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한국사교실 참관기] 초보의, 초보에 의한, 초보를 위한_표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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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2년 3월(통권 27호)

[제11회 한국사교실] 

 

초보의, 초보에 의한, 초보를 위한.

 

표은혜(숙명여자대학교 역사문화학과)

 

대학원 진학 후 첫 학기를 끝내고 내가 절실히 느낀 것은 정보력의 한계였다. 흔히 정보의 바다로 일컬어지는 인터넷 세상에서 정보가 범람하면서 ‘올바른 정보를 찾는 법’은 초등학교 정보 시간부터 아주 교과서적으로 들어온 말이다. 정보는 출처가 명확해야 하고, 그에 대한 반증 등 신빙성이 있어야 하는데 넘치는 홍수 속에서 출처는 불분명해지고 신빙성은 옅어지는 탓이다. 올바른 정보에 대한 중요성은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마찬가지로 여겨진다. 생각보다 일반 블로그나 ‘□□위키’로 대표되는 위키피디아를 출처로 과제물로 제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지금의 우리는 아주 쉬운 환경 속에서 공부하고 있다. 집마다 있던 전집 세트처럼 조선왕조실록을 책으로 구매해 보는 것이 아니라 DB화된 웹사이트에서 손쉽게 원문과 비교하여 읽을 수 있고, 고전 또한 실제 이미지와 국역된 내용, 원문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거기에 기술의 발전이 더해져 승정원일기의 경우 AI 번역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원 수업을 시작하고 학부 때보다 더 많은 양의 텍스트와 논문을 읽고, 사료를 찾아보며 느낀 것은 정보력의 한계였다. 우스갯소리로 석사는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단계라고 하던데, 정말 내가 모르는 것이 많아도 너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한국역사연구회의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 교실’ 포스터를 발견한 것은 아주 우연이었다. 이전부터 한역연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한국사 교실을 한다는 것은 몰랐기 때문이다. 교수님께서는 종종 연구자, 학자는 진득하니 혼자 공부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학회 같은 곳에서 다른, 많은 사람과 의견을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씀하시곤 하셨다. 그즈음의 나는 성격 자체가 혼자 하는 것에 익숙했지만 모르는게 많아도 너무 많은 상황 속에서 과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공부하나? 라는 고민에 시달리던 중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12월의 내가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해 학회 관련 소식을 확인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타이틀 또한 얼마나 매력적인가. 무려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초보 중의 초보임을 깨달은 나 자신을 사로잡기에 그보다 완벽한 문구가 더 있을까. 12월 신청 당시에는 공덕역 근처에 있는 한국역사연구회에서 비대면으로 모여 강의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세부 주제를 살펴보면 각 분과의 연구 현황이나 현재 학계의 흐름을 파악하기에도 좋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길어진 이 시국에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정말 천금처럼 느껴졌다. 비록 1월 말에 전면 비대면을 하기로 결정됐다는 메일을 받고 5초 정도는 슬펐지만, 일정 자체가 밀리지 않은 것을 감사하며 여전히 낯선 ZOOM으로 접속해 이틀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 각 분과에 대한 분과별 설명이 있었는데, 나처럼 한국역사연구회 자체를 궁금해하던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궁금증 해소가 됐을거라 생각한다. 분과에 대한 설명과 소속 연구 모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으면서 연구회의 규모나 분야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알 수 있었다. 혹시나 분위기가 딱딱하고 무겁지는 않을까 하고 나름의 걱정을 하던 것이 무색할 만큼 모든 강의는 아주 친절한 눈높이로, 정말 ‘예비-초보’에 맞춰 진행되었다. 모든 강의가 좋은 내용이었고 집중해서 들었지만, 아무래도 조선사에 관심이 많은지라 첫날은 ‘조선 사회사 연구 성과와 최근 동향’ 강의가 제일 궁금했었다. 학부가 큰 흐름을 따라간다면 대학원은 흐름 속 작은 부분을 집중해서 배운다는 차이가 있겠는데, 작년 하반기에 수업으로 사회사 분야의 논문을 읽으며 느낀 것은 사회사는 작은 부분 중에서도 아주 세밀한 디테일을 맡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상·농업이나 경제와 같이 역사 이전에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힘든 분야의 논문을 읽으면서 역사는 어쩌면 인문학 분야가 아니라 종합학문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의는 사회사에 대해 쉽게 설명되고 각 분야의 연구 현황 등이 솔직하게 이야기된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다음 날 이어진 한국사 교실에서 가장 고대했던 강의는 DB 활용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조선시대의 경우 사료가 많은 덕분에 다양한 DB를 활용할 수 있는데, 아직 DB화가 되지 않았거나 번역 중인 사료가 많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이다. 조선시대 연구를 희망하는 입장에서 방대한 사료는 좋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원하는 정보를 추려나갈 것이 많다는 점에서 정보를 찾고, 분별하는 능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의에서는 내가 자주 이용하던 사이트 외에도 원문을 읽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거나 고문서를 찾을 방법 등이 소개되었다. 논문을 읽으면서 논문에 언급된 사료나 자료에 대해 다시 확인하고 싶을 때, 실록 외의 문헌이나 고문서는 다시 찾기 어려운 경우가 이따금 있었는데 이제는 초보에서 한 단계 진화한 사람이 되어 원활하게 사료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한국사 교실은 ‘예비-초보 전문가’에 맞춰 친절한 난이도로 진행된 수업들이었다. 특히 현직에 계시는 연구자 선생님들의 입에서 나오는 학계의 동향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아주 감사한 기회였다. 평소 관심을 가졌던 분야 외에도 다른 분과의 연구 동향을 들으면서 한국사 학계 자체에 대한 현 지표를 들을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학부생 시절에 한국사 교실에 참여했다면 더 많은 것을 얻지 않았을까 싶고, 대학원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사학을 전공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더 빨리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비대면의 한계랄까. 물론 상황을 보았을 때 불가피한 요소였지만, 현장과 비대면의 차이가 명확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다음 한국사 교실은 비대면 오프라인으로 열렸으면, 하고 소원하게 된다. 물론 강의 진행 과정에서 비대면임을 고려해 서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 것도 좋았고 질의응답도 잘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대학원에 진학했음에도 불구하고 갈팡질팡하던 내게 이번 한국사 교실 참여는 절반 남은 석사과정에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