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강연 후기 – 특강 “한국사회의 비정규직 문제, 실태와 전망”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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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돈문 선생님의 강연

“한국사회의 비정규직 문제, 실태와 전망”을 듣고

문일웅(근대사분과)


사실 이 글을 쓰는 게 이렇게 고역일 줄은 몰랐다. 글 쓰는 자체 때문이 아니라 소재 때문이었다. 대학원 입학 이후 지금껏 비정규직을 전전해 오면서 막상 비정규직에 대한 발표를 정리한다는 게 솔직히 마음에 걸렸다. 비정규직이라는 말 자체가 흡사 묵혀 두었던 마음속의 민감하고 예민하며 아픈 부분을 다시 들여다보는, 아니, 다시 헤 짚는 것만 같은 느낌을 갖게 하니까. 예전에는 손에 잡히는 대책, 혹은 ‘정신승리’의 방편이나마 바라고 이런 강연을 몇 번 간 적이 있었지만 해답이라는 게 결국 모호했고 더 울적해지게 만드는 그런 것이었다. 그렇다고 강연자가 원망스럽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이 문제가 얼마나 해결하기 힘든 문제인가라는 것을 재확인 하는 느낌을 갖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번 특강 역시도 솔직히 말하자면 시원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물론 발표자 조돈문 선생님의 대안이나 고민의 깊이에 느낀 불만은 아니다. 발표문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주로 정책적 측면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었는데, 생산적인 의견이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들으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아직 묘연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문에 갑갑함은 쉽사리 없어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일단, 이날 발제의 내용부터 정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리고 나서 앞서 내가 느꼈던 생각을 덧붙이고자 한다.

발표요약  


○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 된 계기는 IMF 경제위기였다. 물론 IMF 이전에도 비정규직의 비율은 지금과 차이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로 인하여 사업주들은,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 보장에 대한 장치가 약했던 비정규직을 대량해고하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가 비로소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첫째 비정규직의 규모, 둘째, 비정규직의 노동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먼저 비정규직의 규모에 대해 살펴본다면, 현재 피고용자의 50%가 비정규직인데 이러한 규모는 문제를 개선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다음으로 비정규직의 노동 조건에 대해 살펴본다면,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평균 50% 수준이며 그나마 그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 현재도 비정규직은 비정규성이라는 자체적인 정체성으로 규정되지 않고, “노동자들 가운데 정규직의 정체성을 지니지 못 하는 노동자들”이라는 잔여 범주로 정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직에 대해 정의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정규직 노동자라는 정의를 구성 하는 네 가지 조건(상용고용, 전일제 노동, 고용주체와 사용주체의 일치, 고용계약 체결) 가운데 어느 하나의 조건이라도 충족시키지 못 하면 비정규직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다음 표에서 명확하게 나타난다.


[표1]  피고용자의 고용형태 유형화

○ 현재 노동현장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사용자와 고용주가 불일치하는 간접 고용이다. 간접고용은 사용자가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자 사용하는 방식이며 현재 급격하게 규모가 팽창하고 있다. 아울러 이 간접고용 노동자의 임금은 갈수록 정규직과 격차가 현격해지고 있다.

○ 비정규직의 노동조합 조직율은 2007년 3.3%에서 꾸준히 하락하여 2011년 8월 현재 1.7%였다.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직율 하락으로 인해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개선되기 더욱더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산업구조는 갈수록 제조업 보다는 서비스업으로 전환되어가는데, 본래 이 서비스업은 제조업에 비해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이 비정규직 문제는 인위적인 정책을 통해 직접 개입해야만이 해결 가능하다.

○ 정책적 개입 이전에 그 정책을 시행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연대가 필요하다. 비정규직의 경우 고용보장 장치가 약하므로 현재로서는 정규직과의 연대를 통해서만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 그러나 몇몇 성공사례가 있긴 하지만(타타대우. 대표적이고도 모범적인 사례) 대체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는 실패하였고 자본이 유일한 승자가 되어왔다. (대표적으로 캐리어, GM대우 창원 공장 사례)

○ 정규-비정규직 연대 파기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1) 노동자 정서 변화: 막연한 연대 정서->물질적 이해관계 각성->정규직 이기주의
2) 정규직 노조 정체성 변화: 이익집단 & 계급조직의 양면성->이익집단 정체성의 우위->정규직 이기주의 구현
3) 정규직노조 역할 변화: 비정규직 연대세력->중재자 역할->비정규직에 대한 현장 감독 역할(상위 위계화)

○ 현재 법적 취약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은 불법파견이다. 이 불법파견이란 실질적으로 사용자가 정규직 노동자와 다름없는 노동을 함에도 용역 형태로 노동자를 위장시켜 사용하는 것이다.(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이는 사용자가 자신의 책임을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를 유린하는 아주 악랄한 방법이다. 따라서 오늘 제기할 정책적 대안의 핵심은 바로 사용하는 사람이 고용해야 한다는 것에 맞춰져 있다.

○ 대안의 골자
1) 상시적 업무와 비상시적 업무의 구분. 정규와 비정규의 구분 대신 업무 자체를 상시적 업무와 비상시적 업무로 구분하여 상시적 업무의 경우 사용자측은 직접 고용한 정규직을 써야할 것. 아울러 부득이하게 비정규직을 사용할 땐 노조와 협의하는 것을 명시하여 불법적인 비정규직 사용을 근절함.
2) 차별처우 금지 및 동일가치 노동의 동일 임금제 실시. 현재 근로기준법의 6조를 바꾸면 될 것임. 이렇게 된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비정규직은 항상 고용불안정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사용자측에서는 비정규직 해고시 고용불안정 수당을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3) 용역과 파견을 구분하는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용역에 대해서는 법적 규제가 없다. 따라서 사용자 측에서는 자신의 책임회피를 위해 용역을 위장하여 파견노동자를 사용. 따라서 법으로 단순, 명쾌하게 용역과 파견을 구분하는 기준을 마련하여 불법파견을 근절.
4) 사용업체의 사용자 책임의무 부과. 이는 근로기준법 상의 노동자개념의 확대를 의미. 사용자는 비록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사용하는 노동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파견 노동자의 경우 임금협상에 있어서 정규직 노조와 동일하게 단체협약권을 인정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5) 파견, 용역 업체의 책임, 의무 부과: 노무제공자를 정규직 고용 의무화. 아울러 노무제공자의 비파견대기기간에도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6)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필요. 앞서 비상시적 업무는 국가가 전국에 분산되어 있는 비상시적 업무 총량을 파악하여 상시적 업무에 투입되지 못한 비정규노동자에게 알선을 해주는 동시에 그들의 고용안정성 및 소득안정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
7) 고용보험제도의 확충 필요. 현재 비정규직은 고용보험제도가 적용 안 되는데 이를 완화시켜야 한다. 아울러 정규직 노동자 역시도 고용보험제도의 혜택이 미미하기에(대표적으로 실업수당의 낮은 소득대체율) 산업 구조 변화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음. 아울러 이러한 문제 때문에 정규직은 주로 비정규직을 자신의 고용 안전판으로 보고 있음. 따라서 고용보험제도의 확충 및 내실화를 해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전체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음.


요약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다. 모순되거나 혹은 사실과 다른 부분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이 발표를 요약하면서 그 핵심은, 비정규직은 항상 고용불안정성을 지니고 있으며 아울러 정규직은 자신의 고용 안전판으로서 비정규직을 바라보기에 두 노동계층의 화합은 어려우며 결국은 노동시장은 자본의 승리로 귀결되는 현실 타계하기 위해서는 법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몇 가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비정규직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지속하려면 정규직 노조와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은 앞서 살펴본 바 있다. 그러나 사실, 사측이 정규직의 임금 인상시 소요되는 재원은 주로 하청업체의 단가 갈취, 혹은 비정규직의 처우 악화를 통해 충당하는 편이다.(이른바 “가격 후려치기”) 따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은 매우 뿌리 깊은 것임에도 연대를 이룩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정규직의 온정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앞서 많은 연대 사례가 실패로 귀결되었듯이 원자화, 파편화 되어 있는 비정규직의 권리를 위해 정규직 노조가 얼마만큼 자신을 희생할 지가 의문이었다.

   아울러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고민이 진화하는 것과 동시에 자본의 회피 능력도 진화한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이를테면, 얼마 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한진중공업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영도조선소 노동자의 위협수단으로서 생산시설을 필리핀 수빅만으로 옮겼다. 한마디로. 이러한 법적 규제가 설사 제정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한국 자본은 한국보다도 노동조건이 더 열악한 나라도 얼마든지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미 종편을 비롯한 보수언론에서도 자본이 빠져나간다며 국민들을 위협하고 있으며, 한진중공업과 비슷한 예는 이제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몇 년 전부터 나는 건강을 위해 걸어서 학교에 간다. 학교 가는 길에는 재능교육 본사를 지나쳐야 하는데 그곳에는 아직도 해직 학습지 교사가 시위 중이다. 아울러 학교 정문에서 연구실로 올라가는 길에는 지금도 강사직에서 해임된 류승완 박사가 학교를 배회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본다. 아, 나 역시도 얼마 전 ‘정규직’ 시험을 쳤다 떨어졌기에 다시 비정규직 신세로 돌아왔다. 내 경험을 이야기해 보자면 연옥(정규직 ‘천국’은 가본 적이 없기에)에서 다시 지옥으로 떨어진 느낌이었다. 어쨌거나. 사회 전체, 아니 내 주변, 아니 내 자신이 모두 얽히고 섥힌 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이것은 우리 모두가 더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겠지만. 한동안 재능교육 시위와 류승완 박사의 모습, 그리고 ‘정규직’이 되고자 마음 졸이는 내 모습은 계속 지속될 것이라는 거. 참 우울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