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연구단체 6.10 시국성명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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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연구단체 6.10 시국성명 전문>

이명박 대통령은 거국내각을 구성하여
국민의 뜻을 수용하라!

  6월항쟁 21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우리 역사 연구자들은 참담함과 부끄러움, 그러면서도 우리 국민에 대한 뿌듯한 자긍심을 느끼며 현 시국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5백만 표가 넘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100일 만에 역대 최저 지지율을 향해 연일 추락하는 사태 속에서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했던가!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을 자신의 문제로 여긴 어린 중고등학생들의 촛불문화제로 시작된 자그마한 저항이 연인원 100만에 육박하는 대규모 시위로 발전하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과거를 연구하는 속에서 미래를 지향한다는 역사 연구자로서 지난 한 달여간은 부끄러움을 떨쳐내기 힘든 나날이었다.


<사진 출처> 인터넷 한겨례(http://www.hani.co.kr)

  그러나 우리는 민중의 힘이 여전히 위대함을 새삼 절감하고 있다. 거리의 성난 민중은 곤두박질치는 대통령의 지지율에 반비례해 나날이 늘어나고 있으며, 쇠고기 문제에서 시작한 광화문 네거리의 ‘촛불 문화제’는 이제 국민 주권을 확인하는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경찰의 과잉 진압에도 비폭력을 주장하면서 해학과 웃음으로 자신의 주권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규모의 시위 현장에서 내부적인 작은 불상사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은 현장의 시민들이 얼마나 평화적인지, 또 얼마나 성숙한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제 한국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 들고 있다. 1987년 6월항쟁 때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시위문화 속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자각하면서 하루하루 새로운 정치의식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사태가 급변하고 있음에도 청와대는 아직도 2-30년 전 민중 시위를 대할 때의 냉전적 의식을 고집할 뿐, 도무지 새로운 정치를 배울 의지가 없는 듯한 언행으로 일관하고 있다. 급기야 거리의 구호는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에 직면하여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을 요구한다.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1. 거국내각을 구성하여 국민의 요구를 수렴하라!

  이명박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 온갖 비도덕적 일에 연루되어 있는 인물들을 내각과 비서로 들이는 인사로 일관해 왔다. 그것이 국민적 위화감을 불러 일으켜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통령은 현재의 인사 정책을 전면 쇄신하여 여야와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거국내각을 구성함으로써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수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2. 쇠고기 재협상에 즉각 착수하여 국정쇄신의 출발로 삼으라!

현재의 시국은 분명 쇠고기 정국에서 시작되었다. 문제의 출발점은 어린 중고등학생과 가정 주부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호도한 정권 당국의 독단적인 태도였다.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들의 재협상 요구를 수용할 때만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 언론매체와 공공기관 장악 음모를 당장 중단하라!

방송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언론매체에 자기 사람을 심음으로써 언론매체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공공기관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언론을 ‘정권 홍보’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정부는 다시금 민주화 투쟁의 대상이 되고야 말 것이다. 아울러 공기업과 정부산하 유관단체의 장들을 막무가내로 몰아내고 있는 현실 또한 민주적 저항운동의 불씨가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4. 대운하 건설 포기를 선언하여 더 이상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지 말라!

국토의 효율적인 운용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미래 세대를 위한 국토의 보전도 중요하다. 대통령은 설익은 정책, 그것도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대운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결과만 좋으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개발 시대의 경영자적 지도관을 버리기 바란다.


<사진 출처> 인터넷 한겨례(http://www.hani.co.kr)

5. 남북 갈등을 심화시키는 외교정책을 즉각 시정하라!

정권 초기부터 남북 관계를 유례없이 경색시키면서까지 추진하고 있는 한미일 공조강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 바란다. 쇠고기 전면 수입과 과거사 묻어두기 외교가 불러들인 것이 고작 “냉전시대의 유물”이라는 중국의 비아냥과 독도 영유권 교육 강화라는 일본의 꼼수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기기 바란다. 취임 100일간의 외교는 6자회담에서의 소외와 남북 관계의 악화만을 초래하고 있다.

6. 뉴라이트를 앞세운 역사 개악을 중단하라!

현 정권의 역사개악은 실로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과서포럼과 대한상공회의소 같은 비역사단체들의 몰역사적인 논리를 금과옥조로 여기더니, 급기야 교육과학부장관을 내세워 교과서의 역사 서술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교과서를 과거 독재정권처럼 정권의 선전도구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는 상상하기 힘든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7. 각종 과거사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작업을 왜곡하지 말라!

일제 강점과 분단, 그리고 독재 정권에 의한 희생자들의 인권과 명예를 회복하는 각종 진상 규명 활동을 축소 왜곡하려는 시도는 실로 반역사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시도는 친일 민족 반역 행위와 과거 독재 정권의 범죄 행위를 은폐할 뿐 아니라, 해방 이후 다져온 자주 독립 정신마저 훼손시키고 말 것이다.

  해방 이후 4월항쟁, 한일회담반대운동, 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 등은 민의를 거스르는 권력은 결국 타도되고 만다는 역사적 진리를 확인시켜 왔다. 우리 역사 연구자들은 오늘의 사태를 직접 만들어 온 이명박 대통령 또한 그러한 운명에 직면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2008년 6월 10일

한국역사연구회, 민족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 한국사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