, 『隋唐帝國形成史論』, 筑摩書房 / 谷川道雄, 1976, 『中国中世社会と共同体』, 国書刊行会).

<제2단계> 위진남북조의 핵심 키워드를 통한 주제별 접근
– 위진남북조를 관통할 수 있는 다양한 키워드(정치·사회 구조, 인물, 사상, 문화, 도성제·도시공간, 출토자료(목간·묘지명) 등)를 선별. 해당 주제별 연구성과 정리
– <제1단계>보다 중국·일본에서 진행된 연구성과의 비중을 높여 이해를 심화
– 삼국과의 비교사적 관점 도입

<제2단계>에서는 <제1단계>의 검토를 바탕으로 위진남북조 시대를 구성하는 핵심 키워드를 통해 개별 주제에 접근하고자 했다. 위진남북조사반은 위진남북조 시대를 공부한다는 공통된 목적을 지닌 사람들이 모였지만, 그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제각각이었다. 제도, 외교, 도성 등 관심 분야가 달랐던 것이다. 외교가 특정 국가 간의 대외적 문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내부 정치, 타국과의 관계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특정 키워드라고 해도 여러 부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유의했다.
다만 <제1단계>의 검토 과정을 통해 사료를 먼저 읽어보자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반원들이 동의함에 따라 아래의 <제3단계>를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제3단계> 해당 시기 사료 검토
– 묘지명, 조상기, 문헌 등을 강독

<제3단계>는 검토했던 연구들이 활용한 사료를 직접 보고 강독하는 작업이다. 2022년 09월 현재, <제3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위진남북조 시대와 관련한 수많은 사료 중에서 가장 토대가 되고, 삼국과도 관련이 있다고 판단된 『진서』 재기(載記)를 읽어보기로 했다. 삼국과 가장 접점이 많았던 전연의 재기가 먼저 선택되었다. 단순히 진서 모용외~모용위 재기를 강독하는 것이 아니라, 『자치통감』, 『십육국춘추』, 『십육국춘추집보』의 기록과 대조하며 그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한원』, 『태평어람』과 같은 유서(類書)의 기록도 함께 본다. 2022년까지 전연의 재기 강독을 끝마치고 후조의 재기를 읽을 계획이며, 그와 함께 후조사에 관한 최근의 연구(小野響, 2020, 『後趙史の硏究』, 汲古書院)도 번역하여 관련 논의를 도모할 계획이다.

사진 1. 최근 진행된 위진남북조사반의 강독 장면 (2022.09.15.)

위진남북조사반이 개설된 근간에는 한국 고대사의 사료 부족이 있다. 이를 조금이나마 극복하고자 선택한 것이 중국사의 공부였다. 그러나 이는 한국 고대사에 한정된 연구 방법은 아닐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역사연구회 내에서도 이러한 시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위진남북조사반은 반의 이름부터 ‘위진남북조’라는 중국사의 영역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본격적이고도 특이하지 않을까 한다.

사진 2. 위진남북조사반의 오프라인 모임

코로나19 시기 속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온라인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모임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매력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특히 다른 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반원들과 계속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닐까. 그래도 모임이 끝난 후 이어지는 뒤풀이 자리가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끝날 듯하면서도 끝나지 않는 이 시기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무산되었던 해외 답사도 다시 추진해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