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야기] 유명하나 낯선 누각 : 경회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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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나 낯선 누각 : 경회루(1)

홍순민(중세사 2분과)

경복궁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은 아마 경회루일 것이다.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서울 구경을 오면 대개 경복궁을 들르고, 경복궁에 가서 경회루를 보지 않는 분은 거의 없다. 설령 실물을 직접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사진이나 그림조차 보지 못한 분은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런 분이 계시다면 현행 만원짜리 지폐를 구해서 한 번 훑어 보시면 된다. 거기 세종대왕이 계신 뒷면에 의젓하게 서있는 건물이 바로 경회루다.

경복궁에 가서 경회루를 보면 과연 이름값을 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크기로 치면 우리나라 누각 건물 가운데 으뜸이며, 경복궁에서도 근정전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안팎의 의장이 자못 화려하다. 경회루는 그러나 처음부터 그렇게 크고 화려하지는 않았다. 애초 태조 연간에 경복궁을 지을 때는 그저 이름도 없는 작은 누각에 지나지 않았다.

1412년(태종 12)에 그 건물이 기울자, 이를 수리하면서 위치를 조금 서쪽으로 옮기고, 원래보다 크기도 크게 하였으며, 또 땅이 습한 것을 염려하여 둘레에 못을 만들었다. 새 건물이 완공되었을 때 태종은 종친, 공신, 원로 대신들을 불러 함께 기뻐하며 경회루(慶會樓)라는 이름을 지었다. ‘경회’란 단지 경사가 모이기를 바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사람을 얻어야만 경회라고 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왕과 신하가 덕으로써 서로 만난 것을 말한다.

목조로 된 궁궐 건물들이 흔히 그렇듯이 몇 차례 수리를 거치면서 원래 모습이 조금씩 변하였다. 성종 4∼5년(1473∼4) 무렵에 수리를 하였는데 그 때 아래층 돌기둥에 용을 조각하였다. 그 무렵에 우리나라에 온 유구국―오늘날의 오끼나와 사신이 조선 제일의 장관이라고 감탄을 하였던 것을 보면, 이 용이 조각된 돌기둥의 모습은 대단하였던 듯하다. 폭군으로 유명한 연산군은 그답게 경회루 연못 서편에 만세산이라는 산을 쌓고, 연못에 배를 띄워 흥청망청 놀기도 하였다. 그렇던 경회루는 임진왜란의 와중에 궁궐이 왜군의 손에 불탈 때 함께 불타 없어지고 돌기둥만 남았다. 그 돌기둥은 조선후기 내내 몇은 부러진 채로 남아 있어서 폐허가 된 경복궁의 쓸쓸함을 더해 주며 이곳을 둘러보는 왕과 시인묵객들의 감회를 자극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경회루는 고종 4년(1867)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다시 지은 것이다.

지금 경회루는 정면 7간, 측면 5간 해서 35간이나 된다. 이층 누마루집인데, 아래층은 돌기둥을 세우고 위층은 나무로 지었다. 지붕은 앞뒤 지붕면이 높이 솟아오르고, 옆 지붕은 중간에 가서 붙고 그 윗부분에는 삼각형의 단면이 생기는 팔작지붕 형식이다. 바닥 면적이 넓고 높이가 높으니 자연히 건물의 기본 모양이 웅장하다. 크면 세부가 허술하기 쉬운데 경회루는 그렇지 않다.

어느 한 구석 만만치 않게 번듯한 의장을 갖추고 있다. 지붕 한가지만 보아도 그렇다. 팔작지붕에서 앞 뒤 지붕이 만나는 정상에는 용마루를 쌓고, 그 양끝은 새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이나 혹은 새의 꼬리 모양을 흙으로 구워 설치한다. 모양에 따라 취두 또는 치미나 망새라고 부르는 것이다. 취두있는 데서 아래로 내려오는 선을 내림마루, 내림마루가 꺾여서 네 모서리의 추녀로 이어지는 선을 추녀마루라고 한다. 내림마루의 끝, 추녀마루의 시작 부위에는 용의 머리 ―용두를 놓는다. 그리고 추녀마루 끝부분에는 무슨 짐승모양의 조각들을 여러 개 앉힌다. 잡상(雜像)이라고 하는 것이다.

잡상은 대당사부, 손공자 등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장식 효과와 함께 잡귀들이 이 건물에 범접하는 것을 막는 벽사(僻邪)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취두, 용두, 잡상 등은 아무 건물에나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지위와 품격이 높은 건물에만 설치한다. 또 잡상이 설치되었다 하더라도 건물의 지위와 품격에 따라 그 수에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5개가 많은 가운데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에는 7개, 도성의 정문인 숭례문에는 9개가 있다. 그런데 경회루의 잡상은 11개나 된다. 우리나라 건물들 가운데서 가장 많다. 과연 경회루다.

그런데 그렇구나 하고 돌아서기에는 어쩐지 미진하다. 웅장하고 화려하다는 것이 다일까. 근자에는 다리 앞까지 가서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경회루는 멀고 낯설다. 경회루의 본질을 잡기 위해서는 좀더 뜯어보고 살펴보아야 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