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주인과 머슴이 싸우면 누가 이기겠는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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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과 머슴이 싸우면 누가 이기겠는가? (2)

한상권(중세사 2분과)

5.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미 이긴 것입니다

추진위는 교육부를 압박하기 위해 정부종합청사 안에 있는 교육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을 세웠다. 감사가 시작된 다음 날인 6월 10일, 교육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려  하였다. 그러나 공보과장이 기자회견실 출입을 차단하였으며, 교육부출입 기자들도 “만나기 싫으며 자료도 필요 없다”고 문전박대하는 바람에 기자회견은 불발로 끝났다. 대신 교육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어 박원국 이사장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각종 위법행위를 자행한 일들을 철저히 감사해줄 것을 촉구하였다.

  이번 감사의 중점은 박원국 이사장의 교권 침해ㆍ 대학의 자율성 침해ㆍ법령 위반 등에 두어져야 할 것이며, 대학의 공식서류보다 거기에 딸려 있는 박원국 이사장의 지시ㆍ승인, 팩스 지시, 비공식결재서류 등을 조사하고, 진술인도 과거의 보직자, 학교를 떠난 사람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여 심도 있는 감사를 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제보된 총장의 권한 침해 실태 등 이사장의 위법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주었다.(이사장의 총장의 권한 침해는 사립학교법 제20조의2의 규정에 의거 임원취임승인취소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서술한다.).  

   (1) 서류 결재를 정식 결재서류에 하지 않고 법인 사무국에서 별도로 작성하는 서류에 비공식 결재를 하여 내려 보냈다.

(2) 교무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는 이사장의 지시로 수시로 소집되며, 이사장이 직접 참석ㆍ주재하였다.

(3) 총장의 의장으로서의 고유 권한인 회의소집권ㆍ안건상정권ㆍ회의진행권 등을 완전 박탈하였다.

(4) 덕성학원법인이 현재 950억 원 이상의 현금을 수익용 재산으로 예치하고 있어 연간 90억 원 이상의 이자 수익이 있으므로, 법정 전출 기준액(재단 수익의 80/100을 재단전입금으로 전출해야 한다)인 70억 원 이상을 학교 경비로 전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육개혁평가를 받은 ‘96년도의 30억 원 전출을 제외하고 ’94년도부터 현재까지 연간 4억-11억 정도만을 전출하였다.

(5) 한상권 교수 재임용탈락과 관련하여,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위원회 회의록을 날조하도록 지시하였다.

  그러자 이사장 측근 세력인 [전ㆍ현직 교학부장 이상의 보직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보직자대책위)에서도 이사장이 총장의 권한을 침해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교육부에 황급히 올렸다.

교육법 제75조 제2항과 덕성학원 정관에 명시된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직원을 감독하며 학생을 지도’하는 총장의 권한인 교원 임용 심사 및 제청, 대학 예산 편성과 집행, 대학 내 각종 위원회의 주재, 학생 편입학, 교과과정 운영, 그리고 기타 일체의 학사업무는 총장이 관할합니다. 물론, 사안에 따라 총장이 이사장과 의견교환을 하지만, 이는 내규와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의견교환의 범위는 1992년 4월 당시 대학에서 작성한 대학과 법인의 업무협조의 범위에 관한 기준과 절차에 따릅니다.  

대학은 총장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으며, 대학의 효율적인 운영과 일관성 있는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이사장이 총장과 의견교환을 하였을 뿐, 총장의 권한을 침해한 사실은 없다는 반론이었다.

  다음날은 학내에서 집회를 개최하였다. 6월 11일 오후 2시, ‘한상권 교수님 복직과 박원국 이사장 퇴진을 위한 학내민주화 덕성 총 궐기대회’ 를 200여 명의 학생이 운집한 가운데 행정동 앞에서 열었다. 같은 시각 박원국 이사장을 비리혐의로 고발한바 있는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부추련) 50여명의 회원이 학교 앞에서 박원국 재단 이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집회에는 학술단체협의회 소속 한국정치연구회 회원들도 함께 하였다.

종강을 하고 기말고사를 앞둔 시점에서 학생들이 200여 명이나 모일 수 있었던 까닭은 6월 5일 있었던 교수 양심선언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학교 측 성명서에 동참한 교수들에 대해 거세게 비난하는 반면, 14명의 교수들에 대해서는 각 학과별로 지지하는 대자보를 내붙였다.

학교당국의 압력 속에도 교수직을 내걸고 덕성여대의 고질적 병폐의 원인인 재단이사장의 전횡을 소신을 다해 밝힌 교수님들의 양심적인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이었다. 14명의 교수들이 소속된 과 중심으로 학생들 분임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짐에 따라, 6월 5일을 고비로 투쟁의 외연이 확대될 수 있었다.

학생들의 사기는 충천해 있었다. 이날 인터넷에 올라온 집회소식 제목은 “출근투쟁 17일째, 이사장 퇴진, 학내민주화의 함성 온 덕성을 메우다!!”였으며,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미 이긴 것입니다. 이제 누가 이 싸움의 끝매듭을 짓느냐가 남았을 뿐입니다!”라는 말로 마무리하였다. 반면 학교 측은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지난 주 목요일(6.5) 집회에서는 교직원과 교수들이 학생들이 모이는 것을 사납게 막아서고 위협을 가했던 반면, 이번 집회 때는 단단히 한풀 꺾여, 수도 부쩍 줄어들고, 하나 같이 눈길을 피하며, 어깨가 축 쳐져있었다.

6. 절반의 승리, 교육부감사

  1997년 7월 10일, 감사결과 발표를 며칠 앞두고 국회 교육위원회(15대) 상임위원회(제184회)가 열렸다. 안병영 교육부장관을 출석시킨 상임위 자리에서 국민회의 배종무 위원이 덕성여대사태를 질의하였다. 교수재임용제와 관련된 한상권 교수 복직과  박원국 이사장 임원승인취소에 관한 내용이었다. 먼저 교수재임용제 악용을 둘러싼 질의 답변부터 소개하겠다.


○ 배종무(裵鍾茂) 위원(委員) 서면질의

교수 재임용제도의 악용에 관한 질의  

교수재임용제도는 교수들의 연구능력을 진작시키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였으나, 과거 정권에서는 교육부와 재단이 비판적인 교수들을 탈락시키고 교수들을 정부와 재단에 협조하도록 강요하는 제도로 악용되어 왔다. 그러나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래 어느 정도 이러한 병폐가 사라진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3월 1일자로 재임용에 탈락된 덕성여자대학교 사학과 한상권교수의 경우는 재임용제도가 악용된 구태의 전형적인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덕성여자대학교의 교수 재임용기준에 의하면 「연구실적, 교육실적, 봉사실적」을 평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한상권 교수의 경우, 이 세 가지 평가에서 모두 매우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실적 미제출자나 근무성적 미달자는 재임용하면서 유독 한 교수만을 재임용에서 탈락시킨 조처는 불법 부당한 재단의 횡포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재임용 탈락 시 소명의 기회도 부여하지 않았으며, 신학기 수업준비를 하고 있는 당사자에게 2월 28일자 공문을 보내어 3월 1일자로 재임용 탈락을 통보한 것은 적법한 절차조차 무시한 조처이다.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덕성학원측이 제출한 인사위원회 회의록이 위조된 것이었다는 사실은 재임용 탈락이 절차상에도 결정적인 하자가 있었다는 명확한 증거이다. 학교 측이 주장하는 「91년 징계 이후 ‘개전의 정’이 없었다」는 궁색한 주장은 한상권 교수가 91년도에 징계를 받은 후 93년과 95년에 재임용되었다는 사실을 보면 전혀 재임용 탈락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질의」
덕성여자대학교 전 조교수 한상권을 ‘97.2.28자로 재임용에서 제외시킨 일은 부당한 처사로서 복직시켜야 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  

「답변」
O먼저 한상권 교수의 재임용 탈락경위에 대한 학교 측의 조치상황을 보면,
-한교수가 평교수협의회 회장으로 재직(‘89.3~’90.3)할 때 당시 총장 직무대리 퇴진운동을 전개하였고, ’90학년도 입학고사 채점중단 주도 등의 사유로 ‘91.7.31자로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후에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 하여
-재임용심사기준인 연구실적, 교육실적, 근무실적 등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음에도, ‘97.2.25 개최된 인사위원회에서 동 교수가 징계처분 이후 반성하지 않고, 또한, 임용기간(‘95.3.31~’97.2.28)이 만료되었다는 사유로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하고(자체내규 소명 근거조항 ‘95.1.1 삭제) ‘97.2.28자로 재임용에서 탈락시킨 사실이 있습니다.  

O그러나, “학교법인이 재임용하지 아니하기로 한 결정이 그 요건과 절차에 위배되었다거나 문서제출 명령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채증법칙을 어겼다는 등 실체관계에 관한 다툼은 소(訴)의 이익이 없어 더 나아가 논의할 실익이 없다.” “교수재임용제도는 교수의 연임이 보장되어 자동적으로 재임용되어 임기가 계속되도록 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임용권자가 당연히 재임용해야만 하는 연임보장 규정도 아니다.”는 대법원 판례 및 헌법재판소 결정 등에 비추어 볼 때,  

O 동 교수를 재임용하도록 교육부가 직접 관여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관련 교수와 대학 간의 협의에 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사진 7> 국회회의록 (백서 4, 124쪽)

장관의 답변은 한상권 교수 재임용탈락과 복직문제에 관해 교육부가 처음으로 공식입장을 밝혔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먼저 재임용탈락에 대해, 장관은 한상권 교수가 재임용심사기준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임기만료자로 재임용 탈락되었다고 답변하였다. 즉 이사장이 총장ㆍ교무처장과 사전 모의하여 한상권 교수를 재임용 탈락시켰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장관의 답변내용은 지금까지의 덕성여대 주장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6월 5일 덕성여대 교수들이 “박원국 이사장은 아무 결격사유가 없는 한상권 교수를 부당하게 탈락시켰다”며 이사장 퇴진을 주장하자, 덕성학원은 허위사실 날조, 선동행위라며 반박하였다.

대학교원 인사에 관한 사항은 대학교원인사위원회의 심의결과 동의를 받아야 총장이 제청할 수 있고, 총장의 제청이 있어야 법인 이사회에서 심의 ㆍ 결정할 수 있으며 이사회 결의에 따라 이사장이 발령할 수 있으므로 교원인사에 관한 사항을 이사장 개인이 자의로 결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이사장의 폭거 운운함은 중상모략인 것입니다.

한상권 교수가 파벌을 조성하며 불평불만을 일삼아 학내질서를 문란케 하여 면학 분위기를 방해하는 등 교육자로서의 불건전한 근무태도를 견지해 왔기에, 대학교원인사위원회에서 수업ㆍ근무태도, 학생지도, 교직원간의 인화관계, 학교발전에의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교육자로서 부적격한 인격적 품성을 지녔다고 판단되어 재임용 제외하였다는 것이다.

  즉 한상권 교수 재임용 제외는 대학교원인사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한 것이지 이사장이 자의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므로 교수들이 이사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중상모략이라는 반론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발표한「감사결과처분서」는 이사장과 총장ㆍ교무처장이 여러 차례 사전 모의한 끝에 한상권 교수를 재임용 제외하였다고 하였다. 이사장이 재임용 탈락을 주도하였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97.2.28 임기만료자인 “한상권”의 처리과정을 보면,  ’97년 초부터 재임용대상자에 대한 심사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사장, 총장, 교무처장이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임기만료자로 처리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하고, 동인을 교원임기만료 대상자로 의안을 작성하여 ‘97.2.25 교원인사위원회에 상정하였으며, 의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동인은 ’91.7.31자로 교내질서를 문란케 한 사유로 3개월 정직의 중징계를 받았으나 이후 계속 반성 및 개전의 뜻이 보이지 않으며 근무태도가 성실하지 않아 재임용대상자로 부적절 하다는 이유로 재임용 대상자에서 제외하면서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임기만료자로 심사ㆍ동의 한 사실이 있음 

  이사장이 한상권 교수 재임용탈락을 사전에 결정하였고, 교원인사위원회는 거수기 노릇을 하는 허수아비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덕성여대는, 한상권 교수 해직에 대한 비난이 이사장에게 쏠리자, 이사장을 비호하기 위해 교원인사위원회에 책임을 전가하였다. 이사장 역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학교행정에 관여치 않으며, 교수 재임용에는 전혀 개입한 적이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음이 장관 답변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사진 8> 교육부 감사, 재임용 악용 사례 확인 (교수신문 97.7.21, 백서 2, 303쪽)    


<사진 9> 덕성여대 박이사장, 재임용탈락 개입했다 (교수신문 97.6.23, 백서 2, 296쪽)

장관은 한상권 교수 복직에 관한 입장도 밝혔다. 안병영 장관은 재임용탈락이 부당하기는 하지만 불법은 아니므로 재임용하도록 행정상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답변하였다. 현행 교수재임용제의 법률적인 문제점 때문에 교육부가 직접 관여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최종 처리는 사학재단의 양식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교원 재임용제도는 ‘어떤 교원이 파면이나 면직처분의 법적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교원의 인품에 관한 제반사항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교원으로서 적합한 인격적 자질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될 때 그 교원의 근무관계를 종결시킬 수 있는 제도’이며, ‘대학교원은 소정의 임용기간이 만료됨으로써 대학교원으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재임용 여부는 결국 임용권자의 판단에 따른 재량행위에 속한다.’라는 판례와 같이, 재임용 탈락사유 유무의 판단은 당사자 또는 제3자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임용권 행사기관(대학교원인사위원회, 총장, 법인이사회)의 재량행위”라는 덕성학원의 주장을 교육부가 수용한 것이다.

  결국 특별감사로 부당하게 재임용탈락 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신원(伸寃)은 되었다. 그러나 재임용탈락처분이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공식 확인됨으로써 현행법으로는 복권(復權)이 불가능하다는 점 역시 확인 되었다. 절반의 승리였다.

교육부 특별감사에 잔뜩 기대를 걸었던 덕성여대 비대위 교수들은, “한상권 교수에 대한 재임용탈락 조치는 박원국 이사장의 학사행정 간섭 사례 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폭거”인데도, 교육부가 재단에서 무기로 사용하는 교수재임용제의 모순을 인정하면서 행정상 조치를 내리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린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하였다.

학생들 역시 “한상권 교수님의 문제에 대해서는 재임용 탈락의 부당함과 근거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현행법상 ‘행정상의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하여 매우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7. 사랑방좌담회 수준의 이사회

7월 10일 교육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배종무위원은 박원국 이사장의 비리와 거취문제에 대해서도 질의하였다.


○ 배종무(裵鍾茂) 위원(委員) 질의에 대한 답변

 「질의」
교육부 감사결과 드러난 덕성학원 및 박원국 이사장의 비리는 무엇이며, 그에 대한 조치 계획은?

  「답변」
O 우리부는 지난 6.9부터 6.19까지 학교법인 덕성학원(이사장 朴元國)과 덕성여자대학교(총장 金庸來)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였습니다.  

O 이사장의 대학학사행정 간섭 사례를 보면,
-“법인으로 보내는 문서기준 및 절차” 등 위법ㆍ부당한 지침을 만들어 대학학사행정에 간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고, 법인ㆍ대학 연석회의를 매주 개최하여 이사장이 대학에 대하여 사전지침을 내리거나 사전결재, 사후보고 등을 받아 왔으며,

-교원승진 시에는 이사장이 사전에 승진대상자를 결정하여 소수 인원만 승진시키는 방법으로, ’94년부터 ’97년까지 승진요건충족자 90명 가운데 28명만 승진시켜 교원들의 내부 불만을 야기 시켰고,

-입학전형계획, 학기별 개설교과목, 대학 내 각종위원회 위원 임명, 교원연구비 등 교무행정 전반에 걸쳐 지시ㆍ결정하고, 심지어 “한문” 담당교수에게 “한자”만 가르치도록 교수방법까지도 간섭하였으며,

-대학의 예산편성ㆍ집행에서는 모든 시설비(금액에 관계없음)와 200만 원 이상 행사비 및 50만 원 이상 예비비 사용 등에 대하여도 사전결재를 받도록 하였고, 결산잔액을 다음 연도에 이월 사용하지 아니하고 전액을 대학특별사업적립금 명목으로 ’83년부터 ’96년까지 312억 원을 조성하였고,

-그리고 법인전출금에 있어서는 ’94년부터 ’96년까지 3개년동안 128억 원을 법령에서 정한 기준보다 부족하게 학교에 전출하였습니다.


<사진 10> 덕성여대 이사장 “월권” (조선일보, 백서 2, 300쪽)

O 위와 같은 지적내용에 따라
<신분상조치>
-교원 승진 시 이사장이 결정한 자만을 제청한 전 총장 주영숙을 비롯하여, 법인 및 대학 관련자 8명에 대하여 행정처리 잘못의 경중에 따라 “경고” 또는 “주의” 처분을 하였고, 

<행정상조치>
-이사장 朴元國에 대하여는 대학학사행정 전반에 걸친 간섭으로 총장의 권한을 침해한 사유 등을 들어 사립학교법 제20조의2의 규정에 의거 시정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재정상조치>
-법인 전출금을 부족하게 전출한 128억 원에 대하여는 학교에 추가 전출하도록 하고, 그간 대학에서 조성하여 온 특별사업적립금 312억 원에 대하여도 교직원 처우개선, 연구기금, 실험실습기자재 확보 등 활용방안을 마련하여 제출하도록 하였으며,       

<기타조치>
-또한 앞으로는 이사장이 대학행정을 위법ㆍ부당하게 간섭하여 총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대학학사행정 전 분야에 관한 이사장 간섭 배제 종합시정방안”을 마련 시행토록 하였습니다. 

O 우리부는 위의 조치사항들이 ‘97.7.29까지 이행되지 아니할 경우에는 사립학교법 제 20조의2의 규정에 의거 朴元國 이사장의 임원취임승인 취소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계획입니다.


박원국 이사장의 비리와 거취와 관련하여 장관은 상당히 주목할 만한 발언 두 가지를 하였다. 하나는 특별감사 결과 이사장이 총장의 권한을 침해하여 사립학교법 제 20조의2의 규정을 위반하였음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7월 29일까지 이를 시정하기 위한 “대학학사행정 전 분야에 관한 이사장 간섭 배제 종합시정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이사장의 임원취임승인 취소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재단비리를 지적하다 재임용 탈락된 교수들은 ”교육부 감사가 지금까지는 양비론적인 면피성 감사가 대부분이었으나 덕성학원 감사에서는 비리근절의 의지를 보였다“며 높게 평가하였다.

  먼저 박원국 이사장의 총장의 권한 침해와 관련된 내용부터 알아보자.


<사진 11> 덕성학원 학사간섭 적발 (중앙일보 97.7.16, 백서 2, 302쪽)

장관이 언급한 사립학교법 제 20조의 2는 “임원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관할청은 그 취임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라는 임원취임승인 취소에 관한 규정이다. 관할청이 임원취임승인 취소를 할 수 있는 경우는 다음 세 가지다.

1. 이 법 또는 동시행령의 규정에 위반한 때
2. 임원간의 분쟁ㆍ회계부정 및 현저한 부당 등으로 인하여 당해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한 때
3. 학사행정에 관하여 당해 학교의 장의 권한을 침해하였을 때

  ‘학교공금 횡령 및 회계부정’과 ‘이사장의 전횡과 부당한 학사행정 간섭’이 사학비리의 양대 축인 셈이다. 반부패특별위원회는 우리나라 사학부패의 대표적인 실태를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사학 설립자와 이사장 등의 학교운영에 관한 전횡이다. 사학설립자ㆍ 이사장의 교직원인사 및 예산집행 등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지나친 간여가 학교장 고유의 권한을 침해하고 교직원들의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둘째, 혈족 위주의 이사회 구성 및 족벌 경영으로 파생된 부패이다. 사학의 많은 재단 이사장직이 친ㆍ인척 등 혈연으로 승계되면서 족벌체제로 운영되어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설립자ㆍ이사장의 독단과 전횡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셋째, 재단의 학교예산 유용이다. 특히 학생들로부터 징수된 등록금 수입을 다른 학교 신설비용으로 사용하거나 재단 이사장이 경영하는 타 사업체 등에 전용하는 등 다른 목적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넷째, 교원 채용 등 인사 관련 비리이다. 교수 등 교직원 채용ㆍ 승진ㆍ 휴직 등 인사문제에 있어 일반적 규정이나 관행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인사를 하거나 채용 등에 있어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이다. 또한 재임용 제도를 재단에 비판적인 교수에 대한 보복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첫째와 둘째가 ‘이사장의 전횡과 부당한 학사행정 간섭’에 해당되며, 이 경우 관할청은 사립학교법 20조 2의 3 “학사행정에 관하여 당해 학교의 장의 권한을 침해하였을 때”에 의거하여, 임원취임승인 취소를 할 수 있다. 셋째와 넷째는 ‘학교공금 횡령 및 회계부정’에 해당되며, 이 경우 관할청은 사립학교법 20조 2의 2 “임원간의 분쟁ㆍ회계부정 및 현저한 부당”에 의거하여, 역시 임원취임승인 취소를 할 수 있다. 이로 볼 때 사립학교법 제 20조2는 사학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최소한의 법률장치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관할청이 임원취임승인 취소를 할 때 적용한 규정은 2호 “임원간의 분쟁ㆍ회계부정 및 현저한 부당”이었다. 즉 학교재산 횡령, 탈세, 개인치부, 회계분식 등 재정비리가 사학비리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재정비리가 많은 까닭은 사학의 족벌경영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학의 대부분이 설립자의 가족이나 친ㆍ인척이 대학과 법인의 주요 보직을 차지하는 족벌경영을 하고 있다. 2003년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이사장의 친ㆍ 인척(8촌 이내 친족과 4촌 이내 인척 및 배우자)이 대학이나 법인에 근무 중인 대학이 83개 사립대학 가운데 75곳이나 되어 90%를 넘는다. 직종별로는 법인의 이사가 가장 많았고(48.2%), 교수ㆍ직원ㆍ총장ㆍ부총장ㆍ학장 등의 차례였다.

  조사 대상 대학의 대부분이 아들에게 이사장이나 총장직을 물려주고 있고, 며느리ㆍ손자ㆍ부인ㆍ외손자ㆍ장인ㆍ 동생 등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주에 있는 모 대학의 경우, 이사장의 부인과 손자가 이사로, 아들이 총장으로, 조카와 조카며느리ㆍ사위ㆍ조카사위ㆍ손자 등이 교수와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서울에 있는 모 대학은 부인이 이사를, 자녀들이 총장과 대학원장ㆍ교수 등을 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사장이나 설립자의 부인과 자녀가 함께 근무하는 대학도 10개나 되어, 사학이 가문의 명예나 치부 수단으로 전락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학의 족벌경영을 더욱 확실히 보여주는 것은 혈족 위주로 구성된 법인이사회다. 사립학교법상 법인이사회는 예결산안을 비롯하여 정관변경ㆍ임원임면ㆍ학교의 장(총ㆍ학장) 및 교직원(교수와 직원)의 임면ㆍ학교의 경영에 관한 주요 사항 등을 심의ㆍ의결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사회가 사학의 인사권ㆍ 재정권ㆍ 경영권을 한 손에 거머쥐고 있는 것이다.

  2000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재단 이사장은 40%가 친인척에 대물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제 대학 법인의 이사회에 속한 이사 4명 중 1명은 이사장의 친인척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 친인척에게 이사장을 대물림한 재단은 122개 중 49개로 40.1%였으며, 전문대 운영재단의 경우 세습 비율이 더 높아 51.9%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사학이 모자ㆍ부자ㆍ형제세습 등의 형태로 족벌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의 공기(公器)인 교육기관을 자질과 자격을 전혀 검증받지 않은 족벌들이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사학부패의 근본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