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주인과 머슴이 싸우면 누가 이기겠는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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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과 머슴이 싸우면 누가 이기겠는가? (3)

한상권(중세사 2분과)

8. 박OO교수 “한문이 아닌 한자만 가르치기 바람” 

반면 학교법인 덕성학원의 비리구조는 ‘이사장의 전횡과 부당한 학사행정 간섭’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부패사학과는 유형이 달랐다. 이사장이 총장의 권한을 침해하고 교권을 유린하였다는 점에서, 개인치부를 일삼는 재정 비리와는 유형이 다른 것이었다.

  특별감사가 진행 중인 6월 13일, 서명교수가 조직한 [덕성여대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청와대와 교육부에 이사장이 월권과 전횡을 일삼아 총장의 권한을 침해하였다고 진정서를 올렸다. 그러자 보직자대책위가 “비대위의 행위는 교수의 본분을 망각하고 허위사실을 유포 선전하여 학교의 조직과 질서를 문란케 하고 재단과 학교, 구성원들을 이간시킴으로써 학교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중상모략 행위”라고 반박하였다.

그러나 교육부가 발표한「감사결과처분서」를 보면 비대위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이었음이 드러났다.「감사결과처분서」에 적시된 ‘이사장의 전횡과 부당한 학사행정 간섭’은 다섯 가지다.


<사진 12> 감사결과처분서 (백서 2. 164쪽)

(1) 이사장의 대학학사행정 제도적ㆍ관행적 간섭

○ 학교법인 덕성학원과 덕성여자대학교는 ‘87.3.19「대학운영에 관한 주요사항의 법인과 사전협의」, ’92.4.21「문서를 법인으로 보내는 기준 및 절차」를 제정하여, 법인과 사전에 협의할 업무의 기준을 학사일정, 교육방법의 변경, 교육과정의 변경, 위원회 신설ㆍ개폐ㆍ위원위촉, 신입생ㆍ편입생요강ㆍ사정원칙, 교수초빙ㆍ시간강사 위촉, 교직원 포상, 해외연수ㆍ출장, 건당 200만 원 이상의 물품구매ㆍ제작 및 건당 300만 원 이상 제조ㆍ용역ㆍ시설계약, 구입가 30만 원 이상의 비품ㆍ집기ㆍ기구폐기, 예비비 사용 등 학교운영 전반에 걸친 35개의 업무 항목으로 지정하여, 사전에 법인과 협의하도록 하고, ‘97.1.30업무개선위원회(위원장: 법인국장)에서는 위 지정업무 외에 “교육대학원에 관한 주요사항”을 추가키로 합의한 사실이 있으며,

○ 이사장은 매주 화요일(일정변경가능)에 “법인ㆍ대학연석회의(참석: 총장, 법인국장, 대학의 기획처장, 교무처장, 학생처장, 사무처장)”를 주재하고, ‘96.9.1부터’ 97.6.17사이에 신라호텔에서 수시로 “대학교과과정 간담회”, “대학입학전형관리소위원회” 등을 20여회 개최하여 학교운영에 관한 사항을 지시ㆍ협의하여 왔고…

이사장이 「대학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의 법인과 사전 협의」, 「문서를 법인으로 보내는 기준 및 절차」,「업무개선위원회」, 「법인ㆍ대학연석회의」, 「신라호텔 회의」와 이사장의 지침, 지시 및 사전ㆍ사후 보고 사항 등을 통해, “총장은 당해 대학의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직원을 감독하며 학생을 지도하고, 교과과정을 편성 운영하며, 대학의 예산을 편성 집행하고 교직원의 임면을 이사장에 제청”한다는 총장의 권한을 위법ㆍ 부당하게 침해하였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사진 13> 「법인에 보내야 할 문서 기준」 (백서 2, 279쪽)

(2) 이사장의 교원 임용 심사ㆍ제청 간섭

○ ‘96학년도 1학기에 7명의 교원을 신규 채용함에 있어 경영회계학부 회계학분야(1명 모집)의 경우 접수마감일인 ’96.2.5까지 11명이 지원하여 ‘96.2.8 학과심사가 끝난 위에 “OOO(미국거주)”이 지원서를 추가접수(일자 미상)하였음에도 추가접수자 처리방안에 대한 기본결재도 없이 교무과에서 이를 학과심사 의뢰하고 학과에서는 연구실적을 심사(82.5점:12명 중 10위)하고, 그 결과를 교무과에 제출하는 등 추가접수자에 대한 처리를 부적정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동인이 미국에서 뒤늦게 귀국함에 따라 시험강의 및 면접에 참석하지 못해 당초 임용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아 시간강사로 채용한 후, 전형결과 합격자 OOO(학과심사 결과 90점: 12명 중 5위)가 임용제청 단계(’96.3)에서 임용을 포기하였으나 당초 지원자 11명 중 차순위자를 선발하지 않고 동 OOO을 추가면접(‘96.3.8) 및 시험강의(’96.3.14), 교원인사위원회동의,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96.4.1 전임강사로 임용한 사실이 있으며,

○‘96학년도 2학기(9명 채용) 및 ’97학년도 1학기(18명 채용: 특별채용 11명 포함) 신규교수채용현황을 검토한 결과, ‘87.3.19 법인과 중요업무사전협의 지침에 따라 충원계획 작성, 신문 공고, 시험강의 대상자 선정, 교원인사위원회의 신규임용 제청 심사대상자 선정, 최종 임용제청 대상자 선정에 있어 사전에 FAX 등을 통하여 이사장에게 보고하고, 이사장은 그 안에 대한 가(可) 표시 또는 지시사항을 기재하여 통보하는 방법으로 교원신규채용 업무에 간섭한 사실이 있고,

○교원신규채용절차는 충원계획수립, 모집공고(특별채용제외), 지원서접수, 교원인사위원회 서류심사, 학과심사(연구실적 및 면접), 인사위원회의 면접, 시험강의 교원인사위원회의 임용제청 심사들을 거쳐 임용대상자를 선정하였으나, ‘96.5.14부터 5.23까지 실시한 교육부의 종합감사결과 지적사항인 교원신규채용에 따른 세부심사기준을 제정ㆍ시행하라는 지시에 대해 이를 제정하여 ’96학년도 2학기 교수채용부터 시행한다고 보고(‘96.8.23)하고서도 ’96학년도 2학기 및 ‘97학년도 1학기 교원 채용 시 이를 적용하지 않고 종전의 관행대로 시행함으로써, 단계별로 심사위원이 심사한 결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아니하고 포괄적으로 심사한 후 단계별 심사 대상자 명단만을 작성하는 등 신규 교수채용 심사업무 처리 및 관리에 철저를 기하지 못한 사실이 있으며,

○또한, 교원을 신규로 채용함에 있어서는 그 동안에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공개채용에 의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대학 장기발전 추진 및 교육개혁업무를 담당하는 교원이 필요하다는 사유로 ‘97년 1학기에 연구소의 전임 연구교수 등 11명을 특별 채용하면서 채용계획에 대한 기본결재도 없이 동 업무를 추진하였고, 채용대상자는 교내 각 연구소(연구교수: 7명→규정상 특별채용추천가능), 예술대학장(산업디자인전공: 2명) 및 이사장(경제학 및 건축학전공 각 1명)이 구두 추천하여 면접으로 채용하면서 면접실시결과에 대한 근거를 기록ㆍ보관하지 않는 등 교수특별채용 업무처리를 소홀히 한 사실이 있음.


<사진 14> 덕성여대 재단 학사간섭 (한국일보 97.7.16, 백서 2, 301쪽)   

  ‘96년 종합감사결과 지적사항인 교원신규채용에 따른 세부심사기준을 제정ㆍ시행하라는 지시에 대해 이를 제정하여 ’96학년도 2학기 교수채용부터 시행한다고 보고(‘96.8.23)하고서도 ’96학년도 2학기 및 ‘97학년도 1학기 교원 채용 시 이를 적용하지 않고 종전의 관행대로 이사장 임의로 교수초빙을 하였다는 것이다.교육부가 정기 감사를 통해 사학의 인사비리를 적발하고서도 사후관리를 소홀히 함으로써 비리가 시정되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비대위가 박원국 이사장의 인사비리 실태를 생생하게 증언하였다.

교원인사, 사무직인사를 불문하고 모든 인사는 이사장이 먼저 혼자 독단으로 선정하여 모든 서류를 갖추게 한 후에 소위 면접회의라 하여 이사장이 주재하고 총장과 교무위원(인사위원은 전원 교무위원을 겸하고 있음)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면접을 하게 되는 바, 발언의 대부분을 이자장이 독점하고 발언이 끝나면 참석자들의 거수로 찬, 반 의견을 표시하게 되며 전원찬성의 형식을 거쳐 인사위원회에 회부됩니다.     

이에 맞서 보직자 대책위는 이사장을 중상 모략하는 것이라며 반박하였다.

‘비대위’라는 임의위원회가 제출한 진정서에 면접회의로 지칭된 신임교원 채용과정의 일반적인 절차를 예로 들기로 하겠습니다. 교원 초빙광고는 국내외 신문에 ‘인사청탁자는 불합격 처리’라는 주의사항이 명시된 공모광고로 개재되고 지원 서류는 총장비서실에서 수합하며, 지원자는 각 학과에서 연구실적물과 면접을 통하여 평가되며, 이를 기준으로 총장 및 인사위원회에서는 면접대상자를 선정합니다. 이사장, 총장, 대학교원인사위원, 학과장, 그리고 외부대학 동일전공 분야 교수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선정된 면접 대상자는 위원별로 평가하여 시강 대상자를 선정합니다. 시강을 통해 복수의 최종면접자가 선정됩니다.

그러나 보직자 대책위 주장과는 달리, 교육부 감사결과 ‘96년 1학기 회계학과 신임교수 채용 시 서류접수기간이 경과하여 이미 후보로서의 자격이 없으며(절차상의 하자), 학과 평가점수가 12명 중 11위로 2차 심사대상인 5배수에 들지도 못한 후보(내용상의 하자)가 해당학과 교수로 채용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덕성여대의 신임교원 채용은 무늬만 투명한 것임이 확인되었다.

(3) 이사장의 교무행정 전반 간섭

O ‘94~’97년까지 학교법인 덕성학원 이사장과 덕성여자대학교간의 교무행정에 관한 각종 문서를 검토한 결과, ‘학기별 개설 교과목의 결정’, ‘특정 교과목의 신설’, ‘선택과목을 필수과목으로 변경’, ‘각종위원회 위원의 변경 및 특정안건에 대한 위원회 결정’ 등 총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 이사장이 사전 지시 또는 지침을 주거나, 총장이 결재한 문서에 지시사항을 기재하는 등의 결재를 하여 FAX로 총장 등에게 송부ㆍ시행케 하였으며, “입학전형계획수립, 전공증설” 등은 대학에서 학칙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심의ㆍ 결정하는 과정에 이사장이 직접 간섭한 사실이 있고,

○ 특히 ‘98학년도 신입생 모집방법 결정과정에 있어서 학칙규정에 따라 대학입학전형관리소위원회를 구성(위원장: 교무처장)하고 ’98학년도 입학전형계획안을 수립하여, 교무위원회에 상정ㆍ 심의 후 총장이 최종 결재, ‘97.4.2자로 교육부에 보고하였음에도, 교육부에서 대입전형계획에 수정사항이 있을 경우 ‘97.4.18까지 제출토록 통보하자 이사장이 수시모집비율 조정 등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하고 ‘97.4.17 ~ 4.21까지 3차에 걸친 대학입학전형관리소위원회를 법인사무실(1회) 및 신라Hotel(2회)에서 개최케 한 후, 동위원회 위원이 아닌 이사장이 법인감사, 사무국장 등과 함께 회의에 직접 참석하여 ’수시모집비율을 15%에서 3%로 변경하고 감축된 인원은 정시모집에서 선발키로 하는‘ 등의 중요 사항을 결정한 사실이 있고, 동 소위원회가 종료(9차:’97.4.26)되기 이전인 ’97.4.18에 대입전형계획수정안을 교육부에 제출(덕대 제 106호)케 하고 교육부 보고 후 10일이 경과한 ‘97.4.28에서야 동 사항을 교무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하는 등 대학입학전형관리소위원회와 교무위원회의 운영이 형식적으로 되게 한 사실이 있으며,

○ 수강, 수업과 관련하여 ‘Pass/Fail과목 설정 및 시행 관련 회의’(‘97.1.17신라호텔)를 이사장이 주재하고 교양한문 담당인 OOO교수가 동교과목의 교과운영에 관한 계획을 보고하던 중 동 교수에게 한자교육에 대한 검토보고를 지시하고 ’97.1.27 인에 대한 보고가 있자 “한문이 아닌 한자만”가르치도록 하는 등의 FAX 지시를 하여 동교수로 하여금 ‘97.1.28 “지시하신대로 한자만 가르치겠습니다.”는 등의 이행보고서를 제출케 하는 등 교육과정상 규정된 교과지도내용을 일부 제한한 사실이 있고, 동 “한문”과목은 재학생들이 교양 선택으로 이수하고 있는 “기초한문”(2학점)과 교육과정상 동일교과목임에도 졸업필수과목으로 정하고 학점 없이 Pass/Fail로 평가하도록 하면서 교무위원회 심의 없이 ’97.1학기부터 1학년 졸업필수과목일 “한문”(초급, 중급)으로 개설케 한 사실이 있고,

○ 교무 관련 각종위원회의 운영 및 위원임명은 총장권한 사항임에도 교육과정재편위원회 위원 5명을 7명으로 개편(‘94.9.26)하도록 한 총장결재에 이사장이 최종 결재한 사실이 있으며, 대학종합평가 자체평가 연구위원회 교수영역책임자를 OOO(교무처장)에서 OOO학장으로, Academic Master Plan 위원회 위원에 OOO, OOO처장을 임명토록 하는 등 각종 위원회 위원에 특정인을 임명 또는 변경하도록 지시(’95.7.28, ‘95.11.9,  ’95.11.14, ‘96.1.26)한 사실이 있고. 대학입학전형관리소위원회에는 6차~9차까지(97.4.17 ~4.26) 4회에 걸쳐 직접 참석하여 중요사항 결정에 참여한 사실이 있으며,

○ ‘94~’97년 중에 ‘신입생모집, 전형계획’(7건), ‘학과 및 전공 신ㆍ증설(6건),  ’수강ㆍ수업 관련‘(5회),  ’교과목 개설 관련‘(4건),  ’교과과정 관련‘(123건),  ’학칙 및 제규정 개정‘(13건),  ’교수초빙 광고문안‘(3건),  ’교원해외파견‘(3건),  ’연구(비)지원‘(5건)등 총 81건의 문서에 대해 이사장이 직접 관련 문서에 “가, 부”로 허가여부 표시, 결재 또는 지시사항 기재 등을 하여 대학에 송부 시행케 하거나 지침을 준 사실이 있음.


<사진 15> 교양한문 (백서 2, 250쪽)

이사장이 입학전형계획, 학기별 개설교과목, 대학 내 각종위원회 위원 임명, 교원연구비 등 교무행정 전반에 걸쳐 지시ㆍ결정하고, 심지어 “한문” 담당교수에게 “한자”만 가르치도록 교수방법까지도 간섭하였다는 지적이다

  서명교수들이 “박원국 이사장은 교양과정 교과목까지 마음대로 신설, 변경 또는 폐지하면서 교권을 침해하였다. 심지어는 담당 교수의 강의 내용, 강의 방법, 교재, 학습반 구성까지 일일이 지시하여 교권을 여지없이 유린하였다.” 고 폭로하자, 덕성학원은 허위사실 날조, 선동 행위라며 반박하였다.

교육과정 개편 및 운영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문요청에 의하여 이사장이 대학의 건학이념이나 설립목적 등에 비추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며, 이사장뿐만 아니라 관련분야 교수 또는 대학의 구성원 누구라도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으로서 이러한 의견을 수용할 것인가 여부는 전적으로 총장의 재량에 속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이사장의 의견제시를 월권 운운하여 이사장을 중상하려는 것입니다.

  또한 비대위가 “이사장이 대학의 각종 위원회를 주재하고 공포분위기 조성과 독점 발언으로 모든 위원들의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모든 위원들이 형식적이며 기계적인 만장일치로 찬성하는 허수아비 거수기”라는 주장을 하자, 보직자대책위는 “이러한 허위주장은 각 위원들의 인격을 모독하고 대학과 재단의 불신을 조장하고 분열시켜 파괴하려는 행위로서 분노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반박하였다.

우리 대학은 그동안 열린교육과 자유교양교육의 실현 등 30여 년 간에 걸쳐 축적된 교육개혁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적인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사장은 그 누구보다 남다른 개혁의지를 보이며 노령에도 불구하고 불철주야 교육개혁작업에 많은 조언과 협조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이사장은 본교의 교수, 학장, 이사장 등을 두루 역임하면서 많은 경륜을 쌓았고, 특히 선진국의 고등교육행정과 교과과정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1980년대 초와 1990년대 초 콜럼비아대학과 동경대학에서 4년 반 동안 고등교육을 연구하는 등 수차례에 걸친 장기간의 해외연구를 통해 선진국의 교육개혁 현황에 대해 풍부한 식견을 체득하였습니다. 이처럼 교육개혁에 대한 풍부한 경륜과 학식, 그리고 식견을 바탕으로 이사장은 우리 대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특히 교육개혁의 추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따라서 교육개혁에 대한 이사장의 의욕과 관심을 “교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나 “학사행정에 관한 학교장의 권한 침해”로 선동하는 것은 교육개혁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신들의 기득권에 불안을 느끼는 일부 교수들의 악의적인 음해와 교육개혁에 저항하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직자대책위는 각종 위원회와 연구소는 체계적 분석과 종합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사장 독단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하였다. 설사 위원회에 이사장이 참석하였다 하더라도 모든 의견은 참석자의 자유로운 의사개진을 통해 종합ㆍ결정된다는 것이다.

이사장이 “한문” 담당 교수에게 “한자”만 가르치도록 교수방법까지 간여한 사실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변호하였다.

예를 들어 총장 쪽 교수들은 이사장이 한문 교수에게 지적한 한문 대신 한자를 가르치라는 메모를 증거로 내세워 이사장이 교수들을 간섭한 것이 불법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보더라도 대학 4년 동안 단 한 학기 듣는 한문 강의를 해봤자 실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적어도 신문에 나온 한자라도 볼 수 있게 하자는 뜻에서, 한문 대신 한자를 가르치라는 말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이런 간섭이 학생을 위한 것이지 그 밖에 무슨 다른 뜻으로 해석하겠습니까? 만일 정말 돈에 눈이 어두운 파렴치 이사장이라면 돈 먹고 놀 생각이나 하지 학생들이 한문을 배우던 한자를 배우던 무슨 상관을 하겠습니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너무나 분명한 일이니까 교육부 감사에서도 지나친 간섭을 자제하라는 경고 조치 정도로 끝났던 것입니다.

덕성여대에 이사장의 전횡과 독단은 전혀 없으며, 있다면 이사장의 자상한 보살핌과 애정어린 관심이 있을 뿐이라는 반론이다.

(4) 이사장의 대학예산편성ㆍ집행 및 특별사업적립금 조성

○ 덕성여자대학교는 매회계년도 예산을 편성함에 있어 총장, 대학의 처ㆍ실장회의에서 심의ㆍ조정한 예산안을 다시 법인ㆍ대학연석회의에서 재심의하면서 이사장이 직접 간여하여 조정한 사실이 있고

○ 96.7.12 예산ㆍ결산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총장이 결재한 서류를 다시 이사장의 결재를 받아 위원을 임명한 사실이 있으며,

○예산 집행 시 시설공사는 금액에 관계없이 이사장의 사전 결재를 받아 집행하고, 1천만 원 이상의 물품구입 및 제조, 연구용역 등의 집행에 관한 사항, 200만 원 이상의 행사비 집행, 50만 원 이상의 예비비 사용 등에 대하여는 총장이 결재한 후 다시 이사장의 결재를 받아 집행한 사실이 있고,

○예산 미집행 액 및 집행 잔액(불용액)등으로 발생한 94년도 3,015,573천원(예산편성 된 적립금 1,040,471천원 제외) 95년도 930,348천원, 96년도 5,150,761천원을 다음연도 예산에 이월사용하지 않고 특별사업비로 적립함으로써 ‘94년도 이전까지의 적립금과 그 이자발생액을 포함하여 97.2.28(96학년도 결산일) 현재 총 31,255,768천원의 특별사업적립금(건축, 기타기금 포함)이 조성된 바,

  이사장이 ‘학교 예산편성권 및 예산집행권을 유린하고 있다’는 비대위 주장에 대해, 보직자 대책위는 예산 낭비를 방지하기 필수불가결하다고 반박하였다.

‘비대위’라는 임의 위원회는 이사장이 예산편성 및 집행권을 유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인은 예산과 결산의 심의ㆍ의결권, 예산집행에 대한 감사권을 가지고 있으며 대학이 예산편성의 최종단계에서 대학 관계자의 사전 설명은 업무를 간소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결산심의 또는 예산 집행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잘못이 발견될 경우에는 시정이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과오와 학교제정의 낭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중요한 사항이나 금액이 큰 사업을 집행하는 경우 사전에 법인과 협의함은 적절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오해는 이사장이 지나치게 솔직하고 직선적인 성격 때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이사장은 옳고 그름이 분명하고, 싫고 좋은 것을 뚜렷이 표시하며, 거짓말하는 사람은 쳐다도 안보는 솔직 직선형이라 학교 내부에는 그에게 거짓말하다고 들통이 나서 호통 받는 교수도 더러 있습니다.(예를 들어 학교 물품을 구입하는데 얼렁뚱땅 예산을 높이 짜서 제출했다가 이사장이 꼼꼼히 따지고 살피는 통에 번번이 떡고물 먹기에 실패한 교수들이 있는데, 이사장은 그 교수들은 몹시 미워하고, 반대로 그 교수들은 노인네가 되게 간섭하네 하고 뒤에서 불평하는 것을 웬만큼 학교 안 사정을 하는 사람은 다 압니다.

(5) 수익용 기본재산 수익의 학교운영경비 전출 부 적정

○ 학교법인 덕성학원은 ‘94년도부터 ’96년도까지 3개년 동안 수익용 기본재산에서 발생한 총 수입금 95,883,025천원 중 인건비, 관리운영비 등 총 비용 74,297,885 천원을 제외한 순수익금 21,585,170천원의 100분의 80에 해당하는 법정 부담 경비 17,268,136천원을 동 법인이 설치, 경영하는 학교의 연간 운영경비로 전출하지 아니하고, 실제로는 동 부담 기준 액에 미달되는 4,464,313천원만을 전출하여 12,803,823천원을 부족하게 전출한 사실이 있음.


<사진 16> 덕성여대 이사장 전횡 확인(동아일보, 백서 2, 299쪽)

  법인전출금을 ’94년부터 ’96년까지 3개년동안 128억 원을 법령에서 정한 기준보다 부족하게 학교에 전출하였다는 지적이다.

9. “재고해 보겠습니다”

박원국 이사장의 비리에 이어 거취를 묻는 배종무위원의 질의에, 장관은 “”대학학사행정 전 분야에 관한 이사장 간섭 배제 종합시정방안”을 기한 내에 마련하지 않을 경우, 박원국 이사장의 임원취임승인 취소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답변하였다. 그리고 덕성학원에「민원사안감사결과처분」를 보내 시정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였다.

「대학 학사행정 전 분야에 관한 이사장 간섭배제 종합시정방안」을 대학과 공동(분야별, 구체적)으로 마련하여 이사장과 총장 연명의 이행각서를 공증한 후 이를 전 교직원에게 공표하고 그 결과를 감사 지적사항 조치결과와 함께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사진 17> 감사결과처분 (백서 2. 162쪽)

그러나 이사장은 교육부 처분지시를 순순히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경리나 회계부정이 없는 자신을 해임하겠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 하다고 생각하였다. 이사장이 교육부에 맞설 용기를 가지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사립학교법 20조2의 3호로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었다. 교육부가 지금까지 한 번도 적용해본 적이 없는 법률 규정에 의거, 오로지 학교를 위한다는 일념에서 지나치게 정도를 걸어온 자신을 해임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사장의 예측과는 달리, 1997년 10월 10일 사립학교법 20조2의 3호에 의거하여 교육부가 박원국 이사장의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하였다(당시 교육부장관은 안병영에서 이명현으로 교체되었다). 그러자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10월 17일 열린 교육부 국정감사는 박원국 이사장을 해임한 교육부장관 추궁으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 자민련의 안택수 의원이 박원국 이사장 해임은 “하늘이 통곡할 일”이라며 선봉장으로 나섰다.


이런 식으로 사학을 짓밟아 버리면 사학하는 사람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그러면 비단 운영상의 잘못이 있고 학사운영상에 잘못이 있다 하더라고 교육부는 그 사학의 이사진을 잘 선도해서 설득시켜서 무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서 그 사학을 설립한 사람들이 그 명예와 자존심을 가지고 이 나라 교육발전에 기여하는 길을 보장할 책임이 교육부에 있는 것 아니에요?

이런 식으로 사학을 마구 짓밟고 이사장을 작살내기 시작하면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이 나라의 사학을 짓고 학교를 만들고 후진양성을 하겠느냐 말이에요. 그리고 총장과 이사장 간의 싸움박질에 교육부가 뛰어드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 교원임명권을 볼 때 전국대학의 29.5% 정도가 총장한테 위임이 되어 있어요. 그러면 나머지는 무엇입니까?
70.5%는 이사장한테 있다는 것이 그대로 실증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또한 교원보직임명권에 있어서도 총장 권한은 전국 일선대학의 실태를 보면 38%밖에 없어요. 그러면 나머지 62%는 이사장한테 있는 것 아닙니까?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사장과 총장간의 싸움박질을 더욱 부채질하고 촉진시켜 가지고 결국은 이해할 수 없는 엉뚱한 짓을 지금 저질러 놓았어요. 이것이 교육개혁위원회 출신의 장관이 하실 일입니까?


교육부가 사립학교법 20조2의 3호로 박원국 이사장을 해임한 것은 사학의 명예와 자존심을 짓밟은 짓으로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임원취임승인의 취소는 사립학교법 20조 2의 2호 즉 회계부정, 현저한 재정 비리가 있을 때에만 해야 한다는 것이 안택수 위원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사장의 학사행정 간섭을 통한 총장의 권한 침해야 말로 대학의 자율적 운영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전횡으로 비리 중 비리였다.

  총장의 임면권은 이사장이 가지고 있다. 총장의 권한을 법률적ㆍ제도적으로 보장해 주지 않으면, 대학은 인사ㆍ재정ㆍ경영권을 한 손에 거머쥐고 있는 이사회의 종속물이 될 수밖에 없다. 사학부패를 방지하려면 교수의 교육권, 학생의 학습권, 직원의 노동권 등 구성원의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 20조2의 3호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이사장이「민원사안감사결과처분」지시를 엄포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또 하나의 이유는  교육부가 처분지시를 하달 한 직후 이사장을 불러 협상을 제안하였기 때문이다. 7월 10일 한상권 교수 복직을 요구하는 배종무위원 질의에 대해, 장관은 한 교수를 재임용하도록 하는 길은 현행법상 대학과 협의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 장관은 한상권 교수를 복직시키려면 인사권자인 이사장을 압박해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압박수단으로 해임카드를 꺼내든 것이었다.  

  이는 김용래 총장의 증언으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7월 16일 새벽 6시 40분 경, 김용래 총장이 우리 집으로 전화를 하였다. 어제(7.15) 장관이 이사장과 총장을 함께 불러 교육부에 들어갔는데, 그 자리에서 장관이 감사결과 드러난 비리를 들어 이사장을 한 시간 가량 질책한 다음 마지막에 “한 교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입니까”하고 추궁하자, 이사장이 “재고해 보겠습니다.” 라고 답변하였다는 것이다.  

  김용래 총장의 증언은 덕성학원이 법원에 제출하기 위해 1999년 작성한「참고자료(안)」내용과도 일치한다.「참고자료(안)」은 박원국 이사장이 해임된 경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교육부는 이를 빌미로 2회에 걸친 종합감사에 단 한 건의 경리ㆍ회계 등 부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장의 학사행정 개입과 학내분규의 책임을 물어 ‘97.10.10. 박원국 이사장을 해임(취임승인 취소)하였으나 이와 같은 사유는 조작된 억지에 불과하고, 실제 해임사유는 교육부의 강요로 이루어진 공개 기자회견에서 재임용에 탈락된 한상권의 복직을 약속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교육부 공보관실에서의 기자회견에서 당시 박원국 이사장은 한상권 담당인 한국사 전공 교수를 공모 중이므로 응모하면 공정히 처리하겠다고 하였음)

박원국 이사장이 해임된 것은 한상권 교수를 복직시키기 않아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장관 면담을 마치고 나온 이사장은 몹시 흔들렸다. 한상권 교수를 복직시키고 감사에서 지적된 비리를 면죄 받을 것인가, 아니면 해임을 각오하고 교육부와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인가. 교육부와 타협하고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인가, 이것이 문제였다. 이사장은 고민 끝에 타협책을 버리고 강공책을 선택하였다. 이와 같은 이사장의 입장을 잘 보여주는 문건이 「교육부 감사결과 처분사항에 대하여 드리는 말씀」이다.    

  교육부「민원사안감사결과처분」이 하달된 다음날인 7월 15일, 이사장은 모든 이사들에게「교육부 감사결과 처분사항에 대하여 드리는 말씀」이라는 문건을 보냈다. 이 문건 말미에는 다음 내용이 적혀 있었다.

별첨 지적사항을 보시면, 경리나 회계부정 사실은 전혀 없으며, 학사행정 등 총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한 이사장의 간섭이 주된 지적사항이나, 그동안 학교를 위한 일념에서 이사장 본인의 선의의 노력을 왜곡 해석하여 간섭으로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처사로서 앞으로 법률가의 자문을 받아 적절하고 신중하게 대처할 예정이오니 지도 편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사장은 “경리나 회계부정 사실은 전혀 없다”며 이사들에게 자신감을 피력하였다. 재정비리가 없으니 자신은 떳떳하며, 교육부의 부당한 압력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해임카드까지 꺼내들고 압박하였지만 이사장은 일전을 겨루겠다고 선언하였다. 한상권 교수 복직 문제를 가지고 교육부와 협상하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

10. “이사장이 제 정신인가”

이사장은 교육부와 결사항전 할 수 있는 체제를 정비하기 위해 신속히 움직였다. 이사장의 움직임은 두 방향으로 나타났다. 하나는 지지 세력이 동요하지 않도록 대학을 다잡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자신에게 맞서는 김용래 총장을 쫒아내는 작업이었다.

결사항전을 하려면 대학에 대해 전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했다. 이사장은 총장의 학사행정에 대한 권한을 축소하고 이사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

감사가 끝난 직후인 6월 24일, 이사장은 총장과 연명으로 아래 내용의 각서를 교육부장관에게 제출하였다.

그동안 이사장인 본인은 오로지 학교를 위한다는 일념에서 지나치게 정도를 걸어왔고, 개혁을 추진하면서 대학구성원들과 마찰이 생긴 것 같으며, 또한 대학의 행정에 관하여 본의 아니게 총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사례 등으로 오늘의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사장은 교육법 및 사립학교법령에 의한 이사장 직무만을 관장하고 대학 행정은 일체 총장에게 일임하겠습니다.


<사진 18> 각서 (백서 2, 157쪽)

그러나 한 달 뒤인 7월 25일, 이사장은 이사회를 긴급 소집하여 총장의 권한을 더욱 축소하고 이사장의 교무행정에 대한 간섭 소지를 확대한「학교법인 덕성학원 정관 시행세칙」을 제정하였다.


<사진 19> 학교법인 덕성학원 정관 시행세칙 (백서 2, 188쪽)

이사장은 총장의 권한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각종 위원회의 설치, 운영’을 학교의 경영에 관한 중요사항으로 명시하였다. 정관시행세칙에 “기본적인 제 규정의 제정 및 개폐에 관한 사항(각 급 학교의 기구, 위원회 및 직제, 교직원 인사, 보수, 복무, 징계, 회계, 재산관리에 관한 규정”을 학교의 경영에 관한 중요사항으로 규정함으로써, 이사장이 대학을 장악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사장이 총장을 보좌, 자문하는 각종위원회의 규정까지도 이사회의 심의ㆍ결정 사항으로 하자, 총장은 “사립학교법에 규정된 ‘학교경영에 관한 중요사항’을 확대 해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총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내포하고 있어, 감사결과 처분요구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며, 총장의 자문기관인 교무위원회를 포함하여 모든 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이사회의 의결사항으로 한 것은 대학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였다.

이사장은 교직원 인사권도 장악하였다. 정관시행세칙에 “대학교의 모든 보직은 총장의 제청으로 이사장이 임면하고…” 라고 규정하여, 보직 임면권을 장악하였다. 정관에는 부총장, 학장 및 대학원장 등만을 이사장이 임면토록 되어 있으나, 정관시행세칙에 모든 보직을 이사장이 임면하도록 하였다. 총장은 정관에 규정되지 않은 보직(처ㆍ실장, 학부장, 학과장 등)은 우리 대학도 총장에게 위임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정관시행세칙에 “직원(촉탁, 임시직 포함)은 이사장이 임면하되…”라고 규정하여, 종전에 관례적으로 총장이 행사하던 임시직원 임면까지도 이사장이 임면하도록 하였다. 이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하위직 직원 임면권 및 보직임용권은 총장에게 위임되어 있는 상식적인 관행을 무시한 처사였다.

  그뿐 아니라 박원국 이사장은 8월 13일 소집된 이사회에서 정관을 개정하여 종전에 인사위원회의 위원 임명은 총장의 권한으로 되어 있던 것을 실ㆍ처장, 학장 등 보직자가 당연직 인사위원이 되도록 함으로써 총장의 보직 임면권한을 더욱 축소하려 하였다.

현행 규정은 총장이 임명하는 9인의 교원으로 조직한다고 되어 있는바, 이는 총장이 자의적으로 위원을 임명할 소지가 있고, 총장이 임명하는 몇몇 사람에 의해서 밀실인사가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보직교수들을 중심으로 인사위원회를 구성하고자 합니다.

이는 교육부의 예규인 학교법인 정관(준칙) 제53조(인사위원회의 조직)에도 위반될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다른 대학에서도 예를 찾아 볼 수 없는 조치였다. 특히 총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더욱 축소한 이런 조치들이 교육부의 감사처분 이행 기간 중(1차~7.29까지, 2차~8.16까지)에 자행되었다는 것은 교육부 감사처분지시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교원(조교 포함)의 모든 보직은 이사장이 임면(신규임용ㆍ승진ㆍ승급ㆍ전직ㆍ전보ㆍ강임ㆍ휴직ㆍ직위해제ㆍ복직ㆍ면직ㆍ해임 및 파면을 포함)하고, 모든 사무직원(촉탁, 임시직 포함)은 이사장이 임면하며, 총장의 권한에 속하는 모든 위원회 규정, 사무절차에 대한 내규도 이사회에서 심의ㆍ결정하도록 한 정관 시행세칙은 감사결과 지적받아 폐지된 종전의 간섭근거였던「대학이 법인에 보내는 문서기준」 보다 훨씬 개악된 내용이었다. 이는 학사행정 전 분야에 걸친 이사장의 제도적ㆍ 관행적 간섭을 배제하는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교육부의 처분지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처사였다.


<사진 20> ‘총장의 권한 축소’ 등 이사장 독단에 총장 반발 (교수신문 1997.8.4, 백서 2, 313쪽) 

  김용래 총장은 “97.7.25자 제정한 정관 시행세칙은 사립학교법 제16조의 ⑥항 사립학교 경영에 관한 중요사항을 확대 해석한 것으로서, 이는 헌법에 보장된 대학의 자율성(헌법 제31조 ④항)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법률의 취지에 반하는 것임. 임시직원과 촉탁직원의 임면과 정관에 규정되지 않은 처ㆍ실장이하의 보직까지도 이사장이 임면하도록 하고, 총장의 자문기관인 모든 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사항까지 학교경영에 관한 중요사항의 범위에 포함시켜, 이사회에서 심의ㆍ의결하게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으므로 시행보류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박원국 이사장은 8월 13일 열린 이사회에서 총장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였다.

이 시행세칙은 지난 ‘97.7.25 제정하여 20일도 안되었고 아직 한 번도 시행하지도 않은 것을 잘못되었으니 재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되며 특히 이사회의 권한 중 위원회에 관한 사항을 삭제하고 부총장, 학장, 대학원장을 제외한 모든 보직의 임면권을 총장에게 위임해 달라고 하는 요구는 모든 권한을 총장이 독점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되며 이는 견제와 균형을 통한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서 비민주적인 처사라고 생각되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사장은 교육부의 감사처분지시 이행 시한인 7월 29일까지 처분의 이행 당사자인 총장을 축출하려는 기도를 하였다. 총장퇴진 서명운동을 배후조종하고 이사회에서 총장해임결의를 시도한 것이다. 7월 27일에는 전ㆍ현직 일부 교무위원들(10여 명)을 이사장의 숙소인 신라호텔로 불러 모아 총장퇴진 서명운동을 모의하였다.

  총장퇴진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총장의 교수선동, 사학 자율성 침해, 자유민주주의이념 위배, 설립자의 권한 침해 등이었다. 이는 감사결과 교육부에 폐지하겠다고 한 “신라호텔회의”를 이사장이 여전히 주재하여 보직교수들에게 일일이 지침, 지시를 내리고 사전, 사후 보고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사장을 지지하는 전ㆍ현직 일부 교무위원들은 일반교수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이사장과 총장 싸움을 주인과 머슴 싸움으로 비유하였다. “이사장은 주인이고 총장은 머슴이다. 주인과 머슴이 싸우면 누가 이기겠는가? 그러니 박원국 이사장을 도와 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사장이 감사결과에 정면으로 맞서며, 계고시한인 7월 29일까지 총장과의 합의각서를 제출하지 못하자, 교육부는 8월 1일 다시 「민원사안 감사처분사항 이행촉구」 문건을 덕성학원에 보내, 이행 기한을 8월 16일까지 2주 연장해주었다.


<사진 21> 덕성학원 특감 지적사항, 16일까지 이행 지시 (동아일보, 97.8.6, 백서 2, 314쪽)

귀 법인 및 귀 법인이 설치ㆍ경영하는 덕성여자대학교에 대한 민원사안 감사결과 지적사항 중 일부 미 이행된 다음사항에 대하여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니, 조치결과를 ‘97.8.16까지 기일엄수 제출하시고, 향후 이행사항에 대하여는 추진일정을 준수하여 조치한 후 그 결과를 보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와 함께 이사장이 7월 25일 이사회를 긴급 소집하여 총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새로 제정한 정관시행세칙에 대해서도 “아울러 대학운영의 자율성 신장 측면에서 교원보직 임명권한이 귀직과 총장간에 적정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추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여, 시정을 촉구하였다.


<사진 22> 교육부, 「민원사안 감사처분사항 이행촉구」 (백서 2, 216쪽)

이처럼 교육부가 이사장의 저항에 밀려 우물우물하는 사이, 장관이 안병영에서 이명현으로 교체되었다. 이사장의 결사항전 소식을 듣고, 교육부 사무관이 “이사장이 제 정신인가”라고 반문하였다지만, 판세는 ‘죽을 각오를 하면 산다(必死卽生)’며 결사항전의 길을 선택한 이사장 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었다. 

  나는 장관 교체소식을 8월 5일(화) 오후 4시 50분 경 투쟁백서(Ⅱ) 편집을 맡기러 관악사에 가는 택시에서 뉴스속보로 들었다. 장관이 경질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사장은 버티기를 잘했다며 만세를 불렀다고 한다. 싸움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길고도 험난한 싸움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