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선생님 물러서지 마세요 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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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물러서지 마세요 Ⅱ (1)

한상권(중세사 2분과)

1. 총학생회가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 회의개최를 연기합니다

  1998년 3월 27일 금요일 오후 5시,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이수미)ㆍ부총학생회장(성진영)과「덕성여대 한상권 교수 재임용탈락처분 철회및 교수재임용제 개선추진위원회」(추진위원회) 상임공동대표 이재윤 교수(전국사립대학 교수협의회 연합회 회장, 중앙대), 강정구 교수(학술단체협의회 상임공동대표, 동국대), 그리고 박거용 교수(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교권국장, 상명여대), 이세영 교수(한국역사연구회, 한신대), 김용식(대학노련 기획국장) 등이 교수협의회 농성 장소를 찾았다. 

  교협과 총학, 추진위원회 삼 단체는 두주일 전인 3월 13일 연석회의를 갖고, 덕성여대가 만약 수업일수 4분의 1선인 3월 28일까지 한상권 교수를 원상복직 시키지 않을 경우, 무능ㆍ무책임한 이사장과 이사진은 물론, 총장 퇴진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었다.

  이날 회의는 공동투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연석회의가 시작되자 교협 공동의장인 박범수 교수가 모두 발언을 통해 “교협은 한 교수 복직을 확신하므로 농성을 풀고 추진위와의 연계활동도 중단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어렵사리 마련된 연대투쟁이 결렬되는 순간이었다. 교협이 한 교수 복직을 확신한다니… 참으로 믿기지 않는 태도변화였다.

  삼 단체 연석회의 하루 전날인 3월 26일 저녁 이강혁 총장이 교협 공동의장과 만났다. 총장으로 선임된 후 가지는 첫 대면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강혁 총장은 24일 이사회에서 제시된 전제조건이라며, 한상권교수를 복직시키기 위한 선행조건으로 (1)비상대책위원회 해체 (2)교수농성 해제 (3)학생 총장실 점거농성 해제 (4)한상권 교수 강의 중지 (5)한상권 교수 복직추진위원회 활동 중지 등 5개항을 요구하였다.

  총장의 요구에 대해 교협은 한 교수 복직은 이미 작년 12월 초 이사진 개편과 함께 약속된 사회적 합의이므로 어떤 전제 조건도 없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사회와 총장이 한상권 교수 복직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한 이상, 한 교수가 하루 빨리 복직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이강혁 총장이 제시한 요구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교협은 총학ㆍ추진위와의 연대투쟁을 중단하고 비상대책위원회도 해체하였다. 교협이 이사회와 총장의 요구조건을 이행하는 성의를 보이자, 이강혁 총장도 한 교수 복직을 논의할 수 있는 기구인 ‘덕성여자대학교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킨다는 담화문을 30일 발표하였다.


<사진 1> 덕성여자대학교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 발족에 즈음하여 1998.3.30 (백서 3-1, 676쪽)

본인이 이 대학에 부임한 지 한 달이 되었지만 아직도 지난해의 학원소요사태는 매듭지어지지 못한 채, 학생들의 계속적인 총장실 점거로 정상적인 집무가 마비되어 있으며 한상권 교수는 출근투쟁과 옥외강의까지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본인은 이러한 무질서하고 무절제한 상황을 방치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안정과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확신 아래 지난 3월 10일 총장취임식에서 약속드린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킵니다.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에는 대학구성원들인 교수, 직원, 학생 대표를 비롯하여 동문회 및 학부모대표, 그리고 지역유지들까지 참여토록 하여 우리 대학의 정상화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담화문은 한상권 교수를 즉각 복직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복직의 타당성 여부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하겠다는 것이었다. 교육부감사를 통해 위법성이 확인된 재임용탈락 문제를 아무런 전문성도 없는 동문회 및 학부모대표, 지역유지까지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협은 한 교수 복직은 이미 사회적 합의 사항이며 이사 간담회에서도 조속히 복직시키기로 의견을 모았으므로 이 문제를 정상화추진위원회에서 재 논의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였다. 총장이 인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임용을 제청하는 것이 한 교수를 복직시키는 가장 합리적이고 빠른 길이라는 주장이다.

  교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장이 꼭 정상화추진위원회를 열어서 그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면 하루 빨리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일정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하였다. 교협의 요청에 따라 4월 9일 기획실에서「덕성여자대학교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 운용 요강 및 추진일정」을 발표하였다.

  기획실은 정상화 추진위원회의 설립 취지가 한상권 교수 재임용 탈락으로 인하여 야기된 학내사태를 대학구성원과 지역유지의 중지를 모아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해내고 이를 총장에 건의하여 대학을 정상화시키는데 있는 만큼, 4월 다섯째 주말에 한상권 교수 채용 문제를 인사위원회에 상정 및 법인에의 채용임명 제청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계획된 일정을 차질 없이 지켜나갈 수 있도록 총동창회장, 총학생회장, 노동조합 위원장 학부모협의회 회장은 4월 11일까지 정상화 추진위원 명단을 보내달라고 하였다.


<사진 2> 덕성여자대학교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 운용 요강 및 추진일정, 1998년 4월 9일 (백서 3-1, 677쪽)

  4월 9일 이강혁 총장은 한상권 교수 복직문제를 심의할 인사위원 9인을 임명하였다. 이에 화답하여 교협도 임시총회를 열어「한상권 교수는 반드시 4월말까지 원상복직 되어야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205일 간의 농성을 해제하였다.

덕성여대 교수협의회는 4월 21일 임시총회에서 97년 9월 28일 시작되어 장장 205일 동안 지속되어온 농성을 해제하기로 결의하였다. 이 결의는 한상권 교수 복직에 앞서 학원정상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교수협의회가 최선을 다해달라는 이강혁 총장과 이사회의 요구를 교수협의회가 수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상권 교수의 원상복직은 지난 해 학내 전 구성원들이 투쟁의 결실로 박원국 전 이사장이 해임되고 이사진이 개편되었을 때 이미 사회적으로 합의된 사항이므로 어떤 전제 조건도 없이 단행되었어야 했다. 다시 말해서 지금이라도 이강혁 총장이 복직을 제청하고 이사회에서 임면동의하면 그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강혁 총장과 이사회의 요구에 응하여 농성을 해제하는 것은 우리대학의 진정한 정상화라는 대의를 위해 양보할 것은 흔쾌히 양보함으로써 이강혁 총장과 이사회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4월 중순까지만 해도 복직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4월 23일 이강혁 총장은 인사위원회에의 복직제청을 일주일 앞두고 돌연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 회의 개최 연기를 선언하였다.


<사진 3>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 회의개최 연기, 1998.4.23 (백서 3-1, 689쪽)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 제 1과제(한상권 교수 문제) 회의를 1998년 4월 25일(토) 개최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총학생회에서 학생대표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서 부득이 회의 개최를 연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2. 진의조차 의심스러운 정상화추진위원회를 단호히 거부합니다

이강혁 총장은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 회의연기가 학생대표의 참여거부 때문이라며 책임을 학생들에게 돌렸다. 하지만 이는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였다. 하나는 학생들 참여거부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총학은 이강혁 총장이 말하는 이사회 결정사안이란 내용이 모호한 것들로써 투쟁의 고삐를 느슨히 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 발족 담화문 발표 직후인 4월 1일, 총학은 진의조차 의심스러운 정상화추진위원회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선언하였다.


<사진 4> 이강혁 덕성여대 총장이 제출한 「덕성여자대학교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 발족 담화문에 대한 총학생회의 입장, 1998.4.1 (백서 3-1, 409쪽)

우리는 이강혁 총장이 제안한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가 한상권 교수님의 즉각 복직의 타탕함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지연시키려는 의도와 그 책임을 한 교수님과 학생들에게 전가시켜 자신은 교묘히 그 책임 선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다분히 존재한다고 판단되기에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에 불참할 것을 선언하며…

총학은 덕성인 투쟁의 결과로 온 이강혁 총장이 덕성인의 요구안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 정상화추진위원회를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다고 하였다. 총학은 총장선출 과정에서 이미 보직교수와 이사진들에게 속은 바 있으며, 정상화추진위원회에 들어가는 것은 덕성을 이강혁 총장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기에, 이강혁 총장이 한상권 교수님의 복직과 학생들의 교육권을 확보하기 위한 학생들 요구사항에 서명을 통해 보장하지 않는 한 정상화추진위원회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총학은 자신들의 요구가 정당한 것임에도 65일 동안 수업을 거부해야했고, 2년에 걸쳐 요구해야 한다는 덕성의 현실에 분노한다며, 한상권 교수님이 4월 안에 복직되지 않는다면 덕성의 민주화와 정상화에 의지가 없는 이강혁 총장 퇴진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강혁 총장의 회의연기 발언을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보는 또 하나의 이유는 회의 일반원칙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 운용요강을 보면 “회의는 운영위원장을 포함한 재적위원 과반수이상의 출석으로 개회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총 위원 28명 가운데 학생대표 3인이 참여를 거부하기에 부득이 회의개최를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총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회의개최를 연기한다고 하면서 향후 일정조차 제시하지 않아 사실상 무기연기나 다름없었다. 이는 자신이 발족시킨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를 스스로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상의 두 가지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강혁 총장의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 발족은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였다. 더 근본적인 의문점은 과연 이강혁 총장 말대로, 이사회가 한상권 교수를 복직시킬 의사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의견이 분분하였다.

  3월 24일 이강혁 총장 배석 하에 이사회가 열려 이사들이 한상권 교수 복직에 합의하고 이를 빠른 시일 안에 이행하기로 하였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많은 이들이 기뻐하였다. 그러나 이틀이 지난 후에도 이사회 결정사항에 대한 공식통보와 구체적인 이행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한 교수 복직에 대한 구체적 절차와 내용이 이사회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섞인 발언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정확한 이사회 회의내용을 듣기 위하여, 교협과 총학 그리고 추진위원회 삼 단체가 공동명의로 총장 면담신청서를 냈다. 그리고 회신이 없을 경우에는 복직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하였다. 이강혁 총장은 삼 단체 면담신청에는 회답하지 않은 채, 26일 교협 회장단을 만나 이사회 결정사항이라며 앞서 말한 다섯 가지를 복직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였다.

이 총장 발언의 진실성 여부는 이사회 회의록을 확인하면 드러난다. 3월 24일 오후 6시 30분 운니동에 있는 법인 사무국 회의실에서 18차 이사회가 열렸다. 제1호 의안은 임원선임에 관한 건이었다. 이사들 간에 발언이 오고 갔으며 심의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이OO 이사의 제안과 최OO 이사의 동의, 전 이사의 찬성으로 전 덕성여자고등학교 교장 박원택씨를 임기 5년인 학교법인 덕성학원 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의하다.

이날 이사회에서 한상권 교수 문제는 기타보고 사항으로 다루어졌다. 이사회 회의록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제7호 의안: 기타보고 사항

한상권 교수 문제에 대하여 이강혁 총장의 사항 보고가 있었고, 이사들의 의견진술과 논의가 있었다.

  24일 이사회는 한 교수 복직을 둘러싸고 이사들 간에 의견 진술과 논의만 하였을 뿐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이강혁 총장이 교협 공동의장에게 말한 한 교수 복직을 위한 선결조건 다섯 가지가 이사회 의결사항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강혁 총장이 자신이 발족한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를 중도에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러한 사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3. 한 교수 복직여부는 우리 사립대학 교수 전체의
교권문제이기도 합니다

  4월 6일(월) 추진위가 당초 결정한 대로 한상권 교수 즉각 원상복직, 김계수 이사장과 이강혁 총장 퇴진, 관선이사 파견 등을 촉구하는 전국 교수 서명운동에 돌입하였다.

  추진위는 성명서에서 “새로운 총장만 선출되면 한상권교수를 복직시키겠다고 공언한 김계수 이사장은 신임 총장이 선출된 지 한 달 이상이 지났는데도 한상권교수를 복직시키지 못한 데 책임을 지고 퇴진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어 이강혁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를 밝혔다.


<사진 5> 한상권 교수를 복직시키지 않는 덕성여대 김계수 이사장ㆍ이강혁 총장 퇴진과 관선이사 파견을 촉구한다!, 1998.4.6 (백서 3-1, 97-8)


이강혁 총장은 선임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한상권 교수 복직문제를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한상권 교수 복직 요구에 대해, 이강혁 총장은 처음에는 사태파악에 시일이 필요하다고 하더니, 다음에는 이사회의 의지가 확고하지 않아 제청할 수 없다고 하고, 지난 3월 24일(화) 이사 간담회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한 교수 복직을 제청하도록 논의를 모으자, 이제 와서는 이사회가 제시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제청할 수 없다고 하는 등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강혁 총장이 말하는 전제조건이란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농성 해제이다.

그러나 총장실 점거농성 해제는 이강혁 총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할 현안이지, 이를 빌미로 한 교수 복직 제청을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강혁 총장은 한상권교수를 복직시키려는 노력보다는 복직시키지 않을 구실을 찾는 데 더 열심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강혁 총장은 이사회가 제시한 전제조건을 한상권교수를 복직시키지 않을 구실로 악용하면서 학내 민주세력의 분열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강혁 총장은 덕성여대의 민주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퇴진해야 한다.


 추진위는 97년에 이어 올해 또 다시 전국 대학 교수 서명운동을 전개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추진위원회 상임공동대표인 이재윤 사교련 회장의 친필서신을 서명용지에 동봉하였다.


  추진위에서는 금년 3월초부터 한상권 교수를 1학기 수업일수 1/4선인 3월 28일까지 복직시킬 것을 덕성여대 측에 여러 차례 촉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런 응답과 복직을 위한 조치가 없기에, 당초 덕성여대에 여러 차례 통보한대로 4월 6일부터 덕성여대 이사장, 총장 퇴진 서명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상권 교수 복직은 박원국 전 이사장이 해임되고 이사진이 개편되면서 합의된 사회적 약속입니다. 한상권 교수의 복직여부는 교권수호, 교수신분보장, 교수재임용제 악용방지 등을 가늠 하는 시금석으로서, 우리 사립대학 교수 전체의 교권문제이기도 합니다. 부디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동료교수들의 서명을 독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수님들의 서명은 주무부서인 교육부 제출, 국회ㆍ청와대 및 관계기관 청원, 언론기관 호소, 기자회견 자료 등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교수님들의 서명은 작게는 한상권 교수의 복직을 가능케 하고 더 나아가서는 교수재임용제도의 개선과 교권신장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서명기간은 4월 6일부터 시작하여 4월 26일까지 20일간으로 하였습니다. 혹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사오나, 5월로 들어서면 이미 1학기가 내리막길이고 한상권 교수 복직문제는 다음 학기로 넘어갈 수밖에 없기에 고심 끝에 결정한 것이오니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명하신 결과는 본 사교련으로 보내주시거나, 추진위 연락처인 한국역사연구회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 한상권 전 사학과 교수님은 알려진 것처럼
‘민주교수’가 아닙니다!!

추진위가 전국 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하자, 4월 11일 한상권 교수를 음해하는 괴문서가 살포되었다. ‘덕성여대 사학과 졸업생 일동’ 명의의「한교수님(前 사학과 교수)으로 인해 피해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한상권님의 복직’에 반대하는 글」이라는 괴문서였다.

  한 교수를 음해하는 괴문서가 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97년 12월 4일 이사진 개편으로 복직 가능성이 높아지자 한 교수를 인신공격하는 괴문서가 학교 곳곳에 살포되었다. 같은 달 8일 교내에 살포된 「한상권 前 사학과 교수님께」라는 괴문서는 서두에서 자신이 1993년도 덕성여대 사학과를 졸업한 사학과 89학번 학생임을 밝히고 있다.

  괴문서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첫째 한상권 교수님은 제자들이 제적을 당할 때 아무런 도움을 주지도 않고 자신의 교수직을 지키기 위해서 학생들을 이용만 하였다. 둘째 연구업적 부재에 따른 교수자질 부족, 셋째 덕성여대에 대한 명예훼손, 넷째 학교 건물 무단 점거 등 네 가지였다.

  이 괴문서에 대해 졸업생 대책위 대표 85학번 김미라와 졸업생 대책위 89학번 대표 송승민ㆍ김찬숙은 반박문을 통해, “이 유인물을 작성 배포한 사람은 사학과의 분열을 조장, 획책하고 또한 학내 민주화 투쟁을 호도하고자 하는 행위라고 단정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어느 특정한 학번(1993년도 졸업한 학번인 89학번)을 지칭하여 사실과 전혀 다른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인물을 작성한 자는 더 이상 이러한 허위사실에 근거한 자신의 개인적 감정으로 인한 분열 획책을 중지하고 한상권 교수님에 대한 사견이 당당하다면 명확하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 바랍니다.”라 하였다.

  반면 이번 4월에 나온 괴문서는 학내에만 살포된 것이 아니었다. 이 괴문서는 ‘덕성을 진심으로 아끼고 지키고자 하는 교수들’ 명의의 「소위 ‘교수협의회’의 한상권 전 교수 복직주장에 결사반대한다!!」 라는 괴문서와 함께 전국 대학 교수 연구실에 차례로 발송되었다. 발송 대상은 『덕성여대 한상권교수 재임용탈락처분 철회 투쟁백서(Ⅰ)』에 수록된 1차 서명 교수들이었다.

  전국 대학 교수 서명운동을 저지하기 위해 사학과 졸업생과 덕성여대 교수 명의의 두 종류 괴문서를 전국 대학에 배포한 것이다. 이 가운데 사학과 졸업생 일동 명의로 작성된 괴문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내용이 다소 길지만 독자의 이해를 위해 원문서 양식 그대로 전문을 싣는다.).


<사진 6> 한교수님(前 사학과 교수)으로 인해 피해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 ‘한상권님의 복직’에 반대하는 글, 1998.4.10 (백서 3-2, 709쪽)


한교수님(前 사학과 교수)으로 인해 피해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한상권님의 복직’에 반대하는 글-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덕성여대 졸업생들이며, 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입니다.
연구와 수업준비에 여념이 없으신 여러 교수님은 물론 중간고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외람된 글을 올리게 됨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에 저희 과 전 교수님이었던 한상권 교수님이 자신의 복직을 위해 민주동문회라는 임의단체와 함께 총학생회출신의 선후배들에게 문화공연 주최와 관련하여 도와달라고 강요에 가까운 부탁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며, 사학과 졸업생으로서 부끄럽고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이라는 현장에서의 바람직한 교육자와 학생들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에 대해 여러 교수님과 후배 여러분들에게 여쭙고자, 하루빨리 우리학교가 교정만큼이나 정겹고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덕성인들의 학교로 돌아올 수 있기를 고대하는 마음으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또, 대부분의 침묵하는 학교 구성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한상권 교수님이 자신의 ‘복직’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여러 구성원들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며, 저희 역시 그러한 경험을 하며 고통스러운 1년여를 보냈기에 이제는 “사학과 재학ㆍ졸업생들이 한 교수님에 대해 냉담할 수밖에 없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이것을 끝으로 저희는 물론 학내 제반 구성원들이 ‘본연의 자세와 역할’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한상권 전 사학과 교수님은 알려진 것처럼 ‘민주교수’가 아닙니다!!

  저희는 지난해 3월, 한상권 전 사학과 교수님의 ‘임기만료’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고, 그 분이 졸업생과 재학생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자신을 위해 일해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임기만료”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몇 번의 숙의 끝에 교수님 개인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학교 발전과 사학과의 발전을 위해서나 후배들을 위해, 더 나아가 우리나라 한국사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2000년대를 향하는 시점에서의 ‘민주운동’이 그전까지의 구태의연함과 천편일률적인 차원에서 한 단계 발전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부터 “왜?”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은 덕성여대에서의 ‘학원민주화 운동’이 좀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전까지 한 교수님의 주장처럼 ‘민중이 역사의 원동력이다’라는 논리는 구시대적일 뿐만 아니라 당연함 그 자체입니다. 그보다는 민중이 역사의 원동력일 수밖에 없는 체계적인 관점에서의 조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체계적인 관점’이란 사회학의 한 이론에서 빌어온 말이 아니라 운동논리를 깨우치더라도 통사적이고 전체적인 시각에서 왜 이러한 운동논리와 방법, 전망이 필요한지를 스스로, 혹은 토론을 통해 깨우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대학은 ‘대학’이라는 특수성만큼이나 다양한 논리와 논쟁을 통해 정립되는 이론들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상권 전 사학과 교수의 임기만료를 통해 자명하게 드러났듯이 덕성여대는 철저히 주입된 운동논리가 팽배해 있습니다. 학생 스스로 논리와 방향을 제시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덕성여대 피라미드 조직처럼, 혹은 도제식 학습과정을 통해 교수가 지시하는 방법과 아전인수격인 해석에 의해 흘러갑니다.

선배에 의해 찍혀진 학생이 이론학습에 도움 되는 강의를 찾게 되고 그 하나가 한상권 전 사학과 교수의 강의입니다. 전공보다는 ‘교양’의 성격이 강한 한상권 전 사학과 교수의 강의내용은 비슷한 내용을 ‘학습’했거나 학습하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왜 민중이 역사의 원동력이라는 이론적 설명보다는 16주 강의주제가 매번 “민중이 역사의 원동력이고 우리 민족은 우수한 민족으로서 당연히 통일되어야 강대국 열강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외우기는 무척 쉽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만으로 수업준비와 강의에 소홀했던 교수가 ‘민주교수’로 간주되고 복직되어야 한다면, 정작 교수의 올바른 역할과 위상이 어떠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후배들이 다양한 시각만큼이나 다양한 사고체계를 형성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또 있습니다.
지금은 90년대 말로써 이데올로기의 냉전시대에 사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재편된 자본주의 체제에서 숨 쉬며 살고 있습니다. 구호 속의 ‘세계는 하나’가 아닌 시대입니다.

저희는 후배들이 변화하는 역사, 세계만큼이나 다양하고 포괄적인 논리로 운동논리를 배우고, 지향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한상권 전 사학과 교수의 다양한 학문에 대한 ‘무지함’과 ‘단순사고 영역 속’에서의 강의는 자신의 독단과 아집만 학습시킬 뿐이기 때문에 한상권식의 NL계 운동논리만 강화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덕성여대는 악독한 사업주가 노동자인 민중의 고혈을 파먹는 곳이 아니라 말 그대로 ‘교육현장’입니다. 자신은 구태의연하게 교수라는 직책에 안주하며 교수로서의 권리만 주장하면서 모든 학생이 자신을 위해 싸워줘야 한다고 하는 것은 이기 그 자체이며, 반민주적이고 비민주적이라 생각합니다.

  덕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교수님과 여러 후배 여러분!!
한상권 전 사학과 교수님이 정말 그토록 존경받은 교수였다면 왜 자신이 복직되기 위해 자신 스스로 학생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며 소위 ‘전략’과 ‘전술’을 지시해야만 하고, 그 학생들도 총학생회장 한 명과 그를 추종하는 몇 명에 불과할까요?

  오죽하면 들볶이던 학생들이 휴학해버리고, 85, 94학번 졸업생 두 명이 학생회 학생들을 설득하고 협박해가며 학맥으로 연결된 민주단체를 들쑤시고 다닐까요?
노모를 모시기 때문에 복직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노모를 모시면 ‘교수’로서 교육하고 직장인으로서의 의무를 소홀히 해도 평생을 보장받아야 합니까?

  노모를 모시며 사는 다른 많은 사람들이 IMF라는 경제위기를 맞아 그 책임을 전가받고 있는데, 교수였다는 이유로 직장인으로서의 직장에 대한 의무를 지켜야 하는 도리, 교수로서 연구해야 할 기본 도리, 교육자로서 가르쳐야할 기본 도리를 외면 한 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파행적인 행동만 일삼은 교수는 왜 대학에서 평생을 보장받아야 하는지요?

  저희 사학과 졸업생들은 한상권 전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같은 비교육자의 “재임용 거부”를 선언합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한상권교수님의 복직을 반대합니다.
저희 사학과 졸업생들은 정말 “덕성여대 안에서의 민주”가 절실한 시점이라면 그 누구보다 정연한 논리와 추진력으로 앞장 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덕성여대 사학과 졸업생 대부분은 아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배운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강요하며 자신의 복직을 위해 일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상권 교수님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이유는 다양한 학문영역보다는 하나의 학문내용만을 반복하며 재학 중인 4년 동안, 10여년에 걸쳐 반복하는 교수는 아무리 현 체제가 학부제라는 교육중심의 체제일지라고 “대학교수”로서는 부적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이를 증명하기 위해 저희들은 83학번부터 95학번까지의 한국사관련 노트를 수집했습니다.)

  둘째 이유는 ‘민주교수’라는 허울아래 합리적 판단에 근거한 비판보다는 불평과 불만의식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킴으로써 대다수 학생들의 학문적 욕구를 차단했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이 대학원에 들어와 가장 힘든 부분이 한국사에 대한 체계적 강의를 듣지 못한데서 오는 학문탐구방법의 무지가 가장 심각했습니다.

  민중은 역사의 원동력이다는 결론만 있지 그 당위성을 증명하기 위한 체계적 연구방법은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다른 과 학생들을 의식한 강의내용이다 보니 전공에 충실할 수가 없었고, 강의를 얼마나 성실하고 충실히 수강했느냐를 평가하기 보다는 얼마나 학생회와 관련 있는 학생인가에 따라 학점이 달라지는 형편이니 어쩌면 당연할런지도 모르지요.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배움에 대한 무지를 조장한다면 그것 또한 반교육적 형태입니다.
또 총학생회와 관련된 학생을 조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신은 어떤 면으로도 민주적이지 않으면서 ‘민주교수’가 될 수는 없습니다. 저희들이 지켜본 한상권 전 사학과 교수님은 지난 10여 년 동안 자신의 능력은 뛰어난데 덕성여대에 있는 것이 늘 불만스러운 분으로서, 그런 교수가 덕성여대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셋째 이유는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학생들에게 온갖 감언이설로 사실을 현혹시키고 있으며(저희들은, 90년도의 성낙돈 교수가 재임용 탈락 때 학교당국이 재임용을 약속 한 바 없으며 그 당시 평교협의 가장 핵심인물이었던 한교수님은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었던, 그러한 역할의 핵심인물이었음을 압니다.)이 사실을 자신의 심복인 두 졸업생에게조차 감추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한상권 교수는 자신의 문제와 관련한 사실들에 대한 총학생회 명의의 대자보나 문건까지 자신이 작성해 배포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복직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다 떼어버리도록 종용하는 등의 행위로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혐오감까지 조장하고 있습니다.이러한 행위는 덕성 안에서의 민주화를 위해서가 아닌, 다른 차원의 논의거리입니다.

어떻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교수로서 교육현장에 남아 있을 수 있습니까?교육계에서의 민주는 ‘구호’에 앞선 이론과 실천이 겸비된 사람에 의해 교육되어야 하고, 가르쳤다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하는 교육자가 교육현장에 남아 있는 것은 너무도 비민주적인 처사라 생각합니다.

모쪼록 대학 내에도 참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방법은 ‘민주’라는 허울이 아닌, 진정한 학문발전과 학생들의 학습의지 고취를 통해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한 때 저희 교수님이었던 한상권님으로 인해 여러 교수님과 후배 여러분에게 지난 몇 개월간 피해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리며, 저희들이 좀 더 일찍 나서지 못했던 점에 대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1998년 4월 10일
덕성여대 사학과 졸업생 일동 올림
 


4월 21일 한림대학 오수창 교수와 경상대학 김준형 교수로부터 괴문서를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4월 29일 “선생님 물러서지 마세요Ⅱ” 문화재 공연에 격려차 덕성여대를 방문한 서울대 김진균 교수도 괴문서를 받았다고 했으며, 5월 1일 외국어대 박재우 교수로부터도 괴문서를 받았다는 전화연락이 왔다. 괴문서를 작성ㆍ배포한 목적이 2차 전국 교수 서명운동을 저지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였다. 

  누가 이 괴문서를 썼을까? 괴문서 내용이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사학과 졸업생이 쓴 것이 아님은 분명하였다. 또한 졸업생들이 그 많은 공력과 돈을 들여 괴문서를 전국 대학교수들에게 배포할 리도 만무하였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단서가 하나 있기는 하다.

  4월 21일(화) 저녁, 교협에서 추천한 이사 한 분이 박원국 전 이사장을 만났다. 열흘 전 박원국 전 이사장이 만나자는 전화 연락을 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원국 전 이사장이 한 교수가 다른 대학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이 분이 지금 내 제자도 취직 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전공이 다른 한 교수를 취직시킬 수 있겠느냐며, 괴문서 배포를 중지하고 한 교수 복직에 찬성한다고 발언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해 박 전 이사장이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나를 지지하는 교수들이 ‘신의가 없다’ ‘우리를 배반한다’며 반발할 것이다. 한 교수는 무서운 사람이다. 교수와 학생들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다. 외부 인사를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한 교수가 들어오면 학교를 둘러엎는다. 나는 한교수를 잘 모른다. 면담 한 두 번 하고 방에 방문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복직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한교수가 들어오면 학교가 계속 깨진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박원국 전 이사장은 한 교수 재임용 탈락의 객관적인 근거가 없음을 시인하였으며, 행정적 잘못임도 인정하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괴문서 배포 중지 요청에 대해, 박원국 전 이사장이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펄쩍 뛰지 않은 점으로 보아 그 내막을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5.  한상권 교수님은 덕성여대 발전의 한 주체입니다

4월 10일자 사학과 졸업생 일동 명의의 괴문서에 대해, 4월 23일 한상권교수님 재임용탈락 철회를 위한 졸업생 대책위와 사학과 동창회가 반박문을 냈다(이 역시 내용이 다소 길지만 원문 그대로 싣는다)


<사진 7> 한상권 교수님 재임용탈락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1998.4.23 (백서 3-2, 712쪽)


한상권 교수님 재임용 탈락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덕성여대 사학과를 졸업한 졸업생으로 한상권 교수님 복직을 위한 졸업생 대책위입니다. 지난 97년 2월 한상권 교수님의 재임용 탈락을 듣고 저희 졸업생들은 교수님의 재임용탈락이 부당하며 한상권 교수님이 저희 모교인 덕성여대에서 계속 저희 후배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졸업생 대책위를 구성, 활동해왔습니다.

한상권 교수님의 재임용 탈락 철회를 위한 투쟁도 어느덧 일 년이 넘어갔습니다. 새롭게 이사장님과 총장님이 오셨지만 아직도 한상권 교수님 재임용 탈락은 철회되지 않아 졸업생들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그런데 이런 졸업생들의 마음과는 달리 지난 4월 10일 사학과 졸업생 일동으로 나온 괴문서는 저희 졸업생들을 경악시켰습니다.

  이 괴문서를 접하면서 우리 사학과 졸업생은 괴문서 내용 전체가 한상권 교수님에 대한 개인적 비방에 가까운 내용으로 일관하여 있어 언급에 가치도 없지만 사학과 졸업생들의 의견이 학교 당국과 후배들에게 왜곡될 수 있기에 저희 사학과 졸업생들의 의사를 분명히 밝혀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누가 작성한 것인가

이 괴문서를 보면서 가장 떠오른 의문은 누가 작성한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겨울에도 사학과 졸업생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종류의 문서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저희 대책위는 그 작성자가 표현한 93년도 졸업생을 대상으로 조사하였지만 저희 졸업생 중에는 그 문서를 작성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희 사학과 졸업생 대책위는 사학과를 졸업한 졸업생 81학번부터 92학번까지 학번별 대표로 구성되어 사학과 졸업생들은 한상권 교수님의 재임용 탈락이 부당하며 그것은 철회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아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사학과 졸업생 동창회도 위 입장 속에서 같이 활동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 10일자 문서에서 졸업생 일동이라고 하며 한상권 교수님에 대한 인격적 비방과 복직 결사반대라는 의견은 저희 졸업생을 분노케 하였습니다.

  이 문서에서 사학과를 졸업하고 사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나름대로 자신을 밝힌 부분을 토대로 저희 대책위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학원을 졸업해서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문서를 작성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저희 대책위는 이 문서를 저희 사학과 졸업생이 작성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하며 더 이상 사학과를 분열시키기 위한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이문서 작성자에게 밝히는 바입니다.

  2. 한상권 교수님 강의 내용에 대하여

한교수님의 강의 내용을 이 문서 작성자는 운동이론을 정리하고 교육하는 수업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도대체 이런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 저희는 무척 궁금합니다.

한상권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사학과를 졸업한 우리들은 한상권 교수님의 강의가 왜 이렇게 이해되어야 하는지가 의문이 됩니다. 저희들은 한국사 입문, 근세사, 고적답사, 최근세사 등을 배우면서 한 번도 학생 운동의 운동이론을 정리하기 위해 강의를 들은 적은 없습니다. 문서 작성자가 표현한 대로라면 한상권 교수님은 운동이론가처럼 보이는데 한상권 교수님은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자이며 교수입니다.

단 그 분이 학자로서 자신의 양심대로 표현하고 실천하는 것은 한국 사회 속에서 그 분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점에서 저희 졸업생들은 그 분을 존경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강의 내용을 운동이론으로 정리하여 학생들의 생각을 편협하게 한다는 것은 교수님뿐만 아니라 그 강의를 들은 사학과 졸업생을 모독하는 것이라 봅니다.

저희는 한상권 교수님께 수업을 받으면서 역사를 어떻게 보아야 하며 역사의 원동력이 무엇인가를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저희 졸업생들이 지금도 역사를 보는 시각으로 자리 잡게 하였습니다.

3. 한상권 교수님은 덕성여대 발전의 한 주체입니다

이 문서를 읽다보면 한상권 교수님이 교수로서 기본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사람으로 표현하면서도 교수님을 덕성여대를 좌지우지하는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어 이 문서 작성자의 생각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집니다.

한상권 교수님에 의해 덕성여대 민주화가 좌지우지되거나 학생들의 자치단체인 학생회를 움직이는 사람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은 이번 한상권 교수님 재임용 탈락 철회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그 동안 덕성여대 민주화를 위해 활동한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합니다.

한상권 교수님은 덕성여대에 있어서는 교수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입니다. 덕성여대에서 강의하시기에 덕성여대의 열악한 교육 조건을 개선하려고 하시는 것입니다. 학생들도 덕성여대가 모교이기에 열악한 교육현장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교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삼자 교수(혹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분명히 밝히며 한상권 교수님과 덕성여대에 계신 교수님들) 학생, 교직원은 덕성여대의 교육조건을 개선하고 좀 더 나은 덕성여대를 만드는 주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상권 교수님의 막강한 영향력 속에서 그를 추종하는 몇몇 학생회 간부들의 움직임으로 지금의 사태를 보는 것은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여 움직여 온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성년이며 이 사회에서 지성의 상징인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이 한 사람의 말에 현혹되어 행동한다고 하는 것은 한상권 교수님에 대한 비난이 아닌 우리 바로 덕성여대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고 노력하는 학생들에 대한 비하이며 모독입니다. 더 이상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을 무지몽매한 집단으로 모독하지 말 것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4. 한상권 교수님의 재임용 탈락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저희 졸업생들은 죽어서 관속에 들어갈 때 까지 덕성여대를 이름표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저희 모교가 건강하고 상식이 통하는 학교로 교수와 학생들이 배움의 터전으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저희 자식들에게도 덕성여대를 나왔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저희 모교가 파행적으로 운영되어 왔고 수많은 대학들이 많은 투자와 노력으로 학교를 새롭게 변모시키고 있을 때 저희 학교는 이제 이름을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후퇴하였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졸업생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넘어 모교에 대한 냉소적 입장까지 가지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잘못된 것을 바로 고치면 덕성여대가 진정 올바른 대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상권 교수님의 재임용 탈락철회는 바로 덕성여대가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라 생각합니다. 학계에서 인정받는 교수가 아무런 이유 없이 저희 모교강단에서 쫓겨난다면 양심적이고 존경하는 우리 스승을 지키지 못했다는 가책으로 덕성여대를 나왔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 것이고 우리 스스로가 덕성여대 졸업생이라는 것을 부인하게 될 것입니다.

학교 당국은 이제 더 이상 어떤 이유로도 한상권 교수님의 재임용 탈락철회를 거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학교 당국이 자성을 통한 혁신적 노력 없이는 이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저희 졸업생들은 한상권 교수님의 재임용 탈락 철회까지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1998년 4월 23일
한상권 교수님 재임용 탈락 철회를 위한 졸업생 대책위
사학과 동창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