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두리만 볼 줄 알았는데 고려인을 보고 연구회도 보다 (제 9회 한국사교실 참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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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두리만 볼 줄 알았는데 고려인을 보고 연구회도 보다

(제9회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교실 참여 후기)

 

배재호(중세1분과)

 

제가 한국역사연구회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대학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로, 선배 선생님들의 권유를 받아 중세1분과 선생님들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했었습니다. 일찍이 논문을 통해 성함만 알고 있던 선생님들과 발표, 토론, 뒤풀이를 같이 했는데, 완전히 얼어서 부담스러울 뿐이었고 그 날 발표가 무슨 내용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후 여러 핑계로 캠퍼스 밖으로 나가기를 꺼렸고, 연구실 안에서 자기 공부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2년하고도 반년이 지났고, 어느새 저는 수료생이 되어 파편적인 사료들을 이것저것 만져보며 연구주제를 잡는 데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국역사연구회에 석사과정생 중심 모임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거기서 처음으로 연구회 활동을 시작해 반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번 제9회 한국사교실에 때늦은 수료생으로서 후배들과 함께 참여해보게 되었습니다.

김윤정 선생님의 강의 ‘족두리는 정말 몽골풍일까?’는 단지 족두리가 몽골풍인지 아닌지 논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훨씬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우선 그동안 학계에서 고려와 몽골 사이의 대외관계, 몽골제국 속 고려의 위치에 관해 고민하고 연구했던 점들이 소개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몽골이 오기 전 고려 관인의 복식은 어떠했는지, 몽골의 영향을 받은 뒤 어떻게 변했는지, 공민왕 이후 다시금 어떻게 돌아갔는지를 차례로 다루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표적인 몽골의 유풍으로 여겨진 족두리가 사실 조선 후기에서야 집중적으로 조명 받기 시작했다는 점 등을 들어, 실제로 족두리가 몽골풍이었다기보다는 몽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덮어씌워졌을 가능성을 논하였습니다. 강의 중에 문헌기록뿐 아니라 당대 인물의 초상화를 비롯한 여러 그림들을 적극 활용하셔서 훨씬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조금 아쉬웠던 점을 들자면, 그림을 보여주실 때 앞서 보여줬던 그림과 같이 보여주셔서 대조했더라면 복식 변화가 더 분명하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공민왕 이후의 복식 변화에서 바로 족두리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조선 후기 사료가 주로 나와서 중간을 건너 뛴 것 같아 어색했습니다. 물론 이는 논지 전개상 당연한 부분일 수 있고, 강의의 짜임새와 내용이 탄탄했기에 양과 질 모두 만족스러운 강의였습니다.

강의 후 질문을 주고받는 시간도 좋았습니다. 질문 중에는 강의 내용과 크게 상관없는 것도 있었고, 그 논쟁이 될 만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윤정 선생님은 모든 질문에 조심스럽게 답변하셨고, 보다 깊은 설명이나 토론이 필요한 부분은 본인의 연락처를 알려주시며 따로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첫 모임이 지나치게 부담스러워 도망치다가 늦게나마 연구회 활동을 시작한 저로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고 감사했습니다. 대학원을 앞두고 있거나 막 시작하신 분들 중에는 저처럼 선배 연구자들과의 모임에 부담을 느끼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모임을 찾아가되 다른 연구자들과의 교류를 주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사교실은 그 일환이자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드는 강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