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라보고 그리다 (제 9회 한국사교실 참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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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라보고 그리다

(제9회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교실 참여 후기)

 

문영철(한국외대 사학과 석사과정)

 

이틀 동안 진행되었던 제9회 한국사교실은 초학자인 필자에게 앞으로 어떠한 목적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방향성으로 잡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가지는 시간이었고, 또한 이익주 선생님을 필두로 다른 여러 선생님들의 견해 및 각각 그분들이 맡고 계시는 시대사의 연구흐름도 알 수 있어서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이번 한국사교실을 듣기 위해서 멀리 제주도에서 오신 학부생분들도 계셨는데, 이 글을 통해서 그분들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올라오신 분들의 열정과 노력에 깊은 경의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번 한국사 교실에서 가장 관심이 많이 갔던 주제는 2일 차에 진행되었던 이승호 선생님의 강의였습니다. 필자는 한국 고대사를 공부하고 있는 초학자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부여사 학위를 받으신 이승호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다는 것은 저에겐 무척 좋은 기회이자, 의미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승호 선생님은 오늘날 ‘주변’이 되어버린 부여 · 옥저 · 동예 · 말갈 등의 역사를 ‘국사’라는 강박의 틀에서 벗어나, ‘중심’과 ‘주변’이라는 이분법적 시선이 아닌 그 종족들에 대한 개별 역사를 하나하나 구체화하여 주변이 되어버린 역사를 온전하게 바라보자고 하셨습니다. 특히 이들 국가는 그동안 학계에서 고구려사 중심 연구 흐름 속에서 그 정체성을 상실한 채 고구려 발전을 증명하는 피지배 종족으로 자주 묘사되었고, 결국 고구려라는 거대한 이름 앞에 천천히 사라지게 되었다고 언급하셨습니다.

필자는 이러한 이승호 선생님의 견해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본인은 한국 고대사를 배우면서 자연스레 그 시대의 ‘주연’은 ‘삼국’이라는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었고, 그 외 주변 국가는 당연히 ‘조연’이라는 생각을 지배적으로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필자가 이러한 사고방식을 하는 이유는 역사를 바라봄에 있어 ‘중심과 주변’이라는 이분법적 시선과 함께 ‘역사는 승리자의 것’이라는 약육강식의 논리에 기반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시선을 내려놓고, 보다 다각적인 시각에서 역사를 온전하게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필자가 든 생각은 “그렇다면, 우리는 주변이 된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라는 의문점이 들었고, 고민을 통해서 내린 답은 ‘끊임없는 관심’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가야’라고 생각합니다. 《삼국사기》에 항상 주변 국가로 맴돌았던 가야는 학계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끊임없는 관심’을 받게 되었고, 오늘날 이제 가야는 조연이라는 말을 들으면 섭섭할 정도 삼국에 이어 새로운 주연으로 탄생할 정도로 두각 되었습니다. 이러한 가야의 사례처럼 부여 · 옥저 · 동예 · 말갈 등의 국가도 이제는 우리들의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 관심은 ‘그 역사가 어느 나라에 속하는 것인가?’라는 귀속적이고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온전하면서도 객관적인 시각을 통해서 그 역사를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관심의 시작은 ‘연구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서 향후 이러한 관심이 대중들에게 잘 전달 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비로소 주변이 된 역사를 온전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한국사교실에서 첫 강의를 맡아주신 이익주 선생님께서는 ‘연구자들도 대중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것과 연동하여 필자는 한국사를 놓고 어떻게 대중화하고 컨텐츠화 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일찍이 중국에서는 14세기 나관중이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을 쓴 이래 ‘삼국지’는 수세기 동안 동양의 베스트 셀러였고, 근래에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국의 ‘삼국지’가 컨텐츠 요소로써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일본도 이미 자국의 역사를 활용하여 미디어 매체 및 상품화 구축이 매우 잘 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과정이 많이 부족하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어떻게 역사 대중화의 기틀을 만들어 가느냐는 것입니다.

오늘날 역사 대중화에 있어서 가장 각광 받는 요소 중 하나로 팩션(Fact+Fiction)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근래에 TV나 영화관에서 반영된 작품만 봐도 이 팩션이라는 장르가 작중의 전반 이야기를 크게 좌지우지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팩션을 만드는데 가장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바로 팩트이며, 팩트가 탄탄하지 않으면 제아무리 픽션이 훌륭하다고 한들, 그렇게 결합된 팩션은 오히려 끔찍한 혼종(hybridism)으로 남게 됩니다. 따라서 훌륭한 팩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탄탄한 팩트가 있어야 하고, 그 탄탄한 팩트를 이루기 위해서는, 온전하게 바라본 역사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판단되는 바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역사학도들은 학문도 올바르게 배워야 할 의무도 있지만, 이 올바른 지식을 온전하게 대중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향후 과제가 우리들에게 주어졌다고 생각되며, 끝으로 한국사교실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차후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우리 역사학계를 이끌어 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만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준비와 강의를 맡아주셨던 여러 선생님들, 그리고 좋은 행사를 알려주시고, 또한 함께 참여했던 우리 학교 대학원 선생님들께도 깊은 감사와 격려의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