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벽화고분 연구의 일단락_권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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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1년 11월(통권 23호)

[학술회의 참관기] 

 

고구려 벽화고분 연구의 일단락

– 제3회 저작비평회 《고구려 벽화고분의 과거와 현재》(2021. 9. 24.) –

 

권순홍(고대사분과)

 

일시 : 2021년 9월 24일(금) 15:00 ~ 17:00

 

제목을 본 순간, 저자가 그 동안의 연구를 정리한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다. 역시 책은 600페이지 이상의 방대한 분량이었고, 그 중 450페이지 가량의 제3부에는 지금까지 확인된 126기의 고구려 벽화고분 각각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실려 있다. 고구려 벽화고분 연구의 개척자이자 선구자인 저자가 4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정리한 자료를 한데 묶은 셈이다.

전호태, 2020, 『고구려 벽화고분의 과거와 현재』, 성균관대학교출판부

고구려 벽화고분은 연구주제로서는 조금 독특한 위치에 있다. 고분의 한 유형이라는 점에서 고고학 분야의 관심을 받으면서도, 내부의 벽화는 특히 미술사 분야의 관심을 받았다. 또, 간혹 남아 있는 묵서 등의 문자자료는 당대 텍스트에 목말라 있는 문헌사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았고, 벽화의 소재에 따라서는 복식사를 비롯한 생활사 연구의 주제이기도 하다. 벽화고분을 전론한 연구자로서는 그만큼 다양한 연구 성과를 섭렵해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단지 자료정리’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이다.

“여러 학문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고할 수 있게 기초자료를 별도로 정리해 출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였다.”

저자의 이 말에서 학문 후속세대를 위한 선학의 배려가 느껴졌고, 또 고구려 벽화고분 연구의 일단락이라는 단상이 떠올랐다. 이러한 책의 성격 때문인지, 저작비평이라고는 하지만, 책의 내용에 대한 학술적 토론이 오가기는 어려웠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아림 교수와 김근식 박사는 스스로 저자의 연구 성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은 학문후속세대라는 점을 고백하며, 기왕에 가지고 있었던 고구려 벽화고분 연구에 관한 문제의식들을 저자에게 질문하는 것으로 그 소임을 마쳤다. 단, 질문은 간단했지만, 편년안과 권역구분 등 벽화고분의 시공간 구분에 관한 대질문이었다. 예리한 대립각을 대신한, 답변의 겸손함이 인상 깊었는데, ‘현 단계의 연구에서는 확답하기 어렵다’라고 하는, 권위자로서의 냉정한 평가와 함께 ‘후속 연구자들이 밝혀 달라’는 선배로서의 당부였다.

이날의 백미는 저자가 오랜 기간 자료를 수집하는 와중에 겪었던 에피소드를 간단히 소개한 것이었다. 고구려 벽화고분은 대부분 중국과 북한에 있어서 조사가 여의치 않다. 통행이 자유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세한 보고 자료도 없기 때문이다. 입수한 지도를 따라 갔는데 그 위치에 유적이 없다거나, 일일이 종이에 그려가며 조사를 다녔던 저자의 경험은 이 책의 집필 동기였다. 고구려 도성 연구자로서 몇 번이나마 조사를 다녔던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간 저자가 감수했을 노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사실, 벽화고분 연구뿐만 아니라 고구려사 연구 전체가 2000년대 이후 활발해진 중국의 발굴보고와 함께, 1992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지금까지 여러 연구자들이 발품을 팔아 확보한 자료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학계는 저자를 비롯한 선학들의 세례를 받은 셈이다.

COVID-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40여년 가까이 한 분야를 개척하며 연구해 온 권위자에게 활자 이면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기에 더욱 그렇다. 역시 그런 이야기들은 눈빛을 교환하고 공기를 나누어야 꽃피울 수 있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