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발표회 후기 – “숲과 권력, 그리고 재해 : 생태환경사로 한국사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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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발표회 후기

“숲과 권력, 그리고 재해 : 생태환경사로 한국사 읽기”

 

성승한(고대사분과)

 

환경은 인간의 일생이 전개되는 무대다. 기후, 지형, 동식물 등 그 무대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이해하지 않고선 그 삶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오늘날엔 인간이 행하는 환경파괴에 오늘날엔 인간이 행하는 환경파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자연환경을 향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에 따라 역사분야에서도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주목하는 생태환경사가 주목받고 있다. 생태환경사는 인간과 자연 간 상호작용의 역사를 탐구하며, 동시에 현재 인류가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높아진 관심에 비해 아직 한국에선 생태환경사 연구가 본격화되지 못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생태환경사연구반은 한국사에 생태환경사적 관점을 도입하려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2일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학술회의는 그간의 활동성과를 일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마침 장소가 모교였고 평소 생태환경사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학술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특히 고대사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항상 사료의 부족함이 토로되는 한국 고대사에 어떤 방식으로 생태환경사적 시각을 접목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날 ‘숲과 권력, 그리고 재해’란 제목 아래 3편의 연구가 발표됐다. 각 분과를 망라한 연구반답게 다양한 시대가 다루어졌다. 총 2부의 구성 속에서 1부에선 고대·중세, 2부에선 근대사가 다루어졌다. 소재도 다채로워서 경관변화, 질병, 해충대책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종합토론은 없었지만 각 발표가 끝나면 두 분씩 지정토론이 이루어졌다.

 

 

1부의 사회는 고태우(대림대) 선생님께서 맡아주셨다. 당시 한국역사연구회의 회장이셨던 오수창(서울대) 선생님의 개회사로 학술회의가 시작됐다. 첫 번째 발표는 서민수(건국대) 선생님의 「신라 왕경의 숲 개간과 경관 변화」였다. 경주의 개발사는 고대국가의 왕경 건설이란 측면에서 주로 다루어진 분야였다. 발표자는 시선을 약간 바꾸어 개발과정 속에서 경주 분지 일대의 경관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봤다.

 

이에 따르면 경주분지는 본래 산림수택이 가득한 공간으로 상대적으로 사람의 손이 뒤늦게 닿은 공간이었다. 고고자료를 통해서도 경주분지는 경주외곽에 비해 개발이 늦게 이루어졌음이 확인된다고 한다. 미개발의 숲은 신성한 공간으로서 인간이 범접하기 어려운 ‘외부세계’로 인식되었다. 경주분지가 ‘내부세계’로 편입된 것은 4~5세기경부터인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의 증가, 철제기구의 발달 등의 요인이 작용하여 사람들이 숲을 개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경주분지는 왕경건설의 과정을 통해서 완전히 ‘내부세계’로 변모한다. 왕경의 각 부분을 구획하는 격자형 도로망을 건설하기 위해 도처의 숲들은 벌목되어야할 존재로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신성한 대상으로서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것이다.

 

 

두 번째 발표는 이현숙(연세대 의학사연구소) 선생님의 「강화천도기 강화도의 개발과 질병 : 향약구급방을 중심으로」였다. 천도로 인해 강화도에 급격히 인구가 집중되자 그에 따른 문제들이 발생했다. 질병의 창궐이 그 중 하나였다. 열악한 위생상황, 부족한 식량, 한랭한 기후 등의 요소들이 겹쳐 강화도에서의 생활을 괴롭혔다. 발표에 따르면 이 시기 유행한 질병의 종류를 13세기 강화도에서 제작된 의서인 『향약구급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세조대의 『구급방』과 비교해 보면 몇 가지 특징이 확인된다. 식중독 등 음식에 의한 중독문제를 먼저 다룬 것, 종기를 자세히 다룬 것, 산후우울증을 특별히 다룬 것 등이다. 이렇게 특기한 질병들이 바로 강화도시기 귀족사회에 만연했던 질병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발표 당시에는 글의 체제가 완전히 갖춰지지는 못했던 상황이었는데, 그 점이 보완된다면 의서를 통해 당시의 생활환경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 발표가 끝나고 잠시 휴식을 가진 뒤, 2부 발표가 이루어졌다. 노상호(이화여대) 선생님의 사회 속에 백선례(한양대) 선생님이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섰다. 제목은 『일제시기 식민권력의 송충이 구제 시도』로 송충이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송충이는 솔잎을 갉아먹어 소나무를 상하게 만든다. 일제 식민권력은 송충이 피해를 막고자 적극적으로 구제작업에 나섰다. 일제는 근대의 과학력을 활용해 송충이를 구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통해 식민지배의 필요성을 과시하고자 했다.

 

 

송충이 구제는 크게 2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하나는 송충이를 잡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무의 품종을 다양화하는 것이었다. 전자의 방식으로 주민들에게 송충이 잡이의 할당량을 부과하거나, 잡은 송충이를 식용이나 비료로 이용하는 것 등이 행해졌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약물을 사용하거나 천적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되었다. 후자는 송충이 피해를 입지 않은 나무들을 조림하여 숲의 수종을 다양화하자는 것이었다. 송충이 피해가 1930년대 중반 이후 줄어들고 1937년 중일전쟁을 시작으로 전시체제가 시작되자, 식민권력은 더 이상 적극적으로 해충구제를 시도하지 않았다.

 

 

이상의 세 발표는 생태환경사 연구가 보여줄 수 있는 소재의 다양성을 보여줬다고 생각된다. 첫 번째 발표는 신라왕경의 건설과정에서 이루어진 숲의 개간과 그에 따른 경관변화를 다루었다. 두 번째 발표는 강화천도로 촉발된 환경변화 속에서 당시 고려의 귀족들을 괴롭혔던 질병들을 의서를 통해 살펴봤다. 마지막 발표는 근대와 식민지라는 시공간적 상황 속에서 권력이 해충구제에 어떻게 나섰는지 조명했다. 생태환경사 연구의 특색인 주제의 다양성이 충분히 드러난 셈이다. 이러한 부분은 앞으로 열릴 생태환경사연구반의 세 번째, 네 번째 학술회의에선 또 어떤 참신한 주제들이 발표될지 기대하게 만든다. 연구반의 활동이 한국사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길 응원하며 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