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데미안, 한국사교실(제7회 한국사교실 참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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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데미안, 한국사교실

제7회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 교실” 참여후기

 

이 준(건국대학교 사학과 학부과정)

처음 제7회 한국사교실의 후기작성을 부탁받았을 때, 참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귀찮고 부담스럽기 보다는 다른 복잡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감정은 대체로 ‘너무나 부족한 내가 후기를 쓸 자격이 있을까?’라는 불안감이었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잘 써야지, 잘 써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그에 따른 부담감이 상당했다. 이후 몇 번의 글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 끝에 한 가지 생각을 했다. 바로 ‘그냥 나에게 있어서 한국사교실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써보자.’라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한국사교실을 소개하거나 홍보하는 것이 아닌, 그저 필자에게 있어서 한국사교실에 대해 말해보기로 한 것이다.

필자는 현재 과외로 중·고등학생에게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 여러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몇 명은 이번에 입시를 본 수험생이기도 했고 자기소개서를 봐주기도 했다. 그런 자기소개서 칸에는 항상 포함되어있는 질문이 있다. 바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에 대해 말해보시오.’라는 항목이다. 사실 사학과를 다니면서, 이러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아마도 그 질문을 한 사람들은 사마천의 사기나 헤르도토스의 역사 혹은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와 같은 역사적 고전들을 말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에게 누가 그런 질문을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 두 권의 책은 ‘선택과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나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있어 대학원 진학의 결정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현실적 문제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사정, 그로인한 학비에 대한 걱정, 대학원 과정을 잘 마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 등 한 없이 많았다. 이러한 걱정들은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 듯 그 크기를 더해갔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어차피 그런 문제들이야, 내가 대학원을 선택하지 않는다하더라도 항상 겪는 걱정이 아닐까.’라는 것이었다. 그러한 생각이 들 때쯤, 데미안에서 제일 좋아하는 ‘난 진정, 내 안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그것을 살아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라는 구절이 기억이 났다. 그러면서 필자는 ‘나의 안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고민 없이 선택하겠다.’라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했다 하더라도 고민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이제 전혀 다른 고민들이 필자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체로 내가 가보지 않은 길, 경험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모든 두려움이 그렇듯 그것은 점차 그 크기를 키워갔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 두려웠던 나머지, 학교 안에서 안주하기 시작했다. 익숙한 건물, 익숙한 학우들 사이에서 내 시선을 한정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사실 학과 단체카톡방에 한국사교실에 대한 공지가 올라왔을 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싶다. 아니 흥미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부족함을 들킬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호기심도 커졌다. 경험해 보지 않은 다른 연구자 선생님들, 선배님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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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017년 2월 13일(월) ‘한국사 시대사별 연구 현황과 새로운 주제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사교실이 시작되었다.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출발했지만, 공덕역에서 한국역사연구회의 건물로 가는 길에 필자의 발걸음은 사실 무거웠다.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국역사연구회에 도착하면서 곧 긴장은 풀어졌다. 우리 학교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사람들이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다른 여타 선생님들의 얼굴에도 긴장한 모습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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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에는 각 시대별 선생님들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사 시대사별 연구현황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어 굉장히 좋았고, 열심히 강의를 듣고 계시는 다른 선생님들을 보면서 즐거웠다. 그러한 점은 우리 학교 안에서 안주하고 있었던 필자에게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내가 겉멋만 들어있었던 건 아니었나?’라는 질문이었다. 특히 이러한 점은 강의가 끝나고 더 느껴졌다. 열심히 강의를 듣던 모든 분들이 질의응답시간에 열정적으로 참여하셨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필자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초심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필자는 자만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역사라는 학문을 좋아하는 마음이 지나쳐서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한국사교실은 그러한 편견을 깨고, 순수하게 역사라는 학문을 좋아했던 초심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점은 강의시간 뒤에 있었던 뒷풀이 시간에서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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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학생들과 같이 필자와 같은 학부생들에게 대학원생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은 어려운 대상이다. 뭔가 대단한 것 같고, 범접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뒷풀이에서 그러한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여러 선생님들과 인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농담도 하고, 전공에 대한 견해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그러면서 무거운 분위기가 없어 정말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와 학위를 떠나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여러 선생님들도 권위적인 태도가 아니라 무언가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하셨다는 점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여러 시대별 전공자 선생님들을 다 돌아보아도 이러한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이 참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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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겨울 2월 한국사교실은 24일 사료에 대한 강의로 그 끝을 맺었다. 한국사교실은 나태하고 오만했던 것에 대한 경고장이자, 필자가 선택한 길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와 배움의 장이 되어주었다. 특히 즐거우면서도 좀 더 진중하게 역사라는 학문을 공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지난 2월 필자의 데미안이 되어주었던 한국사교실의 후기를 마무리 하며 데미안에서 제일 유명하고 좋아하는 구절을 말하고 싶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하나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