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철회를 촉구하는 역사학계의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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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절’ 철회를 촉구하는 역사학계의 성명서)


‘건국절’과 현대사박물관 건립 철회를 촉구한다.

  정부는 올해를 대한민국 ‘건국60년’이라 규정하고, 정부주도하에 ‘건국60년기념사업위원회’를 조직하여 각종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광복절’도 ‘건국절’로 바꾸려 하고 있다.

1. ‘광복절’의 명칭은 결코 함부로 고칠 사안이 아니다.

  1949년 9월 국회에서 국경일 제정을 검토할 때에 정부는 ‘독립기념일’을 제안하였으나, 국회는 이를 ‘광복절’로 명칭을 바꾸어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1945년 8월 15일 일제의 지배로부터 해방된 날과,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날을 동시에 경축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광복절’의 명칭은 해방과 정부 수립을 동시에 경축하는 의미를 갖고 탄생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의미를 갖고 있는 ‘광복절’을 ‘건국절’로 명칭을 바꾼다면 이는 1948년 8월 15일의 대한민국 정부수립만을 경축하자는 것으로 된다. 즉 광복절의 의미는 반쪽으로 축소되는 것이다.


(출처 : 도깨비뉴스)

2. ‘건국절’ 주장은 독립운동의 역사를 폄훼하려는 의도이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고치고자 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묻고자 한다. 민족의 해방을 위해 싸워온 이들보다 대한민국의 건국과정에 참여한 이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민족의 해방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건국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지난 60년 동안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사용해오던 ‘광복절’이라는 공식 명칭을 바꾸려는 것은 매우 경솔한 일일 뿐 만 아니라 국가적 기념일이 지닌 역사성을 무시하는 행위임을 우리는 지적하고자 한다.


(출처 : 도깨비뉴스)

3. 이른바 ‘건국60주년’ 기념사업이 일제의 식민지배를 미화하려는 시각을 가진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과 특정인을 ‘국부’로 만들려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편향된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정부는 최근 아무런 여론 수렴과정 없이 ‘건국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종로에 한국현대사박물관을 짓겠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이 역시 너무 성급한 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현대사에 대한 학계의 쟁점 사항이 많은 상황에서 자칫하면 일부 학자들의 편향된 시각이 담긴 박물관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이 사안을 백지화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 역사학계는 최근의 ‘건국절’ 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일들에 대해 위와 같은 견해를 밝히면서 정부와 국회의 보다 신중한 접근을 촉구한다. 역사는 정치인들이 함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일부 학자들이 함부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역사는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와 토론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럴 때 비로소 모든 국민이 공유할 수 있는 역사가 된다는 점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2008년 8월 12일

한국근현대사학회, 고려사학회, 민족문제연구소, 부산경남사학회, 역사교육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전북사학회, 한일민족문제학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서양중세사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호남사학회, 호서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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