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강점 100주년, 광복 65주년을 맞이하는 역사학계 공동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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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전국역사학대회 첫째날, 우리 연구회가 제안하고 초안을 마련하여 “일본의 한국강점 100주년, 광복 65주년을 맞이하는 역사학계 공동성명서”를 채택, 발표하였습니다. 이 공동성명서에는 34개 학회가 참여하였습니다.
아래는 그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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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국 강점 100주년, 광복 65주년을 맞이하는 역사학계 공동성명서

  올해는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나라를 강점하여 식민지로 만들었던 때로부터 정확히 100년,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꼭 65년 되는 해이다. 그러나 오늘의 시점에서 되돌아 볼 때 일본 정부는 100여 년이 지나도록 과거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우리 정부 역시 해방된 지 65년이 되었음에도 식민지 피지배의 유산을 청산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 이에 우리 역사학계는 ‘식민주의와 식민책임’을 공동주제로 전국역사학대회를 개최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우리 역사학자들은, 패전으로 식민 지배가 종결되고 65년이 지나도록 과거에 대해 진정하게 반성하지 않는 일본 정부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는 그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고문ㆍ학살하고 인권을 탄압하며 굴종적인 삶을 강제하고 역사의 올바른 발전을 가로막는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말살하는 반인륜적인 행위였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반인륜적 식민지배와 그 소산인 일본군 ‘위안부’, 전시 강제동원과 연행, 한국인 출신 군인ㆍ군속의 야스쿠니신사 합사, 재일한국인의 법적 지위, 관동대지진 당시 한국인 학살 등의 문제에 대해 한 번도 진정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최근에도 침략과 식민 지배의 책임을 망각하고 이를 합리화하는 역사교과서를 검인정 통과시켰으며,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표기를 초등학교 교과서에 삽입하고 외교청서에 명기하는 등 역사를 왜곡하고 오히려 거짓을 합리화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역사학자들은 정부에 대해서도 고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해방 이후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 남한에서는 과거 일제 지배에 적극 협력했던 인물들이 사회 지도자로서 여전히 부와 권력을 장악해 왔으며, 독립운동가들의 자손은 소외된 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그동안 친일과 독재의 과거 청산에 노력해 온 것은 그것이 역사적 정당성을 갖는 작업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친일오욕의 역사를 정확히 밝히려는 노력은 여전히 방해 받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현 정부는 과거 청산과 관련된 각종 위원회를 지원하기는커녕 예산 효율성 문제를 운운하며 예산을 감축하였다. 이로써 친일과 독재에 협력한 인물의 죄상을 밝히고 식민 지배와 독재로 고통당하거나 이에 분연히 맞싸운 분들의 삶을 돌이켜 보려는 작업이 흐지부지될 위기에 처했다.
 우리 역사학자들은 이러한 양국 정부의 행태를 보고 개탄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일본의 한국 강점 100주년을 맞아 우리는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우리 정부의 퇴행적인 행태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를 보내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1. 양국 정부는 100년 전 일본의 한국병합이 강제적이었을 뿐 아니라 국제법적으로도 무효임을 천명해야 한다.

일제의 한국 강점은 한일병합조약이 체결되기 5년 전 한국의 외교권을 강탈한 1905년의 이른바 ‘을사조약’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으며, 이후 한·일간의 모든 조약은 ‘을사조약’을 토대로 하여 체결된 것이다. 그 동안 남․북한 및 일본․미국 등지 학자들의 국제적 연구를 통해 ‘을사조약’이 불법 무효임이 밝혀진 지금, 일본 정부는 이 사실을 명확히 인정해야 하며 우리 정부 역시 일본 정부에 그 책임을 요구하여야 한다. 이로써 일본 정부가 일본군‘위안부’, 강제 동원 등 식민 지배 책임을 진정으로 반성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2. 일본 정부는 식민 지배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수십 년 간의 자민당 집권을 끝내고 정권을 교체한 일본의 민주당 정부는 기존의 자민당 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일본 정부가 과거 군사 쿠데타 정권과 야합하여 체결한 한일협정에 따른 보상만으로 식민 지배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는 주장은 역사적 정당성을 망각하고 상실한 것이다.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 강제 징용ㆍ징병된 분들과 원폭 피해자들의 한숨,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한국인 출신 군인ㆍ군속 유가족의 고통, 일본인도 한국인도 될 수 없는 재일한국인의 비통함을 지금도 바라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과거 역사에 대해 반성하고 이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줄 때 진정한 한일 우호 관계가 구축되고 동아시아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침략과 식민 지배를 합리화하는 역사교과서를 폐기하고 독도 관련 망언과 왜곡도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3. 우리 정부는 식민 지배와 친일 진상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반성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국가의 정통성은 국가 멸망에 협력하고 식민 지배자의 주구가 된 자들의 행태를 비판ㆍ처벌하고 독립과 해방을 위해 투쟁한 분들의 공로를 높이 받듦으로써 지켜질 수 있다. 지난 10년간 추진해온 친일진상 규명과 과거사 청산 작업은 국가의 정통성을 올바로 수립하기 위한 중차대한 작업이었다.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식민 지배와 친일 진상을 정확하게 규명하는 데 필요한 제도적ㆍ법적 기반을 다시금 재정비하고 강화해야 한다.

 4. 우리 정부는 근시안적으로 역사교육을 바라보는 자세에서 탈피하여 역사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역사교육은 청소년들이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확고한 역사의식을 갖게 하며, 미래를 전망하고 역사전쟁에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지식과 태도를 겸비한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도록 하는 교과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매우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역사교과서 서술에 개입하여 역사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였으며, 역사교육 강화를 기조로 어렵게 마련했던 ‘2007 개정교육과정’을 시행해 보지도 않은 채 ‘2009 개정교육과정’으로 졸속 개정한 바 있다. 그 결과 역사 교과는 초ㆍ중ㆍ고등의 계열성이 파괴되고 선택 과목으로 전락하여, 단 한 번의 역사 수업을 듣지 않고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2007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검정을 통과한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대상으로 불과 한 달 만에 ‘한국사’ 교과서로 수정하라고 지시함으로써 교과서 검정 절차를 무시한 조치도 취해졌다. 이로 말미암아 안타깝게도 우리는 최악의 역사교육 환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정부는 이제라도 역사교육 강화를 기조로 한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조속히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2010. 5. 28.
한국역사연구회,  역사학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서양사학회, 동양사학회, 경제사학회, 미술사학회 등 34개 학회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