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민의 중국답사기】 홍순민(중세사 2분과) 중국의 사상 풍토는 참 포용력이 크다. 중간에 탄압과 획일이 강요된 적이 없지는 않지만, 제자백가부터 시작해서, 온갖 사상이 대체로 허용되어 왔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유교를 종교로 보기는 어려운 점이 없지 않으나 제사를 지낸다는 점에서는 종교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니 반쯤 종교로 접어주고, 도교, 불교, 기타 민간신앙이 서로 얽히고 설켜 거의 비슷비슷해졌다. 어느 한 종교가 다른 종교를 배척하고 탄압하고 말살시키려 하면 반드시 갈등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린다. 그런 점에서는 관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각자 믿는 신앙의 내용까지 적당히 섞고 보태고 하는 것은 다시 생각할 문제이다. 종교가 절대 진리를 추구하고, 궁극적 구원을 목표로 한다면 순결성이 없이는 그 정체성을 이어가기 어렵지 않을까. 典禮에서는 그것이 전파되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포용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믿음의 내용, 교리에서까지 적당히 타협하는 것은 변질을 불러오기 쉽다. 그것은 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고유한 판단 영역이다. 중국의 종교는 사회주의를 거치면서 각 종교 특성은 희석되고 돈과 만사형통으로 대체적으로 회통(會通)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석가모니께서 보시면 그리 달가와하실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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