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회의 참관기] 고려 말 조선 초 공문서와 국가_이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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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2년 5월(통권 29호)

[학술회의 참관기] 

 

고려 말 조선 초 공문서와 국가

 

이바른(중세1분과)

 

일시: 2022년 4월 8일(금) 15:00~17:30
장소: 비대면 진행(ZOOM)

2022년 처음이자, 연구회 제5회 저작비평회는 중세1분과에서 주최하게 되었다. 최근 고려시대와 관련한 훌륭한 저작이 여럿 출간되었지만, COVID-19 등의 요인으로 고려시대 연구 환경은 많이 위축되어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작비평회를 기획하고 준비하며 이 기회에 침체된 고려시대 연구 분위기에 약간의 활력과 기운을 불어넣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특히, 최근 활성화된 비대면 회의 진행 방식을 십분 활용하여 근래 뵙기 힘들었던 외국의 고려시대 연구자를 모시기에 좋은 기회로 생각되었다.

이에, 최근 『고려말 조선 초 공문서와 국가-변혁기 임명문서를 중심으로-』(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20)를 출간한 가와니시 유야[川西裕也, 니이가타대학] 선생님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 책은 가와니시 선생님의 박사논문과 기왕에 발표하였던 논문들을 정리하여 2014년에 출간한 『朝鮮中近世の公文書と國家-變革期の任命文書をめぐって-』(九州大学出版会, 2014)를 번역한 것이다. 이미 이 책은 일찍이 우리 학계에 소개된 주요한 저작이다. 그럼에도 가와니시 선생님은 일본에서 고려 후기·조선 전기 고문서를 연구하는 거의 유일한 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주요한 논의의 장을 제공해 줄 것이라 판단하여 모시게 되었다.

이 책은 부마고려국왕기(원 간섭기)부터 조선 초기, 즉 13세기 중반~15세기 말까지의 국가 임명문서를 고찰하였다. 이 시기는 당·송제의 영향을 받았던 고려의 임명문서 체계가 동요되었고, 양식과 기능 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이 책에서는 고려 말 조선 초라는 변혁기(變革期)에 생성된 임명문서의 체계, 양식, 기능과 그 변화를 검토하고 당시 국가 제도와 사상에 대해 함께 살펴보았다. 특히, 이 책은 저자가 새롭게 발견하여 학계에 소개한 『이재난고』에 전사된 새로운 문서들, 김천부 관교, 김천부 차부, 그리고 고려의 임명문서에 사용된 파스파자로 새겨진 ‘부마고려국왕지인’ 인장의 해독 등을 통한 학술적 성과와 의의가 충분히 증명되었다. 이번 저작비평회에서는 이러한 내용들을 직접 저자가 입수한 사진 등을 통해 실물을 확인하고 저자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이 책은 관교와 조사문서가 관직 임명문서라는 성격을 지닌 문서임을 분명하게 드러내었고, 문서 양식과 문서 작성 당시 시대상을 연관하여 고려 말의 국제질서 인식의 표출, 조선 초 정치적 대립 상황 등을 설명하였다. 결국, 고려 말 조선 초의 변화상을 통해 관직 임명문서의 체계와 양식이 『경국대전』에 입각한 ‘대전체제(大典體制)’의 완성과 궤를 같이하며 정비가 완료되었음을 밝혔다.

저자의 저작비평회 발표문 발췌 ‘『경국대전』 이후 임명문서 체계’

저자의 발제에 대한 약정토론은 가천대학교 김보광 선생님과 서울교육대학교 정동훈 선생님께서 맡아주셨다. 두 분 선생님은 이 책의 내용과 의의에 대해 정리해주면서 몇 가지 논의 지점을 던져주었다. 김보광 선생님은 시기 구분에 대한 부분, 서압의 단순화 이유, 문서 발급 과정에서 서경 절차와 제도 운영의 측면, 고려 국왕의 권위 및 관교 대상 등에 대해 다각적인 접근과 질문을 통해 논의를 풍성하게 이끌어주었다. 정동훈 선생님 역시 다소 생소한 고문서 관련 용어와 연구 내용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문서 양식 변화가 보여주는 정치 운영, 국가 제도의 변화상과 관련한 지점, 고려 말 임시기구인 도감이 많이 설치된 것과 임명문서의 연관성 등을 통해 논의를 확장해주었다.

이 날은 거의 40명에 가까운 관련 연구자 선생님들께서 참여해주었고, 여러 선생님들의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사실 최근 2010년 이후로 고려시대 관련 고문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려시대 고문서 실물이 대부분 소실되어 남아 있지 않은 어려움도 있지만, 적극적인 고문서 발굴 자세와 노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학자이면서도 누구보다 집요하고 적극적으로 고려 시기 고문서를 발굴하고 연구한 가와니시 선생님의 연구는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하겠다. 이번 저작비평회는 우리 고려시대 연구자들이 기탄없이 가와니시 선생님의 연구 과정과 어려움, 현재 관심 분야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고문서와 관련한 다양한 정치·외교적, 사상·문화적 지점들에 대해 논의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 참관기를 빌어 일면식도 없이 서투른 일본어로 무턱대고 연락드렸음에도 저작비평회의 발표를 맡아주신 가와니시 유야 선생님과, 짧은 시간 내 토론을 의뢰드렸음에도 흔쾌히 토론을 해주신 김보광, 정동훈 두 분 선생님, 그리고 원활한 저작비평회 진행을 위해 통역을 맡아준 신카이 사키코[新飼早樹子,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이번 저작비평회가 고려시대 고문서에 대한 관심이 풍부해지고, 더하여 고려시대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어 훌륭한 저작들이 쏟아져나오고 연구자들 사이 활발하게 논의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기며 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