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단체협의회 시국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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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단협 등 시국성명 전문>

이명박 정부는 퇴행적인 공안정국 획책을
중단하고 국민의 뜻에 온전히 복종하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의 정체를 규정하는 기본적인 출발선이다. 국민들은 이런 합의에 근거하여 자신의 권력을 대한민국 정부에 위임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이 파괴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공권력을 사용하여 국민을 협박하고 헌법의 기본권인 언론과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

오늘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의 위기는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적 국정태도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의 현안토론 제안을 거부하고 위헌 소지가 있는 미국 쇠고기 수입 고시를 강행했으며, 촛불집회를 ‘불법집회’로 단정하고 국민의 소리를 외면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기틀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측근 인사들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YTN사장으로 임명하는 한편, MBC PD수첩에 대한 보복수사와 KBS에 대한 표적 감사 등을 통해 언론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게다가 시민들의 자유로운 소통과 의사표현의 공간이었던 인터넷조차 감시?통제하려 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국민주권 상실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시민들은 더 많은 민주주의, 더 실질적인 주권행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시키는 것이다. 한-미 쇠고기 재협상에 대한 요구는 국민들의 뜻이며 국민들에 의한 정당한 권리 행사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을 ‘불온하고 폭력적이어서’, ‘따끔하게 다스려져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언어도단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반란이다.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결코 훈계나 다스림을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의회와 행정부, 사법부가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받아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시민은 깨어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인터넷과 각종 매체를 통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시민적 지성을 만들어가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날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일 민주주의적 주권의 확장과 행사를 부정하고 정부가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하거나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자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민들의 정당한 주권적 표현인 촛불집회를 폭력적 불법집회로 호도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조중동을 비롯한 일부 보수언론, 그리고 법원, 검찰, 경찰을 동원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이다. 현 시국에서 불법과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그것은 ‘촛불민심’이 아니라 국민을 무시하는 독선적인 이명박 정부, 조중동의 보수언론, 그리고 시민의 보호자이기를 거부한 채 정치권력에 충실히 따르는 법무부?검찰청?경찰청이다. 이들은 국민의 종으로 자임하기 보다는 스스로 국민을 지배?압제하는 절대 권력의 화신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오마이 뉴스 제공>

그들은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한국 민주주의의 산실이자 시민정신의 역사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는 서울광장을 원천봉쇄하고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진보연대, 참여연대 등을 압수수색하고 여성과 노인, 아이들, 직무수행중인 기자들, 심지어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료인들까지 무자비하게 짓밟고 있으며 국회의원과 변호사조차 불법적으로 강제 연행하여 그 수가 천명에 육박하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정당한 소비자 주권의 표현인 조중동의 ‘불매운동’조차 각종 기관을 이용하여 탄압하고 있다. 심지어 사법적 권위를 갖추지 않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온라인 게시물에 대한 불법을 판정하고 이에 대한 삭제를 지시하고 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 자체를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 따라서 불법과 탈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은 ‘촛불’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라는 점에서 오늘 한국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의 심각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월 30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폭력적인 경찰에 의해 강제 봉쇄되었던 서울광장을 되찾았지만 촛불집회의 시위대는 더 이상 청와대를 향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청와대가 아니라 남대문으로 발길을 돌렸다. 세간에서 말하는 ‘명박산성’은 국민들의 발길을 더 이상 청와대가 아닌 곳을 향하도록 만들고 있다. 소통의 부재, 지배 권력의 독선과 권위주의적 공안통치, 선량한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탄압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 민심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겸허하게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더 이상 민심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또한 그 민심을 가리기 위한 각종 언론과 매체에 대한 장악 음모를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 검?경의 물리력을 동원하여 공안정국을 조성함으로써 국민을 협박하는 반민주적 폭력을 중단해야 한다.

  현재의 촛불은 절대 꺼질 수 없다. 오히려 촛불은 부당한 권력이 억누를수록 더 거대한 횃불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최근 천주교사제단에 이어 불교계와 기독교계가 일어서고 있다. 종교계를 비롯하여 원로들조차 정부의 불법과 탈법에 대한 준엄한 비판의 입장을 천명하였다. 작금의 우리사회를 무질서와 혼돈으로 몰아넣는 것은 바로 이명박 정부이며, 지성과 대화, 소통이 아니라 야만과 폭력, 강제와 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 역시 한나라당 정권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작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고 자신들의 과오와 탈법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환경 하에서 더 이상의 국력을 소모해서는 안 된다. ‘경제위기’가 다가오는 우려스런 상황 속에서, 경제 재도약을 위한 국력을 모으는 것은 ‘촛불민심을 강압적으로 짓밟는 공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사 존중을 통해 이루어지는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온전하게 받드는 데에서만 올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의 거짓과 기만을 중단하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으나 권력으로 진실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에 진리와 학문을 다루는 우리 교수들은 더 이상 이같은 사태를 두고 볼 수 없기에 이명박 정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처를 요구하며, 그와 같은 조처가 이루어질 때까지 어둠을 밝히는 촛불의 시민들과 함께 하는 대학의 지성이자 민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끝까지 싸워나갈 것을 분명히 밝혀두는 바이다.

첫째,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수입고시를 즉각 철회하고 재협상에 임하라.

둘째,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라.

셋째,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언론 장악 음모를 중단하라.

넷째,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촛불시위에 대한 왜곡을 중단하라.

다섯째, 공안정국 조성 책동을 중단하고 촛불 시위에 대한 폭력 진압과 인권 탄압을 중지하라

여섯째, 어청수 경찰청장을 즉각 해임하고 국무총리 한승수를 비롯한 내각의 인적 쇄신을 단행하라.

일곱째, 촛불시위 관련 구속자, 연행자를 즉각 석방하고 촛불집회를 보장하라.

여덟째, 독재정권의 무기였던, 민주 인사와 단체에 대한 불법적 탄압을 당장 중단하고, 배후 세력을 철저하게 색출하여 엄벌하라.

아홉째, 인터넷에 대한 통제 음모를 중지하고 국민의 자유로운 소통을 보장하라.

2008년 7월 4일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한국학술단체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