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역사 연구자를 위한 가이드(제5회 한국사교실 참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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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역사연구자를 위한 가이드


“제5회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 교실” 참여 후기

김한빛(서울대학교 국사학과 석사과정)
김건일(연세대학교 역사문화학과 학부과정)

   직업으로서의 역사 연구자의 길에 발을 들여놓기가 어려워진 요즘에 예비/신입 연구자들의 발목을 더욱 붙잡는 것은 고도로 전문화된 연구 성과로 인한 연구 방법론과 연구사 정리의 어려움이다. 최신예 연구 성과와 기존 연구사에 대한 조망은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기본이 될 것인데, 마음만 앞선 초심자들에게 풍부한 연구 업적을 단기간에 조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점에서 기존 연구사와 최신 연구 성과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예비-초보 연구자를 위한 한국사교실(이하 한국사교실)”은 국내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신입 연구자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올해로 5회를 맞는 한국사교실은 한국사 연구자를 지망하는 예비 연구자부터 막 연구자의 길에 오른 석사과정생, 그리고 다양한 직업을 가진 시민연구자들까지 한국사 연구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 고대사, 고려사, 조선사, 근대사, 현대사의 5분야로 각 1강좌씩 진행되며, 지난 해 제4회 한국사교실부터는 마지막 6강에서 한국사 데이터베이스 활용 방법에 대한 소개까지 함께 하고 있어 초행길에 오른 연구자들에게 더없는 도움이 된다.

한국사교실이 좋은 점은 자신의 분야 이외의 영역에 대한 기초적인 조망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시대사로 크게 분류되는 국사의 연구영역에서 한 영역의 연구자들은 다른 영역의 최신 연구 성과를 접하기 어려운데, 한국사교실은 전 시대를 조망함으로써 각 영역의 연구에 대하여 서로에 대하여 보다 깊은 이해를 함은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여기에 강좌를 함께 수강하는 신입 연구자들간의 네트워크 형성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국사교실은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기회라 할 수 있다.

제5회 한국사교실은 다음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1강은 “한국고대사 연구 동향과 동아시아사”라는 주제로 한성대 한국고대사연구소 학술연구원 소속 정동준 교수가 강의하였다. 강의의 내용은 고대사 전체에 대한 조망보다는 동아시아사의 개념을 중심으로 한 고대사 연구의 진행 현황을 다루었다. 일본에서 시작된 동아시아사라는 개념이 어떠한 과정에서 형성되었으며, 어떠한 비판을 받고 수정되고 있는지, 그리고 수용자로서 한국고대사학계에서는 동아시아사를 어떤 방향으로 수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리고 실제 연구에서 동아시아사의 개념이 가지는 효용성과 활용을 위한 방안 등을 설명하였다. 특히 커리큘럼 외에도 강의자 본인의 유학 경험을 토대로 설명한 일본과 한국의 역사 접근 방향은 매우 흥미로웠다.

2강은 “고려시대사 연구 동향과 국제관계사”라는 주제로 김보광 고려대 BK21 연구교수가 강의하였다. 강사는 주로 2011년부터의 최근 연구들을 간략히 살펴봄으로써 최근 고려사 연구가 대단히 세밀화, 전문화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강사는 이것이 양적, 질적 연구의 성장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각 분야의 단절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우려하였으며, 새로운 자료와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중심적인 문제의식들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후반부에서는 국제관계사의 측면에 집중하여 몽골 국가체에 대한 달라진 이해를 토대로 고려와 몽골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연구 방향을 짚어보았다.

3강은 “조선시대사 연구 동향과 생태환경사”라는 주제로 김동진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강의하였다. 강사는 먼저 최근 조선시대사의 연구 동향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분야로 분류하여 양적으로 비교함으로써 경제사 연구의 양적 성장, 정치, 문화 연구의 지속적인 흐름, 사회사 연구의 양적 감소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네 분야가 아닌 새로운 분야로써 우역과 기근, 호환 문제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조선 후기를 조망한 강사의 생태환경사 연구 성과를 소개하였다. 조선사도 그러하지만 한국사 연구에서 생태환경 분야는 연구 성과가 거의 없는 새로운 분야이므로 매우 신선하였고 앞으로의 연구가 기대되었다. 특히 기후학, 기상학, 생태학, 의학과 역사의 연계는 기존 정치, 경제적 해석의 새로운 대안이자 학문간 통섭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강은 “한국근대사 연구 동향과 소수자연구”를 주제로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의 소현숙 교수가 근대사 연구 경향과 자신의 연구 방향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 강의는 크게 식민지와 근대의 관계, 소수자 연구라는 두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 강의의 주안점은 근대성이라는 개념의 가치였다. 즉, 근대를 세계사적 발전단계로 보고 근대성을 선으로 인식하는 기존의 관념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이었다. 강사는 근대성이 타자에 대한 착취와 억압에 기초하고 차별을 제도화한 부정적 측면이 있음을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소수자 연구를 제시하였다. 식민당국이 대중에서 소수자의 범주를 구별하여 차별과 억압하였다는 연구를 통해 근대성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함을 설명하였다. 강사가 펼친 근대에 대한 막연한 긍정적 이미지의 고찰과 통렬한 비판이 인상적이었다.

5강은 “한국현대사 연구 동향과 문화사”라는 주제로 서울대학교 규장학한국학연구원 오제연 선임연구원이 현대사 연구 경향과 자신의 연구 방향에 대하여 강의하였다. 강사는 현대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와 직결된 시대이기에 가장 논란이 많은 시기로서 역사적 논란의 대부분이 발생하는 시대라고 설명하였다. 현대사의 연구는 ‘유신 40주년’, ‘해방 70주년’ 등과 같이 특정 사건의 ‘주년’을 기준으로 집중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는데, 새로운 연구 소재의 고갈과 반복적인 연구로 연구사적 의미를 가지는 연구가 줄어들고 관성적으로 반복만 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강사는 이러한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며 연구가 질적으로 발전해야 하며 체계적인 연구를 통하여 해방 이후 현대사에 대한 역사상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6강은 “인터넷 데이터베이스 사료 활용법”을 주제로 동북아역사재단 주성지 연구원이 역사 사료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의하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민간 혹은 국가에서 이뤄진 사료의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은 오늘날 역사를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사료에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강사는 사료를 디지털화 시키고 관리 및 공개하는 다양한 기관을 상세히 소개하여 연구자들이 인터넷에서 어떻게 자료를 찾아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강사는 접근성이 높아진 데이터베이스도 스스로 사료검증과 비판 및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주의를 당부하였다.

총 6강에 걸친 제5회 한국사교실은 많은 예비/신입 연구자들에게 기존 연구사와 최신 연구를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장, 동료 연구자들을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장이 되었으며, 강의 후 질문 시간과 이후의 만남 등을 통하여 선배 연구자와 신입 연구자간에도 활발하고 열띤 이야기가 오고갔다. 앞으로도 역사라는 망망대해로 나아가기 위하여 돛을 편 신입 연구자들에게 한국사교실이 꺼지지 않는 등대의 한 줄기 불빛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