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회활동기 – 연구회와 함께 내딛었던 서툰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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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회원 연구회 활동기】

연구회와 함께 내딛었던 서툰 첫걸음

황향주(중세사 1분과)

어느덧 1년 전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엉성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문제의식을 안고 대학원에 들어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해 헤매던 시절, 주위를 둘러보면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분명한 문제의식을 안고 연구 활동에 임하는 것 같이 느껴져 잔뜩 주눅 들어있었던 그 시절, 나는 같은 시대를 전공하는 학교 선배로부터 연구회 활동을 권유받고는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연구회란 독자적 연구 분야를 개척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큰 부담으로 다가와 나의 발목을 사로잡았다. 연구자로서의 소양을 갖추지 못한 나에게 연구회 회원 자격은 없다는 것이 당시 나의 생각이었다.

  그 와중에 ‘고려시대 연구사 학습반’이 신설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학습반 참석을 결심하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씩 현재 활동 중인 연구자들을 초빙하여 연구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는 사실은 아는 것 없고 궁금한 것만 가득한 대학원 초년생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모임의 성격이 ‘학습반’이며, 연구회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도 참여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매번 초빙된 선생님에 따라 세부적인 구성은 달라지지만, 연구사 학습반은 대체로 선생님의 연구 과정 및 연구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참가자들이 질문을 던지면 선생님께서 그에 답변해주시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선생님들께서는 당신이 문제의식을 구체화시키고 연구를 통해 이를 해결해 온 과정을 세밀히 전달해주셨다. 때로는 이야기 속에 사적 경험을 녹여내어 선배로서의 조언도 아낌없이 해주셨다.

  돌이켜보면 연구회의 성격을 오해하고 있었던 나에게 있어 ‘고려시대 연구사 학습반’은 그 오해를 불식시키고 연구회의 성격을 새롭게 생각하게 만드는 중대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연구사 학습반은 학문 분야 뿐 아니라 대학원생으로서의 생활 전반에 걸쳐, 내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시간이자 나 자신을 성숙시키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연구사 학습반을 통하여 같은 시대를 전공하는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 또한 의미를 가졌다. 사실 처음 연구사 학습반에 참석한 날, 나는 같은 시대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사뭇 놀랐다. 가뭄에 콩 나듯 연구자가 등장한다는 고려시대 아니었던가.

  또래들과 함께 공부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터라 학습반 첫 날의 풍경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후 몇 차례의 만남을 통해 그들과 말문을 트고 개개인의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게 되면서 나는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나의 생활을 주재해 나가는 법을 배웠다고나 할까.

이렇게 약 7개월 정도 옵저버로서 ‘고려시대 연구사 학습반’에 참여한 뒤, 2008년 11월부터 나는 연구회 회원이 되었다. 연구회라는 곳이 연구자 개개인을 기계적으로 묶어 놓는 공간이 아니라, 연구 활동을 넘어선 보다 넓은 영역에서 연구자들 사이의 연대와 상호 관계를 통해 채워지는 공간임을 깨닫게 되면서 나는 비로소 선배의 가입 제안에 기쁘게 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연구회의 배려로 기초사료학습반에 참여하고 있으며, 어설프지만 발표회에서 토론을 맡기도 하는 등 초보 회원으로서 활동을 조금씩 해나가고 있다. 이 중 기초사료학습반에서는 2주마다 한 번씩 만나 동문선을 읽고 있다.

  발표자를 정하여 일정 분량의 강독 및 주석을 맡기고, 강독이 끝나면 나머지 반원들은 각 작품이 어떠한 사료적 가치를 지녔는지 혹은 각 작품 속에서 어떠한 연구주제를 찾을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한다. 정치하게 사료를 읽고 각 사료에서 파생되는 주제들에 대해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기 때문에 사료에 대한 감각이 매우 뒤처지는 나에게 있어서는 기초사료학습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림 1> {동문선} 저자 서거정선생 묘지석(출처: 문화재청 홈페이지 http://www.cha.go.kr/)

  사실 신입회원 활동기라고 하지만 연구회 회원으로서 활동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활동 내용 자체보다 신입회원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연구회에 대한 나의 생각을 두서없이 써내려간 글이 되어버렸다. 채워진 것보다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것이 더욱 많은 내 상태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것만 같다.

  그저 지금은 연구회에 가입하기 전까지 연구회 주변을 맴돌며 이것저것 생각하고 경험해 보았고 그 후 큰 기대를 갖고 연구회에 들어온 만큼 앞으로 재미있고 알차게 활동해보겠다는 다짐을 남기며 이 글을 끝맺어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