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덕성여대 이사회가 열릴 수 있을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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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여대 이사회가 열릴 수 있을까? (2)

한상권(중세사2분과)

4.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교원 인사위원회에서 특별 임용이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총장이 이사회에 제청할 때까지만 해도 복직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박원국 전 이사장의 집요한 방해공작으로 이사회가 계속 유회되면서 복직전망은 불투명해졌다. 8월 26일(수) 이사 간담회에서 이사 한 분이 이강혁 총장에게 채용이 결정될 때까지 한 교수를 시간강사로라도 발령을 내도록 요청하였으나 묵묵부답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2학기 한국사 강사를 위촉하는「강사위촉 요청 및 위촉동의서」에 사학과 조교가 과 교수 몰래 도장을 찍어 서류를 본부에 제출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조교는 과 교수의 동의는 물론이요, 강사 위촉에 대한 언급조차 없이 조교실에 비치해 둔 교수 도장을 유용, 한국사 강의를 위한 외부강사위촉 동의서에 날인하여 인문대학장에게 제출하였다. 강사위촉 문서는 해당학과 교수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대학의 규정을 무시하고 조교가 학과 교수의 동의 없이 임의로 날인하여 본부에 제출한 것이다. 조교가 강사위촉동의서를 올린 날은 강 교수가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한 날과 같은 8월 17일이었다.

도장을 도용당한 김용자 교수는 “저희 사학과 한상권 교수의 복직 문제가 이미 지난 6월 인사위원회에서 특채를 하기로 만장일치로 통과되어 그 절차만이 남아 있는 상태이므로, 이번 학기 한국사 강의는 한교수가 담당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되어 한상권 교수를 강사로 추천하고자 합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사유서와 함께, 한국사 강사위촉동의서를 다시 작성하여 올렸다.


<사진2> 강사위촉 요청 및 위촉 동의서(백서 3-1, 236쪽)

인문대학장 역시 강사위촉동의서를 본부에 제출한 뒤에야 사실을 알고, 앞서 제출된 서류의 무효를 선언하는 한편, 의견이 다른 두 교수의 동의서를 각각 제출 받아 총장에게 다시 올렸다.

교수협의회 회장단은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총장 면담 신청을 하여, 8월 31일(월요일) 면담약속을 받고 기다렸으나, 이강혁 총장은 면담을 화요일로 미루겠다고 외부에서 알려 왔다. 화요일에도 총장은 다시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하며 역시 외부에서 비서를 통해 면담을 수요일로 미뤘고, 수요일에도 교협 회장단을 만나지 않은 채, 조교가 올린 강사위촉동의서에 근거하여, 외부강사 위촉을 전격적으로 결정하였다.

총장이 복직제청을 한 이상 한상권 교수는 덕성여대에서 누구보다도 우선하여 한국사강의를 할 자격을 가지는 것이며, 총장은 이사회가 정상적 기능을 회복할 때까지 한 교수가 시간강사 형식으로라도 강의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또한 조교실에 비치한 교수의 도장은 교수의 지시를 받아서만 사용할 수 있을진대, 설사 교수의 철회 요구가 없다하더라도 조교가 임의로 날인한 서류를 무효화하고 그 같은 불법 행위를 엄중 문책해야 마땅하다. 순리가 이러한데, 총장은 조교가 작성한 강사위촉동의서의 하자를 알면서, 학과 교수 및 인문대학장의 철회요구, 한 교수의 강의를 원하는 사학과 학생회의 요구를 묵살하면서까지, 외부강사에게 한국사 강의를 위촉하였다.

이렇게 해서 2학기부터는 한 교수님 강의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사학과 학생들의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언제까지 우리 학생들을 울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오영희 교수가 글을 올렸다.

 


  사학과 학생들이 내 연구실로  찾아왔습니다. 눈들이 퉁퉁 부어 있어서 “웬일이냐?”라고 물었더니 “한상권 교수님이 복직되시는 줄 알고 한국사 관련 과목들을 신청했다가 선생님이 복직이 안 되어서 과목을 모두 취소하고는 하도 속상해서 울었어요.”라고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아이들에게서 존경하는 선생님을 떼어 놓을 것입니까? 도대체 도대체 언제까지 이 아이들이 눈물을 흘리게 만들 것입니까?


  9월 11일(금) 23차 이사회가 열렸다. 총장이 제청한 신규교원 신규임용과 후임이사 선임을 위한 이사회였다. 1호 안건 ‘이사선임에 관한 건’은 이사들의 견해가 다르므로 의결하지 못하고 차기 이사회에서 심의하기로 유보하되, 조속한 시일 내에 이사 간담회를 개최하여 의견을 조율하기로 하였다. 2호 안건 ‘대학교원 임면에 관한 건’은 조속히 이사장을 선임한다는 조건하에, 그 후에 처리하기로 유보하였다. 결원이사를 보충하여 이사장을 뽑은 후 해직교수 문제를 처리한다는 원칙을 정한 것이다.

  10월 29일(목) 후임이사 선임을 위한 24차 이사회가 열렸다. 그러나 이사 선임에 관한 건은 이사들 간의 협의에서 의견일치를 이루지 못하였으므로 의결하지 못하고 또 다시 유보하기로 하였다. 앞서 이사회는 부당하게 재임용탈락된 한상권 교수의 복직제청을 대학당국에게 두 차례나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대학당국이 복직제청을 하자, 이사회는 5개월이 다 되도록 복직의결을 미루고 있다. 덕성학원 이사회는 자신들이 한 말조차 지키지 못하는 무능력·무기력한 이사회였음이 드러났다.

이사회가 박원국 전 이사장에 질질 끌려 다니며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함에 따라 나 역시 거짓말 잘하는 ‘양치기소년’이 되어 버렸다. 신문에 복직이 되었다고 났으나 정작 복직은 되지 않았으니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복직 축하 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퍽이나 곤혹스러웠다. 사학과 학생회도 처지는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에게 한 교수님 소식을 전하려면 벌써 부터 한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하였다. 아직도야…하는.

박원국 전 이사장의 지연작전에 휘말려 다들 지친 상황에서, 사학과 학생회장 손효진이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라는 글을 올려 학생들을 다독거렸다.


지난 9월 17일 졸업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직 복직되지 않은 한상권 교수님을 모시고 찍었습니다. 언제까지 한 교수님은 교수가 아닌 교수여야 하고 언제까지 우리들은 제자가 아닌 제자여야 하는건지…눈물이 나오려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눈물을 참고 다시 입술을 물었습니다. 우리 교수님은 반드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실 것입니다. 조만간 강단에서 힘찬 목소리로 우리들을 가르치실 것입니다. 어떠한 모략과 술책과 탄압이 몰아쳐도 선생님과 저희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거짓은 결코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 평범한 진리가 통하는 그런 학교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학단협『덕성여대 한상권 교수 지지란』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cug에 글을 올리던 조혜진 학생이 취직을 해서 관리할 사람이 없었으며, 시원한 소식이 없는 상태에서 학단협에서 먼저 한 교수에게 근황을 물어보기도 민망하기 때문이었다. 덕성여대 교협도 확실하게 잡히는 것이 없어 소식을 전할 수 없었다. 두 달 가량이나 새로운 소식이 올라오지 않자, 보다 못해 한국역사연구회 회원인 김기덕 선생“어려운 상황일수록 더욱 열심히 소식도 올리고 대화를 나누자”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제  목: 조용히 얘기해 봅니다
올린이:kkduk(김기덕)   98/09/08 00:47    읽음: 42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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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역사연구회의 회원인 김기덕입니다. 작년에는 사무국장도 맡았지만, 사실 한상권교수님란에는 통신에 접속한 뒤, 궁금해서 들어와 보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답답하게도 7월 13일에 오른 뒤에는 아무 얘기가 없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존경하는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인 한 교수님과 더욱 다부진 양 교수님도 지친 것입니까? 서원대 사건도 있지만 정말 한 교수님건도 이렇게 사그라지는 것입니까?
죄송합니다. 요새는 정말이지 한교수님건과 서원대 사태로 역사를 더 실감나게 이해하는 동시에 역사에 환멸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큰 도움이 못되는 나의 처지에 한계와 모멸을 느낍니다. 정말 매정한 얘기지만 예컨대 만적의 난이 실패했지만 역사의 교훈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관계되는 분들이 소식도 올려주고 토론도 했으면 합니다. 남산골 서생의 뒷다리 긁는 얘기라도 진행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구나 자기는 거기에 해당되고 싶지 않겠지만 역사에는 희생자도 있고, 선구자도 있고, 정말 억울한 자도 있지 않습니까? 역사책을 자세히 보면 피눈물이 납니다. 두 달 넘게 소식이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잘못입니다. 우리도 예수를 팔아먹은 가롯유다가 될 수 있으며, 르윈스키와 섹스를 즐긴 클린턴이 될 수 있으며, 퇴출당해 시위하는 노동자가 될 수 있으며, 할 일 없이 시름에 잠겨 방황하는 이 시대의 수많은 방랑자가 될 수 있습니다. 소식도 올리고 대화를 나눕시다. 한교수님 건에 대해서 특별히 한 것도 없는 사람이 참다못해 맥주 한 병 마시고 취기에 올렸습니다.


  외부에서 덕성여대사태에 대해 보여준 관심과 격려는 힘들어 지쳐있는 덕성 구성원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며칠 후 오영희 교수가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계속해서 지지와 관심과 도움을 주고 계신 외부의 여러분들”이라며, “덕성의 교수와 학생은 결코 중간에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 글을 올렸다.

 


인간성 말살행위 때문에 실망도 많이 하지만, 그래도 우리를 기운 나게 하는 것은 세상에 좋은 사람도 많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덕성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예기치 않은 도움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전국에 계신 3,000명이 넘는 분들이 그것도 두 번씩이나 한교수님 복직에 도움을 주신 것은 정말 힘이 되었고요. 또 민교협사무실에서 있었던 한교수 복직지지 농성은 정말 기운이 완전히 빠졌던 저희에게 새 힘을 주었고 눈물겹도록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학단협에서 ‘한상권 교수 지지란’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정말 그대로 중간에서 끝낼 것이냐?”고 야단쳐 주시는 분도 계셔서 힘을 얻습니다. 여러분께 약속드릴 것은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저희 덕성의 교수와 학생들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것입니다. 90년 성낙돈 교수 복직운동은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두 번 실패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저희들의 신념입니다. 계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98년 6월 총장이 한상권 교수 복직 제청을 하였으나 이사회에서 2학기가 시작되도록 의결을 하지 못하자, 많은 이들이 한교수 복직은 물 건너갔다고 전망하였다. 덕성여대사태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뜸해지기 시작하였다. 사회의 관심을 되돌리기 위해 추진위는 2학기 시작과 함께 투쟁백서(Ⅲ)을 간행하기로 하였다.


<사진 3> 투쟁백서(Ⅲ-1) 표지/한국대학 신문, “한상권교수 투쟁백서 3권 발간” 98.9.28.(백서 4, 252쪽)
 


  우리는 지난 1년간의 활동 기록을 묶어덕성여대한상권교수재임용탈락처분철회투쟁백서(Ⅲ)(’97년 8월 7일~’98년 9월 12일)을 다시 펴낸다. 당초 투쟁백서(Ⅲ)은 한상권 교수의 복직이 확정되는 순간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발간할 계획이었으나, 계속되는 이사회의 유회로 한상권 교수의 복직이 3개월 이상이나 지연되고 있기에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서둘러 백서를 간행하기로 결정하였다.…인류 역사상 기득권층이 자신의 이익을 양보한 예는 없으므로 이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민주역량을 적극적으로 추동해 내고 조직화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투쟁백서(Ⅲ)의 발간을 계기로 우리 싸움의 중요성이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민주세력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을 거듭 당부 드린다.


  싸움을 빠른 시일 내에 그리고 확실한 승리로 마무리하기 위한 승부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