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25일, 연구회와 함께한 제17차 촛불집회 참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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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25, 연구회와 함께한

17차 촛불집회 참여 후기

 

나용재(고대사분과)

 지난 2월 25일 우리 한국역사연구회는 제17차 촛불집회에 참여하였다. 이날의 집회는 여전히 여론전을 펼치며, 특검연장을 가로막던 박근혜 정부에게 엄중한 경고 및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 위해 정유년 새해가 밝은 이후로는 처음으로 100만명이 넘는 인원이 결집한 것으로서, 우리 연구회도 그에 함께하여 힘을 보태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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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결지인 광화문역 8번 출구 세종문화회관 뒷편 공원에서 새로 제작한 연구회의 깃발이 적당히 불기 시작한 바람에 펄럭이는 것을 보며, 그간 참여하였던 여느 촛불의 순간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이 어두운 시절을 희망의 빛으로 밝히기 위하여 시민으로서는 물론이고, 동고동락하며 ‘역사’를 탐구하는 연구회의 여러 선생님들과 힘을 모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고양감이 아니었던가 싶다.

잠시 담소를 나누며 집결지에서 회원 선생님들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근처를 지나던 몇몇 분들이 연구회의 깃발을 보고 인사 혹은 응원을 해주었다. 물론 같은 기치를 내걸고 한곳에 모인 만큼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연구회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주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그 사실에 무척이나 고무되었다(최근 다시 대두되고 있는 ‘역사학의 대중화’란 엄정한 학문의 차원에서의 접근이 우선되어야겠지만, 이렇게 현실참여의 영역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잠깐 들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을 보낸 후,  많은 회원 선생님들이 연구회 깃발을 필두로 따뜻한 촛불의 파도로 향하였다. 이미 자리 잡은 수많은 빛이 반겨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집결지에서부터 들리던 노랫소리가 기분 좋은 바람과 함께 울려 퍼지며 귓가에 직접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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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자리하고 있는, 그간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였던 문장이었지만, 그것이 위협받는 오늘의 상황에서 100만이 넘는 시민이 모여 연호하는 그 모습에 전율이 일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함께하였던 연구회의 모든 선생님들 역시 너나할 것 없이 각자의 촛불을 높이 들며, 그 외침에 동참하였다. 그렇게 우리 연구회도 오래도록 기억될 역사의 분기점에서 빛을 밝히고 있었다. 과거에도 그러하였고, 같이 할 앞으로의 미래에서도 그러할 것이듯이 말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시민발언대에 선 여러 연사들의 발언을 들으며,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다보니 어느새 더 많은 선생님들이 연구회의 깃발을 보고 찾아오셨다. 개인 사정으로 인해 조금 늦게 도착하신 분들, 가족들과 함께 하시다가 들르신 분들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같은 뜻을 품고 그 시간 그 공간에서 만날 수 있었음에 반가움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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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행진의 시간이 찾아왔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시민들 사이에서 우리 연구회도 깃발을 높이 들고 청와대로 향하는 행렬에 합류하였다.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다보니 대열을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촛불의 열기가 거대하다는 것이라 생각되어 힘들다기보다는 기쁜 마음이 들었다.

행진은 이전의 촛불 때도 그러하였듯이 질서정연하고 평화로웠다. 그것은 마치 몇몇 이들의 부정한 이익을 위해 차곡차곡 쌓아올려져 우리 사회를 짓누르던 거짓의 적폐를 따듯한 촛불의 열망으로 밀어내는 숭고한 광경과 같았다. 어두운 시절 아래서 고통 받고 분노하던 시민들이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는 한마음 아래 자발적으로 촛불을 손에 들고 만들어내는 이 역사적인 순간의 한복판에서, 글쓴이의 경우 기록으로만 배운 6.10 민주항쟁을 3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이날 체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연구회의 선생님들께서도 만감이 교차하였으리라 생각한다.

행진의 과정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서로의 곁을 지키며 촛불의 길을 따르던 우리 연구회는 어느덧 청와대 앞 차벽에 도착하였고, 이곳에서 각자의 가슴속에 있던 외침을 울리며 정유년 2월 마지막 촛불에의 참여를 마쳤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연구회와 함께 촛불을 들고 난 이후 많은 일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결국 지난주에 박근혜 대통령, 아니 이제는 前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라는 초유의 결과로 탄핵 인용이 되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환호에 동참하다가 갑자기 든 생각은 “만약 기각이 되었다면 어떤 심경으로 이 글을 썼을까?”였다. 물론 광장에 나섰던 그 모든 이들과 같이 ‘기각’이 되었다한들 당시의 신념에서 크게 변하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이나 ‘블랙리스트’와 같이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서라면 주저 없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개인의 권리를 짓밟았던 박근혜 정부의 모습을 떠올리자니 약간의 망설임이 생기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자체 검열의 필요성’을 잠시나마 고민하게 할 정도로 ‘비상식’이 그간 얼마나 우리 사회를 음울하게 결박하고 있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에 씁쓸함을 느낀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반으로 발현된 평화로우면서도 강력한 촛불의 의지가 새벽이 찾아올 수 있게끔 길을 열어주었다. 우리 연구회 역시 창립취지에 부끄럽지 않게 힘을 보탰다고 생각된다. 이날 함께하신 많은 선생님들은 물론 비록 같은 깃발 아래 모이지는 못하였지만 각자의 장소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빛을 밝혀주셨을 더 많은 선생님들과 같이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칠흑같은 어둠이 잠시 물러난 그 공간을 따뜻했던 촛불의 열망이 채우기에는 해결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다. 어쩌면 더욱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처럼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이 또한 분명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 연구회도, 그리고 많은 회원 선생님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힘을 더할 수 있기를 바라며 두서없는 참여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