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주최 학술대회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 민족, 계급, 젠더>_최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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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1년 3월(통권 15호)

[학술회의 참관기]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주최 학술대회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 민족, 계급, 젠더> 참관기

 

최은혜(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일시: 2021년 2월 19일 금요일 13시~17시 30분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세계를 꿈꾸는 것이 불가능의 영역에 놓이게 되고, 각자도생적 삶의 방식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사회주의를 연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게다가 그것이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라면? 사회주의 관련 주제로 박사논문 집필을 계획하고 있는 나에게 내 스스로가 늘 그리게 되는 물음표다. 사회주의라는 주제에 유독 ‘왜 그것을 연구하냐’는 질문이 더 따라붙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건 괜한 자의식 때문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래도 언젠가는 그 물음표에 꼭 답을 하고 싶어진다.

그러던 참에, 반가운 주제의 학술대회가 열려 참석했다. 지난 달 19일,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주최의 학술대회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 민족, 계급, 젠더>가 Zoom을 통해 진행됐다.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라는 큰 주제 뒤에 나열된 개념들이 벌써부터 흥미롭다. 민족, 계급, 젠더. 별개로도 이미 수많은 내용을 품고 있는 각각의 심급이 사회주의라는 큰 바늘로 어떻게 꿰어질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이다. 총 네 편의 발표로 채워진 이번 학술대회는 1920년부터 30년대, 전시기를 지나 해방 이후까지의 발표가 순서대로 이어졌다. 별도의 자료집이 없었던 까닭에 못미더운 기억력에 의지해 내용을 소개할 수밖에 없다.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린다.

첫 발표는 박종린 선생님께서 「또 하나의 전선-신생활사 그룹의 ‘민족일치’론 비판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진행해주셨다. 1922년 후반 『신생활』을 위시한 공산주의 그룹이, 부르주아 민족주의 계열의 『동명』이 내세운 ‘민족일치론’을 어떻게 비판해왔는지를 살피는 이 발표는, 당대 사회주의자들에게 ‘민족’ 문제가 중요한 쟁점이었음을 시사한다. 혁명적 민족주의자들과의 결합을 추구하던 신생활사 그룹에게 민족과 국가의 단일성을 주장하는 『동명』의 민족일치론은 당연하게도 허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렇듯 신생활 그룹의 사회주의자들에게 민족 문제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연합을 구축해야하는 대상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 동시에 척결해야 하는 이론적 진영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이어진 발표는 홍종욱 선생님의 「1930년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아시아 인식과 조선연구」였다. 선생님께서는 1930년대와 초기 북한 역사학을 대표하는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인 백남운, 김광진, 이청원을 한데 묶어, 이들이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주요 쟁점인 ‘아시아적 특수성’을 어떻게 이해하고자 했는지 통시적으로 톺아주셨다. 조선의 특수성을 세계사적 보편과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하려는지와 관련된 이들의 입장은 1930년대, 전시기, 해방기, 북한 체제 성립 이후의 기간에 따라 다소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대체로는 식민지기에 아시아적 특수성과 관련된 논의에 더 집중된 경향이 있었다면, 북한 정부의 수립 이후에는 세계사적 보편성을 지향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세 번째 발표는 정종현 선생님께서 「오빠들의 등 뒤에서-전향기 사회주의 여성 문학」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해주셨다. 지금까지 여성 사회주의자들은 주의자와의 연인/가족관계 속에서 호명되어 왔을 뿐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에 거리를 두며, 이 발표는 한국근대문학사에서 사회주의적 지향성을 가지고 여성 사회주의자를 재현하고자 했던 식민지 여성작가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 주목한다. 임순득, 지하련, 백신애를 비롯한 이들 여성 사회주의 작가들은 남성 사회주의자들이 전향한 전향기 이후에도 ‘오빠들의 등 뒤에서’ 계속해서 사회주의적 지향성을 띤 소설을 창작해낸다. 그리고 그것은 남성 사회주의자들의 소설과는 다른 젠더적 의미를 포괄하는 사회주의 문학의 의미를 파생시킨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 발표는 윤덕영 선생님의 「초기 한국민주당 내 사회민주주의자들의 동향과 성격」이었다. 흔히 민족주의적 우파에 의한 정당으로 알려진 ‘한국 민주당’의 구성원들 중 일부는 식민지 조선에서 극렬한 사회주의자이기도 했다. 예컨대 김약수나 유진희 등이 그 대표적인 인물들인데, 이 발표는 초기 한국민주당에 참여한 이들의 해방 후 행보가 이른바 ‘사회민주주의적’ 성격으로 묶일 수 있다는 점을 규명하고 있다. 사회주의의 외연을 사회민주주의적인 것으로까지 포괄하여 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게 공부했다.

발표와 토론이 모두 끝난 뒤에는 좌장 임경석 선생님의 진행으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시기와 주제가 각각 달랐던 만큼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갔던 가운데, 민족과 젠더가 어떻게 사회주의와 관련해 논의될 수 있는지와 관련된 공통 질문이 던져지기도 했다. 민족 문제야 워낙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 문제에서 중요한 축이기도 하거니와 모든 발표에서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기에, 신생활파를 위시한 사회주의자들에게 민족은 무엇이었는지, 사회주의자들이 자기 사회의 특수성을 고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두텁게 오갔다.

젠더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 연구에서 소홀하게 다루어진 점에 대체로 동의하면서, 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를테면 여성들은 어떻게 사회주의자가 되는가, 사회주의적 여성운동의 원천이 되는 (독서) 경험은 무엇일 수 있는가 등과 연결되는 질문이 던져지는 한편, 남성 사회주의자들과 밀착되어 있는 여성들뿐 아니라 정종명이나 정칠성과 같은 여성 사회주의자들이 더 연구되어야 한다는 제언도 보태졌다.

가장 열띤 토론 주제 중 하나는 ‘어디까지를 사회주의 연구의 대상으로 포괄할 수 있는가’였다. 조직이나 운동에 참여한 이들의 행보를 그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에서부터 문화나 지식으로서 사회주의의 외연을 더 확장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토론 내용을 들으면서 연구자 개개인이 생각하는 사회주의의 외연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는데, 이와 더불어 ‘사회주의는 무엇인가’하는 더 근원적인 질문까지를 끌어안게 됐다.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에서 민족과 젠더의 문제는 계급의 문제와 어떻게 교차하고 만날 수 있을까. 계급 해방의 이념이 기실 인간 해방의 열망과 맞닿아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시작해본다면. 또 다시 한가득 물음표를 그리게 된다. 그만큼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받았던, 깊고도 알찬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