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야기] 경복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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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이 보인다?

홍순민(중세사 2분과)

1996년 11월 13일 오후 5시 드디어 구 조선총독부 청사가 완전히 헐렸다. 1922년 7월 10일 정초식, 1923년 5월 17일 상량식, 1926년 1월 6일 준공식, 1926년 10월 1일 낙성식을 한 그 건물은 이제 이 지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일제의 우리나라 식민통치의 본산으로 출발한 이 건물은 해방 이후에는 미군정 청사로, 과도입법회의로, 1948년 5월 30일 제헌국회 개회식장으로 그리고 의사당으로, 8월 15일에는 정부 수립식장으로, 그 이후 행정부로 사용되었다. 그 이름은 미국인들이 “캐피틀 홀”로 불렀던 것을 직역하여 “중앙청”이 되었다. 중앙청은 6·25로 크게 손상된 이후에는 12년간 방치되다가 5·16이후 수리하여 1962년 11월 22일 다시 개청식을 가진 이후로 국무총리실이 있는 행정부의 중심이 되었다. 5, 6, 7대 대통령의 취임식장으로 사용되는 등 그 대통령의 재임기간에는 각종 기념행사장으로 사용되던 끝에 마지막으로는 그의 장례식장으로 쓰였다.

1983년 5월 19일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린 후 3년간 내부를 개조한 끝에 1986년 8월 15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탈바꿈하였다. 식민통치의 본산 건물에 민족의 문화유산의 정수들을 보관, 전시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자연히 이를 지적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하여, 90년대 들어서서는 박물관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이 건물은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때부터 이 건물의 철거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날카롭게 부딪쳤다. 그 주장은 크게 ① ‘치욕의 역사도 역사다, 대한민국 건국의 산실이다, 철거한다고 민족정기가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건물 자체가 훌륭하다’는 등의 논거를 내세우는 보존론, ② ‘풍수적으로 민족정기의 숨통을 죄고 있고, 일제 통치의 총본산이요, 일제 잔재’이므로 당장 철거해야 한다는 철거론, ③ 경복궁에서 없애는 것이 요체이므로 독립기념관 등 적절한 장소로 옮겨, 일제 침략상과 개항 이후 우리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장으로 활용하자는 이전 복원론으로 정리할 수 있다.

총독부 청사가 다 헐린 마당에 이제와서 새삼스레 철거에 대해 찬반론을 계속하는 것은 별 뜻이 없다. 그렇지만 ‘왜 이 건물을 헐었는가’, ‘헌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애초에 이 건물 철거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이 깔끔하게 결론을 볼 수 없었던 것은 총독부 건물 철거 자체의 타당성 문제, 박물관 소장품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말해서 새 박물관을 짓는 문제, 총독부 건물을 철거와 관련된 경복궁 복원 문제등 세 문제가 얽혀 있는 것인데, 논자마다 주안점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 가운데 첫째 문제는 재론을 하는 것이 뜻이 없어졌다 하더라도, 두 번째 세 번째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현재 박물관 소장 유물들은 총독부 청사 서쪽에 지은 조선왕궁역사박물관으로 이전하여 곧 전시할 예정이다. 지금의 이런 상태에 문제가 없지 않지만, 새 박물관을 용산 가족공원 안에 짓는다는 방침이 정해져 있고, 추진중에 있으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경복궁 복원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구 총독부 청사가 마지막으로 넘어지는 날, 도하 신물들은 일제히 일면에 그 사진을 실었다. 그러면서 이제 광화문 네거리에서 경복궁이 다 보일 것이라는 해설 기사들을 달았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경복궁이 보이질 않는다. 그 신문의 사진들도 자세히 보면 광화문 서편의 정부종합청사 몇 층 쯤에서 내려 찍은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공사용 가림막 때문이다. 가림막만 철거하면 실제로 광화문 네거리에서 근정전, 경회루를 비롯한 경복궁 내부가 보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거기에서 경복궁을 찾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경복궁의 본래 건물들 가운데 남아 있는 것이 10% 정도에 불과한데다, 최근에 복원한 건물들까지 합해도 아직 20%가 채 못될 것이기 때문이다. 총독부 청사를 헐고 나니 이제 경복궁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주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