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한 남북한 역사도시 비교 학술회의_김윤지

0
96
Print Friendly, PDF & Email

 

웹진 ‘역사랑’ 2020년 10월(통권 10호)

[학술회의 참관기]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한 남북한 역사도시 비교 학술회의

<개경과 한양의 의례공간을 통해 본 고려와 조선의 국가체제> 참관기

 

김윤지(중세1분과)

 

온라인 공간에서 만난 낯선 학술회의 현장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로 수업, 세미나, 학술회의, 각종 모임 등이 연일 미뤄졌다. 거세게 번지는 전염병 앞에서 무력했으나, 일상의 불안정이 장기화되자 점차 대안이 모색되기 시작했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화상회의가 ‘단숨에’ 보급되었다.

신규확진자가 점차 감소되면서는 그간 미뤄졌던 학술대회들이 마스크에 기대어 잇달아 재개됐다. 그리고 또다시 확진자가 급증했는데 8월말 9월초 즈음이다. 신규확진자가 연일 300명을 넘기 시작했고, 다시 또 불안정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시국’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학술회의에도 화상회의 프로그램(ZOOM)이 등장했다. 지난 9월 11일(금)에 한국학중앙연구원X한국역사연구회에서 개최한 <개경과 한양의 의례공간을 통해 본 고려와 조선의 국가체제>는 연구회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화상회의 방식의 학술회의였다.

근래 관계자들이 모여 최소의 인원으로 학술회의를 진행하고 발표와 토론을 YOUTUBE로 송출하거나 녹화 등은 해왔으나, 발표 토론 사회자조차 모이지 않는 방식은 처음이었다. 이번 학술회의 현장은 가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졌고, 참가자를 비롯한 다수에게 꽤 낯선 시간이었다.

학술회의가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고, 당일 100명에 육박한 인원이 접속했다. 청중의 면면을 볼 수 없으니 대면을 통해 느낄 수 있던 특유의 현장감은 못내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공간의 장벽이 허물어진 덕에 전보다 많은 연구자들이 부담없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긍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역사연구회 여호규 회장님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작은 프레임 안에 발표자들이 차례로 등장했고, 마지막 종합토론에서는 발표 토론자가 한 화면에 모일 수 있었다. 역시 생소한 그림이었다.

의례공간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으로 고려와 조선을 탐구하다

이번 학술회의 주제의 핵심 키워드는 의례공간이었다. 중세1분과 예제학습반, 중세2분과 조선시대 의례연구반의 반원들이 그간 각종 의례 절차와 특징, 그것이 구현된 공간을 탐구한 주옥같은 성과들을 한 자리에서 쏟아냈다. 그 내용은 군신의례와 외교의례의 절차와 공간(1부), 도성의 의례공간과 왕실의례(2부)라는 테마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무엇보다 의례 절차와 공간의 의미를 결합하여 고려와 조선의 국가체제를 설명하고자 한 시도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의례 절차와 의미를 넘어 그것이 구현된 공간에 대한 구조적인 검토는 고려와 조선의 정치 사회적 실체를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었던 것 같다.

먼저 이승민 선생님이 기조 발표를 통해 개경과 한양의 공간 구조의 차이를 선명하게 짚어주었다. 남북 개경 발굴 성과를 비롯하여 양자의 궁궐 구조의 차이, 고려에만 마련되어 있던 공간(구정, 경령전 등)에 대한 일목요연한 정리로 고려와 조선의 공간적 차이가 한눈에 드러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전개될 주제 발표들을 통해 고려와 조선의 체제 차이가 드러나리라는 기대감도 증폭시켰다. 뿐만 아니라 의례공간을 주목한 연구자들이 한 데 모인 취지도 짚어주었다. 그간 의례가 고려, 조선시대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면, 이번에는 그것이 구현된 공간에 대한 탐구로까지 논의 범위가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게 다가왔다.

 

1부 군신의례와 외교의례의 절차와 공간

김보광 선생님이 “고려전기 궁궐구조와 ‘합’공간의 의미”를 주제로 첫 발표를 진행했다. 고려 궁궐구조에 대한 천착은 물론이거니와 그간 주목되지 못했던 ‘합’ 공간의 의미를 모색한 연구였다. 특히 ‘합’ 공간을 고정적으로만 설명하지 않고 의례상의 관념적인 부분까지 짚어낸 시도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합’에 대한 해명은 향후 각종 의례 절차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이목을 끌었다.

두번째 발표는 “고려시대 왕사·국사 책봉의례와 군신 관계의 교차”였다(김윤지). 그간 불교식 의례로 설명되었던 왕사·국사를 대상으로 한 의례를 여타의 책봉 의례의 범주 속에서 다루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의례가 구현된 공간을 의식 절차와 관련하여 추적함으로써 해당 의례가 구현된 의미를 짚었다.

세번째 발표는 신진혜 선생님의 “조선 경종 3년(1732) 부사공신회맹제의 시행양상과 함의”였다. 당시 회맹제가 시행되기까지의 정황과 시행양상을 상세히 설명했고, 여기에 참여한 왕세재(훗날 영조)의 태도에 주목함으로써 이후 탕평정국 운영의 단초까지 짚어낸 연구였다. 정치한 설명과 회맹제라는 인상적인 장면, 그것이 구현된 공간 등에 대한 분석이 주목을 끌었다.

네번째 발표는 김규록 선생님의 “고려 인종 원년(1123) 설행 대송 외교의례의 재구성”이었다. 고려와 송 양국의 정식 국교가 성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고려에 온 송 사절단을 당시 조정에서 어떻게 맞이했는지 탐구한 흥미로운 발표였다.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고려도경 소재의 수조와 연례조를 일련의 외교 의례의 범주에서 다루었고 그것이 회경전에서 거행된 의미까지 고찰했다. 이례적으로 많은 양이 전하는 의주를 꼼꼼히 분석한 발표자의 노고가 돋보였다.

마지막 발표는 김성희 선생님의 “조선 후기 대외관계의 변화와 외교의례의 변주”였다. 핵심을 짚어낸 발표자의 노련함에 대해 사회자이신 심재우 선생님(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일타강사라는 찬사를 마지 않았다. 11명의 발표자와 10명의 토론자가 포진한 이번 학술회의의 난점을 극복한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선생님은 명청 교체기 조선이 경험한 현실과 이념의 괴리, 그에 대한 극복과 순응에 이르기까지 당시 중원의 정세, 조선 내부의 정치적 동향, 외교 현안 등을 세밀히 고찰했다.

 

2부 도성의 의례공간과 왕실 의례

박성호 선생님(한국학중앙연구원)의 사회로 오후 발표가 재개되었다. 첫 발표는 강병국 선생님의 “개경의 공간 구성에 투영된 고려인의 유불 관념”이었다. 고려에서 유교와 불교 각각의 관념이 수도 개경에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되었는지 짚어낸 연구였다. 당시 유불 관념의 실상에 대한 선생님의 깊은 고민이 묻어났으며 그것을 공간과 연결지어 풀이한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두번째 발표는 박미선 선생님의 “조선 숙종 16년(1690) 장희빈의 왕비 책례 거행과 그 함의”였다. 숙종대 희빈 장씨의 왕비 책례를 검토한 연구로, 후궁의 왕비 책례 의절을 일반적인 책비의절과 비교하여 당시 거행된 장희빈의 왕비 책례에 담긴 정치적 함의를 고찰한 연구이다. 책례가 이루어지기까지의 사건들과 준비 과정에 대한 정치한 설명과 의주에 대한 상세한 분석, 거기에 내포된 정치성에 대한 추적이 흥미로웠다.

세번째 발표는 김동근 선생님의 “조선시대 조조의의 공간 및 설행에 대한 논의와 그 의의”였다. 조조의는 죽은 자의 시신을 선조의 위패를 모신 사당에 옮겨 조상을 알현하고 하직 인사를 올리도록 하는 의례를 말한다. 조조의를 둘러싼 치열한 논의 과정이 시기별로 분석되었음은 물론 설행과 그 공간에 대한 논의를 면밀히 설명되었다.

마지막 두 발표는 미술사를 전공한 두 분 선생님의 발표로, 고려와 조선의 의례공간의 실체에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먼저 한혜선 선생님의 “고려전기 의례에 사용된 안의 종류와 성격”이다. 안은 고려전기 의례 공간을 조성하는 주요 도구이자, 의례 동선의 기준이 되는 핵심 물품이었다. 이는 그간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은 주제이기도 한데 선생님의 발표에서 심도있는 분석이 이루어졌다. 특히 안과 관련된 문헌 고찰과 실물을 파악할 수 있는 그림이 제시되어 고려시대 의례공간을 복원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구혜인 선생님이 “조선후기 종묘 신실공간의 조성방식과 성격”을 주제로 마지막 발표를 장식했다. 선생님의 발표는 토론자이신 박희용 선생님으로부터 꼼꼼한 분석과 설명으로서 근래 만난 가장 흥미로운 연구의 하나라는 극찬을 이끌어 냈다. 종묘 공간에 대한 연구에서 그간 간과되었던 부분인 신실 내부의 공예품 조성방식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신실 내부에 배치된 공예품과 그 조성방식, 성격을 심도있게 검토한 것이었다.

 

발표자 선생님들의 치열한 고민과 열정적인 탐구 성과가 각 15분 남짓이라는 너무나 짧은 시간에 소개되었다. 지정 토론은 답변까지 5분이어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기에 빠듯했고, 시간 관계상 청중 토론이 생략되어 아쉬움도 짙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의 분석과 고찰을 콤팩트하게 설명한 발표자 선생님들, 그에 대한 토론자 선생님들의 날카로운 질의가 긴장감을 높이고 때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온라인 학술회의라는 초유의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주최측과 실무진 선생님들의 꼼꼼한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헤아릴 수 없을 노고에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