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의 홍수 속 역사가로서의 책무 (제8회 한국사교실 참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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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의 홍수 속 역사가로서의 책무

제8회 한국사교실 참여후기

 

맹은지(동덕여자대학교 국사학과 학부과정)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 교실에서 이루어진 6번의 수업 중 ‘한국사 관련 디지털 역사자료의 현황과 활용’은 주제의 독특함으로 단연 눈에 띄었던 수업 제목이었다. 다른 수업 제목이 모두 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한국근대, 한국현대로 뚜렷이 시대사로 구분되어져 있는 반면 어찌 보자면 디지털 역사자료의 현황과 활용이라는 주제는 동떨어져 보이기까지 했다.

 

주제의 독특함으로 인해 눈에 가장 띈 것과는 별개로 수업을 통해 새로운 것을 접할 것이라고 커다란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은 세대도 아닐뿐더러 DB를 어느 정도 잘 이용 및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수업을 듣고 나서는 ‘그저 나의 자만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에 몰랐다는 변명을 차치하고서라도 데이터베이스화 되지 않은 자료가 거의 전무할 정도로 이미 사료별로 다양한 web site가 구축되어 있었고, 사료들은 차고 넘칠 정도로 인터넷 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강의를 해주신 주성지 선생님이 수업 중 해주신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이제는 사료를 못 봐서 그랬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여기 다 있잖아요.”

 

조선왕조실록을 CD로 봤다는 옛날과는 다르게 이제는 정말 못 봤다고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사료들이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그러나 문제는 이 무수히 많은 사료들을 어떻게 이용할 것이냐는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 같은 사이트에서 정보의 홍수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손쉽게 정보를 찾고 이용하게 되었을 때 나온 말이 있었다. 그 많은 정보들 중에서 좋은(?) 정보를 잘 선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사료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사료를 접하기 쉬워진 만큼 연구를 하는 것에 있어 엄청난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연구를 하고 글을 쓰면서 생기는 빈 부분을 사료가 채워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양이 늘어났다고 해서 더 괜찮은 글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사료를 보더라도 그 사료 속에서 그 시대의 맥락과 상황을 읽을 수 있어야 할 것이고, 특정한 문제의식을 통해 그 많은 사료들 중 버릴 것은 버리고 선택할 것은 선택하여 하나의 글로 끌고 갈 수 있는 힘도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사료를 누구나 손쉽게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역사가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의 수업보다는 비교적 가볍게 들을 수 있었고,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스를 전달해주신 것 같아 수업을 듣기 전의 기대보다는 더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수업 당일 한역연 건물의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았던 것인지 의궤나 지도 같이 용량이 큰 파일들을 여는데 애를 먹어 결국 보지 못한 점이 약간 아쉬움으로 남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