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예비-초보 전문가들을 위한 공감과 고민의 장(場)(제8회 한국사교실 참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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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예비-초보 전문가들을 위한 공감과 고민의 장(場)

(제8회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교실 참여 후기)

 

손명락(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 학부과정)

 

국사학과에 입학하여 많은 강의를 듣고 여러 논문을 읽어보았지만 ‘연구자’, 혹은 ‘전문가’라는 이름은 멀게만 느껴진다. 2018년 현재 필자는 학부 과정을 한 학기만을 남겨둔 학부생으로, 대학원 진학을 갓 제대로 고려하기 시작하였다. 학부 생활이나 얻은 성과들을 생각하면, 완벽하지는 못했어도 그 자체로는 나름 만족스러웠던 학부를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상위 교육기관으로의 진학에는 높은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입시에 대한 정보나 쌓아온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필자와 같은 초년생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학계의 연구 동향과 사학사적 지식이었다. 그런 필자에게 여러 학술대회나 사회 참여 등을 통해 그 이름이 이미 각인되어 있었던 한국역사연구회의 <제8회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교실>(이하 한국사교실)은 정말 좋은 기회였다.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바로 수강을 결정하였다.

 

필자는 휴학을 신청한 터라 상관이 없었지만 그간의 한국사교실이 진행된 일시들을 확인해 보니, 모두 개강 직전에 시작하여 마무리되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2월 21일(수)부터 2월 28일(수), 매일 5시부터 7시까지 6강이 알차게 채워졌다. 공덕역 10번 출구로 나와 언덕을 오르면 위치한 도화동 현대1차아파트단지 상가에 위치하는 한국역사연구회 대회의실이 강의실이었다. 첫 방문에는 높은 언덕에 우선 당황하고, 바로 위치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아서 다소 헤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다보니 다음부터는 상가 앞에 정류장이 있는 마을버스를 애용하게 되었다.

 

긴장되는 심정으로 대회의실로 들어가 강의 자료를 받았을 때는 다른 수강생들이 적었다. 아무래도 필자와 같이 길을 헤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곧 수강생들이 들어와 자리가 채워졌고, 회장 선생님의 축사를 시작으로 전체 강의가 시작되었다.

 

한국사교실의 강의는 각 분과 별로 이루어졌다. 고대(신라), 고려, 조선, 근대, 현대사의 다섯 분과에서 하루 1강씩의 강의를 맡아서 해주셨다. 현업에 종사하시는 전문연구자 분들이시기에 강의 주제는 본인의 연구 분야를 중심으로 다뤄졌다. 한 연구자가 모든 분야를 도저히 다 다루지 못하듯이 전체 동향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해당 분야에 대해서는 더욱 자세하고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었다.

 

예컨대, 필자의 관심 분야는 근대 일제 식민지 시기였지만 4강이었던 “한국근대사 연구동향과 대외관계사 연구”에서는 그 이전인 개항기 대외관계사를 다뤘다. 그러나 개항기 조선의 상황을 청-일간의 단순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영국-러시아 간의 세계적 대립구도를 동반한 ‘이중의 대립’ 구도를 통해 바라볼 수 있다는 관점의 소개는 기존의 인식 틀을 넓히는 내용이었다. 그런가하면 개항기의 시작 지점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고민이나 해방 이후 사학사적 흐름에서 진행되었던 연구 관점들 또한 흥미로운 지점들이었다. 강의 본론 외에도 어떻게 이 연구 주제를 결정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들도 공유할 수 있었는데, 명확한 연구 주제를 설정하지 못하는 예비-초보 전문가들에게는 특히 소중한 내용이었다.

 

강의 주제가 아닌 내용이 배제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의문점은 충분한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공유할 수 있었고, 각 강사님들께서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셨기 때문에 잘 해소될 수 있었다. 강의를 함께 들었던 다양한 출신의 수강생 선생님들 덕분에 여러 좋은 질문들이 있어서 더 흥미로웠던 시간이었다.

 

준비해 오셨던 강의 내용뿐만 아니라 강의 도중, 질의응답, 그리고 뒤풀이 형태의 식사 도중에 나온 팁, 비화들도 강의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요소들이었다. 가령 고대, 중세의 경우에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이나 현대로 올수록 높아지는 외국어 학습의 중요성 등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근대사 분과 선생님들의 생생한 8~90년대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한국역사연구회 내의 학습반, 연구반들에 대한 정보나 학회 분위기 등 예비 연구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이야기들 또한 많았다.

 

이미 대학원 입학이 결정된 상태였다면 더 상세히 묻고 고민할 수 있었던 사항들도 있었다. 식사를 함께 하면서 강의실에서보다 가벼운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대화들이 가능했고, 평소에는 만나기 힘들었을 선생님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맞닥뜨릴 수 있는 연구자로서의 고충을 진심으로 말씀해주시거나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시기도 하셨다.

 

일주일간의 통학 뒤에도 여전히 전문가가 되는 길은 힘들고 쉽지 않게 느껴진다. 언어를 많이 알면 알수록 좋다는 근대-현대 분과의 공통된 조언 또한 무겁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그간 학부 수업이나 학교 교수님들과의 면담에서 채워지지 않는 부분들이 분명 있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며, 다른 사람들은 어떤 것들을 고민할까와 같은 생각들이 많았다. 모든 강의를 수강하면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미리 생각하던 고민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한국사교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점들이 많을 것 같은데, 그 점은 못내 아쉽다. 전문가로 나아가기 전에 한국사교실에 대한 소식을 접한다면, 꼭 한국사교실을 수강하여 선배 전문가 분들의 정수를 적극적으로 흡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