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야기] 문안으로 들어오는 길 : 남대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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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으로 들어오는 길 : 남대문로

홍순민(중세사 2분과)

 오늘날에는 ‘서울에 들어온다’는 뜻이 참 모호하다. 서울 주변 경기도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것이 ‘서울에 들어 들어오는’ 것이겠지만, 그것은 어느 서울 위성 도시의 ‘안녕히 가십시요’ 라는 입간판과 ‘어서 오십시요 여기서부터 서울입니다’ 하는 서울시의 입간판 및 해태상을 보는 것으로 끝난다.

그나마 기차나 전철로 올 때는 그저 비슷비슷한 역들 가운데 어느 하나를 지나는 것일 뿐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어떤 감흥이랄까 설레임을 받기는 어렵다. 비행기로 김포공항에 내리는 정도라야 이제 서울에 왔구나 하는 감흥을 느낄지 모르겠다.

 강남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한강을 건너면서 ‘강을 건넌다’고 한다. 그것이 ‘시내 나간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강북의 외곽 지역이나, 위성 도시에서도 대부분은 ‘시내 나간다’고 말한다. 그 ‘시내(市內)가 어디인가는 더욱 애매하다.

종로나 명동 일대를 가리키는가? 뚜렷한 금이 그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옛날과 같이 문안으로 들어간다고 자각하기는 아주 힘든 일이다. 하지만 옛날에는 시내―성안으로 들어가는 데는 분명히 자각할 수 있는 뚜렷한 징표가 있었다. 그것은 어떤 문, 군사들이 지키고 있어 검색을 받고 때로는 통행세를 내야만 통과할 수 있는 문을 들어서는 일이었다.

 성안으로 들어서는 문들 가운데서도 제일 정문이 숭례문―남대문이다. 요즈음은 남대문을 지나, 기실은 지나가지 않고 옆으로 비켜 가지만, 시내로 들어올 때 주 경로는 태평로, 곧 시청을 지나 광화문 네거리로 통하는 길이다.

하지만 태평로가 뚫린 것은 일제시기 들어와서이고, 그 전에는 오늘날의 남대문 시장 쪽으로 해서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 왼쪽으로 한국은행을 끼고 돌아 지하철 2호선 을지로 입구역, 광교 네거리, 지하철 1호선 종각역으로 이어지는 길, 오늘날의 남대문로가 정식 경로였다.

지금 남대문로는 양옆으로 상가, 백화점, 은행들이 즐비한 도로요, 어느 면에서는 돈이 가장 많이 흘러다니는 도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번화한 도로 가운데 하나다. 상가였고, 번화한 길이었다는 점은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옛 지도나 한말 사진을 통해서 느껴지는 이 길의 분위기는 번화하면서도 상당히 흥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Bishop(1898)  [Korea and Her Neigbbours]

 오늘날에 비해 옛날 이 길이 흥취가 있었다면 그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은 옛날에는 인구가 적었기 때문에 오늘날처럼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일까? 단지 인구가 적다고 해서 길이 흥취가 있을까? 사람 통행이 적은 길은 한적할 지는 몰라도 반드시 흥취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길이 흥취가 있었던 이유는?

 그것은 이 길에는 물―개울이 어울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옛날에는 숭례문을 들어서면 오늘날 상동교회 못 미쳐서 돌우물골을 건너는 수교(水橋)라고 하는 다리를 건너, 오른편으로 개울을 끼고 가다가, 재차 돌우물골을 건너는 다리―작은 광교(小廣橋)를 건너, 바로 또 북쪽에서 흘러내린 개천을 건너는 다리―광교(廣橋)를 건너 종각에 이르렀던 것이다.

지금은 그 개울은 모두 복개되고, 다리는 사라졌다. 다만 광교는 지명으로만 남아 있다가, 연전에 그 모형이 조흥은행 본점 앞에 설치되었다. 이렇게 개울과 거기 흐르는 물줄기가 빠져 버리니 지금 남대문로―서울 거리들은 뻑뻑할 수 밖에 없다. 머릿 속에서나마 다시 개울을 파고 다리를 놓고서 그 길을 따라 걸어 보면 조금이나마 문안으로 들어오는 감흥이 일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