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관련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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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관련 성명서>

– 교육과학부 장관의 역사 교과서 수정 발언 재발에 대한 우리의 입장-

 

역사교과서에 대한 잘못된 수정 논의를 중단하라!

최근 김도연 교육과학부 장관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역사교과서를 수정하겠다고 밝히면서, 특정 출판사의 새마을운동과 천리마운동의 서술사례를 들어 기존 역사교과서가 친북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지난 5월 14일에도 <광화문 문화포럼>에서 한 발언을 통해 기존 교과서가 좌편향적이며, 이는 역사학계가 좌편향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내비친 바 있다.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국민들로 하여금 역사교과서에 대한 우려를 가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남기현>

 

  그런데 장관의 발언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일부 이익집단의 시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정치성을 가진 이들의 주장을 반복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이는 사회 전반의 요구를 담되, 균형감각을 가지고 철저한 교육적 배려 속에 교과서 문제를 접근해야 할 교과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저버린 것이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우려스러운 처사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개방화, 다양화 시대에 역행하며 수정이 아닌 검증 차원에서 역사 교과서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경계한다. 우리는 교과부 장관의 발언이 자칫 교육현장을 정치 교육의 장으로 만들 수 있음을 우려하면서 장관의 발언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요구를 아래와 같이 밝힌다.

  첫째, 장관의 발언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 장관은 ‘새마을 운동과 천리마 운동을 같이 기술하면서 새마을 운동보다 천리마 운동을 더 눈에 잘 띠게 배치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고 말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장관의 말과는 달리, 문제가 된 교과서에는 새마을 운동과 천리마 운동이 전혀 다른 페이지에 기술되어 있으며, 새마을 운동의 내용을 본문에 더 길게 서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천리마 운동은 읽기자료의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새마을 운동과 천리마 운동 공히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서술되어 있지만, 새마을 운동의 경우 긍정적 측면을 훨씬 많이 서술하고 있으며, 부정적 평가는 한 문장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장관이 그처럼 이야기한 것은 교과서를 한 번 읽어보지도 않은 채 비판을 한 무책임한 행위거나, 읽어 보았다면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둘째, 장관의 잇단 발언은 교과부의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현행 검정교과서는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고시한 교육과정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각 교과서는 교육과정에 제시되어 있는 단원구성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그에 따라 검정을 거쳤음은 누구보다도 교과부가 잘 알 것이다. 현행 교육과정은 김영삼 정부 때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다. 또 장관이 예로 들은 출판사의 교과서도 이런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현재 50% 가까운 학교들이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다. 교과서 발행 후 진행된 역사학계의 검토과정에서 교육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될 부분이 없다는 평가가 중론이었으며,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의 검토 의뢰를 받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도 역사학계와 비슷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정당한 절차에 따라 검정을 받고 사용되고 있는 역사교과서를 문제 삼는 것은, 교육과정을 만든 교과부 자신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기모순이며, 교육과정의 제정, 교과서 집필, 검정심사, 채택에 관여한 학자와 교사까지 모두가 좌편향 되었다고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셋째, 장관은 역사교과서 문제를 정치 문제로 비화시켜서는 안된다. 교과부 장관은 지난 5월에도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되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이에 대해 역사학계에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보낸 바 있다. 장관은 이에 대해 ‘학문의 자유 존중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를 약속하는 답변을 보내왔다. 그러나 답변서가 도착한 바로 그날, 국무회의 석상에서 장관이 다시금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는 답변 자체가 기만적이었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장관의 역사교과서에 대한 비난이 상당히 의도적인 것임을 말해 주고 있다. 더구나 역사학자나 교사들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교과서 개편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장관은 역사교과서의 수정에 2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개발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 만약 그렇다면, 교과부가 이번에는 교과서 집필과정부터 적극 개입하여, 자신들의 관점에 맞도록 교과서 내용을 쓰게 만들겠다는 뜻이 아닌가 우려된다. 만일 이 같은 일이 실제로 진행된다면 교과부가 앞장서서 교육의 전문성과 중립성을 해치는 것이며, 낡아빠진 색깔론을 동원해서 교육을 통제하려는 의도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독재정권 시기에 교육이 권력에 휘둘려 정치적 목적에 이용된 불행한 역사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진심으로 그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의 요구

1. 교육과학부 장관은 역사교과서와 관련한 왜곡된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

2. 교육과학부 장관은 일방적이고 정치적 의도가 담긴 교과서 수정 시도를 중단하라.

3. 교육과학부 장관은 역사학의 전문성과 역사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라.

2008. 7. 4

민족문제연구소,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전국교과모임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역사교사모임,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