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이야기]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은 언제인가

0
257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은 언제인가

옛날이야기에 등장하는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

‘눈이 내린 깊은 겨울밤에 아이들은 할머니의 주위에 몰려든다. 초가집 지붕 위에 눈이 많이 쌓이고, 창호지를 바른 문틈 사이로 매서운 바람이 새어 들어온다. 아이들은 저마다 뜨거운 아랫목을 차지하기 위해서 궁둥이를 서로 들이민다. 아궁이에 군불을 때고, 방안에는 화롯불을 피고 아이들은 아랫목에 펴놓은 이불에 발을 들이밀고서 할머니의 입을 쳐다본다.

할머니는 화롯불의 재를 뒤척이면서 옛날이야기를 시작한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에 … 잘 우는 아이가 살고 있었는데…”  할머니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시고, 아이들은 보물단지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 세운다.

이것이 1960년대 우리  농촌의 겨울 풍경이었다. 나는 방학이 되면 시골의 할머님 댁에 며칠씩 머물다가 왔다. 그때 할머니는 옛날이야기를 잘 해 주셨다. 아이들은 할머니 방에 몰려가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고, 할머니는 흔쾌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으셨다. 그 때마다 이야기의 서두에 등장하는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에…”의 구절….

 

사진설명) 담배피는 호랑이(수원 팔달사 벽화) ; 출처 – C&N 초등미술교육연구회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면서 언젠가 문뜩 그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은 언제일까?”라는 엉뚱한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내가 역사공부를 시작하면서 어릴 때 지녔던 엉뚱한 의문이 되살아났고, 그것을 알기 위하여 애쓴 적이 있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은?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은 언제일까? 담배는 우리나라에 언제 전래되었으며, 사람들은 어떻게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을까? 그러한 궁금증이 계속 일어났다.

담배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4백여년 전의 일이었다. 즉 16세기말 17세기초에 담배가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해 들어오던 임진왜란 무렵에 일본인들이 담배를 가져와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인 기록을 살펴보자.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담배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1618년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기년통고> <대동기년> <지양만록> 등 조선시기의 저서에도 담배가 1618년에 전래되었다고 적고 있다.

담배에 관한 기록이 정부의 공식문서에 처음 나오는 것은 <조선왕조실록>의 인조(仁祖) 임금 때였다. 인조 16년(1638)의 실록 기사에는 다음과 같이 담배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이 풀(담배)은 1616년과 1617년 사이에 바다를 건너와 피우는 사람이 있었으나 성행하지는 않았다. 그뒤 1621년과 1622년 이후에는 (그것이 성행하여)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씨를 뿌리고 수확하여 사람들끼리 서로 교역하기에 이르렀다.”

즉 정부 기록에 의하면, 1616년 무렵에 담배가 전래되어 1621년 이후에는 피우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에 따라 담배를 심고 수확하면서 심지어 담배를 서로 사고 팔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당시의 저서에는 담배가 1616년이나 1618년 무렵에 전래되었다고 적고 있었다. 그러나 담배가 전래된 시기는 그 이전이었다. 조선시대 최초의 실학자인 이수광은 1614년 자신이 저술한 <지봉유설>이라는 책에서 “담파고(담배)는 풀이름인데 남령초(南靈草)라고도 불린다. 근래에 일본으로부터 왔으며… 현재 사람들은 그것을 많이 심는다.“라고 적고 있다. 책을 쓴 1614년 당시에 이미 사람들이 담배를 많이 심는다고 하니 그 이전 시기에 전래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담배는 임진왜란 무렵 일본으로부터 전래되었다

1614년보다 이전 시기에 전래되었다는 사실은 다음의 예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조선시대 유학자의 말이다. 영조대 학자인 백규창(白奎昌)은 “남초(담배의 별칭)는 본래 섬오랑캐의 요사스러운 풀인데, 임진왜란때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며 그 이전에는 없던 풀이다”라고 말하였다. 또한 정조때 학자인 이영옥(李永玉)과 우하영(禹夏永)은 담배가 선조때(1568~1607년)부터 있었다고 말하였다. 이들의 말에 의하면 담배는 선조때부터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다른 하나의 예는 1619년에 경상북도 전풍기군수(前豊基郡守)였던 고상안(高尙顔)이 상주지방의 영농 지침서로 24절가의 농사일을 적어놓은 <농가월령(農家月令)>에서 2월과 5월에 담배씨를 뿌리고 이양한다는 사실을 기록한데서 찾을 수 있다. 하나의 새로운 농산물이 전래되어 정착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작물을 시험적으로 심고 키워보아서, 어느 정도 우리나라 풍토에 적응해야만 농서나 농가월령 등에 기록하여 농민들에게 권장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담배도 전래되어 우리나라의 기후풍토에 적합한지 실험하고 재배하게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였다. 즉 1619년에 만들어진 <농가월령>에 기록되려면 적어도 십여년 전에 전래되어 재배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한 사실로 미루어 보아 담배는 1592년에 일본의 왜군이 우리나라를 침략할 때 갖고 들어온 것을 우리나라 사람이 받아들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실험을 거친 후에 재배되었거나, 혹은 임진왜란이 끝난 뒤 일본과 다시 부산에서 개시교역(開市交易)을 시작한 1609년 무렵에 전래되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러한 견해들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에 담배가 전래된 것은 대체로 16세기말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이루어졌으며, 전래된 지 얼마되지 않아 급속히 보급되어 17세기 초에는 많이 재배되고 소비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담배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경로를 살펴보자.

담배의 세계전래는 콜롬버스의 아메리카대륙 발견으로부터

담배가 세계 각국에 전래되기 시작한 것은 콜롬버스(Columbus)의 아메리카대륙 발견으로부터 이루어 졌다. 콜롬버스가 1492년에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여 상륙하였더니,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잎을 부수어서 대에 담아 열심히 연기를 내뿜으면서 무엇인가를 피우고 있었다. 그 모양이 하도 신비로워서 콜롬버스가 그것이 무엇이냐고 하니까, 인디언이 신경통에 좋은 약초라고 하였더란다.

그리하여 콜롬버스는 인디언에게 담배씨를 얻었고, 자기 고장인 우럽에 돌아와 자신을 지원해 준 스페인 왕실에 선물로 바쳤다. 스페인왕은 왕실의 정원에서 담배를 재배하였으며, 그것을 약초로 여기고 피웠다.

당시 세계를 제패하고 있었던 스페인 왕실은 담배를 유럽에 전파시켰고, 유럽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담배는 아시아에 전래되게 되었고, 그것이 일본에 전래되었으며, 일본으로부터 다시 조선에 전래되게 된 것이다.

담배의 다양한 명칭들

담배는 전래될 당시에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었다. 전래될 초기에는 약초로서 인식되었고, 그리하여 남쪽에서 전래되어 온 신비스러운 풀이라는 뜻으로 ‘남령초(南靈草)’라고 불리었다. 한편 담배가 영어로는 토바코(Tobacco)이었고, 일본으로 전래되면서 따바꼬()가 되었고, 그것이 조선에 전래될 때에는 음으로 그대로 전해져 담파고(淡婆姑), 담박괴(淡泊塊) 등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또한 전래될 초기에는 담배를 손님 대접할 때 차〔茶〕나 술〔酒〕 대신 잘 사용하였기 때문에, 연다(烟茶; 연기나는 차) 또는 연주(烟酒)로 불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조선시기에는 남쪽에서 전래되어 온 풀이라고 하여 남초(南草)라고 불리거나, 연기나는 풀이라고 하여 연초(煙草)라고 불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