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고분벽화] 구름과 별의 어울림, 복사리벽화분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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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별의 어울림, 복사리벽화분 벽화

전호태(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구름이 낀 밤하늘에서 이런 저런 이름의 별자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별이 잘 보이는 밤하늘에는 구름이 걸려 있지 않다. 별이나 구름이나 하늘을 하늘처럼 느끼게 하는 데에 도움을 주지만, 별과 구름이 함께 하늘을 하늘답게 하지는 못한다. 현실에서 별과 구름은 함께 있으면 서로에게 방해가 될 뿐이다. 그렇다면 현실이 아닌 세상의 하늘에서는 별과 구름이 어우러질 수 있을까. 서로를 방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황해도 안악에서 발견된 복사리벽화분은 널방 천장이 궁륭식으로 처리된 외방의 돌방무덤이다. 월암산 북쪽 능선 끝 구릉 위에 입구를 동쪽으로 15° 치우친 남향으로 한 채 조성된 이 고분의 벽화 주제는 생활풍속이다. 발견조사 당시 회벽 위에 그려졌던 벽화의 상당 부분은 백회와 함께 떨어져 나가거나 습기의 침투를 겪으면서 지워진 상태였으나 남은 벽화를 통해 널방 안벽에는 무덤주인의 장방생활도를, 왼벽과 오른벽에는 행렬도를 배치하였음이 확인되었다.

복사리벽화분 조사과정에서 조사자의 눈길을 모은 것은 무덤길 좌우의 벽에 달린 감, 널방 서남쪽 모서리의 장방형 제단, 널방의 궁륭식 천장 및 널방 벽과 천장고임에 남아있는 벽화였다. 널방을 장식한 벽화 가운데 특히 흥미를 자아낸 것은 층을 이루며 도리를 올린 목조건축물의 뼈대 표현 및 천장고임을 가득 채운 구름과 별자리였다.

 

(그림1) 복사리벽화분 널방 북측 고임 벽화: 구름과 별자리

 

각각 4세기경 고구려가 이르렀던 건축술 및 천문과학 수준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4세기로 편년되는 벽화고분 가운데 복사리벽화분과 같이 천장고임에 다수의 별자리가 표현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널방 입구 방향에 자리 잡은 천장고임 남측 벽화는 아래 부분이 거의 완전히 떨어져나간 상태이지만, 4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네모꼴 별자리 2개, 3개의 별, 4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또 다른 별자리들이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위로 열린  逆사다리꼴 별자리의 안쪽에는 ‘南方’이라는 墨書까지 남아 있다. 천장고임의 동측 한가운데에는 해로 추정되는 커다란 검붉은 색 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위로 각각 4개의 별들이 묵선에 의해 네모꼴로 이어진 별자리 두 개와 별자리로 추정되는 6개의 별, 1개의 별, 5개의 별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별과 별자리 사이의 공간은 고졸한 형태의 구름들로 매워졌다. 붉은 색 원의 아래 부분과 고임의 아래쪽은 벽화가 떨어져나가 어떤 별들이 더 그려졌는지는 알 수 없다.

천장고임 서측의 벽화는 중심부가 대부분 떨어져나가 구름 몇 자락과 3개의 별로 이루어진 별자리 한 개와 2개, 혹은 3개의 별들이 몇 개의 무리를 이룬 모습 정도만 확인된다. 동측의 별자리 배치 상황으로 볼 때, 서측의 한가운데에도 달이 표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북측의 벽화는 위 부분이 상당히 잘 남아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무려 64개의 별들이 몇 개씩 무리를 이루도록 묘사되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고임의 한가운데에 北斗七星을 나타낸 것으로 보이는 별자리를 배치하였다는 사실이다. 국자의 그릇 부분에 6개의 별을 1변을 공유한 두 개의 네모꼴로 배치한 까닭에 모두 9개의 별들이 하나의 별자리를 이룬 듯이 보이게 만들었다. 이 별자리가 북두칠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임은 거의 확실하지만 북두칠성 근처에 2개의 별을 더 그린 것인지, 아니면 북두칠성의 계절적 위치 변화를 한 화면에 나타내기 위해 9개의 별을 표현한 것인지 가부간 판단하기 어렵다. 북두칠성과 그 외의 별과 별자리들 사이는 여러 자락의 구름으로 채워졌다. 외관상 고임 북측에서는 북두칠성과 나머지 별자리들이 구름에 의해 구분되고 있는 셈이다.

복사리벽화분의 구름은 별과 별 사이의 빈 자리를 매우는 존재이다. 중심과 주변을 나누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별과 별 사이를 잇는 기능을 맡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별만 그려진 하늘은 하늘이기보다는 별자리 그림에 가깝지만 구름이 별과 함께 하는 공간은 무한한 창공 그 자체이다. 구름은 별이 하늘이라는 세계에 속한 존재임을 알려주는 표지이자 하늘세계의 구성원, 별의 동반자인 셈이다. 죽은 자의 내세를 위한 공간, 곧 무덤 속 하늘에서 구름은 별과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인 것이다. 복사리벽화분 벽화의 별들 사이로 구름이 흐르고, 구름 사이로 별자리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이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