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어’와 ‘박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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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어와 박농’

 

 

지나가다(한국역사연구회 회원)

 

 

  요새 세상이 수상하다. 국내에서는 현 정부가 들어선 이래 국정운영의 난맥상이 지난 선거를 통해 해소되지는 않고 개각을 통한 ‘My Way’ 찬가가 울려 퍼지고, 국외에서는 북한 문제를 비롯해서 중동외교까지 ‘Your Way’를 외치고 있다.

일단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서 4대강 이야기만 좀 해보자. 이러저러한 난맥 속에서도 소통해보자 함안에 있는 ‘타워 팰리스’에 올라가신 양반들이 잠실야구장을 능가하는 야외 조명과 높은 관리비 속에서도 굴하지 않다가 자연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하산했다.

이런 상태로 계속 진행된다면 아마도 2012년 경에는 4대강 속에서 편대유형을 하는 로봇물고기를 볼 것 같다. 필자는 혹여 이 물고기를 본다면 명어(明魚)라고 부르자고 선창하고 싶다.

왜 명어인가? 명태와의 연관성은 전혀없다. 이 물고기의 이름은 ‘녹색혁명의 시대’, 6~70년대와 박정희 대통령과 관련있다. 그럼 잠깐 시간다이얼을 40여 년 전으로 돌려보자.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서구사회에 불어닥친 베이비붐 이후의 인구증가에 대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맬서스의 《인구론》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먹을거리였다. 6~70년대는 전세계적으로 식량증산을 위한 녹색의 바람이 불었었다.

그 바람이 한국전쟁의 화마가 쓸고 간 한반도에도 불었는데, 서로 다른 노선을 추구했던 남과 북은 묘하게도 ‘이팝(쌀밥)에 고기국’이라는 부분에서는 점접을 가졌다. ‘쌀밥’을 배불리 먹는 것이 체제 우위의 상징이었다. 김일성이 남한은 미국 잉여농산물로 연명하지만 자신들은 5~6년 전부터 쌀을 자급자족하고 있다면서1963년 10월 대남 식량원조를 제의한 것이 도화선이 되었다(문화일보 2009년 10월 8일자 ‘남북의 쌀’).

남쪽의 ‘쌀밥’을 위해, 1964년 이집트에서 중앙정보부 요원이 자포니카 계열의 다수확품종인 나다(Nahda)를 비공식적으로 1가마니나 빼돌렸고, 65년 농촌진흥청 시험재배에서 기존 벼보다 30% 증산효과를 입증하면서 ‘기적의 볍씨’로 자리잡았다. 박정희는 청와대 집무실에 놓고 ‘장차 우리 보릿고개를 없앨 효자 벼’라고 입에 침이 마르지 않도록 칭찬을 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나타난 딸랑이가 각하의 ‘휘’자와 농업의 신 ‘신농’을 합하여 ‘희농’이라고 이름붙였다. 더군다나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은 자신을 ‘제2의 문익점’이라고 자랑하고 다녔단다. 하지만 67년 일반 농가 시험재배에서 추수도 못할 정도로 흉작을 기록하면서 실패했다. 희농 실패에 대한 시비가 잦아들던 68년 5월 ‘희농 청장’ 이태현의 사표를 수리하고, 이후 박정희는 어떤 ‘상품’ 에도 자신의 이름을 붙이도록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이완주, 2009「희농1호가 가져다준 해프닝」『라이스워』북스캔, 중앙일보 ‘실록박정희-18.중앙정보부’).


<그림 1> 1967년 권농일 행사에 참여 중인 박정희(Ⓒ 국가기록원)

쌀밥은 필리핀에서 태어난 ‘통일벼’로 일단락된다. 그렇다면 ‘고깃국’은 어떨까?

육고기는커녕 달걀도 귀하던 시절, 일단 물고기로 승부를 내려한다. 하기사 예부터 연못이나 저수지에서 물고기를 키우는 것을 가장 쉬운 먹을거리 해결책이었다(《金華耕讀記》〈水庫〉). 우선 좋아보이는 물고기들을 외국에서 도입했다.

국민 식생활 개선을 위해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을 확보하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69년 일본을 통해 미국 남동부산 블루길(파랑볼우럭), 72년 루이지애나산 배스(민물농어), 73년 이스라엘을 통해 독일잉어(이스라엘잉어,향어) 등이 수산청의 소득증대사업으로 포장되어 보급되었다. 양식용으로 가치가 있는지를 국립 수산진흥원 청평 내수면 연구소가 연구한 뒤 73년 초여름 배스 500마리와 블루길 500마리를 철원군 토교지에 방류했다고 한다(wolchuck.co.kr, fishman.co.kr). 하지만 74년 여름 홍수때 연구소 사육조가 넘치면서 한강으로 번져나갔고 요새는 잠잠해진 황소개구리만큼이나 우리 하천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이 물고기들 중 블루길의 다른 명칭이 ‘정어(正魚)’이다. 바로 박정희 대통령이 도입한 고기라는 뜻이다. 또다른 별칭인 ‘월남붕어’는 블루길의 도입 당시 월남전이 진행되던 시기임을 암시한다.

어쨌든 대통령의 휘를 따서 이름지어진 동물과 식물의 결과가 영 시원치 않았다.자기 스스로 헤엄쳐오지 못한 ‘정어’를 보면, 가난해서 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수입된 ‘미국산 소고기’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제 한미FTA를 다시 손봐서 30개월 이상 소가 들어오면 그것들은 ‘박농(博農)’이라고 불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명어는 이야기했으니). 하기사 6개월만 국내에서 키우면 ‘국내산소’가 되고, 귤도 장강을 넘으면 탱자가 되는데(南橘北枳), 미국산 소가 필자가 주장하는 ‘박농’이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희농’과 ‘정어’, ‘박농’과 ‘명어’.

어째 이야기가 요상하지 않은가? 게다가 요사이 먹을거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제2의 녹색혁명(우장춘 프로젝트)을 부르짓는 시대상도 요상하고…. 언제고 다시 술 한 잔 거하게 하면 부산항으로 돌아온 우장춘 이야기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